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47화 (247/330)

# 247

Restaurant 246. 지한 반찬팩

-개인정. 새벽 춘천 최고 맛집 편의점 인정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센스 대박!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영^^*

-저도 반찬하기 귀찮을 때 항상 해용해요~!

-편의점 음식 혐오하던 울 엄마가 저거 사먹고 극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지금 편의점으로 나갑니다. 근데 갈 때마다 매진이라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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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일은 과연 이 사람들이 댓글로 누군가를 낚으려고 놀이를 하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이러고 있는 건지 의아했다.

사람들이 칭찬하고 있는 것은 신 푸드에서 이번년도 상반기 신제품으로 내놓은 강지한과의 합작품 제2탄 편의점 레토르트 반찬이었다.

밥과 반찬을 함께 내놓은 도시락과 달리 반찬만 수북하게 담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으로 집에 두고 먹기 좋다는 이유로 내놓자마자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았다.

물론 반찬 하나하나를 따로 진공 포장해서 파는 형식으로도 출시했다.

애초에 도시락 사업으로 밀어붙이는 전략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도시락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거대기업들이 한 자리씩 확실하게 틀어쥐고서는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거기에 뛰어들었다가는 엄청난 견제 속에 집중포화만 당하다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

그래서 반찬으로 선회했다.

만약 반찬의 반응이 좋으면 그 힘을 등에 업고 후속으로 도시락을 런칭할 계획이었다.

‘음……. 장난 같지는 않은데.’

댓글들을 모두 훑어본 정해일은 다른 게시글도 확인했다.

한데 최근에 올라온 많은 글들이 하나같이 새벽 맛집으로 편의점 지한 반찬을 꼽고 있었다.

결국 그는 속는 셈치고 지한 반찬팩을 구입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한 반찬팩을 메인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매하는 임시방편이다.

그는 일단 제대로 된 식당의 음식부터 사기 위해 다시 카페의 글을 검색해 나갔다.

* *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해장국집에서 나오는 정해일의 손에는 포장된 해장국 두 통이 들려 있었다.

그가 카페에서 검색한 맛집 중에서는 남부시장 근처에 있는 해장국집이 가장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선지 해장국 하나와 내장탕 하나를 구입했다.

‘그럼 반찬팩도 사갈까?’

해장국에 딸려 나온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뿐이었다.

반찬팩을 사면 부실했던 반찬까지 충족되니 더 푸짐하고 보기 좋은 한 상이 될 것이다.

정해일은 근처 편의점에 들러 지한 반찬팩을 찾았으나 보이지를 않았다.

해서 혹시 들여놓지 않았나 싶어 점주에게 물었다.

“사장님, 여기는 지한 반찬 팩 안 받으시나 봐요?”

“말도 마요. 들여놓기 무섭게 다 나가요.”

“네? 그렇게 인기가 좋아요?”

“그럼요.”

“얼마나 맛있길래 그런답니까?”

“나도 궁금해 죽겠습니다. 폐기라도 나오면 좀 먹어보려고 했는데, 그럴 기회가 있어야지요.”

“그럼 반찬팩 말고 반찬별로 따로 파는 건…….”

“마찬가지예요. 남아나질 않아요.”

“허허.”

정해일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편의점을 나온 정해일의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 * *

“아……. 어쩌죠? 조금 전에 딱 하나 남았던 반찬도 다 팔렸는데.”

“그런가요?”

정해일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 담겼다.

벌써 편의점을 여섯 군데나 돌았다.

하지만 지한 반찬은 구경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더 늦어지면 국이 식을 테고 바로 이항기의 불호령이 떨어질 상황.

더 이상은 지체할 수가 없었다.

“하아아…….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정해일이 터덜터덜 편의점을 나서려 할 때였다.

“저기, 손님.”

새벽녘 편의점을 지키는 남자 알바생이 그를 불렀다.

“네?”

“저기…… 지한 반찬팩이 꼭 필요하신가 봐요?”

“필요합니다. 제가 모시는 분께서 대단한 미식가신데, 이 시간에 춘천에서 파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사오라 하셨거든요.”

사실 그건 이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들르는 편의점마다 지한 반찬 품목들이 전무 매진이라고 하니 그 맛이 본인 스스로 궁금해진 것.

간절한 정해일의 얼굴을 바라보던 알바가 입맛을 쩝 다시며 카운터를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어 음료수 진열장 뒤편으로 들어가더니 차가운 공간에 보관해 두었던 지한 반찬팩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를 본 정해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게 지한 반찬 팩입니까?”

“네. 사실 이거 제가 집에 가서 먹으려고 들어오자마자 산 건데, 손님께 팔게요.”

“얼마입니까?”

“3,800원인데 만 원만 주세요.”

순간 정해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만원에 팔겠다고요.”

“아니, 방금 3,800원이라고…….”

“싫으시면 말고요. 지금 이 시간에 10만 원을 줘도 이거 못 구해요.”

말하는 걸 보니 보통 약삭빠른 사람이 아니었다.

정해일은 어이가 없었지만 알바생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가 직접 겪어보니 지한 반찬의 인기가 상상 이상인지라 몇 군데를 더 돌아다닌다 해도 구매하긴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시간을 더 지체할 수도 없는 노릇.

‘시간 아꼈다고 생각하자.’

시간 값으로 만 원이면 싸다.

정해일이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알바생에게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손님.”

알바생이 지한 반찬팩을 건네줬다.

그것을 받아든 정해일이 바람처럼 편의점을 나갔다.

손에 돈을 쥔 알바생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씩 웃었다.

“이거 쏠쏠한데?”

* * *

“회장님, 공수해 왔습니다.”

정해일이 테이블에 아직 뜨끈뜨끈한 선지국과 내장탕을 세팅했다.

“오~ 해장국 좋지. 어디.”

이항기가 선지국과 내장탕을 번갈아보며 고민했다.

“맛보시고 더 입맛에 맞는 걸로 드세요. 저는 뭐든 다 잘 먹습니다.”

“하하하. 그래그래. 알았다.”

이항기의 선택은 내장탕이었다.

내장탕 국물이 아주 진하고 고소한 것이 그만이었다.

“제대로 공수해 왔네, 해일아.”

이항기가 흡족하게 말했다.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정해일이 지한 반찬팩도 꺼내 식탁에 올렸다.

이를 본 이항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또 뭐냐?”

“편의점에서 파는 반찬입니다.”

“편의점 반찬?”

이항기는 평소에 편의점 음식이라고 하면 치를 떨었다.

간편하고 맛이 있다고는 하나 그에게는 영 맞지 않았다.

인스턴트 특유의 맛과 향이 유난히 싫었기 때문.

그는 컵라면을 먹어도 바로 탈이 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편의점 반찬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영 비위가 상했다.

“해일이 너, 내가 편의점 음식 싫어하는 거 몰라?”

“알고 있죠.”

“근데 굳이 이런 걸 뭐하러 사왔어?”

“조금 심상찮아서 사와봤습니다. 이거 하나 구하는 게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들었어요.”

“왜?”

“가는 편의점마다 매진이더라고요.”

“도시락도 아니고 이런 반찬 쪼가리만 담겨 있는 게?”

“네.”

이항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반찬팩을 노려봤다. 그러다가 속는 셈 치고 고사리무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음?”

고사리를 천천히 씹는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꿀꺽!

이항기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이어 그의 젓가락이 다른 반찬 하나를 집어갔다.

이번에도 반찬을 맛보는 그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아홉 가지의 반찬을 하나하나 맛보다 마지막으로 김치를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허어.”

저도 모르게 감탄을 뱉어냈다.

“어떠십니까?”

이항기의 반응을 지켜보던 정해일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이항기는 대답도 없이 이번엔 밥과 함께 반찬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밥 한술에 반찬 하나가 금방금방 사라지고 있었다.

과연 저게 편의점 음식을 싫어하다던 양반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반찬이 줄어들수록 정해일의 입은 바싹바싹 말라갔다.

‘정작 내가 궁금해서 사온 건데.’

이항기가 편의점 음식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는 정해일이었다.

해서 지한 반찬팩에는 손도 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면 남게 되는 반찬은 전부 본인의 몫이었다.

가는 곳마다 매진이 될 만큼 대단한 반찬맛이란 과연 어떨는지 느긋하게 즐겨볼 참이었다.

그런데 그 반찬들이 편의점 음식을 증오하는 회장의 입속으로 꿀꺽꿀꺽 사라지고 있었다.

‘제발 남겨주세요.’

정해일이 속으로 빌었지만 이미 반찬팩은 깨끗하게 비워지고 난 이후였다.

허탈한 표정의 정해일이 빈 반찬팩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런 그의 어깨 위에 이항기의 손이 턱 하고 얹어졌다.

“해일아, 이거 진짜 편의점에서 사온 거 맞냐?”

“네? 아……. 네.”

“이 반찬팩 어디서 만든 거냐.”

“신 푸드라고 하던데요.”

“신 푸드, 거기 사장이랑 연락해서 약속 좀 잡아봐.”

“갑자기 그건 왜……?”

“어쩌면 우리 한에어의 기내식 문제를 해결할 답안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을 하는 이항기의 눈에서 빛이 이는 것 같았다.

* * *

춘천, 강원 TV 건물의 제1 스튜디오 안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만천하에 드러난 천명옥의 만행으로 그녀가 방송계에서 영구퇴출 당하며 집밥 천선생 또한 폐지되었다.

그로 인해 그 후속으로 편성한 것이 바로 ‘냉장고 파먹기’였다.

냉장고 파먹기는 집에서 사용하다 남은 흔한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반찬이나 음식들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강지한에게는 한식부터 시작해서 양식, 일식, 중식 등의 다양한 지식들이 담겨 있는 데다가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다른 여러 분야의 음식들 또한 만드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프로그램의 취지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또 없었다.

아울러 냉장고를 부탁하는 게스트는 일반인들로 처리가 안 되는 재료들을 담아서 스튜디오로 가져오면 그것을 바로 만들어주는 형식이었다.

초반에는 이렇게 스튜디오 제작으로 가지만 사람들의 참여가 높아지면 추후에는 그들의 가정집을 직접 방문해서 촬영하는 것으로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오늘 첫 촬영의 게스트는 자취를 하는 대학생이었다.

그는 어제 먹다 남은 햄과 치즈, 김, 김치를 가지고 나왔다.

강지한은 그 재료들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 하와이에서 유명한 하와이안 무스비였다.

초밥에서 착안한 것으로 생선 대신 햄을 넣어 만드는 주먹밥 형태의 음식이다.

하아이안 무스비의 어원은 예전, 하와이로 이주했던 일본인들이 조업이 금지되어 생선 대신 햄을 초밥 위에 올리면서 하와이 스타일의 주먹밥(むすび=무스비)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만드는 법도 간단했다.

햄이 담겨 있던 네모난 통조림통에 랩을 깔고 그 위에 밥, 햄, 치즈, 볶은 김치, 밥의 순서로 올린 뒤 꾹 눌러 모양을 잡은 뒤 꺼낸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을 김으로 둘러주면 완성.

원조 하와이안 무스비에는 볶은 김치가 들어가지 않지만 강지한은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볶은 김치도 넣었다.

사실 하와이안 무스비는 인터넷만 뒤져보아도 충분히 보고 따라만들 수 있을 만큼 쉬운 요리인지라 TV에서 방송으로 내보내기엔 조금 부족한 컨텐츠였다.

해서 강지한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하와이인 무스비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비법 달걀탕이었다.

만들기가 정말 간단하지만 그 비밀을 알기 전에는 결코 맛을 낼 수 없는 강지한만의 달걀탕 비법이 오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울러 하와이안 무스비를 찍어 먹을 때 시너지가 폭발하는 특제 와사비마요장까지 강지한은 선보였다.

강지한의 비법 대방출에 녹화 과정을 지켜보던 피디와 작가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 * *

이항기 회장은 정해일과 지한 식당을 찾았다.

오늘 아침, 정해일은 신푸드의 지한 반찬팩에 대해 인터넷을 조사하다가 그것을 개발한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에 강지한과 관련된 사항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춘천에 여러 개의 요식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지한 푸드 대표라는 게 아닌가.

그중 요즘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지한 식당이었다.

얼마 전, 명옥정을 밀어내고 춘천 제일가는 한식당으로 우뚝 선 곳이라는 누리꾼들의 글이 수두룩했다.

해서 두 사람은 지한 식당으로 걸음을 한 것.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주문을 하고 나니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푸짐한 상 두 개가 서빙되었다.

“어디.”

이항기 회장이 기대를 잔뜩 담아 김치찌개부터 한입 맛보았다.

그 순간,

퍼퍼펑! 펑!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져 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유레카!’

이항기 회장이 드디어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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