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53화 (253/330)

# 253

Restaurant 252. 민국항공의 기내식

2월 말.

지한 푸드의 체인점이 드디어 서울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지한 분식과 지한 김치 전골, 지한 만두는 각각 명동과 대학로, 홍대입구 근처에 최초 서울 분점들을 런칭하게 되었다.

일단 초기 반응은 세 곳 다 무척 좋았다.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호평일색이었다.

게다가 매출 또한 대단했다.

대개 오픈빨이라는 것을 보면 초반에만 매출이 반짝하고 만다.

그런데 이 세 매장은 나날이 매출이 늘어가고 있었다.

입소문이 좋았기 때문.

역시 세상에 입소문만큼 무서운 게 또 없었다.

대개 입소문이라는 것이 믿을 만한 지인에게서 시작되니 말이다.

점장들 또한 지한 푸드의 방침에 따라 성실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로 뽑았다.

사실 지한 푸드의 분점을 낼 때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지한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지한 푸드에서 일할 마음을 먹는 상대의 상태창이 보였다.

지금은 레벨 업 시스템이 레벨 업 되었다.

그래서 그 상대가 눈앞에 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상태창의 확인이 가능했다.

지한 푸드에서 분점 창업주를 구한다는 광고를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다.

그중에서 본점을 잘 이끌어갈 만한 인물을 1차적으로 추려내는 것은 사무실 사람들의 일이었다.

그리고 최종 후보 몇 사람만 면접을 보고 분점을 내주는 시스템이었다.

이 면접에 강지한이 참석해 주면 좋으련만 그는 후보들의 서류만 받아보고 나타나지 않았다.

면접이 잡힌 주에 스케줄이 워낙 빽빽했기 때문.

그렇다고 강지한의 시간에 맞춰 분점 후보 점주들의 면접 시간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들도 생업을 위해 달려든 것인 만큼 당락 여부는 빨리 전해주는 것이 좋았다.

결국 강지한 없이 면접이 진행되어 버린 것.

그런데 분점주를 확정한 건 면접장에 나오지도 않은 강지한이었다.

그는 분점 후보자들의 상태창을 전부 살핀 뒤 성실하고 솔직하며, 열정적인 이들만을 추려냈다.

전부터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힌 강지한이었는데, 면접장에 오지도 않고 그 사람을 본 것처럼 파악해 버리는 능력에 유진아는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면접에서 느낀 참가자들의 이미지를 강지한이 똑같이 말을 하니 말이다.

아무튼 분점들은 순풍에 돛 단 듯 술술 잘 풀려 나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강지한과 지한 푸드의 명성도 빠르게 높아지는 중이었다.

사실 2월 중순 무렵, 신선정의 잠행단들이 강지한의 지한 식당을 한 차례 다녀갔었다.

거기에서 잠행단들은 평균 87점을 주었다.

잠행단은 앞으로 12월 마지막 날이 지나가기 전에 9번을 더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총 10번의 방문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받아야만 1차 심사에 합격할 수가 있다.

첫 방문에서 얻은 점수가 87점이니 우선 90점에는 못 미치는 불안한 스타트를 보인 셈.

1차 심사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지한 식당의 지속적인 발전이 필수였다.

* * *

강지한은 오늘도 기내식 개발에 열심이었다.

그는 케이터링 업체에서 자신의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이 비행기에 실려 오븐에 데워져 서비스되는 상황을 재현해 보았다.

그에 따른 음식의 레벨은 5.6

기내식은 일반적인 음식과 달리 소수점까지 표기가 되었다.

아무튼 5.6이라고 하면 강지한이 기존에 먹어보았던 한에어의 기내식보다 레벨 하나가 더 높았다.

물론 요리들의 레벨은 기내식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전부 3 정도로 일제히 떨어져 버렸다.

아무리 강지한이 만든 음식이라 할지라도 지상에서 먹는 음식으로서는 간이 너무 강하게 되어 버린 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현재 제공되는 음식보다 퀄리티는 높여놨는데…… 민국항공 기내식은 어느 정도 레벨인지 알 수가 없으니.’

고민을 하던 강지한은 결국 민국항공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마침 요즘은 방송 촬영을 하는 것을 빼면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춘천의 사무실과 매장들을 가끔 들러보며 직원들 간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 말고는 기내식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나도 슬슬 해외 정도는 나갔다 와봐야 할 때도 되었고 말야.’

강지한은 해외를 생각하자마자 가장 먼저 음식부터 떠올렸다.

타국의 음식들은 한국과는 또 다른 매력들로 가득했다.

그 나라에 가서 현지의 음식을 직접 먹으면 스스로의 요리 견문을 높이는 데도 분명히 도움이 될 터.

강지한은 해외에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 * *

그날 저녁, 강지한은 뽀삐의 하루 본점에서 이향숙을 만나 사정을 얘기하고서는 설탕이를 부탁했다.

“뭐어~?! 설탕이를 나흘씩이나?”

“응. 그 정도는 있다가 와야 할 것 같아서.”

“진심? 레알? 나흘이라고?”

이향숙은 잔뜩 놀란 얼굴로 몇 번이고 물었다.

“왜? 싫어?”

“아니! 졸 좋아! 아니 그냥 한 달 정도 있다 오지 왜? 한 번 나가는 거 시원하게 저지르고 오면 좋잖아.”

“촬영 때문에 그 이상은 안 돼.”

“망할 방송국 놈들.”

이향숙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개했다.

그녀의 시선이 저쪽 편에서 손님과 강아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설탕이에게 향했다.

“그래도 설탕이랑 나흘 동안 같이 있는 게 어디야.”

이향숙은 이내 행복한 얼굴로 딸기주스를 쪽쪽 빨았다.

그때 예소린이 다가와 강지한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자기?”

그 말에 이향숙이 깜짝 놀라 강지한을 바라봤다.

“뭐야, 오빠? 어디로 갈 건지 언니한테 말도 안 했어?”

“어? 응.”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자마자 설탕이를 이향숙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부터 든 강지한이었다.

그래서 이향숙과 뽀삐의 하루에서 만나 부탁을 하려 한 것이고, 예소린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엿듣고서야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와……. 완전 무심해. 연애 고자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향숙이 면전에서 대놓고 강지한을 놀렸다.

예소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치? 무심해도 너무 무심해.”

“뭐가 잘못됐어?”

강지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이향숙이 빽 소리쳤다.

“그런 얘기는 애인한테 우선적으로 해줘야지!”

“아……. 그렇구나. 미안, 설탕이 신경 쓰느라 생각을 못했어, 소린 씨.”

“내가 뭘 바라겠어. 행선지나 말해봐.”

“중국.”

“중국?”

“응.”

“혹시 중식집도 오픈하려고?”

“맞아.”

예소린이 넘겨짚었는데 정답이었다.

강지한은 조정호의 퀘스트를 해결하며 중식 대가 여위용의 지식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한 감이 있어 많은 중식집들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실력을 쌓았다.

그래도 여전히 약간의 허전함은 채워지지가 않았다.

해서 이번에 여행을 가게 되면 중국으로 가자 마음먹은 것이다.

“와, 본토에서 먹는 짜장면이랑 짬뽕 맛은 어떨까?”

중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이향숙이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군침을 삼켰다.

강지한이 그런 그녀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주었다.

“둘 다 중국 음식 아니야.”

“정말?”

“짬뽕은 일본쪽에서 파생된 거고 짜장면은…… 중국에 차오장미엔(炸醬麵)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 짜장면이랑은 맛이 완전 달라. 화교들이 우리나라 들어와서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꾼 거라 그 맛 생각하고 가서 먹으면 실망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강지한을 이향숙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오빠는 해외 나가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중국에 갔다 온 것처럼 말을 한다?”

“인터넷 쳐 보면 다 나오잖아.”

“아무튼 잘 갔다 와. 설탕이는 걱정 말고.”

“그래. 부탁할게.”

강지한과 이향숙의 대화가 끊어질 때쯤 예소린이 끼어들었다.

“근데 언제가, 자기?”

“다음 주 목요일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앞으로 열흘 후였다.

대답을 듣고 난 예소린이 뭔가를 가만히 생각하다가 방긋 웃었다.

“같이 가.”

“응? 카페는?”

“나도 휴가 내지 뭐.”

그렇게 갑작스런 두 사람의 해외여행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강지한에게는 몇 달 전 혹시 몰라 만들어 둔 여권이 있었다.

예소린은 이미 작년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온지라 유효기간이 충분한 여권이 존재했다.

중국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비자는 관광단수30일비자로 발급받았다.

중국비자서비스센터에 필요 서류가 접수되면 하루만에도 발급되는 당일 서비스가 있었기에, 여행 전에 챙기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해외여행이 처음인 강지한 혼자 준비를 하려 했다면 예정된 날짜에 중국에 못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능숙한 예소린이 함께였기에 준비는 수월했다.

예소린은 그의 아버지 예경천에게 혼자서 중국 여행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상황이었다.

예경천은 큰 고민 없이 이를 허락해 주었다.

밤늦게 들어오면 노발대발하시는 분이 또 그런 면에서는 쿨하니 이상한 노릇이라고 강지한은 생각했다.

민국항공을 이용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

“와~ 오래간만이다.”

공항을 반기는 예소린과 달리 강지한은 난생 처음 발을 디디게 되는 장소에 적잖이 감탄한 얼굴이었다.

“진짜 넓네.”

“여긴 일부야, 지한 씨.”

“그래?”

“그럼. 여기서부터는 나만 따라와.”

예소린은 강지한을 리드하며 능숙하게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보냈다. 그러고는 출국심사장을 통과했다.

한 건 별로 없는데 사람들의 줄이 길어 시간이 제법 흘러갔다.

강지한은 출국심사장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면세점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람 엄청 많네.”

“면세점이잖아. 우리도 구경 좀 해볼까?”

강지한은 면세점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예소린에게 이끌려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다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되었고 둘은 민국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들이 예약한 것은 비즈니스 클래스.

아무래도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비스되는 음식의 질이 더 높을 테니 일부러 그렇게 예약을 했다.

강지한은 한에어의 일반석에 서비스되는 음식의 레벨을 무조건 민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의 음식보다 높게 만들 셈이었다.

그렇다 보니 첫 비행기 탑승에 비즈니스 클래스까지 경험하게 된 강지한은 완전히 신문물을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에 신기해했다.

잠시 후, 모든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가 운항을 시작했고 하늘 높이 날아 대기 안정권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기내식이 서비스되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비된 메뉴판을 펼쳐보니 전채요리부터 시작해서 메인, 후식에 차까지 마련해 놓았다.

나름의 작은 코스 요리였다.

“전채 요리는 훈제 연어 샐러드네. 주 요리는…… 갈비찜이랑 새우완자요리 중에 선택이고. 난 갈비찜. 지한 씨는?”

“그럼 내가 새우.”

후식은 딸기 무스 케이크였다.

두 사람은 먹고 싶은 메인 요리를 선택한 뒤 승무원에게 전달했다.

잠시 후.

비행 첫 경험에 잔뜩 들떠서 아이처럼 신나하던 강지한은 기내식이 나오자마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설렘 가득했던 표정을 지우고 진지함으로 중무장을 했다.

그런 강지한의 모습을 예소린이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게 민국항공 기내식.’

강지한의 눈에 기내식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기내식-이상인의 대단한 소갈비찜]

요리 등급: LV5.7

-한정국의 레시피대로 만든 소갈비찜. 육질이 연하고 소의 잡내가 없으며 감칠맛과 풍미가 좋다. 특히 기내식에 어울리는 간을 상당히 잘 잡아냈다.

요리의 설명을 읽은 강지한의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한정국이 한정신의 둘째 아들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민국항공의 요리사가 한정국이었어?’

비밀 하나가 바로 파헤쳐졌다.

강자힌의 시선이 이번에는 요리 등급에 머물렀다.

‘내가 만든 기내식의 최고 레벨이 5.6인데.’

그것도 비행기 안에서 서비스 되는 기내식을 먹어보지 않고 만들어 낸 결과였다.

게다가 강지한이 만들고 있던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의 기내식.

그가 눈앞에 놓인 음식을 한 번 먹어보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머금었다.

‘이길 수 있어.’

그의 마음속에 확신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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