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55화 (155/330)

# 155

Restaurant 154. 주인따라 광고 모델

7월 11일 수요일.

드디어 지한 푸드가 법인 회사로 창설됐다.

고중만의 아내 유진아가 물심양면 신경 써준 덕이다.

강지한은 지한 푸드의 합법적인 CEO가 되었다.

유진아에게는 총무실장의 직함을 주었다.

아직 지한 푸드의 각 부서가 체계적으로 잡힌 것은 아니니 그 정도가 적당했다.

그리고 각 사업체의 리더격인 용성우, 조미옥, 김숙자, 독고진에게 전무라는 직급을 내주었다.

용성우는 지한 분식, 조미옥은 지한 김치 통괄 및 김치 공장 관리, 김숙자는 지한 김치전골, 독고진은 지한 김치 매장을 관리하고 있었으니 합리적인 처사였다.

그 밑의 직원들은 일괄적으로 근속 개월 수에 따라 대리와 사원으로 나누었다.

해서 이리나, 최지민, 고중만, 이주희, 진경혜, 문정연까지는 대리, 그 이후로는 전부 사원의 직함을 받았다.

어차피 회사 직급이라는 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법으로 정해진 것이 없었다.

지한 푸드의 직급은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여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개인 사업을 하던 강지한이 법인회사를 창설함에 따라 현재 거래 중인 몇몇 업체와는 회사의 이름으로 재계약을 맺음이 불가피해졌다.

유진아는 회사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상황을 전부 파악한 상태.

따라서 그런 업체들에는 강지한 대신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유진아가 이렇게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을 때, 강지한은 지한 푸드의 창설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계속 식당 일에만 몰두하는 중이었다.

그는 회사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유진아가 진행하도록 믿고 맡겼다.

자신은 회계 쪽의 전문가가 아니니 식당 일에만 주력했다.

오늘도 지한 식당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바빴다.

강지한은 주방에서 열심히 참치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단 사흘 운영했을 뿐인데 지한 식당의 참치계란말이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이미 춘천의 유명한 맛집 카페와 SNS엔 소문이 돌 대로 돈 이후였다.

해서 대부분의 손님들이 천 원을 더 내고 계란말이를 참치계란말이로 교체하고는 했다.

‘내일부터는 계란말이를 조금 덜 준비해야겠다.’

이러다 오늘은 미리 준비한 계란말이가 상당히 남을 판이었다.

치이이익!

달궈진 프라이팬에 익어가는 계란 지단 위에 기름을 살짝 빼서 으깬 참지를 넣고 슥슥 말아내는 강지한.

그 손놀림이 침착하고 정확하면서도 빨랐다.

그냥 계란말이를 만드는 것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강지한은 속에 참치를 넣고도 능숙하게 말아내는 중이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옆구리가 터지거나 참치가 계란말이 중앙에 고명으로 자리하지 못하고 계란물에 섞이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강지한에게 실수란 없었다.

완벽하게 계란을 말아서 적당히 익혀낸 뒤, 크게 다섯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플레이팅했다.

그것을 한 상 위에 놓으며 강지한이 잠시 홀의 천정을 살폈다.

거기엔 아침부터 봤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조명의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조명의 레벨 업 조건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이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소기의 미션을 완수해야 합니다.]

[해금 미션: 일주일 동안 손님 컴플레인 10회 미만으로 받기. 0/10]

식당을 오픈하고 난 이후 사흘 간 아직 컴플레인은 한 건도 없었다.

오늘이 11일이니 다음 주 화요일인 17일까지 컴플레인을 10회 미만으로 받으면 해금 미션 클리어다.

강지한과 직원들이 평소처럼만 해나간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미션은 클리어할 수 있을 터였다.

* * *

용성우는 얼마 전 강지한으로부터 비법 육수와 갖가지 특제 양념을 만드는 법에 대해 전수받았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것을 용성우만이 알게 된 것.

그만큼 강지한은 용성우를 믿었다.

하지만 과연 상대방도 나를 그만큼 믿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는가.

그럼에도 강지한이 용성우를 믿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정보의 눈 덕분이었다.

정보의 눈 상태창에는 나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도도 표기되어 있었다.

얼마 전 확인한 용성우의 신뢰도는 92였다.

게다가 요리 레벨은 그새 7에서 8로 성장해 있었다.

신뢰도와 실력이 고루 갖추어졌으니 강지한은 비법들을 전수했다.

용성우는 한지민처럼 스펀지같이 남의 것을 빨아들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 배움이 빠르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 결과 이번 주부터 강지한의 도움 없이도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게 됐다.

용성우가 만들어낸 비법 육수와 양념장은 강지한의 레시피에 충실했고 90퍼센트 이상 비슷한 퀄리티를 뽑아냈다.

그로 인해 완성된 요리들의 레벨도 일괄적으로 5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용성우는 빠르게 자립해 나가는 자신이 스스로 대견했다.

성취라는 감정은 자존감을 강하게 만든다.

덕분에 그는 갈수록 예전의 어수룩한 모습 대신 하나의 집단을 책임질 리더로서의 모습이 더더욱 견고해지고 있었다.

“리나야, 제육덮밥 두 개 부탁해. 중만 아저씨, 참치 김밥 두 줄이랑 비빔밥 하나 있습니다!”

지한 분식집의 주방에 용성우의 음성이 힘 있게 울려 퍼졌다.

“네, 주방장님!”

“알겠어, 용 주방장!”

이리나와 고중만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리나의 두 눈에 계속해서 늠름해져만 가는 용성우의 모습이 깊이 담겼다.

* * *

한지민이 춘천에 오자마자 한 일은 자주 통원할 병원을 찾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무릎을 심하게 다쳐 수술까지 했었다.

이후로 몸을 조금 피로하게 움직이면 항상 무릎이 욱신거리곤 했다.

그래서 서울의 부모님 일을 도울 때도 병원 치료를 꾸준히 받아왔지만 큰 차도는 없었다.

더 악화되는 것만 겨우 막을 뿐이었다.

춘천에 와서도 강지한에게 요리를 배우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병원에 꼭 들르곤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지한 식당이 오픈한 이후 한지민은 단 한 번도 병원을 가지 않았다.

무릎 통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그것을 오픈 5일째인 오늘, 퇴근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어라?’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널브러졌던 그녀가 오른쪽 무릎을 살폈다.

옆쪽으로 수술 자국이 살짝 나 있는 무릎을 위아래로 접었다 폈다.

‘안 아파.’

이번에는 좌우로 움직이다가 벌떡 일어나서 통통 뛰었다.

그래도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이상하다? 보통 이 정도 일했으면 매일같이 병원부터 찾아야 했는데.’

아마 브레이크 타임에 식사를 하기보다 병원을 갔다 오는 일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맛있게 밥만 먹었다.

‘춘천 오기 전에 열심히 다녔던 병원의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건가?’

한지민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몰랐다.

강지한에게 수업을 받으며 그가 직접 해준 음식들을 먹어왔던 것이 무릎 상태를 호전시켰다는 걸.

강지한은 요즘도 ‘건강 요리사’ 타이틀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 * *

지한 김치전골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였다.

오픈부터 꾸준히 장사가 잘되긴 했지만 요즘은 웨이팅이 너무 길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강지한이 방송을 타고 춘천 요식업계에서 그의 이름이 브랜드화되며 벌어진 현상이었다.

지한 분식집, 지한 김치, 지한 김치 전골, 지한 식당까지.

갈수록 그의 이름을 딴 식당이나 요식업 사업은 늘어나고 있었으며 전부 승승장구해 나갔다.

그러니 서로 간에 시너지 작용이 어마어마해진 것.

지한 김치전골의 브레이크 타임.

김숙자는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다 겨우 한숨 돌리며 허리를 두들겼다.

“어휴, 사람 잡겠네. 아무래도 주방 아주머니를 더 들여야겠어.”

그녀가 한탄하듯 혼잣말을 뱉었다.

“우리 지한 총각…… 아니, 강 사장한테 김치전골집도 분점 하나 내달라고 해야지 원. 감당이 안 되네, 감당이.”

그러자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주방 보조 장주희가 어깨를 툭 쳤다.

“지금 행복에 겨운 말하는 거죠?”

장주희는 올해 서른아홉 먹은 주부였다.

결혼을 일찍 한 데다 아이를 넷이나 낳는 바람에 생활비가 많이 든다며 하구한날 투덜대곤 했다.

장주희가 주방 보조로 함께 일한 것도 벌써 세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전골집 초창기 멤버가 아니라 다른 주방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나중에 들인 멤버였다.

“손님 많아지는 만큼 언니한테 떨어지는 콩고물도 많잖아요. 좋으면서 엄살은.”

장주희의 말에 정곡을 찔린 김숙자가 배시시 웃었다.

“티 났어? 그래도 분점 하나 내긴 내야 돼.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쓰러질 판이야.”

“근데 언니. 여기 김치말이에요. 비법이 뭘까? 어떻게 담그면 이런 맛이 나는 거야?”

말을 하며 장주희가 앞에 놓인 김치 한쪽을 죽 찢어 질겅질겅 씹었다.

손님상에 나갈 게 아니라 종업원들끼리 식사를 할 때 먹으려고 꺼내놓은 것이었다.

“몰라, 나는. 비법이 뭔지. 그냥 받아다 쓰는 거니까.”

“그렇구나. 육수랑 양념장도 받아다 쓰는 거랬죠?”

“응.”

장주희의 얼굴에 못내 아쉬운 표정이 떠올랐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밥이나 먹자.”

김숙자가 김치가 담긴 대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주방에 남은 장주희가 생각에 잠겼다.

‘대체 하나같이 비법을 모르겠네. 이걸 어떻게 알아내지?’

* * *

7월 15일, 일요일.

드디어 오늘은 배틀 셰프의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다.

강지한은 새벽부터 눈을 떴다.

그는 떨리는 한편 설레기도 해서 붕 뜨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목줄을 찬 설탕이도 함께였다.

헥헥헥!

설탕이는 강지한과 하는 산책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신이 나서 앞서가는 설탕이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씰룩거리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그런 설탕이의 상태를 강지한이 살폈다.

[설탕이 LV15(MAX)]

지능+20

교감도+50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굴러, 점프, 노래: 행복+10

특수 능력: 물어오기 LV5(MAX), 명성: 85(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강아지)

설탕이 퀘스트: 설탕이의 명성을 98까지 올릴 경우 감추어진 특수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새 명성이 3이나 올랐네.’

올라간 명성 3중에서 1인 얼마 랜덤 박스에서 얻은 ‘명성 맛 캔디’ 덕분이었다.

요즘은 설탕이와 관련한 전화도 여기저기서 많이 오곤 했다.

대부분이 설탕이의 견주로서 인터뷰를 하며 설탕이와 함께 촬영을 부탁한다는 내용들이었다.

설탕이가 워낙 방송 타는 것을 좋아해서 어지간하면 전부 응하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아울러 아무리 방송을 좋아하는 설탕이라도 컨디션을 생각해야 했다.

해서 열에 아홉은 거절하는 중이었다.

‘방송을 많이 타면 명성이 빨리 오르긴 할 텐데.’

그 모든 방송을 소화할 시간이 없는 게 강지한 본인도 아쉽긴 했다.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

“흐아암.”

강지한이 하품을 하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생소한 번호로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눌러서 내용을 확인해 본 강지한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안녕하세요, 강지한님. 저는 애견의 바른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애견 사료 및 간식 전문 생산 업체 ‘도그 푸드’의 홍보팀장 ‘이중견’이라고 합니다. 간략하고 깔끔하게 요점만 말씀 드리자면 이번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신제품의 TV광고 모델로 귀하의 사랑스러운 반려견 설탕이가 유력 후보로 올라 의견 타진코자 연락드렸습니다. 밤사이 연락이 닿지 않아 이렇게 문자 드립니다. 늦게라도 꼭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중견 올림.

“지금 우리 설탕이한테…… CF 제안 들어온 거야?”

설탕이를 바라보는 강지한의 시선이 이채가 어렸다.

왕! 헥헥헥.

설탕이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라도 한 듯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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