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21화 (221/330)

# 221

Restaurant 220. 지한 레스토랑 오픈!

지한 레스토랑은 새로운 스테이지로 인정되었다.

강지한이 새 스테이지의 목표를 확인했다.

국내 인지도 90 이상의 셀럽 세 명의 방문. 그에 대한 보상은 잃어버린 강지한의 모든 기억.

‘단편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지워진 기억을 모두 되찾을 수 있다는 건가.’

사실 강지한은 기억의 일부를 획득한 이후, 대체 자신이 왜 기억을 잃어버린 건지, 또 어떠한 기억이 더 감추어져 있는 건지 궁금했다.

이번 스테이지의 목표를 클리어하면 그 모든 것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을 터.

그건 그렇고.

‘국내 인지도 90 이상의 셀럽이라는 걸 대체 어찌 판단해?’

궁금해하는 강지한의 귀에 도근한의 음성이 들려왔다.

“뭘 그리 멍하게 서 있어? 일루 와.”

“어? 어.”

강지한은 허공에 뜬 메시지를 지워 버리고서 도근한을 바라봤다.

한데 그의 머리 위에 파란색 숫자가 떠 있었다.

‘17’.

저건 또 뭔가 싶었다.

숫자가 도근한의 머리 위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만족도 포인트는 아니었다.

단골 지수는 10이 최고치다.

‘혹시, 저게…….’

강지한이 속으로 숫자의 의미를 짐작하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테이지 4의 목표가 진행되는 동안 지한 푸드의 식당을 찾는 손님의 머리 위엔 그들의 국내 인지도가 파란색 숫자로 표시됩니다. 손님이 아닌 경우에는 확인 불가하며 국내 인지도 최고치는 100입니다.]

‘역시.’

설명이 끝나자마자 도근한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숫자가 사라졌다.

도근한은 레스토랑의 손님이 아니라 요리사였기에 원칙적으로는 국내인지도가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숫자가 잠깐 보였던 건 강지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튜토리얼이었다.

주방으로 들어선 강지한이 생각을 계속 이어나갔다.

‘도근한이 17이라.’

아마 배틀 셰프에서 준우승까지 올라간 여파로 인한 수치인 모양이었다.

국내 인지도의 최고치가 100이라고 했다.

즉 90 이상의 셀럽이라는 건 자신의 직업 앞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명인사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국민MC,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영화감독 등등으로 불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유명한 셀럽이 세 명 이상 방문해야 목표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난이도가 상당한 목표였다.

이름값이 대단한 셀럽들은 전국적으로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 아니면 걸음 자체를 하지 않는다.

지한 레스토랑은 이제 새로 오픈하는 식당이다.

이름 있는 셀럽들이 걸음할 정도로 유명세를 높이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물론 강지한이라는 이름값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라 일반적인 식당보다는 성장이 빠를 테지만…….

‘아직 춘천 식당에도 그런 엄청난 유명인사들이 한 번을 찾아오지 않았었는데.’

셀럽이라고 할 만한 이들이 방문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분식집 막내아들의 주연으로 빵 떠서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는 좌경우와 윤선아도 지한 분식을 찾았었고, 얼마 전에는 설탕이 영화 촬영 건으로 배우와 스텝들이 지한 식당에 걸음을 했었다.

그러나 강지한이 생각하기에 그들 모두 국내 인지도가 90 이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천만관객 정도 터뜨린 영화의 주연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신인이 아니어야 하고.’

생각에 빠진 채 집에서 가져온 조리사복을 걸친 강지한에게 도근한이 물었다.

“직접 보니까 느낌 어때? 확 오지?”

도근한의 표정을 보니 리모델링한 내부가 완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강지한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흐흐. 이틀간 빨리 주방이랑 친해져라.”

“알았다. 그나저나 물이 나와야 요리도 만들어보고 할 텐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복서들이 섀도우 복싱 하는 심정으로 노력해, 인마.”

도근한이 핀잔을 주며 강지한의 어깨를 탁 쳤다.

“아, 근데 너 진짜 괜찮겠어? 매일 출퇴근하는 거.”

“응.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면 길도 안 막히니까 상관없어.”

“말이 쉽지. 매일 그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게 상당히 피곤할 텐데. 그리고 잠이나 푹 자겠냐.”

“내가 알아서 해.”

강지한에게는 도근한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그의 이불은 레벨 업 된 상황이라 두 세시간만 자도 피로가 싹 풀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같이 한 시간 반 이상 되는 거리를 운전한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서 강지한은 서울에서 몇 달 지내는 것도 생각해 봤었다.

그러나 예소린과 설탕이가 눈에 밟혀 그럴 수가 없었다.

둘을 전부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면 모를까.

‘일단 지한 레스토랑부터 자리 잡아 놓고 보자.’

지한 레스토랑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뒤 그 파급력이 강해지면 서울을 중심으로 분점을 낼 생각이다.

이후부터는 한식, 양식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음식점들도 런칭하며 전국 무대를 노려보고자 하는 것이 강지한의 계획이었다.

그리되면 서울에 거주지와 지점 사무실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더 좋을 것 같았다.

“지한아, 잘 되겠지?”

새로 들여온 식기들을 주방에다 정리해 나가던 도근한이 툭 흘리듯 물었다.

강지한을 믿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전의 실패로 인한 불안함과 중압감을 떨쳐내기란 힘든 일이었다.

오픈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심하게 긴장되는 도근한이었다.

“……너 안색이 창백하다?”

아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도근한의 얼굴이 하얗게 떠 있었다.

“잠을 못자서 그래.”

“어지간히 긴장되나 보네. 천하의 도근한이 어디 갔냐.”

“시끄러워. 실전에 강한 거 모르냐.”

“똥 싸고 있네.”

“또, 똥 싸고 있네? 야. 너 갈수록 내뱉는 말들이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다? 안 그랬잖아? 왜 점점 입에 걸레를 무는 거야?”

도근한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지한은 큭큭 웃고 말았다.

사실 강지한 본인도 신기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 그러는데 유독 도근한 앞에서만 막말이 나오고 애처럼 유치하게 행동하게 됐다.

그만큼 도근한이 편해진 것이다.

“접시 들여온 거 어디에 둘 거야?”

강지한이 팔을 걷어붙이며 물었다.

“일단 여기 라인에다가 접시 싹 바꿔 채워 넣어줘.”

“식기 정리 끝나고 홀 청소도 한 번 해야겠더라.”

“도와줄 거지?”

“점심 저녁 다 사냐?”

“산다, 사. 설마 춘천에서 서울 넘어온 놈한테 사라 그러겠냐.”

“콜.”

두 사람은 부지런하게 내부 정리를 시작해 나갔다.

* * *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

내일 한 번 더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를 마치면 준비는 완벽할 것 같았다.

도근한이 사주는 저녁을 먹고 나서 슬슬 춘천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던 강지한이 한 가지 의견을 던졌다.

“근한아, 우리 레스토랑도 코스 요리 같은 거 넣을까? 어때?”

어제 예소린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뒤 든 생각이었다.

“레스토랑인데 당연히 넣는 거 아니었어? 메뉴에 코스 요리에 나갈 만한 라인업이 충분한데 왜 안 해? 난 네가 무슨 생각이 있어서 말을 아끼나 했다.”

“……그랬냐. 난 코스는 따로 생각하지 않았지. 어제 불현듯 생각나서 말 꺼낸 거다.”

“이 자식은 머리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가끔 사람 헷갈리게 한다니까.”

“아무튼 그럼 코스 요리 넣자는 건 합의를 본 것 같고. 일반적인 코스 요리로는 특별할 게 없잖아. 그래서 런치 메뉴로 한정해서 우리만의 색을 좀 넣고 싶은데.”

말하는 걸 보아하니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모양.

도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지한 식당의 미니 한정식 같은 코스 메뉴를 만들어 보는 게 어때.”

“미니 한정식… 그럼 미니 양정식 같은 걸 말하는 거야?”

“그렇지. 한 상에 코스 요리에 나오는 모든 재료들을 조금씩 담아서 내어주는 거.”

“으음…… 괜찮으려나.”

한정식은 어차피 모두가 밥 반찬으로 통용되기에 한 상에 나오는 것이 잘 어울렸다.

그런데 양식은 과연 어떨지 고민이 됐다.

고심하는 도근한의 귀로 강지한의 설명이 들려왔다.

“식전빵과 샐러드는 일단 따로 내어줘. 그리고 개인 한 상 차림으로 스프, 에피타이저, 파스타를 조금씩 담고 메인 요리를 큰 접시에 담아 내어주는 거지. 또 하나. 후식인 커피,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미리 원하는 분들에게는 한 상 차림에 같이 내어주는 거야.”

도근한이 얘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딱히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스프와 에피타이저, 파스타, 스테이크 등은 한 상 가득 시켜놓고 서로 나눠 먹기도 하는 음식들이었다.

반드시 스프 먼저 시작해서 에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우고 메인으로 간 뒤 후식을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강지한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어가면 음식이 하나하나 차례대로 나오는 것보다 회전률이 좋을 거야. 점심에는 사실 코스 요리 즐기면서 느긋하게 시간 낼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 대부분 직장에 나갈 테고 점심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쓸데없는 서비스 비용을 줄여서 가격도 낮추자. 보통 솜씨 좀 있다는 수도권 레스토랑에서 이런 메뉴들을 코스로 즐기면 못해도 5만 원 이상은 나오잖아.”

“그렇긴 한데, 라이트하게 운영하는 곳도 많아서 2만 원 중후반대도 상당해.”

“아, 그래? 내가 생각했던 것도 딱 그 정도였는데.”

“뭐? 너무 싼 거 아니냐. 내가 만든 음식들이 고작 그 정도 값어치밖에 안 된다는 건 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넌 그게 문제야. 이제 보니 스테이크 하우스를 왜 말아먹었는지 알겠다. 요리사가 장사하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게 자존심인데 그걸 못 버리고 있으니 되겠냐.”

“…….”

“간, 쓸개 다 빼놨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해야 돼. 네 자존심은 하자 없는 좋은 재료 선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할 때만 사용해.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가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영역은 딱 거기까지야. 손님 상대할 때는 그런 자존심 부리지 말라고.”

“아오……. 이 새끼, 네가 우리 아부지냐? 더럽게 잔소리하네.”

“알았어, 몰랐어?”

“알았다, 알았어. 자존심, 간, 쓸개, 다 내려놓을게. 됐냐. 아니 근데…… 마진도 생각해야지. 재료값이 인건비랑 이런저런 세금 등등.”

“이 건물 네 거잖아.”

“응.”

“일단 가계 세 안 나가는 것만 해도 다달이 엄청 절약되는 거야. 그리고 재료값은 전국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최고의 재료들만 구할 수 있는 루트를 내가 아니까 연결시켜 줄게.”

“올~ 역시 식당 몇 개 내 본 녀석이라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구나.”

“인건비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거고, 세금이라 봤자 전기세, 수도세, 그게 전부지.”

“그렇지.”

“2만 8천 원으로 하자. 세트 메뉴에서 어차피 재료값으로 가장 많이 잡히는 건 메인 요리뿐이잖아. 만약 코스 한상차림에서 메인메뉴로 스테이크를 선택한다 치면 부위에 따라 단품으로 나갈 때보다 70에서 50그람 정도 적게 해서 내면 되지.”

“양이 너무 적지 않을까.”

“최소 120그람은 나가게 할 거야. 그리고 파스타를 조금 더 많이 해서 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도근한이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해보니 어느 정도의 이익은 남을 것 같았다.

단, 많이 팔린다는 가정하에서.

“정리해 보면. 한 상 차림으로 코스 메뉴가 나가되 파스타와 메인 메뉴는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후식은 원할 경우 세트 메뉴가 나올 때 곁들여서 주고.”

“응. 스프와 에피타이저, 샐러드는 셰프 추천으로 가는 거지. 물론 이건 런치에만 해당되는 한정 메뉴고.”

“흠……. 오케이. 그렇게 해보자.”

“좋아.”

“저녁 디너 코스는 4만 원 중반대로 잡는다. 음식들 하나하나 퀄리티 더 높일게. 메인 디쉬 양도 조금 늘리고.”

“오케이.”

“그나저나 갑자기 코스메뉴가 생겨서 메뉴판 조만간 다시 만들어야겠네.”

“코스 요리 관련된 부분만 추가해서 끼워 넣으면 되지 뭘 다시 만들어.”

“아, 그러냐?”

“실용적으로 해. 실용적으로.”

그렇게 지한 레스토랑에 코스 메뉴까지 추가가 되면서 오픈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다.

* * *

이틀 후.

오후 11시.

지한 레스토랑의 주방과 홀에는 은은한 긴장이 감돌았다.

주방에는 강지한과 도근한을 메인 셰프로 해서 보조 직원 네 명까지 총 여섯이 함께했고, 홀에는 홀매니저 한 명과 직원 셋, 아르바이트 넷, 총 여덟 명이 배치되었다.

“그럼, 오픈하겠습니다.”

홀매니저의 말에 강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매니저니가 지한 레스토랑 문 옆의 알림판을 Close에서 Open으로 바꿨다.

그러자 허공에 강지한의 눈에만 보이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Stage 4. 지한 레스토랑]

[목표: 국내 인지도 90 이상의 셀럽 세 명의 방문.]

[성공 보상: 잃어버린 강지한의 모든 기억.]

[오픈했습니다.]

[상급자의 난이도가 적용됩니다.]

[만족도는 10일 동안만 습득 가능합니다.]

드디어 지한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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