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60화 (260/330)

# 260

Restaurant 259. 중식당

강지한은 모르고 있었다.

지한 식당에 잠행단이 벌써 네 번이나 다녀갔다는 것을.

1차 심사에서 잠행단이 지한 식당에 주었던 점수는 87점이었다.

이후로 이어지는 심사에서 지한 식당은 88, 89, 89점을 받았다.

네 번 모두 90점을 넘지 못했다.

강지한이 신선숙수의 후보로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총 열 번의 심사 안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라고 봐야 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계속해서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곧 지한 식당의 직원들이 스스로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잠행단의 점수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맛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맛은 기본이고 청결 상태와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 또한 포함된다.

지한 식당의 직원들이 본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점수가 1점씩이라도 높아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직원들의 이러한 태도 덕분에 강지한은 마음 놓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중식당의 오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 좋은 자리와 유능한 직원이 필수였다.

건물은 예경천에게 얘기를 넣어 놓은 상태다. 그러니 강지한은 사람을 구하는 데 주력하면 될 일이다.

해서 유진아에게 부탁을 해, 지한 푸드 홈페이지에다 구인 공고를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이전까지는 구인구직 사이트나 신문을 통해 공고를 내는 것이 빨랐는데, 지금은 이편이 더 나았다.

강지한이 유명해지면서 지한 푸드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확 늘었기 때문.

근데 사실 여기에는 웃지 못할 비화가 숨어 있었다.

지한 푸드 홈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한데 며칠 전, 갑자기 10배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 원인은 강지한이 설탕이와 함께한 무대인사에 있었다.

강지한은 ‘설탕이 온다’의 시사회 무대에 설탕이의 보호자 자격으로 참가를 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기사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로 인해 강지한이 설탕이의 아빠라는 걸 모르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영화가 개봉 첫날부터 80만 관객 스코어를 달성하면서 대박이 터져 더더욱 주목받으면서 설탕이와 함께 강지한의 인지도가 확 올랐다.

그로 인해 지한 푸드의 방문자 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강지한이 여태 요리사로 노력했던 것보다 설탕이 아빠라는 걸 제대로 알린 것이 인지도를 올리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는 뜻.

공고글을 올리면서 어쩐지 모를 허탈함이 느껴지는 유진아였지만 강지한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 설탕이밖에 없다며 자식 바보의 기질을 톡톡히 보여줄 뿐이었다.

지한 푸드 홈페이지에 올라간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오픈하게 될 중식당의 주방 및 홀의 일자리를 욕심내며 지원을 했다.

공고글을 띄운 지 단 일주일 만에 백 건이 넘는 사람들의 서류가 접수되었다.

유진아는 그중에서 열 사람을 뽑아 면접을 보기로 했다.

* * *

이번 면접장에는 강지한도 자리를 했다.

그의 시선이 주방 자리 면접을 보러 온 다섯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훑었다.

다섯 명의 면접자는 스스로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강지한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유진아와 인사팀장 박민규가 그들에게 질의를 하고 응답을 받았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면접이 끝났다.

면접자들이 모두 나가고 나서 박민규가 유진아에게 물었다.

“이사님, 어떤 거 같아요?”

유진아는 대답 대신 강지한을 바라봤다.

“대표님은 이미 답이 나온 것 같은데?”

강지한의 시선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면접자들의 프로필로 향해 있었다.

그는 그중 두 사람의 프로필을 손으로 짚었다.

“이분이랑 이분이 괜찮을 것 같아요.”

“황태규 씨랑, 하정운 씨요?”

“네.”

유진아가 박민규와 눈을 맞추고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팀장님 생각은 어때요?”

유진아의 물음에 박민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황태규 씨는 괜찮은 것 같은데 하정운 씨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같은 의견이에요.”

두 사람의 시선이 강지한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이번엔 강지한이 사람을 조금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황태규는 중식집을 운영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데다 일을 도우며 경력을 쌓았다.

말도 잘하고 똘망똘망해 보이는 것이 능동적으로 일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반면 하정운은 말도 느릿느릿하고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이런저런 주방 일을 해보았다지만 중식일을 전문으로 한 건 아니었다.

“차라리 김정규 씨가 나을 것 같은데요, 전.”

“맞아요.”

유진아의 의견이었고, 박민규도 동의했다.

“절 믿어보세요.”

강지한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의 눈앞에는 조금 전 면접장을 떠난 두 사람의 상태창이 둥실 떠 있었다.

<황태규의 능력치>

직급: 지한 반점 주방 근무 지원자

등급: B-

능력: 요리 LV 13, 서빙 LV 5, 청소 LV 6, 회계 LV 4, 설거지 LV 9, 화술 LV 7

특수 능력: 중식 특화

정직도: 73/100

신뢰도: ??/100

종합 평가: 중식 요리사 아버지를 둔 케이스. 건강상의 문제로 일선에서 은퇴한 아버지로부터 중식 기술을 물려받았다. 아버지가 중식당을 운영할 때엔 그럭저럭 장사가 됐으나 후대로 와서는 너무 장사가 되지 않아 식당 건물은 현재 놀고 있는 상황. 기본적인 기술과 지식이 있으니 조금만 가르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타입. 일에 대한 욕심이 많고 말을 잘한다.

<하정운의 능력치>

직급: 지한 반점 주방 근무 지원자

등급: C-

능력: 요리 LV 10, 청소 LV 6, 회계 LV 1, 설거지 LV 9, 화술 LV 3

특수 능력: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

정직도: 99/100

신뢰도: ??/100

종합 평가: 당장의 능력은 평범해 보이나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면 특수 능력 슬로우 스타터가 개방되며 무서운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조금 늦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한 발 한 발 정진하는 타입.

강지한은 하정운의 특수 능력과 정직도, 그리고 종합 평가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황태규와 함께 그를 낙점한 것이다.

유진아와 박민규는 조금 탐탁치 못했지만 대표가 그리하겠다고 밀어붙이는데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강지한이 괜한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유진아가 잘 알고 있었다.

‘필시 무슨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유진아는 그리 믿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어, 지한 반점 홀 근무 지원자 다섯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 * *

설탕이 온다가 개봉한 지 열흘이 지났다.

그 시점에 이미 관객수는 300만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이 150만이었으니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설탕이 파워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아울러 영화를 본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평론가들 또한 하나같이 8점 이상을 주며 영화가 심쿵하는 설탕이의 귀여움은 물론 감동과 재미, 그리고 한 시대를 아우르는 메시지까지 담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재에 호재가 계속되니 영화는 순풍 단 듯 쾌조의 컨디션으로 빠르게 순항할 수 있었다.

설탕이는 이제 녀석을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여느 인기배우 못지않은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 *

춘천에는 명옥정 본점과 세 개의 분점이 존재했다.

그런데 명옥정 본점이 무너지며 분점들도 우르르 문을 닫고 말았다.

춘천에서는 더 이상 명옥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

천명옥과 민정욱 의원은 뇌물공여죄에 뇌물수수죄가 상당 부분 인정되었다.

부정청탁에 단순수뢰죄, 제3자 뇌물제공죄, 수뢰 후 부정처사죄, 알선수뢰죄 등등의 죄목에 의거, 그 죄질이 몹시 좋지 않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기에 수뢰액에 따라 가중처벌이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천명옥에겐 3년의 징역과 2천만 원의 벌금이, 민정욱 의원에게는 징역 5년에 뇌물의 몰수추징 판결이 떨어졌다.

명옥정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천명옥이 죄인의 낙인이 찍혀 감옥에 들어갔다.

그러고 나니 명옥정은 바람 앞의 등잔처럼 힘없이 꺼지고 말았다.

분점을 맡고 있던 점주들은 일찌감치 손을 떼서 일을 정리했다.

분점 건물도 전부 내놓았다.

천명옥의 아들 백상준 또한 분점 건물을 매매했고, 이제는 본점 건물까지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천명옥은 벌어들이는 돈이 많은 만큼 씀씀이가 컸다. 마치 젊은 시절 고생한 것을 전부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아끼지 않고 돈을 써댔다.

그렇게 써도 명옥정에서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오니 별걱정이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저축은 해두고 살았지만 모이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많았다.

그걸 그대로 보고 자란 백상준 역시 돈을 아끼는 법을 몰랐다.

그러다 돈줄이 하루아침에 끊겨 버리니 그동안 질러왔던 것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발등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거지가 되어서 어디로 내쫓길 판은 아니었지만 소비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앞날이 캄캄해질 건 뻔했다.

아무튼 우선은 춘천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 새로운 터를 다지는 것이 중요했다.

더 이상은 춘천에서 장사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머니 대신 식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명옥정 본점의 건물부터 팔려야 했다.

건물을 내놓은 지는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데 아직 매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를 않고 있었다.

가격을 그렇게 세게 친 것도 아니었다.

엉망이 된 이미지는 둘째 치고 급전을 마련해서 빨리 이 바닥을 떠야 했기에 제법 싸게 내놓았는데도 인수자는 나오지 않았다.

백상준은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건물을 사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강지한에 대한 분노가 울컥 거리며 솟구쳤다.

“그 거지 같은 새끼 때문에…… 그 개자식 때문에!”

쾅!

소파에 앉아 있던 백상준이 원목테이블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춘천 떠나기 전에 한 번은 엿 먹여 준다.”

이제 그의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악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저토록 안일한 생각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백상준의 전화가 울렸다.

요새 그는 전화가 오면 화들짝 놀라고는 했다.

받아보면 대부분 좋은 이유로 걸려오는 전화가 아니었기 때문.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건물 매매를 맡겨놓은 부동산 사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네, 사장님. 혹시……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왔나요?”

-당장 거래하겠다니까 도장이랑 신분증 챙겨서 바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백상준이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 * *

드디어 춘천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재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백상준은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부동산 건물을 찾았다.

헐레벌떡 들어서는 백상준을 부동산 사장 예경천이 미소로 반겨주었다.

“백 선생님, 오셨네요. 여기, 건물 매입하시겠다는 사장님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백상준입…….”

예경천의 소개에 인사를 건네려면 백상준의 입이 턱 막혔다. 이어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반가워요. 우리 구면이죠?”

의자에 앉아 백상준을 바라보며 그리 말하는 이는 다름 아닌 강지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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