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44화 (244/330)

# 244

Restaurant 243. 레벨 업! 시스템 레벨 업!

강지한의 머릿속으로 중식에 관한 지식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강지한은 평소 여러 분야의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어 보았기에, 레벨 1의 중식 관련 지식은 대부분 그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 중간중간 여위용만의 경험에서 비롯되어진 유용한 중식의 팁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알짜배기였다.

그 팁만 잘 활용하면 현재 강지한이 만들어내는 중식들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강지한은 기분 좋은 시선을 차창 너머로 두었다.

거기엔 예배당 앞에서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로 마주한 두 남녀와 그들에게 해맑은 시선을 던지는 아이 한 명이 서 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건 정호 씨의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뜻이야.’

즉 서민정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풀려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지한은 그쯤에서 빠져주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정호가 알아서 해결해 나갈 부분이었다.

부우웅.

그는 차를 몰아 교회를 떠났다.

* * *

지한 식당은 이제 춘천 제일가는 한정식당이 되었다.

명옥정은 진상명으로 인해 그녀의 더러운 수작질이 세간에 드러나며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오픈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물로 뒷돈을 받으며 천명옥을 원조했던 변노민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고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천명옥 또한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조금이라도 두 사람과 연관되어 못된 수작질을 벌였던 이들 역시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괜히 강지한 하나를 잘못 건드렸다가 큰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이다.

한데 마지막에 강지한에게 협조했던 구자승만큼은 이 태풍을 피해갈 수 있었다.

아무튼 명옥정이 사라지고 나니 그 여파로 지한 식당을 비롯, 나름 이름 있는 춘천의 다른 한정식당들의 매상이 대부분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명옥정의 몰락이 많은 이들에게는 호재로 다가왔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곳도 생겼다.

바로 천명옥과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업체들이었다.

당장 ‘집밥 천선생’만 해도 급하게 조기종영을 해서 강원 TV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고, 프로덕션 이리에서 기획한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 역시 인터넷 생방송을 중단하는 바람에 후원 업체와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강원 TV는 비어버리는 시간을 급하게 때우기 위해서 올해 여름으로 편성해 두었던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해 내보냈다.

반면 프로덕션 이리는 인터넷 방송이라 강원 TV보다는 사정이 약간 나았다.

방송 시간을 조금은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

하지만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후원업체에서 받은 돈이 있으니 약속된 회차만큼 분량을 뽑아야만 했다.

그래서 강원 TV와 프로덕션 이리는 강지한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1월 21일 월요일.

지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마친 후 춘천으로 귀가하는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강지한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일하는 도중 전화와 메시지가 여러 통 와 있었다.

문자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데 그중 강원TV와 프로덕션 이리의 대표 박동일이 보내온 메시지도 보였다.

강지한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데 그 내용이 강원TV와 프로덕션 이리가 서로 짠 것처럼 비슷했다.

하나같이 천명옥의 부재로 인한 프로그램의 바통을 강지한이 이어 받아줬으면 하고 있었다.

“흠.”

강지한이 잠시 고민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려면 춘천에서 서울을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는 살인적 스케줄 내에서는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만약 촬영을 진행하려면 지한 레스토랑이 쉬는 일요일에 맞춰야 하는데 그건 힘들었다.

강지한에게도 개인적인 시간은 필요했다.

그는 요즘 일요일이 아니면 예소린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설탕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 또한 일요일이 가장 많았다.

때문에 개인의 휴식을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강지한은 춘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냉정하게 판단해 보았다.

‘지금 지한 레스토랑에 내가 필요한가?’

만약 도근한과 나머지 주방 직원들로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강지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레스토랑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신일중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초감각이라는 특수 능력이 있는 그는 이제는 강지한 담당인 애피타이저까지 척척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울러 도근한의 실력 또한 발전을 했다.

손님이 계속 늘어가는 추세에서 강지한이 빠지면 주방이 미친 듯이 바빠지긴 하겠으나 마비가 되거나 심한 딜레이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강지한도 필요 이상으로 어깨 위에 얹고 살던 책임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하자.”

강지한은 스스로 다짐하듯 말을 뱉었다.

그는 여러 개의 식당을 관리하는 지한 푸드의 대표다.

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당 자체를 홍보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해서 강지한은 강원TV와 인터넷 방송의 고정 출연을 시작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끼익.

낡은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는 강지한의 귀에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원지는 다름 아닌 별채였다.

늘 조정호 혼자서 조용히 지내던 별채였다.

그런데 지금은 여인과 아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고 있었다.

강지한은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본채로 조용히 들어서려 하는데 별채의 문이 벌컥 열렸다.

“대표님, 오셨어요?”

조정호였다.

“아, 네.”

“죄송해요. 조금 시끄러웠죠?”

“아니요. 듣기 좋던데요.”

강지한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때, 서지한과 서민정이 조정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강지한의 앞에 서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지한 대표님, 정말 감사드려요. 기차 안에서 우리 지한이한테 김밥 주셨던 것도, 정호가 사람 구실 할 수 있게 해주신 것도요.”

“감사합니다!”

모자의 감사 인사에 강지한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아닙니다. 기차에서의 일은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리고 정호 씨는 본인이 열심히 해서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거고요.”

“어쩜, 겸손하시기까지.”

강지한을 보는 서민정의 눈에 애정이 가득 담겼다.

그때 조정호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강 대표님. 제가 여러 가지로 대표님 덕 보고 살면서 이런 부탁 염치없지만, 우리 민정이도 지한 푸드에서 운영하는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면 안 될까요?”

“주방에서요?”

“네. 아, 물론 남는 자리가 있을 때 그렇게 해주십사 부탁드리는 겁니다. 지금 일을 안 하는 건 아닌데 대우가 너무 박해서요. 사실…… 민정이랑 제가 연인으로 발전한 데는 요리라는 매개체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말에 강지한이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두 분 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셨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각만 뛰어났던 거지, 요리 실력 자체는 우리 민정이가 더 나았었거든요.”

“그래요?”

강지한의 입장에서는 혹할 만한 이야기였다.

조정호를 처음 봤을 때 그의 요리 레벨은 11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19까지 레벨 업을 했다.

아무튼 11도 낮지 않은 수치인데 그런 조정호보다 요리를 잘했다고 하니 절로 욕심이 나는 강지한이었다.

“민정 씨, 우리 식당에서 일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시켜만 주신다면 무조건 열심히 할게요.”

서민정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녀가 식당에서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니 정보의 눈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강지한이 바로 서민정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서민정의 능력치>

직급: 지한 푸드 주방 근로 희망자

등급: B+

능력: 요리 LV 15, 설거지 LV 10, 서빙 LV 13, 청소 LV 20(MAX), 화술 LV 8, 회계 LV 13

정직도: 98/100

신뢰도: 91/100

종합 평가: 주방과 홀, 전방위 활약이 가능한 올라운더. 요리에 재능이 가장 많았으나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다른 능력치들 또한 고르게 레벨이 올랐다. 그러나 전반적인 능력의 잠재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

‘와.’

서민정의 상태창을 빠르게 훑어본 강지한이 속으로 탄성을 뱉었다.

홀과 주방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올라운더라니.

잠재력이 낮아도 저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이런 인재를 기용하지 않는다면 현명한 오너라고 할 수 없었다.

“마침 지한 식당 분점에서 주방 인원 채용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영 누나한테 말해 놓을 테니, 그곳에서 일하는 걸로 하죠.”

“그,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와아! 감사해요!”

조정호와 서민정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지한 푸드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게 되었다.

* * *

강지한은 그만 집에 돌아가겠다는 서민정과 서지호를 만류했다.

이왕 늦은 거, 조정호와 함께 별채에서 자고 가라 일렀다.

별채는 생각보다 내부가 넓어서 세 명이 지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결국 서민정 모자는 오늘 하루 별채에서 묵고 가기로 했다.

한 가정의 행복한 시간을 계속 이어지게 해준 듯한 기분에 뿌듯한 마음으로 본채에 들어서려던 강지한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설탕이.”

이향숙에게 맡겨두었던 설탕이를 데려오지 않은 것.

“아니, 이 녀석은 내가 여태 찾아가지 않고 있는데 전화도 없어?”

아무래도 강지한이 데리러 가지 않으면 모른 척하고 하룻밤을 같이 지내려 한 모양이었다.

강지한은 바로 이향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향숙아, 설탕이 잘 있지?”

-칫. 까먹은 줄 알았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금 데리러 갈게.”

-그냥 오늘 하루만 내가 데리고 자면 안 될까?

그리 말하는 이향숙의 음성이 너무 간절했다.

생각해 보면 강지한이 설탕이를 봐주지 못할 때마다 이향숙이 자기 일도 바쁜데 항상 매니저를 자청하곤 했다.

그러니 하룻밤 데리고 있겠다는 부탁을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강지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설탕이의 의견이었다.

“스피커폰으로 바꿔봐.”

-바꿨어.

“설탕아.”

-왕왕!

주인의 목소리를 들은 설탕이가 신이 나서 짖었다.

“오늘 향숙이 누나랑 같이 자고 싶어? 그러고 싶으면 한 번, 나랑 자고 싶으면 두 번.”

강지한의 물음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왕왕!

설탕이가 두 번 짖었고, 강지한의 입가에 아빠 미소가 가득 지어졌다.

-우왁! 설탕이 너무해!

“어쩔 수 없다 향숙아~ 데리러 간다.”

-하아아. 가슴은 아프지만 설탕아. 네 의견 존중해 줄게. 아 근데 오빠오빠. 그거 봤지?

“그게 뭔데?”

-설탕이 유기견 CF 찍은 거! 오늘 아침에 업로드 됐잖아. 몰랐어?

“아, 맞다. 아침에 메시지로 얘기는 전해 들었는데 아직 못봤네.”

-CF 일단 인터넷에 풀렸어. 인튜브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지금 조회수 대박이야.

“그래?”

-응. 하루만에 100만 뷰가 넘었어.

아무리 온라인 세상에 관심이 없는 강지한이라도 하루에 100만 뷰를 달성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정도는 알았다.

“진짜로?”

-응. 설탕이 연기가 레알 예술. 대사 없는 CF라서 해외 사람들도 엄청 보는 것 같아. 댓글 달린 거 보면 한국인이 반, 외국인이 반이야.

“어어, 알았어. 지금 확인하고 데리러 갈게.”

강지한이 전화를 끊고 인튜브 영상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설탕이의 명성이 98이 되었습니다. 설탕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 업 시스템이 레벨 업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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