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28화 (228/330)

# 228

Restaurant 227. 갓설탕이 강림하사

[Stage 4. 지한 레스토랑]

[목표: 국내 인지도 90 이상의 셀럽 세 명의 방문. 1/3]

[성공 보상: 잃어버린 강지한의 모든 기억]

[하루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하루의 영업을 마치자 늘 그렇듯 메시지가 나타났다.

‘일단 한 명.’

강지한이 스테이지의 목표를 살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국민배우 손현중이 방문하면서 조건을 충족하는 셀럽 한 명이 방문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오늘도 고생했다.”

도근한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너도.”

“또 춘천 가려면 힘들겠네. 토요일이라 다른 때보다 좀 막힐 텐데.”

“이 시간에는 그렇게 막히지도 않더라고.”

“아무튼 조심히 가라. 내일은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지한 레스토랑의 휴일은 매주 일요일이었다.

덕분에 강지한에게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

“그래, 들어갈게.”

도근한과 작별 인사를 나눈 강지한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부르릉!

차에 시동을 걸며 레벨 업 현황을 살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6 만족도+5 (숙련도 68/100)

혀   LV6 미각+5  (숙련도 70/100)

목소리 LV6     (숙련도 65/100)

손   LV6     (숙련도 73/100)

눈   LV5     (MAX)

.

.

.

누적 포인트: 77,714

단골 포인트: 112

누적 만족도 포인트는 그동안 7만 7천 점 이상 쌓였다.

앞으로 만족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은 주말을 제외하고 3일.

그 안에는 충분히 10만 포인트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럼 지한 레스토랑은 레벨 업 또한 무난하게 가능해진다.

아울러 숙련도도 많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참 느렸다.

‘레벨 6의 숙련도는 정말 더디게 오르는구나.’

현황창을 닫은 강지한이 차를 몰아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얼른 집에 가서 설탕이를 품에 안고 꿀잠에 빠지고 싶은 밤이었다.

* * *

2019년 1월 6일, 일요일.

오늘은 설탕이의 CF 촬영이 있는 날이다.

동이 트는 아침.

단잠에 곤히 빠져 있던 강지한은 코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냄새에 눈을 떴다.

“으음?”

킁킁.

이건…… 밥 짓는 냄새였다.

강지한의 기억 속에서는 세상 가장 포근하고 맛있는 냄새가 바로 이 냄새다.

‘엄마는 늘 부지런하셨었지. 아침을 거르는 법이 없었고.’

어린 강지한은 항상 엄마가 밥 짓는 냄새와 도마에서 식재료들을 써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곤 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하게 있으면 곧 찌개나 국이 보글거리며 끓는 소리와 무언가가 기름 위에서 지져지는 소리도 들려오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부엌에서는 탕탕탕, 경쾌한 칼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진한 청국장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정호 씨인가?’

조정호는 강지한이 내어준 별채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끔 강지한보다 일찍 일어나면 이렇게 아침을 차리고는 해왔다.

그래서 강지한은 조정호가 부엌에 있겠거니 생각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한 씨, 일어났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건 바로 예소린이었다.

왕!

그녀의 곁에 있던 설탕이가 반갑게 짖더니 후다닥 달려왔다.

그러고는 강지한의 앞에서 두 발로 폴짝 폴짝 뛰며 안아 달라 떼썼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며 부엌에 들어섰다.

“소린 씨, 어쩐 일이야?”

“오늘 설탕이 촬영가는 날이라서 보양식 해주러 왔지.”

“응? 그럼 지금 만들고 있는 게 설탕이 거야?”

“청국장 냄새 안 나? 강아지한테 청국장을 주겠어~ 설마? 우리 자기 먹을 것도 만들고 있지.”

“아, 그렇지. 우와~ 우리 설탕이 복 받았네. 이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도 있고~”

왕!

강지한이 설탕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물었다.

“근데…… 대문 잠겨 있었을 텐데 어떻게 들어왔어?”

“담 넘었어!”

예소린이 브이 자를 그리며 해맑게 웃었다.

강지한의 시선이 그녀의 짧은 치마로 향했다.

“그…… 치마를 입고 담을 넘었다고?”

“이 동네 조용해서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

강지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예소린은 가끔씩 평소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 대범한 행동을 저질러서 강지한을 당혹케 만들고는 했다.

아무튼 담만 넘어버리면 강지한의 집에 들어오는 건 쉬웠다.

그녀에겐 강지한이 건네준 집 열쇠 복사본이 있었으니까.

한데 이상한 점은 하나 있었다.

강지한의 집 담벼락은 꽤 높았다.

게다가 집 앞에는 발을 디딜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예소린은 그 담벼락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걸치고 있는 옷은 말끔했고 검은 스타킹은 올 하나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뛰어넘은 거야?’

강지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대표님, 들어가도 될까요?”

노크와 함께 조정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조정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 소린 씨가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정호 씨.”

“네. 음……. 저 그럼 다시 나가보겠습니다.”

“어머, 아녜요. 지금 정호 씨 식사도 같이 만들고 있어요. 이거 3인분이에요. 같이 먹어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딱딱하게 굳어버린 조정호에게 강지한이 미소로 답했다.

“소린 씨가 그러자고 하는데 뭐가 문제예요. 정호 씨, 조금 더 사람을 편하게 대해도 됩니다.”

“노력…… 중입니다.”

“네.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예전의 조정호였다면 예소린의 식사 권유에 절대로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예소린은 금세 음식을 완성해서 상 위에 내놓았다.

그리고 설탕이를 위한 특별식도 마련되었다.

설탕이는 자신의 그릇에 담긴 먹음직스런 삼계탕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예소린이 푹 고아서 뼈까지 모두 발라낸 데다 먹기 좋게 식혀주기까지 했다.

“잘 먹을게, 소린 씨.”

“잘 먹겠습니다.”

왕!

다들 예소린에게 감사를 표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의 음식 솜씨는 썩 괜찮은 편이어서 강지한도 조정호도 만족스러운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설탕이는 밥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꼬리를 팽팽 돌리며 정신없이 닭고기를 흡입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예소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러다 문득 결혼을 하게 되면 매일 이렇게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예소린이었다.

“지한 씨.”

“우물우물. 응?”

“우리 결혼할까?”

“풉!”

강지한이 씹고 있던 것을 그대로 뿜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정호의 얼굴에 하얀 밥풀이 더덕더덕 달라붙었다.

“저, 정호 씨! 괜찮아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지한이 헐레벌떡 휴지를 갖다 주고서는 넋 나간 얼굴로 예소린을 바라봤다.

“지금 결혼하자고 그랬어?”

“응. 당장 하자는 건 아니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거지.”

그에 가만히 얼굴을 닦던 조정호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말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 * *

강지한의 차에는 설탕이와, 매니저를 자청한 이향숙이 함께 타 있었다.

예소린은 오늘 뽀삐의 하루 2호점을 런칭하기 위해 건물을 알아보러 가야 해서 아침만 해주고 돌아갔다.

목적지는 경기도 평택의 한국유기동물보호센터.

춘천에서 평택까지는 두 시간 삼십 분 정도가 걸린다.

이번 공익 광고의 광고주이자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장 정금자는 설탕이와 보호센터를 함께 담고 싶다며 죄송하지만 보호센터로 와주십사 정중히 부탁을 했다.

그에 강지한은 흔쾌히 이를 허락했고, 그로 인해 평택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차에 타서 핸들을 잡은 그 순간 이후부터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는 시점까지 강지한은 단 한마디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향숙이 강지한을 불렀다.

“오빠.”

“…….”

“오빠!”

“응?”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그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안전 운전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얼굴이 무슨 일이 있었던 얼굴인데.”

“그런 거 아니야.”

이향숙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으나 더 물고 늘어지는 일은 없었다.

할짝.

설탕이가 시기적절하게 이향숙의 뺨을 핥아주었기 때문.

“꺄악~ 설탕아! 나 핥아준 거야? 그거 아니? 놀부가 흥부한테 쌀 좀 달라고 했더니 흥부 마누라가 놀부의 뺨을 밥풀이 가득 묻은 밥주걱으로 때렸대! 그랬더니 놀부가 반대쪽 뺨도 때려 달라 그랬대! 그래서 말인데 내 반대쪽 뺨도 핥아줄래?”

뒷좌석에서 신나게 떠드는 이향숙을 보며 강지한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흥부랑 놀부랑 바뀌었거든.”

“아, 몰라. 설탕이가 뺨만 핥아주면 노상관이야.”

하여튼 이향숙다웠다.

‘거의 다 왔네.’

강지한의 시선에 저 멀리 한국유기동물보호센터의 정문이 들어왔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강지한의 얼굴이 또다시 심각해졌다.

‘결혼이라…….’

* * *

“김 감독님!”

“강 대표님. 반갑습니다.”

한국유기동물보호센터의 사무실.

그 안에서 강지한은 반가운 사람과 재회했다.

바로 신 푸드와 도그 푸드의 CF를 찍으면서 연을 맺은 김다윗 감독이었다.

신나서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을 깡마른 체형에 포근한 미소를 달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녀가 바로 협회장 정금자였다.

“두 분 연이 있으셨군요.”

강지한은 김다윗과의 인연에 대해 간략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향숙과 설탕이 또한 소개시켜 주었다.

“어머나, 일이 되려니까 이렇게 풀리네요. 사실 이번 유기동물 CF촬영을 김 감독님께서 거의 무료 봉사에 가까운 금액으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최고의 모델과 최고의 감독님이 함께 해주시니 저로서는 그저 황송할 따름이네요. 제가 이렇게 복이 많네요. 호호호.”

정금자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인상도 그렇고 말투까지 선한 기운이 풀풀 풍기는 여인이었다.

“자! 그럼 시간이 금이니 바로 촬영 시작해 볼까요?”

“그러지요.”

* * *

“여기가 버림받은 아이들을 보호, 관리하고 있는 곳이에요.”

정금자가 유기동물보호소의 입구 앞에 서서 말했다.

“저나 봉사자들 여러분께서 최대한 신경 쓴다고 하지만 늘 더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그럼 들어가실까요?”

정금자가 문을 열고 앞장섰다.

그러자 정금자를 본 강아지들 대부분이 짖고 방방 뛰며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녀석들은 잔뜩 기가 죽은 얼굴로 가만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정금자의 뒤를 이어 김다윗 감독과 촬영 스텝이 간소한 장비만 들고 입장해 분주히 세팅을 시작했다.

“아이고 참.”

주인에게 버려져 애정을 갈구하는 강아지들을 보는 김다윗의 심정이 착잡했다.

이어서 강지한과 이향숙, 그리고 설탕이가 보호소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음?”

설탕이가 들어서는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짖어대던 강아지들이 일제히 입을 닫고 설탕이를 쳐다봤다.

경계하는 게 아니었다.

녀석들은 하나같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암컷, 수컷 모두 일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탕이도 꼬리를 흔들며 그런 강아지들을 한 마리 한 마리 바라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강아지들의 시선은 그런 설탕이에게 꽂혀 다른 곳으로 갈 줄을 몰랐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광경은 생전 처음 보는 정금자가 놀라서 설탕이를 쳐다봤다.

이건 마치 강아지들 앞에 견신(犬神)이라도 나타난 듯한 상황이었다.

설탕이가 강림하사 짖던 개들이 입을 닫았고, 걸음을 옮기자 앞을 막고 있던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섰으며, 지그시 주변을 둘러보자 마음에 상처 입어 구석에 쪼그리고 있던 녀석들이 꼬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설탕이의 기적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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