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
Restaurant 209. 레벨 업 하는 직원들
두근두근.
독고진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오늘은 다 잘했어.’
그의 앞엔 강지한이 서 있었다.
강지한의 시선이 독고진이 아닌 그가 만들어 놓은 반찬들로 향했다.
독고진의 손에서 탄생한 반찬들의 완성도는 일괄적으로 레벨5였다.
그 밑으로 떨어지는 반찬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강지한이 고개를 들어 독고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합격.”
합격이라는 단어에 독고진의 얼굴이 확 펴졌다.
“정말요?”
“응, 예정대로 이틀 후에 오픈 가능하겠어. 혼자서 그 많은 반찬 다 만드는 건 무리일 테니 보조 둘 붙여줄게. 재료들 혼자 다듬으려면 하루를 꼬박 써도 모자랄 거야.”
강지한은 이미 독고진을 도와 반찬을 만들어 줄 사람 두 명도 면접을 봐서 채택해 놓은 상황이었다.
아울러 매장에서 반찬을 판매할 직원도 뽑아두었다.
강지한이 예상하기에 독고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반찬 가게를 신경 쓰기 힘들어 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밥차에 있었다.
‘밥차가 잘되면 반찬 가게에 붙어 있기 힘들어지지.’
강지한은 밥차의 성공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독고진에겐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더 좋겠지.’
강지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계십니까.”
누군가 독고진의 집을 찾아왔다.
“어라?”
목소리를 알아들은 독고진이 얼른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열린 문 너머에는 잔뜩 상기 된 얼굴의 오만석이 서 있었다.
“만석이 형님.”
“진아. 하하.”
오만석과 독고진은 강지한이 다리를 놓아 한 번 만난 이후로 자주 얼굴을 보아왔다.
앞으로 함께 일할 사이인 만큼 친목을 다지는 건 중요했기에.
의의로 둘은 죽이 잘 맞았고 짧은 시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형님,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아, 일단 들어오세요.”
오만석이 집 안으로 발을 들이자 안쪽에서 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석 씨 내가 불렀어.”
“대표님이요?”
“이틀 뒤엔 지한 반찬 오픈일인데, 내일 한잔할 수는 없잖아. 오늘 해야지. 안주는 네가 만든 반찬들이고.”
한마디로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끼리의 품평회 및 친목회였다.
그러고 보니 오만석의 양손에는 술병이 가득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어? 근데 만석 형님 술은 안 드시잖아요.”
“난 사이다 마실 거야. 이건 너랑 대표님 몫.”
“진짜 독하다. 어떻게 사람이 술을 끊지.”
그 말에 오만석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술로 인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그였다.
술? 지금 그가 가진 행복에 비하면 그거 끊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독고진이 주방에서 수저와 술잔, 컵을 가져왔다.
그리고 세 사람은 조금씩 만든 스무 가지의 반찬이 놓인 상 주변에 둘러앉았다.
“잘 먹을게, 진아.”
“맛있게 드세요, 형님.”
오만석은 독고진의 반찬을 먹어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가 기대하는 얼굴로 서너 가지의 반찬을 하나둘 음미했다.
반찬이 하나하나 입안으로 들어갈수록 그의 눈이 조금씩 커지더니 나중에는 화등잔만 해졌다.
“진아, 너 제법이다. 이렇게 실력있는 줄은 몰랐어.”
“먹을 만해요?”
“말이라고 해? 내가 혼자 살면 매일같이 돈 주고 사먹겠다.”
“흐핫!”
기분 좋아진 독고진이 코 밑을 슥 닦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을 때 강지한은 독고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독고진의 능력치>
직급: 지한 김치 매장 직원. 지한 반찬 및 지한 밥차 직원 후보
등급: C
능력: 요리 LV 9, 서빙 LV 3, 청소 LV 3, 회계 LV 7(MAX), 설거지 LV 7(MAX), 화술 LV 8(MAX)
특수 능력: 레시피 엄수
정직도: 97/100
신뢰도: 100/100
종합 평가: 요리에 뒤늦게 눈을 떴다. 엄마의 손맛을 물려받아 실력이 제법이다. 대부분의 능력들은 잠재력이 낮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큼 요리의 잠재력이 뛰어나다. 특히 누군가 정확한 레시피와 재료를 내어주면 충실히 요리하여 90퍼센트 이상 비슷한 맛을 재현할 수 있다. 다만 창작요리에는 재능이 없다.
독고진의 요리가 그 사이 1레벨 올랐다. 정직도 또한 92에서 97로 껑충 뛰었다.
이에 만족한 강지한이 오만석을 살폈다.
그 역시 강지한과 함께 일하기로 했으니 상태창을 볼 수 있는 조건은 만족한 상황이었다.
<오만석의 능력치>
직급: 지한 밥차 직원 후보
등급: D-
능력: 요리 LV 5(MAX), 청소 LV 10, 회계 LV 2(MAX), 설거지 LV 12, 화술 LV 12
특수 능력: 운전의 신(神)
정직도: 87/100
신뢰도: 92/100
종합 평가: 요리에는 애초에 재능이 없다. 최고 레벨이 5다. 그나마도 맥스를 찍은 건 몇 년 간 홀로 애들 밥을 해먹인 덕분. 다른 분야의 잠재력은 회계를 제외하면 보통이다. 다년간의 집안일로 인해 청소와 설거지의 레벨이 높다. 말재간은 타고났지만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말을 아낀다. 과거 레이싱 선수로 짧게 활동한 적이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둬야 했다. 특수 능력으로 인해 운전을 기막히게 잘한다.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며 기민한 대처 능력으로 사고의 확률이 남들보다 확연히 낮다.
‘레이서였다고?’
강지한이 오만석을 독고진의 밥차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몸을 잘 쓰고 운전을 제법 한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한데 과거에 레이서였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특수 능력이 운전의 신이었다.
비록 요리 관련 레벨은 형편없었지만 청소와 설거지 레벨이 높고, 운전을 잘하니 요리 외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법했다.
그리고 또 하나.
강지한이 두 사람의 능력치에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화술.
독고진의 화술은 레벨 8로 맥스, 오만석의 화술은 레벨 12였다.
강지한이 갈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장사꾼은 화술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거의 주방에만 있으니 요리를 할 땐 화술이 별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거나, 밑의 직원들을 살피며 끌어 나가는 데는 말이라는 게 참 중요했다.
독고진과 오만석은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판매해야 하고, 밥차를 몰고 다녀야 했다.
둘 다 손님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그만큼 화술이 좋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터.
‘진이는 맥스 찍었으니 만석 씨의 화술을 조금 더 올려놓을까?’
강지한은 레벨 업 현황을 열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
.
.
[소지 아이템]
직원 화술 능력치 1레벨 업권x4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x5
직원 서빙 능력치 1레벨 업권
직원 청소 능력치 1레벨 업권x2
직원 회계 능력치 1레벨 업권
직원 설거지 능력치 1레벨 업권x2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x4
누적 포인트: 17,523
단골 포인트: 76
화술 능력치 1레벨 업권이 네 장.
강지한은 화술 능력치 레벨 업권을 오만석에게 전부 투자했다.
[오만석의 화술 레벨이 16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독고진의 요리 실력이었다.
강지한은 그에게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을 다섯 장 모두 사용했다.
[독고진의 요리 레벨이 14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석 씨 요리 레벨도 좀 올려야겠다.’
오만석이 주력해야 하는 것이 요리 외적인 부분이라 하더라도 일이 바쁘다 보면 독고진도 손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한데 지금 오만석의 요리 레벨로는 조금도 도움이 될 수 없었다.
해서 강지한은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 두 장을 오만석에게 사용해 요리 레벨을 올렸다.
[한계 돌파권으로 오만석의 요리 레벨이 2레벨 돌파되었습니다.]
[한계 돌파권으로 오만석의 요리 레벨이 3레벨 돌파되었습니다.]
[오만석의 요리 레벨이 10(MAX)이 되었습니다.]
한계 돌파권은 성공도에 따라 1에서 3까지 레벨이 한계치를 뚫고 상승한다.
이 정도면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한데 그때 강지한이 상상도 못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요리 능력의 레벨 한계 돌파로 인해 오만석의 등급에 변화가 생깁니다.]
[오만석의 등급이 D-에서 C-로 레벨 업 됐습니다.]
‘이런 것도 가능해?’
요리 능력의 레벨 맥스 한도를 올렸더니 등급도 변했다.
종합 능력치가 상향함으로써 등급이 재조정된 것.
‘이거 괜찮네.’
이로써 반찬 가게와 밥차를 운영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강지한은 비로소 편한 마음으로 술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서울에 있는 지한 레스토랑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이 났다.
그와 함께 강지한의 퀘스트 진행도가 높아졌다.
[지한 레스토랑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습니다. 퀘스트 진행도가 갱신됩니다.]
[퀘스트-도근한이 요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퀘스트 진행도-80/100]
[퀘스트 60%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을 세 개 얻었습니다.]
[퀘스트 70%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능력치 올(All) 레벨 업권을 한 개 얻었습니다.]
[퀘스트 80%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능력치 올(All) 레벨 업권을 두 개 얻었습니다.]
[직원 능력치 올(All) 레벨 업권: 직원에게 사용 시, 그 직원의 모든 능력치를 1씩 레벨 업 할 수 있다. 단, 맥스를 찍은 능력치의 경우 레벨 변동이 없으니 주의를 요한다.]
지한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반가운 메시지가 주르륵 뜨자 강지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직원 능력치 올 레벨 업권이라는 끝내주는 아이템을 얻게 된 것이 기뻤다.
‘이제 진짜 거의 다 왔구나.’
강지한이 근 몇 달 동안의 일을 회고했다.
짧은 시간, 그는 지한 식당 분점을 내고 지한 만두를 런칭했다.
둘 다 현재는 매일 같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지한 반찬과 밥차 또한 오픈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내일이면 지한 반찬이 오픈할 것이고 다음 주 중으로 밥차 사업 또한 시동을 걸게 될 터였다.
아울러 다음 달엔 서울에서 지한 레스토랑까지 런칭한다.
강지한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를 믿고 따라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 모든 일들이 가능했다.
그리고 강지한이 마음 놓고 이런 여러 가지 사업들에 손을 댈 수 있도록 근간을 잡아주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고중만의 아내이자 지한 푸드의 총무실장 유진아였다.
* * *
지한 푸드 사무실.
거기엔 유진아를 포함, 세 명의 직원이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강지한은 지한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 동안 지한 푸드 사무실을 찾았다.
“강 대표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강지한이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지한 푸드에 걸음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개인적인 일정 자체가 워낙 바쁜 데다가 유진아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새 정신 없으시죠?”
유진아가 차 한 잔을 내오며 물었다.
“저보다는 형수님이 더 정신없죠. 저야 그냥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되는 건데, 형수님은 관련된 서류 작업을 처리해야 하니…… 저는 절대 못해요. 머리 아파서.”
“호호호, 내가 원래 해오던 일인데요, 뭐. 오히려 일자리 주셔서 감사하죠. 이제 내일이면 반찬 가게 오픈이네요?”
“네. 잘돼야 할 텐데요.”
“에이. 확신 있으셔서 진행해 놓고 엄살 부리시는 거죠?”
“티 났어요?”
“엄청 났어요. 강 대표님은 워낙 진솔하셔서 티가 안 날 수가 없어요. 아,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사무실에서 홍보팀도 꾸려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곧 지한 레스토랑도 오픈하잖아요. 서울에서 처음으로 런칭하는 매장인 만큼 신경을 더 써서 점점 그쪽 지역에 분점이나 새로운 매장들을 늘려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뻗어나가야죠.”
유진아는 이미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강지한의 생각도 그녀와 같았다.
“알겠어요. 그 일은 전적으로 형수님…… 아니, 유 총무실장님께 맡길게요.”
“네.”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유진아.
그런 그녀의 상태창을 강지한은 확인했다.
<유진아의 능력치>
직급: 지한 푸드 사무실 직원
등급: B-
능력: 요리 LV 5(MAX), 설거지 LV 6(MAX) 청소 LV 8(MAX), 회계 LV 19, 화술 LV 18
정직도: 98/100
신뢰도: 99/100
종합 평가: 회계와 화술에 모든 능력치가 올인된 타입. 그 외의 능력치는 잠재력이 낮고 성장도 더디다. 본인의 특성에 맞는 위치에서 일을 할 경우 즐거움을 느껴 일의 능률이 오른다.
‘회계 레벨 장난 아니네.’
역시나 회계사 출신다웠다.
강지한은 회계 능력치 1레벨 업권 한 개를 그녀에게 사용했다.
[유진아의 회계 레벨이 20이 되었습니다.]
강지한이 만족스럽게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유진아가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응?”
“왜 그러세요?”
“아뇨. 괜히 머리가 시원하고 맑아지는 것 같아서요. 대표님 좋은 기운 받아서 그런가 봐요. 호호.”
“아…… 그런가요? 하하.”
강지한이 괜히 뜨끔해서 어색하게 웃었다.
유진아는 생각보다 감각이 더 예민한 사람이었다.
* * *
11월 28일.
어느 상가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들은 상가의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상가의 간판에는 이런 상호가 적혀 있었다.
‘지한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