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83화 (183/330)

# 183

Restaurant 182. 조언의 귀

9월 20일 목요일 아침.

[해금 미션: 지한 식당 직원들의 정직도와 신뢰도가 일주일 간 80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세요. 한 명이라도 수치가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해금 미션의 남은 기간이 리셋됩니다.]

[해금 미션 완료까지 남은 기간: 0일]

드디어 수도의 해금 미션을 클리어했다.

[미션 클리어. 수도의 레벨 업 조건이 해금됩니다.]

[수도의 레벨 업 조건: 20,000만족도 포인트.]

강지한은 2만 만족도 포인트를 투자했다.

[수도를 레벨 업 했습니다.]

[수도의 레벨이 최대치입니다.]

[수도이 강화되어 기능이 향상됩니다.]

[한겨울에도 수도관이 얼지 않습니다. 수도관 내부에 녹이 슬지 않습니다.]

‘대박이네.’

수도관이 얼지 않고, 내부에 녹이 슬지 않는 것은 요식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좋은 혜택이었다.

‘이제 뭐가 업그레이드되려나?’

강지한은 홀과 주방을 둘러봤다.

그러자 가스배관이 파랗게 물든 것이 보였다.

‘이번엔 가스구나.’

[가스 배관의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가스 배관의 레벨 업 조건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이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소기의 미션을 완수해야 합니다.]

[해금 미션: 식당의 한 달 매출을 10%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 찾기-찾지 못함.]

‘엥?’

해금 미션을 확인하고 난 강지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식당의 한 달 매출을 10%나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니.

안 그래도 지금 포화 상태인지라 여기서 더 수입을 상승시킬 만한 방법은 없었다.

홀을 확장해서 손님을 더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달이나 포장을 해서 파는 것 또한 무리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만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만약 배달이나 포장을 해버린다면 홀의 손님을 상대하는 데 소홀함이 생기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렵네.’

강지한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강지영과 한지민이 함께 식당으로 들어섰다.

“지한이~ 안녕.”

“선생님, 안녕하세요!”

“응~ 좋은 아침.”

강지한의 인사에 강지영이 들고 있던 우산을 접으며 툴툴댔다.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좋은 아침은 물 건너갔다. 차는 또 왜 그렇게 막혀? 하마터면 늦을 뻔.”

“그래도 지영 언니가 태우러 와주셔서 편하게 왔어요.”

“아무리 늦어도 이렇게 비가 오는데 너는 태워 가야지.”

부쩍 친해진 두 사람이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방에 들어섰다.

직원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은 오너의 입장에서 참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주방에 선 여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착용할 때, 탕비실 문이 스르르 열리며 조정호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꺅!”

“으악! 인기척 좀 내요!”

한지민이 놀라 소리쳤고 강지영이 저도 모르게 톡 쏘아붙였다.

“……죄송합니다.”

조정호가 유령처럼 움직여 두 사람 곁을 지나쳐 냉장고 앞으로 갔다. 안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 정리하는 조정호를 보며 강지영이 혼잣말을 흘렸다.

“저 음울한 아우라가 언제쯤 걷힐까?”

“큭큭.”

한지민이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 * *

비오는 날은 평소보다 손님이 준다.

덕분에 오늘은 주방이 조금 여유로웠다.

그래도 맘 놓고 쉴 틈은 없었다.

손님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식당 기준으로 보면 호황인 상황이었으니.

강지한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내내 월 매출을 어떻게 해야 10%나 올리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했다.

혼자 생각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아 브레이크 타임에 식사를 하며 직원들과 함께 회의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아이디어는 얻을 수 없었다.

결국 그날은 별 수확 없이 장사를 마무리했다.

* * *

설탕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이 샤워를 하고 부엌에 섰다.

브레이크 타임 때 매출 상향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뒤늦게 허기가 몰려왔다.

뭘 만들어 먹어야 하나 냉장고를 뒤적이던 강지한이 시판용 냉면사리와 육수를 꺼내 들었다.

원래 냉면을 많이 좋아하는 강지한이었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냉면을 사먹으러 갈 시간이 통 나질 않았다.

수요일에 쉬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꼭 냉면이 아닌 다른 음식을 사먹거나 집에서 해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판용 냉면이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놓았던 것.

여름이 가기 전에 시원한 물냉면을 먹고 싶었다.

게다가 집에는 잘 익은 열무김치도 있었다.

일전에 설탕이 CF를 찍을 때 전 스텝들에게 열무국수를 만들어 주면서 집에 있던 열무김치를 전부 사용해 버려, 새로 조금 담가 놓은 터였다.

“열무냉면 해먹어야겠다.”

냉면의 시원함을 배가시키는 데는 열무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강지한이 냉동실에서 꽝꽝 얼어 있던 냉면 육수 팩을 꺼내 칼로 이등분 내서 큰 대접에 담았다.

그것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40초를 돌리면서 냄비에 물을 받아 끓였다.

땡-!

1분 40초가 지나 전자레인지에서 대접을 꺼내니 얼었던 육수가 적당히 녹아 있었다.

위에는 살얼음이 가득했고, 속에는 큰 덩어리의 얼음도 조금 있었다.

강지한은 그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면을 삶았다.

적당히 삶아진 면을 찬물에 빨래하듯 헹궜다.

그리고 얼음물에 담아 한 번 더 헹구니 면이 더욱 탄력 있고 쫄깃해졌다.

그때쯤, 육수는 살얼음만 둥둥 떠서 딱 먹기 좋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강지한이 차가운 냉면 그릇에 면을 담고 육수를 부은 뒤, 오이를 조금 썰어 고명으로 얹었다.

그리고 이럴 때 먹을 요량으로 사흘 전 마트에서 사온 반숙계란과 절임무까지 얹었다.

거기에 열무김치까지 조금 넣어서, 국물을 몇 숟갈 육수에 섞으니 그럴 듯한 열무냉면의 비주얼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었다.

강지한은 참깨를 한 줌 꺼내 종지그릇에 담아 칼 손잡이 끝부분으로 꾹꾹 눌러 빻았다.

그렇게 만든 참깨가루를 냉면 육수에 가득 뿌렸다.

바로 이 참깨가루가 강지한이 만든 육수의 포인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시판용 냉면에 참깨가루를 수북이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냉면 전문점에 가서 먹는 듯한 맛을 낼 수가 있었다.

그저 달고 시큼해서 화학조미료의 맛만 가득한 싸구려 육수가 고급스러운 맛과 풍미를 풍기게 되는 마법이 참깨가루로 인해 일어난다.

포인트는 통깨를 넣지 말고 반드시 가루를 내어서 두 스푼 정도의 양을 넣어야 한다는 것.

이 비법은 한돈선의 지식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었다.

강지한의 엄마가 해오던 방법이었다.

완성된 열무냉면을 상으로 가져온 강지한이 텔레비전을 틀고 크게 한입 맛봤다.

“호록!”

쫄깃 탱글 시원한 면빨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그 식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반적인 냉면 사리는 끓는 물에 삶을 때 30초에서 50초 안에 꺼내 찬물에 빨리 씻어야 한다. 다른 면 보다 상당히 빨리 익기 때문이다. 거기서 조금 더 오버되면 면이 흐물흐물해져 탄력을 잃어 씹는 맛이 없다.

강지한은 입에 면을 한가득 문 채 육수도 후루룩 들이켰다.

“꿀꺽! 꿀꺽! 크으.”

시원하면서 새콤달콤한 데다 참깨의 고소한 풍미를 가득 품은 육수가 입안으로 들어오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번엔 열무김치를 집어 먹었다.

아삭거리며 씹히는 열무김치는 시원함을 한결 높여 주었다.

여름에 이보다도 좋은 음식이 또 있을까?

강지한은 열무냉면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아, 맛있었다.”

육수 한 방울 까지 전부 마시고 그릇을 상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근데 어째 뺨이 따끔거려 옆을 돌아봤다.

그러자 설탕이가 앉아서 애처로운 눈빛을 강지한에게 보내고 있었다.

“아차차!”

강지한이 벌떡 일어나 도그 푸드에서 보내준 중형견용 최상급 사료를 뜯어 설탕이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거기에 함께 온 닭고기 가슴살 간식도 죽죽 찢어서 섞었다.

“설탕아~ 밥 먹자!”

헥헥헥!

이미 강지한이 일어설 때부터 낌새를 채고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설탕이가 밥그릇에 코를 박고 식사를 했다.

아그작. 아그작. 꿀꺽! 아그작. 아그작. 꿀꺽!

밥그릇에서 고개를 떼지 않고 사료를 신나게 씹어 넘기는 설탕이의 꼬리가 쉬지 않고 좌우로 움직였다.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날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 와이퍼를 보는 것만 같았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빠만 먹어서 미안. 너무 배가 고파서 설탕이 밥을 깜빡했네. 하하.”

그러자 설탕이가 강지한의 품에 뛰어들어 뺨을 할짝 핥고서는 다시 사료를 먹었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미안했던 강지한은 설탕이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녀석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곁에 있어줄 요량이었다.

한데 텔레비전에서 마침 집밥 천 선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강원TV에서만 방영되는 것으로 천명옥이 나와 여러 가지 맛있는 가정식의 비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분이 배틀 셰프 강원 지역 예선 심사위원이었지.”

강지한은 당시의 일을 회상했다.

예선 심사는 천명옥이 운영하는 명옥정 건물에서 치러졌었다.

“어? 나 명옥정에는 한 번도 찾아가 본 적이 없네.”

명옥정은 춘천에서 제일가는 한정식 집이었다.

인지도 면에서는 명옥정이 지한 식당보다 훨씬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한 번 가봐야겠네.”

춘천에서 제일간다는 한식 대가의 식당을 왜 지금껏 한 번도 들러보지 않았는지 스스로도 의아한 강지한이었다.

언제쯤 가보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던 강지한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끄악~!

“응?”

강지한이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설탕이가 입맛을 다시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건 설탕이의 트림 소리였다.

“이 녀석 트름 소리도 예사롭지가 않네.”

강지한이 실소를 터뜨렸고 설탕이는 그런 주인의 다리에 턱을 괴고 엎드리더니 콧바람을 푹! 뿜었다.

“자려고?”

강지한의 물음에 설탕이의 눈이 스르르 감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번쩍 뜨였다.

설탕이의 시야에 거의 바닥까지 내려온 선물상자가 보인 것.

왕!

녀석이 쏘아진 총알처럼 재빠르게 튀어 나가더니 선물 상자를 덮쳤다.

“설탕아, 왜 그래?”

강지한의 음성에 설탕이가 위풍당당한 자세로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러자 녀석의 입에 물린 작은 선물상자가 보였다.

“어이구~ 물어오기 스킬 성공했구나! 잘했어, 마이 보이!”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강지한은 설탕이를 마구 어루만져 준 뒤 선물상자를 개봉했다.

그러자 뜻밖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언의 귀를 얻었습니다.]

[조언의 귀: 매장에서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 중 식당의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파악해 들려줍니다.]

메시지를 빠르게 읽은 강지한이 입을 쩍 벌리고 설탕이를 쳐다봤다.

“설탕아, 매번 복을 물어오는 넌 도대체…….”

헥헥헥!

매번 스스로의 고귀한 가치를 증명하는 설탕이였다.

* * *

다음 날도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록 어제처럼 주룩주룩 청승맞게 내리진 않았지만 우산 없이는 바깥나들이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점심 피크 시간의 지한 식당은 만석이었다.

다만, 웨이팅이 확 줄어들었을 뿐.

주방에서 직원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가는 강지한.

그의 머릿속 한편에는 ‘식당의 매출을 어찌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떠나질 않았다.

그때였다.

[식당의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파악되었습니다.]

[조언의 귀가 손님의 얘기를 가져옵니다.]

[3번 테이블 여자 손님: 여기 반찬 진짜 맛있다. 반찬만 따로 포장해서 팔지는 않나? 이런 반찬 사가면 상 차리기 편할 텐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