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
Restaurant 245. 편의점 반찬
지한 레스토랑에 등장하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그는 1년 전부터 꾸준히 주가를 올려 요새 가장 핫한 연예인 중 한 명인 윤선아였다.
지금도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였다.
한데 그런 사람이 지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유는 하나.
자신의 여동생을 위해서였다.
“윤선아 맞지?”
“헐, 저번에는 손현중이 오더니.”
“와……. 실물 대박이다.”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윤선아의 미모와 포스에 술렁댔다.
한편, 무심코 자리를 안내하기 위해 다가가려던 윤민아는 그대로 돌이 된 듯 굳어버렸다.
윤선아가 그런 동생을 알아보고서 콧소리를 내며 다가와 안았다.
“오랜만이야~ 내 동생!”
윤선아의 동생이라는 발언은 장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손님들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일제히 놀랐다.
“헐, 동생이었어?”
도근한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강지한 역시 똑같이 놀라서 말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얼마 전, 손현중이 윤민아를 보며 농담처럼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그 여직원 언니가 있지 않던가요?”
“내가 아는 여배우랑 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하하.”
“그 여배우가 성형하기 전의 얼굴이랑 비슷한 거라서 말씀 드릴 수가 없네요.”
당시의 말을 떠올리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두 사람의 얼굴이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는 건 윤선아가 성형하기 전의 얼굴이 현재의 윤민아와 닮았다는 얘기다.
‘민아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굳이 성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강지한이었다.
한편, 피할 새도 없이 윤선아의 품에 안긴 윤민아는 질색하며 언니를 밀어냈다.
“언니, 일하는 중인데 왜 이래? 아니, 그리고 여긴 어떻게…… 영상 봤구나.”
“그래. 봤다. 어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언니한테 말도 안 하고. 내가 바로 지인들한테 재스민 레스토랑 걸음 하지 말라고 연락 돌렸어.”
“그렇게까지?”
“더하려다가 말았어.”
윤선아의 성격이 얼마나 불같은지 잘 알고 있는 윤민아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더 큰 일을 벌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동생과 인사를 나눈 윤선아는 바로 주방으로 다가갔다.
“강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그녀가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지켜보고 있던 강지한은 반갑게 미소 지었다.
“그럼요. 요새 활약하시는 모습 잘 보고 있어요.”
“어머나~ 정말요? 이게 다 강 대표님 덕분이잖아요. 호호.”
윤선아는 강지한의 음식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였다.
예능프로 요색남녀에서는 강지한의 김밥을 자신이 만든 것처럼 내놓는 바람에, 그 음식을 먹어본 남자들이 전부 그녀를 원하게 되었다.
분식집 막내아들에서는 좌경우가 그랬던 것처럼 강지한의 음식맛을 떠올리며 발군의 먹방 연기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은 강지한이 직접 촬영장에 나타나 요리 대역을 해주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강지한은 윤선아에게 대단한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동생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당시 편을 들어주기까지 했다.
윤선아는 그런 강지한에게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강지한이 당황했다.
“선아 씨, 왜 갑자기……?”
윤선아의 이런 모습은 식사를 하는 다른 손님들 까지 놀라게 했다.
탑스타인 그녀가 레스토랑의 오너에게 저토록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네다니.
숙였던 허리를 편 윤선아가 감동 가득한 시선으로 강지한을 바라봤다.
“동영상 봤어요. 그런 상황에서 내 동생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 그건 민아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했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다들 손님들 비위 맞추기 급급한 경우가 많지, 이렇게 직원 편 들어주는 경우 별로 없어요. 세상이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작은 이벤트라도 하나 열어드리려고 찾아왔어요.”
“이벤트요?”
“네. 사실 지금도 촬영 중간에 잠시 빠져나온 거라 식사할 시간까지는 없고 다른 식으로 도움 드릴게요.”
그리 말한 윤선아가 빙글 뒤돌아서더니 소리쳤다.
“여러분~ 오늘 제가 여기 강 대표님과 제 동생 윤민아를 위해서 골든벨 울립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일 영업 끝날 때까지 지한 레스토랑 찾으시는 모든 분들의 요금을 제가 대신 내드릴 거예요! 마음껏 식사만 하시고 가세요! 내일 영업이 끝난 뒤에는 돈 가지고 오셔야 해요. 어서 지인분들에게 광고하시고 SNS 공유 부탁드릴게요!”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선아님 최고!”
“언니 걸크러쉬 오져요!”
윤선아의 돌발 선언에 손님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강지한과 도근한 역시 기뻤다.
윤선아가 저렇게 해줌으로써 지한 레스토랑의 인지도는 몇 배나 훌쩍 뛰어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
더군다나 재스민 레스토랑 자객 사건으로 연일 화제에 오르던 차인지라 더더욱 시너지가 클 터였다.
하지만 직원들까지 기분이 좋을 것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식당이 바빠진다고 그들이 받는 급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니까.
해서 강지한은 그들에게 보너스를 두둑이 주기로 마음먹었다.
“강 대표님. 내일까지 매출 전부 집계해서 민아한테 알려주세요. 쟤한테 제 카드 넘기고 갈 테니까 긁으시면 돼요.”
“괜찮으시겠어요? 액수가 제법 나올 텐데.”
“제 동생 자존심 지켜준 걸 돈으로 어떻게 환산하겠어요? 이것도 부족한걸요.”
“감사합니다, 선아 씨.”
“제가 드릴 말씀이죠. 호호. 그럼 저, 잠깐 외출한 거라 다시 가볼게요. 앞으로도 내 동생 잘 부탁 드려요.”
“네, 들어가세요.”
강지한과 작별 인사를 나눈 윤선아가 윤민아에게 카드를 쥐어주며 말했다.
“민아야~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 강 대표님 같은 분 없어! 알지?”
“말 안 해도 잘 알거든? 얼른 들어가. 그리고…… 오늘 고마웠어.”
“허이고. 드디어 고맙다는 말 한 번 들어보네. 갈게!”
“안녕히 가세요, 선아 씨!”
도근한은 홀이 떠나가라 크게 인사를 했다.
윤선아가 그런 도근한에게 손키스를 날리며 윙크를 찡긋 건넸다.
쿠웅!
그에 도근한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양 뺨이 붉게 물들어 풀린 시선으로 헤실헤실 웃는 도근한.
그를 보며 강지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한마디 했다.
“등신아.”
* * *
오늘 강지한의 퇴근은 일렀다.
이제부터 지한 레스토랑에서 손을 떼겠다 공언한 이후라 퇴근도 일찍 하게 된 것.
주차장에 있는 차에 올라탄 그가 버릇처럼 영업시간 동안 와 있을 메시지들부터 살폈다.
대부분 영양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향숙에게서 온 메시지는 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오빠! 소금이 임신했대!
부아앙!
메시지를 접한 강지한의 차가 빠르게 주차장을 나섰다.
* * *
한에어 항공의 대표 이항기는 고민이 많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항공사업을 대부분 나눠 먹고 있는 건 민국항공과 한에어다.
두 항공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늘 업계 1, 2위를 차지하며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한에어가 민국항공에 밀리기 시작했다.
브랜드 평가 밑 고객 선호도 평가, 매출 등 모든 면에서 민국항공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만 것.
한데 실상을 놓고 보면 한에어가 민국항공에 비해 크게 밀리는 부분은 없었다.
서비스 면에서도 그렇고 안전성이나 그외 다른 분야들 모두 비등비등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밀려 버리기 시작한 건 바로 기내식 때문이었다.
갈수록 사람들은 식도락에 눈을 뜨고 있었다.
그로 인해 각 항공사의 기내식을 비교하는 글들이 언젠가부터 제법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때문에 이왕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서비스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항공사라면 조금이라도 기내식이 맛있는 곳을 선호하게 된 것.
결국 한에어가 민국항공에 밀리게 된 이유는 기내식 말고는 없었다.
처음 이항기는 이런 분석을 들었을 때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차근차근 분석 자료들을 정독하고 나니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았다.
때문에 이항기는 기내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한계라는 게 있었다.
정해진 투자금액 안에서 맛과 질을 높이자니 그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물론 투자 금액을 파격적으로 높이면 기내식이 더욱 고급스러워지겠지만 그렇게 고객을 더 유치해 봤자 이득이 아닌 손해가 나고 만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자신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고심하던 이항기는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뜯을 판이었다.
2년 간 기내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지만 도통 이렇다 할 차도가 없었다.
국내에서 제법 이름이 있다 알려진 일류 셰프들에게도 여러번 도움을 청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들인 돈만 못했다.
머리가 아파진 이항기는 오늘 하루 업무를 덮어두고 강원도 춘천의 별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기내식 문제로 도통 휴가를 가지 않았던 터라 근 3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가 인터폰을 눌러 명했다.
“정 기사에게 별장 갈 준비하라 일러.”
* * *
오후 9시.
강지한이 뽀삐의 하루에 헐레벌떡 들어섰다.
그러자 손님들 사이에 둘러싸여 온갖 애정공세를 받고 있던 설탕이가 후다닥 달려와 강지한의 품에 안겼다.
“읏~ 차! 으으. 설탕아. 이제 너 무겁다.”
완벽하게 성견이 된 설탕이는 예전처럼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지한은 이런 설탕이의 애교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본인이 조금 더 힘들고 말지.
설탕이가 강지한의 얼굴을 마구 핥아대자 그 광경을 손님들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설탕이 아버지 오셨다!”
“강 셰프님! 저번 주에 레스토랑 갔었어요!”
“지한 식당 잘 애용하고 있습니다!”
“와~ 셰프님, 실물 미남이시다.”
강지한은 카페 손님들에게 짤막하게 답인사를 해줬다. 그러는 사이 예소린이 딸기주스를 가져와 건넸다.
“오느라 고생했어, 지한 씨.”
“저기…… 진짜야?”
강지한은 딸기주스를 입에 댈 생각도 못하고서 물었다.
그의 시선이 발치에 다가와서 꼬리를 흔드는 소금이에게 향해 있었다.
예소린은 강지한이 무엇을 물어보는 건지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3주 됐대. 아빠는 설탕이가 맞는 것 같고.”
“3주? 3주면은…….”
“그 무렵 우리집에서 내가 몇 번 재워주며 돌봐줬었잖아. 그때 그랬나 봐. 하여튼 설탕이 요 녀석도 결국은 남자라는 거지.”
강지한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서 품에 안긴 설탕이를 바라봤다.
설탕이는 그저 해맑은 얼굴로 꼬리만 흔들 뿐이었다.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설탕이는 바로 소금이의 코를 할짝할짝 핥아주었다.
소금이는 그게 기분 좋은지 사르르 눈을 감았다.
“호호. 진짜 잘 어울리지?”
“그렇긴 한데…… 놀랐어, 정말로. 3주면 이제 6주 정도 남은 건가?”
“응. 3월 초쯤 출산할 것 같아.”
강지한은 설탕이와 소금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앞으로 태어날 강아지들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설탕이도 설탕이지만 소금이 역시 빠지는 미모가 아니었다.
때문에 둘의 유전자를 타고 난 아이라면 분명 어마어마하게 예쁠 터.
생각지도 못했던 축복에 강지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아버지 되는 기분이 어때?”
“완전 좋아.”
“나도 그래.”
강지한과 예소린이 손을 꼭 마주잡았다.
* * *
이항기가 춘천 별장에 도착하고 나니 새벽 세시였다.
사실 늦은 저녁 무렵 춘천으로 떠나려던 그였는데, 갑자기 오늘 처리하지 않으면 차일피일 미뤄질 일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며 발목을 잡았다.
해서 급한 것들부터 전부 처리를 해놓고 움직이다 보니 이리도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별장에 도착해서 침대에 몸을 뉘이고 나니 문득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이를 자각하자 바로 허기가 밀려왔다.
이항기가 기사이자 개인 비서인 정해일에게 말했다.
“해일아, 끼니거리 좀 사와. 같이 먹자.”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지금 이 시간에 춘천에서 먹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맛있는 걸로다가 사와 봐.”
그것은 2년 전부터 이항기의 말버릇이 되어 버렸다.
기내식에 신경을 쓰다 보니 어느 지역에 가든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것만을 고집했다.
그렇게 먹다 보면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알겠습니다.”
정해일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서며 당장 춘천맛집카페에 접속했다.
그리고 ‘새벽,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게시글들을 검색했다.
그러자 여러 개의 글이 나왔는데, 그중 조회수와 댓글이 가장 높은 글을 찾아 클릭했다.
제목은 ‘춘천에서 새벽에 가장 끝내주는 맛집은 바로 여기죠’였다.
글에 담긴 내용은 간단했다.
‘편의점. 신푸드 신제품 지한 반찬 하나만 사서 집에 있는 밥이랑 먹으면 개꿀, 인정?’
그러면서 아홉 가지 반찬이 담긴 인스턴트 반찬 팩 하나를 들고 있는 인증샷까지 추가해 놓았다.
정해일은 순간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거기에 달린 40여 개의 댓글들을 보는 순간 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