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04화 (204/330)

# 204

Restaurant 203. 현명한 오너

강지한이 밥차를 끌고 촬영장에 다녀가고 난 후.

그 맛에 대한 소문이 2주도 안 되어서 영화판 전체에 쫙 퍼졌다.

‘설탕이 온다’ 촬영 스텝과 배우들이 지인들과 연락을 하는 족족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기 때문.

그로 인해 요새 영화판에서는 대체 강지한의 밥차가 얼마나 맛있는가에 대한 화두 하나가 추가되었다.

11월의 중순.

슬슬 도근한이 말했던 한 달의 기간도 다 채워지려 할 무렵이었다.

그는 오늘도 지한 식당에 나와 주방 일을 돕고 있었다.

강지한은 그런 도근한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뭔가 해결책이라도 얻었으려나.’

춘천 보살 하경춘은 도근한에게 말하길 강지한이 그의 귀인이라고 했다.

강지한의 곁에서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르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도 첨언했었다.

그래서 도근한은 강지한의 곁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달 간 그가 한 일이라고는 주방 일을 도운 것이 전부였다.

물론 강지한이 아이템을 사용해서 그의 요리 레벨을 2나 올려주긴 했다.

한데 그것만으로는 현재 도근한이 겪고 있는 영업난의 결정적 해결책이 될 수가 없었다.

‘경춘 보살님은 왜 내가 근한이의 귀인이라고 한 걸까.’

이제 며칠 후면 도근한은 식당을 떠난다.

그럼에도 강지한은 도근한이 위기를 극복할 만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모르겠다.’

답이 안 나오면 생각을 접어버리는 성격 상 강지한은 일단 지금은 주방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점심 피크 시간이 지나고 브레이크 타임.

다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덕진의 머리 위로 초록색 느낌표가 나타났다.

퀘스트였다.

‘오! 오래간만이네.’

시스템 구조가 변화한 첫째 날은 퀘스트가 소나기 내리듯 하더니 이후로는 한동안 잠잠했었다.

그러다 오늘 간만에 퀘스트를 접하게 된 것.

강지한이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했다.

[퀘스트-전덕진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그녀의 고민을 알아내세요.]

[클리어 보상: 직원 능력치 1레벨 업권 1개(랜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덕진 아주머니한테 고민이 있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전덕진은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걱정을 끼칠 만한 언행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유머러스했고 씩씩했다.

근심 어린 표정조차 지은 일이 없었다.

일단 강지한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뒤, 주방에 들어가 홀로 차 한 잔을 마시는 전덕진에게 강지한이 다가가 물었다.

“덕진 아주머니. 요새 무슨 걱정거리 있어요?”

“응? 갑자기?”

“아니……. 어쩐지 그래 보여서요. 마음 불편하거나 안 좋은 곳 있으시면 말씀해 보세요.”

그 말에 전덕진이 눈을 꿈뻑꿈뻑하다가 말했다.

“강 사장님 귀신이우. 나는 티 하나도 안 낸다고 엄청 노력했는데, 티가 났어요?”

전혀. 티끌만큼도 티가 나지 않았지만 강지한은 능청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이고, 속일수가 없네. 사실 요새 일이 좀 버거워요.”

[퀘스트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얻었습니다.]

강지한은 클리어 보상이 주어졌다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전덕진의 얘기에 적잖이 놀랐기 때문이다.

“그러셨어요?”

“그래요. 특히 무릎이 시원찮아서 영 힘이 드네.”

지한 식당의 주방은 피크 타임 때는 계속 움직여야 했다.

반찬을 세팅하고, 부족하면 만들고, 틈나는 대로 설거지를 하고, 이제는 반찬까지 포장해서 팔아야 하니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그런데 전덕진은 얼마 전부터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티도 안 내고 참아왔던 것.

강지한은 그런 전덕진의 상태를 몰라줬던 것이 내심 미안했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많이 안 좋으세요?”

“사실 내가 무릎에 고질병이 있다우. 툭하면 물이 차. 뭐 다행스럽게도 여기서 일한 다음에는 물까지는 차지 않더라만. 아무튼 통증이 은은하게 지속되니까 여간 신경이 쓰여야 말이우. 그런 거 알죠?”

“네, 알죠.”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 있으면 미치도록 아픈 건 아니지만 그 따끔거리는 고통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전덕진도 그런 상황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지한 식당 오고 나서는 통증이 좀 덜해지긴 했어요. 그래도 이게 참…… 그렇네요.”

전덕진이 그나마 지한 식당에 와서 괜찮아진 건 강지한의 음식을 먹은 덕분이다.

강지한에게는 건강 요리사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건강 요리사는 만병통치의 효과를 발휘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 며칠 쉬면서 요양 좀 하시겠어요?”

“내가 그런 말 나올까 봐 여지껏 말 안 한 거였다우. 그래 놓고서는 먼저 알아주니까 옳다쿠나 싶어서 말하는 것 보니 나도 참 속물은 속물인가 보네요. 호호.”

“속물은요.”

“에휴. 식당일이 가만히 서서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이런 고민도 안 했을 텐데.”

그때 전덕진의 머리 위에 초록 느낌표가 또 나타났다.

[퀘스트-전덕진은 무릎 통증으로 주방 일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쉬는 건 원치 않는 상황입니다.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세요.(제한 시간: 하루)]

[클리어 보상: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 1장.]

[실패시 패널티: 무작위 직원의 무작위 능력치 하나가 레벨 다운.]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실패시 패널티가 붙은 퀘스트였다.

게다가 하루라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었다.

아무런 수도 내지 않고 퀘스트를 수락했다가는 낭패를 볼 상황.

그런데 클리어 보상이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계 돌파권?’

그가 아이템을 자세히 알고 싶어 하자 설명이 나타났다.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 MAX를 찍은 직원 능력치 중 원하는 것 하나의 레벨을 높여줍니다. 성공도에 따라 1에서 3까지 레벨이 높아집니다. 단 아직 MAX를 찍지 못해 한계치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능력치에는 사용 불가합니다.]

‘아, 그런 거구나.’

한계치를 돌파해서 레벨을 높여주는 아이템이라니.

정말 욕심이 났다.

강지한은 이 퀘스트를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가만히 생각했다.

그런데 전덕진의 머리 위에 있는 느낌표가 깜빡깜빡하며 사라질 징조를 보였다.

‘어라?’

[퀘스트는 발견 직후 30초 내로 수락하지 않을 경우 사라지게 됩니다.]

이건 몰랐던 사실이었다.

강지한의 뇌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떠한 결론이 도출되자마자 퀘스트를 수락했다.

“아주머니,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지한 만두에서.”

지한 만두는 지한 식당처럼 이것저것 정신없이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만두 하나만 만들면 되는 일.

게다가 대부분이 테이크아웃을 해 가는지라 설거지 거리도 많지 않았다.

최대한 무릎을 적게 써야 하는 전덕진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다.

하지만 전덕진은 그 제안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럼 여긴 어쩌고요?”

자신이 빠져 버리면 지한 식당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걱정됐다.

강지한은 그에 대한 해답도 이미 마련해 둔 상태였다.

“지한 만두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넘어오면 되겠죠?”

“엥? 설마 거기서 주방장 하고 있는 정호 씨를 다시 데려오겠다는 얘기는 아닐 테고. 그럼…… 정혜 씨를?”

“네.”

“정혜 씨가 오려고 할까?”

전덕진은 서정혜와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한 푸드 단톡방에서만 대화를 나눠봤을 뿐이었다.

그래서 과연 그녀가 자신의 편의를 봐줄까 싶었다.

그러나 강지한은 서정혜를 잘 알았다.

그녀는 보기보다 요리에 욕심이 많은 여인이었다.

특히 한식 분야에서만큼은 더더욱.

“걱정하지 마세요.”

* * *

하루 일이 끝난 밤.

강지한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서정혜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전덕진의 사정에 대해 얘기해 준 뒤, 서로의 일자리를 바꿀 생각이 없느냐 물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서정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서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제가…… 지한 식당 주방에요?”

“네.”

“그래도…… 될까요?”

거절하기 보다는 조심스레 자신의 가능성을 물어보는 서정혜였다.

강지한의 예상이 맞았다.

그가 서정혜의 상태창을 살폈다.

<서정혜의 능력치>

직급: 지한 만두 주방 직원

등급: C-

능력: 요리 LV 9, 서빙 LV 7, 청소 LV 10(MAX), 설거지 LV 10(MAX)

특수 능력: 한식 특화 LV 3

정직도: 99/100

신뢰도: 100/100

종합 평가: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개화 되는 능력들의 잠재력이 크게 높지 않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잠재력이 제법인 데다 성장이 대단히 빠르다. 특히 한식에 관련된 부분들이 특화되어 있다.

지한 만두에서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요리 레벨이 2나 올랐고, 한식 특화는 1이 올랐다.

정직도와 신뢰도도 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이 정도면 지한 식당에서 전덕진 대신 일할 자격은 충분했다.

아니, 한식 특화로 인해 전덕진이 있을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주방이 돌아갈 게 분명했다.

“제가 보기엔 정혜 씨가 있어야 할 자리는 지한 식당 주방이 맞는 것 같아요. 요리 좋아하시잖아요.”

“네. 특히 한식을 만들 때면 정말 행복해요. 지금 만두를 빚는 것도 많이 즐겁지만 지한 식당으로 가게 되면 더 즐거울 것 같아요.”

서정혜가 욕심을 보였다.

“그럼 덕진 아주머니께 내일부터 지한 만두로 출근하라고 할게요.”

전덕진도 지한 식당에서 만두를 많이 빚어왔다. 게다가 오래도록 식당 보조 일을 해온 터라 노련했으며 눈치도 빠삭했다.

서정혜가 따로 인수인계 같은 걸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니 강지한은 당장 내일부터 서로의 일자리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서정혜가 설렘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든 아이들에게 무릎 한쪽씩을 내어주고서 상황을 지켜보던 오만석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진짜 은인이시다, 은인.’

만두 가게 일을 시작하면서 서정혜는 날이 갈수록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만두를 빚는 일이 그렇게 신이 난다고 했다.

맘 편하게 돈을 벌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서정혜.

그녀는 집에서도 게으르지 않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그날그날 가족들이 먹을 반찬이며 밥, 국 등을 만들어 놓고 일을 나가곤 했다.

그것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행동이긴 했지만, 요리의 즐거움 또한 크게 한몫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지한 식당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해 줬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내가 꼭 은혜 갚겠습니다, 강 사장님.’

오만식이 속으로 다짐했다.

그 사이 강지한은 전덕진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전덕진은 크게 만족했고, 비로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능력치 한계 돌파권 1장을 얻었습니다.]

[얻은 아이템은 레벨 업 현황에 기록 됩니다.]

‘됐다.’

강지한이 능력치 한계 돌파권을 손에 넣었다.

‘이건 아껴두자.’

아꼈다가 요리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르게 되는 직원에게 사용할 셈이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가 윈윈 하는 쪽으로 일을 잘 정리한 강지한은 만족하며 서정혜의 집을 나섰다.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 하나가 외롭게 빛을 밝히고 있는 오래된 골목을 따라가면 얼마 안 가 강지한의 집이 나온다.

그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였다.

허공에 초록색 느낌표가 나타났다.

“응? 퀘스트?”

여태껏 퀘스트 느낌표는 사람의 머리 위에만 나타났었다.

이렇게 허공에 나타나는 건 처음이었다.

느낌표는 강지한이 앞으로 걸어가면 똑같이 두둥실 떠서 따라왔다.

고개를 돌리면 돌리는 곳으로 따라 움직였다.

확인하기 전까지는 계속 앞에 있을 것 같았다.

“확인해서 30초 내에 수락하거나, 그냥 사라지게 두거나 선택하란 말이군.”

강지한이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기존의 매장과 다른 메뉴를 파는 새로운 매장을 런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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