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
Restaurant 244. 소금이
강지한이 멍하니 서서 메시지를 읽었다.
‘레벨 업 시스템이 레벨 업 된다고?’
설탕이 퀘스트의 보상이 그것이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레벨 업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와중 다른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설탕이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설탕이의 감추어진 특수 능력이 개화합니다.]
[특수 능력, ‘레벨 업 시스템 레벨 업’이 가동합니다. 이 특수 능력의 효과는 단 한 번만 발현됩니다.]
[레벨 업 시스템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각 매장 내 직원들의 관계도가 서로 연결된 끈의 색으로 나타납니다.]
[흰색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나타내고 검은색은 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붉은색일 경우 둘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뜻합니다. 파란색은 둘의 시너지가 좋다는 걸 뜻하며, 영롱한 무지개빛은 최상의 상성임을 알려줍니다.]
[직원들이 곁에 없어도 지한 푸드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과 능력치 레벨 업 아이템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투자했던 아이템을 언제든 회수 가능합니다. 직원이 지한 푸드의 일을 그만두면 투자한 아이템이 저절로 회수됩니다. 단, 지한님의 의사에 따라 회수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와아.”
레벨 업 시스템이 레벨 업 되면서 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직원들의 관계를 연결된 끈의 색으로 알 수 있다니.’
매장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알 수 있으나 직원 한 명 한 명의 속내는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나가다 보면 쌓였던 것이 한번에 터져 큰일로 번지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강지한이 얻게 된 능력은 그런 갈등 요소들을 사전에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매장들이 잘 운영되어 나갈지는 강지한의 숙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
직원들이 앞에 없어도 그들의 상태창을 볼 수 있게 됐다.
강지한은 이리나의 상태창을 보고자 했다.
그 순간 그녀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리나의 능력치>
직급: 지한 분식 주방 직원
등급: C
능력: 요리 LV 15, 설거지 LV 7, 서빙 LV 5, 청소 LV 5, 회계 LV 2
정직도: 99/100
신뢰도: 99/100
종합 평가: 각 능력의 잠재력이 뛰어나진 않으나 배움이 빠르다. 그나마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분야는 요리. 자신이 속한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일하며 고용주를 신뢰하는 마음이 크다.
“오, 진짜네.”
이리나는 그 동안 요리의 레벨이 10에서 15로 올랐고, 설거지라는 능력이 개화했다.
그러고 보면 이리나는 지한 식당에서 서빙일을 오래도록 했는데 레벨이 고작5였다.
그녀의 적성에 진짜 맞는 곳은 주방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던 것.
강지한은 그런 이리나에게 직원 설거지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사용해 봤다.
그러자 그녀의 설거지 레벨이 8로 올랐다.
언제든 직원들의 성장치를 확인할 수 있고, 아이템 사용이 가능하니 좋았다.
게다가 사용했던 아이템은 언제든 회수가 가능했다.
사용한 아이템을 어떻게 확인하나 싶었는데 이리나의 상태창에 답이 있었다.
<이리나의 능력치>
직급: 지한 분식 주방 직원
등급: C
능력: 요리 LV 15, 설거지 LV 8(+1), 서빙 LV 5, 청소 LV 5, 회계 LV 2
설거지 부분이 +1이라는 숫자가 표시 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1이 올랐다는 뜻이었다.
강지한은 그럼 한계돌파권을 사용한 경우는 어찌 표기가 되는지 알기 위해 오만석의 상태창을 열었다.
<오만석의 능력치>
직급: 지한 밥차 직원 후보
등급: D-
능력: 요리 LV 10(돌파권+2+3, MAX), 청소 LV 10, 회계 LV 2(MAX), 설거지 LV 12, 화술 LV 18(+4)
.
.
.
“이런식이구나.”
오만석에게 강지한은 한계 돌파권을 두 장 사용했다.
한계 돌파권은 운에 따라 1에서 3까지 한계가 돌파되며 레벨이 오른다.
오만석의 경우 2와 3이 올랐기에 저리 표기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레벨 업 시스템을 대충 숙지한 강지한은 다시 설탕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걸음을 바삐했다.
* * *
설탕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 강지한은 바로 특별식부터 만들어 주었다.
맛있게 간식을 먹는 설탕이를 보며 강지한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설탕아. 진짜 네가 복덩이다.”
강지한이 설탕이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설탕이 LV15(MAX)]
지능+20
교감도+50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굴러, 점프, 노래: 행복+10
특수 능력: 물어오기 LV5(MAX), 명성: 98(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는 강아지)
설탕이의 명성이 98까지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 지고 있는 강아지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번에 인튜브에 업로드한 유기견 CF가 대박을 친 것.
그로 인해 설탕이 퀘스트를 클리어했고 보답으로 특수 능력 레벨 업 시스템 레벨 업이 개화했다.
설탕이 덕분에 강지한의 인생이 더욱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
* * *
다음 날.
이향숙에게는 아침부터 설탕이의 촬영 요청을 바라는 전화와 메시지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강지한에게도 전화와 메시지가 몇 통 오긴 했으나 이향숙만큼은 아니었다.
대외적으로 설탕이 매니저라 알려진 그녀는 애견업과 관련된 일을 해나가는 회사들과 애견카페 등등에서 어마어마한 연락을 받았다.
애견카페에서 연락을 해오는 이유는 설탕이를 일일 게스트로 모시고자 하는 이유였다.
즉 축제의 초대가수 같은 역할을 설탕이가 하게 되는 것.
그러나 이향숙은 설탕이가 피곤할 것 같은 초대견 제안은 전부 거절했다.
그 외에 방송국의 설탕이 촬영 요청이나 CF, 드라마, 영화 출연 제의는 모두 설탕이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전에는 이향숙 본인의 욕심이 앞섰으나 지금은 설탕이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설탕이는 보통의 강아지들과는 떡잎부터가 다르다.
사람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때문에 이향숙은 무엇이든 강요하거나,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강지한은 이향숙에게 설탕이를 맡겨두었다.
이향숙은 그동안 자신에게 들어온 방송 촬영, CF, 영화, 드라마, 스폰서 제의 등등을 목록별로 크게 프린트한 다음 설탕이의 앞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각각의 것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자, 설탕아. 이번엔 뭐할래? 선택해 봐.”
설탕이는 해맑은 얼굴로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이향숙을 바라봤다.
“응? 왜 그래? 하기 싫어?
왕! 헥헥헥.
설탕이가 보통 한 번 짓는다는 건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그러자마자 이향숙은 앞에 늘어놓았던 종이들을 당장 이면지 함으로 집어 던졌다.
“그래! 우리 설탕이가 쉬고 싶으면 쉬어야지! 그럼 뭐할까? 언니 이제 사무실 나갈 건데 같이 갈까?”
왕왕!
“싫어?”
설탕이는 거절의 의사를 밝히고서 주방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조미료 통들이 담겨 있는 트레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에 이향숙이 트레이를 들고 와서는 물었다.
“이거? 왜? 이걸 원한다는 걸까, 우리 설탕이?”
이향숙이 설탕통을 들었다.
왕왕!
“아니야? 그럼 이거?”
이번엔 후추통.
왕왕!
“이것도 아니야? 그럼 이거?”
마지막으로 소금통이었다.
왕! 헥헥헥!
설탕이가 맞다고 대답하며 꼬리를 팽팽 돌렸다.
“소금? 갑자기 소금은 왜…… 아! 소금이 보러 가자고? 애견 카페 가고 싶어?”
그 말에 설탕이가 신이 나서 후다닥 달려가더니 현관문 앞에 섰다. 그러고는 네 발을 동동 구르며 이향숙과 현관문을 번갈아봤다.
이향숙은 그런 설탕이의 영특함에 혀를 내둘렀다.
“조미료로 네 의사를 전하는 설탕이 넌 도대체…….”
* * *
오늘 강지한은 주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관찰했다.
홀 서빙에 문제는 없는지, 주방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무리 없이 해결해 나가는지.
그러는 한편 강지한의 눈은 직원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살폈다.
‘이렇게 보이는구나.’
직원과 직원 사이에 거리가 1미터 이내로 줄어들 경우 그들의 정수리에서 뻗어 나온 실이 아치형으로 연결되며 색이 표현됐다.
다행스럽게도 지한 식당의 직원들은 전부 흰색 내지 파란색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흰색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파란색은 시너지가 좋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도근한과 신일중 사이에 이어진 끝은 무지개빛이었다.
무지개빛은 최상의 상성임을 알려주는 것.
그걸 확인하니 더더욱 강지한은 주방에 자신이 없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 *
지한 레스토랑의 브레이크 타임.
도근한, 신일중, 윤민아를 비롯해 지한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식사를 마친 이후 강지한은 전부를 모아놓고 중대 발표를 했다.
“여러분, 앞으로 저는 지한 레스토랑에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에 사람들이 놀라 수군거렸다.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되었던 도근한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저는 지한 푸드를 총괄하는 대표지, 지한 레스토랑의 사장이 아닙니다. 따라서 지한 레스토랑의 내부적인 일들을 총괄하고 지휘해 나가야 하는 사람은 도근한 사장님의 역할입니다. 그것은 지한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부터 여러분들에게 여러 번 말씀 드려왔던 것입니다.”
그러자 윤민아가 물었다.
“혹시 사장님, 지금까지처럼 또 다른 업종에도 도전을 하시려는 건가요?”
그것은 강지한의 행보를 조금만 뒤적여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강지한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아니야. 언젠가는 그리하겠지만…… 지금은 지한 푸드의 모든 식당들의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걸 하려는 거야.”
“그게 뭔데요?”
“비밀.”
윤민아와 다른 직원들은 비밀을 파헤치고 싶었으나 더 캐묻지 않았다.
강지한이 앞으로 무얼 하려는 지는 오로지 도근한과 신일중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지한 푸드의 홍보에 집중하기 위한 발표를 마친 뒤 약간 남은 휴식 시간 동안 강지한은 식당 밖으로 나갔다.
식당에서 멀리 떨어져 스마트폰을 꺼내 든 그는 강원TV 관계자와 박동일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두 매체와 함께 일을 할 의사가 있음을 전했다.
강원TV와 프로덕션 이리 측은 그야말로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기분이 잔뜩 신이 났다.
연신 전화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통화를 끝냈다.
오고 간 내용은 별 게 없었는데, 통화시간이 은근 길어지는 바람에 이제 곧 저녁 피크 타임이 시작될 터였다.
손님들은 그때부터 하나둘 문 앞으로 모여들었고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강지한도 얼른 주방으로 복귀했고 몇 분 뒤 레스토랑의 저녁 문이 열렸다.
하나둘 채워지는 손님들로 홀이 북적이던 와중, 예상 못 한 사람이 들어섰다.
그 사람의 어마어마한 포스는 식사를 하던 손님들은 물론 전 직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강지한 역시 리드미컬하게 주방으로 다가오는 손님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한데 그때였다.
강지한의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지이잉- 몸을 떨었다.
이향숙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
아직 확인 못한 메시지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오빠! 소금이 임신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