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63화 (263/330)

# 263

Restaurant 262. 볶음밥

6월 말.

중식당의 오픈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지한은 그동안 지한 객잔의 주방을 함께 이끌어 갈 두 사람, 황태규와 하정운을 매일같이 지도해 주었다.

한데 남을 가르치다 보니 강지한 본인의 실력도 꾸준히 늘어만 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음식들을 레벨 7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딱 한 걸음만 더 가면 가능할 것 같은데, 뭔지 모를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답답함.

강지한이 한식과 양식의 실력 향상을 앞두고 느꼈던 상황과 비슷했다.

황태규와 하정운을 지도해 준 뒤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은 주방에서 각종 중식들을 만들며 고민에 빠졌다.

그런 강지한의 모습을 일곱 마리의 강아지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설탕이와 그의 자식들이었다.

소금이는 새끼들이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도록 하기 위해 한 달 전, 예소린의 집으로 돌아갔다.

새끼들의 덩치는 이제 설탕이 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다.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던 강지한은 나란히 앉아 자신을 관찰하는 일곱 쌍의 귀여운 눈동자에 킥킥 웃었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하여튼 제 아빠랑 엄마 예쁜 구석들만 닮아서는.”

설탕이의 새끼들은 가만히 있으면 인형이 아니냐 착각할 정도로 귀여웠다.

강지한이 녀석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다가 음식을 만들고, 다시 깊이 고민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설탕이의 눈이 허공을 훑었다.

그러자 허공을 둥둥 날아다니는 선물 상자들이 보였다.

설탕이가 새끼들의 눈치를 살폈다.

다들 강지한이 하는 양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싶은 설탕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요즘 녀석은 물어오기 스킬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가혹한 육아 때문이었다.

특히 소금이가 예소린의 집으로 떠난 이후부터 여섯 새끼들은 더더욱 설탕이 바라기가 되어버렸다.

설탕이가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무조건 따라붙어 귀찮게 해댔다.

하지만 오늘은 기필코 물어오기에 성공하리라.

마음 먹은 설탕이가 귀신처럼 몸을 놀렸다.

인절미 육남매는 강지한이 만드는 음식 냄새에 푹 빠져 침을 질질 흘리며 넋이 나가 있었다.

혹여라도 자신들에게 줄까 싶어 조금도 시선을 떼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설탕이는 몰래 새끼들 곁을 벗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선물상자들은 늘 설탕이의 근처를 벗어나지 않고 떠다녔다.

하지만 물려고 하면 민첩하게 움직여 피하기 때문에 캐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물어오기 스킬을 사용해서 실패하고 나면 선물상자는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날 자정이 되어서야 다시 나타난다.

설탕이가 허공에 두둥실 떠다니는 선물 상자 세 개를 날카롭게 주시했다.

처음에는 선물 상자가 제법 많았는데 이제는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

선물상자는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설탕이가 물어올수록 그 수가 줄어들었다.

앞으로 설탕이가 남은 세 개 마저 전부 물어다 주면 더 이상 물어오기 스킬은 사용할 일이 없어진다.

주변에서 설탕이를 놀리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세 개의 선물상자.

설탕이는 그 상자들 중 하나를 겨냥했다.

다른 상자들보다 움직임이 느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

자세를 한껏 낮추고 상자와의 거리가 좁혀지기만을 기다리던 설탕이.

그러다 목표했던 상자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큼 더 다가왔을 때!

설탕이의 눈이 예기를 발했고, 녀석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어 크게 벌린 입이 탁! 다물어졌다.

타닥!

바닥에 착지한 설탕이의 입엔 선물 상자 하나가 물려 있었다.

간만에 물어오기 스킬을 당당히 성공해 낸 것.

설탕이가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안방을 나와 강지한에게 다가갔다.

[설탕이가 선물을 물어왔습니다.]

한창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가 나타난 메시지에 강지한이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선물을 입에 물고서 꼬리를 흔드는 설탕이의 모습이 보였다.

“설탕아! 이야~ 우리 새끼 오래간만에 아빠 선물 물어왔네? 역시 설탕이밖에 없다. 오구오구.”

강지한이 설탕이의 턱을 쓰다듬어 주며 선물을 넘겨받았다.

상자를 터치하자 뚜껑이 열리며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축하합니다. ‘장인의 지식 1레벨 업권(랜덤)’ 한 장을 얻었습니다.]

[장인의 지식 1레벨 업권(랜덤)-사용할 시, 보유 중인 장인의 지식 중 무작위 하나의 레벨이 1 올라갑니다.]

“설탕아, 대박이다.”

장인의 지식을 레벨 업 시켜 주는 아이템이라니.

현재 강지한에게 있는 모든 능력들 중 가장 올리기 힘든 것이 바로 장인의 지식이었다.

한데 그것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설탕이가 물어왔다.

강지한이 레벨 업 현황을 열어 장인의 지식 카테고리를 살펴보았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

.

.

[장인의 지식]

한식 요리 장인 고(故) 한정신의 지식 LV4

양식 요리 장인 고(故) 제이미 램지의 지식 LV3

일식 요리 장인 고(故)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지식 LV2

중식 요리 장인 고(故) 여위용의 지식 LV2

현재 가장 레벨이 높은 것은 한식 요리였고 그다음이 양식, 이후로 일식과 중식 순이었다.

‘한식이나 중식에 걸려라.’

그게 현재로선 강지한에게 가장 베스트였다.

한식의 레벨은 최근에 4가 되었으니 다음 단계로 가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한식의 레벨을 올려주면 강지한으로서는 땡큐였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중식당을 런칭하려는 상황인 만큼 중식 레벨이 올라가기를 바랐다.

강지한이 둘 중 하나가 당첨되는 행운이 일어나길 바라며 아이템을 사용했다.

[장인의 지식 1레벨 업권(랜덤)을 사용했습니다.]

[아이템이 무작위 장인의 지식 중 하나를 강제 레벨 업 시킵니다.]

‘제발.’

강지한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손 안에 금세 식은땀이 맺혔다.

잠시 후, 이어진 메시지는 강지한의 등골에 짜르르 전류가 흐르게 만들었다.

[중식 요리 장인 고(故) 여위용의 지식이 LV2에서 LV3으로 레벨 업 됐습니다.]

[레벨 업으로 인해 전보다 더 많은 지식이 오픈 됩니다.]

“그렇지!”

기뻐하는 강지한의 머릿속으로 광활한 중식 지식들이 흡수되었다.

현재 강지한은 중식뿐만 아니라 한식, 양식, 일식, 그 외에 다양한 요리를 두루 섭렵한 상황이다.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이 레벨 업 되면, 그가 공부했던 지식들로 인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그로 인해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리법과 레시피가 우루루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지한의 앞에 비로소 빛이 보였다.

그가 설탕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설탕아, 전부 네 덕분이다. 고마워~”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강지한과 품에 안겨 좋아하는 설탕이.

그때, 그런 둘을 바라보던 여섯 마리 강아지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강지한은 인절미 무덤에 깔려 할짝할짝거리는 혓바닥 고문을 당해야 했다.

* * *

지한 객잔의 오픈일이 조금 미루어졌다.

강지한은 설탕이의 도움으로 여위용의 지식이 레벨 3으로 올랐다.

그로 인해 중식당의 모든 메뉴들을 레벨 7의 수준까지 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때문에 강지한은 자신과 함께 일할 주방 보조들 또한 최소 레벨 6 정도의 음식을 만들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해서, 강지한은 새로 만든 레시피를 황태규와 하정운에게 전수한 뒤 중식에 맞게 싹 바꾼 육수, 비법양념, 천연조미료 등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레벨 5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강지한은 고민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거의 모든 요리들을 강지한이 메인으로 붙잡고 해야 할 판이었다.

만약 다른 두 사람에게 음식을 맡겨서 나갔는데 강지한이 만든 것보다 두 단계나 맛이 떨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식당의 음식 수준이 왔다 갔다 한다면 손님들은 그 식당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흐음.”

지한 객잔의 주방.

강지한은 자신의 앞에 놓인 볶음밥 두 개를 보며 고민했다.

황태규와 하정운은 그런 강지한의 뒤에 서서 불안한 시선을 교환했다.

두 볶음밥의 레벨은 동일하게 레벨 5였다.

강지한이 시식을 해보니 그나마 황태규가 만든 볶음밥이 조금 더 나았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춘천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중식집들 정도의 수준은 족히 되었다.

하나 강지한은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 수밖에 없나.’

강지한이 레벨 업 현황에서 소지 아이템 항목을 살폈다.

[소지 아이템]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x10

직원 설거지 능력치 1레벨 업권x4

직원 서빙 능력치 1레벨 업권x3

직원 화술 능력치 1레벨 업권x3

직원 청소 능력치 1레벨 업권x4

직원 회계 능력치 1레벨 업권x4

직원 능력치 올(All) 레벨 업권x9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x9

손님 부스터x2

그동안 강지한의 일상에서는 심심찮게 퀘스트가 일어났다.

몇 시간 만에 해결 가능한 퀘스트도 있었고 며칠이 걸리는 퀘스트도 있었다.

퀘스트의 난이도 역시 들쑥날쑥이었다.

확실한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일수록 주어지는 보상이 더욱 좋다는 것.

강지한은 그렇게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모아온 아이템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 왔다.

바로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강지한이 빙글 돌아 부동자세로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태규야, 정운아.”

황태규와 하정운은 올해 스물일곱으로 동갑내기였다,

둘 다 강지한의 밑에서 요리를 배우다 보니 말을 놓을 만큼 친해지게 되었다.

강지한의 눈에 두 사람의 요리 레벨이 보였다.

그동안 강지한에게 수업을 받으며 둘 다 레벨이 1씩 올라 있었다.

“볶음밥 맛있었어. 너무 기죽지 마.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이것보다 더 맛있는 볶음밥이야. 봐봐.”

말을 한 강지한이 직접 웍을 잡았다.

강력한 화력으로 뜨겁게 달군 웍에 기름칠을 한 뒤, 달궈진 기름은 적당량만 남기고 기름통에 다시 담았다.

거기에 미리 풀어놓은 달걀물을 한 국자 넣었다.

참고로 이 달걀물 역시 일반 중식집의 달걀물과는 다르다.

강지한이 특유의 천연조미료를 첨가해 그대로 달걀지단을 부쳐 먹어도 맛이 끝내줬다.

치이이이익!

달걀물이 웍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익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이 중식 볶음밥의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다.

달걀이 필요 이상으로 익어버리면 밥을 넣었을 때, 밥알들이 하나하나 코팅되지가 않는다.

강지한은 식은 밥 한 덩이를 넣고 쇠국자로 퍽퍽 누르며 웍을 돌렸다.

그러자 달걀물이 밥 알갱이에 알알이 코팅되며 빠르게 익었다.

국자로 밥을 깨뜨리면서 웍을 돌리는 행동은 쉼없이 계속됐는데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지켜보는 황태규와 하정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찰기를 간직한 탱탱한 밥알들이 덩어리로 뭉쳐지지 않고 전부 따로 놀았다.

강지한이 밥을 제대로 지었기 때문.

중식 볶음밥을 할 때 필히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밥이었다.

밥을 너무 차지게 지으면 높은 열에 볶아도 떡밥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되면 다 볶고 난 뒤 밥알이 탱탱한 느낌 없이 퍽퍽하고 딱딱해진다.

해서 밥을 어찌 짓느냐 역시 중요한 항목이었다.

그렇게 잘 지어진 밥알들이 황금빛 옷을 입고 웍 안에서 뛰어놀았다.

강지한이 웍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위로 높이 솟구친 밥 알갱이가 단 한 톨도 밖으로 이탈하지 않고 다시 웍 안으로 들어왔다.

밥과 계란이 충분히 볶아졌다 싶을 때 강지한은 천연 조미료 두 가지를 섞어 넣고 다시 볶았다.

그러다가 잘게 다진 파, 햄, 양파를 넣고 한 번 더 볶는 작업에 들어갔다.

간혹 중식의 기본은 파기름이니, 파기름부터 내고 밥을 볶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데 그럴 경우 계란물을 뿌렸을 때 파가 달라붙어 밥알에 제대로 코팅하기가 힘들어진다.

아울러 계란물과 볶은 파가 닿아 익어버리면 볶음밥 특유의 풍미보다 계란말이의 풍미가 더욱 강하게 살아나는 경우도 있어서 강지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십수 초 밥을 볶던 강지한이 껍질을 벗긴 싱싱한 새우 세 마리를 넣고 마지막으로 밥을 볶았다.

다 볶아진 밥이 웍 안에서 윤기를 가득 머금고 고소한 향을 풍겼다.

강지한이 쇠국자에 익은 새우 세 마리를 먼저 걷어냈다. 그리고 웍을 힘껏 돌리자 볶음밥이 허공으로 훅 떠올랐다. 그것을 쇠국자로 대부분 받아냈다.

쇠국자가 받아내지 못한 밥들은 다시 웍에 떨어졌다.

하지만 두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웍안의 모든 볶음밥을 완벽히 쇠국자에 담아낼 수 있었다.

강지한은 완성된 볶음밥을 그릇 위에 탁 털었다.

그러자 쇠국자의 동그란 모양 그대로 틀이 잡혀 그릇에 담겼다.

볶음밥 위에는 국자에 미리 담았던 새우 세 마리가 예쁘게 올라가 있었다.

완성된 볶음밥을 보는 황태규와 하정운의 목으로 군침이 꿀꺽꿀꺽 넘어갔다.

“먹어봐.”

“넵.”

“네.”

두 사람이 볶음밥을 맛봤다.

열정적으로 허겁지겁 먹는 황태규와 달리 하정운은 느릿느릿 천천히 음미했다.

그들의 입안에서는 맛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확 풀어진 밥알들은 진한 불향과 깊은 풍미를 폭발시키는 중이었다.

정말 감탄만 나오는 실력이었다.

황태규는 이 기술을 꼭 배우고 싶었다.

하정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지한은 그런 두 사람이 모르도록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세 개씩 그들에게 투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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