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Restaurant 152. 하루 매출
“만두 한 판 주세요!”
“사장님~ 저희도 만두 부탁드려요~”
강지한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미니 한정식에 서비스로 나오는 레벨7 만두를 맛본 고객들이 너도 나도 만두 한 판을 추가 주문하기 시작했다.
만두는 주문이 들어오는 족족 주방 보조 아주머니들이 쪄내고 있었다.
전날 미리 빚어놓은 만두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만두 속과 만두피는 강지한이 만들고, 만두를 빚는 건 한지민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팔 만두를 만들기 위해 어제 늦게까지 작업을 했었다.
오늘부터는 주방 보조 아주머니들도 함께 만두를 빚게 될 터였다.
유지호가 오더 테이블에 나온 만두 한 판을 손님들 상으로 서빙했다.
“만두 나았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미소와 함께 그가 물러나자 손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와아.”
만두 한 판의 가격은 4,000원.
만두는 딱 네 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 알에 천 원 꼴이지만 어마어마한 맛을 자랑했기에 누구도 불평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게다가 미니한정식에 서비스로 함께 나오는 만두보다 더 컸다.
만두는 한입 씹는 순간 육즙이 입안으로 쫙 퍼지며 환상적인 풍미를 안겨주었다.
너무 잘게 다지지 않은 재료들은 만족스런 식감을 주었고, 각각의 재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모나게 튀는 것 없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호오~ 냠. 으음~!”
만두를 먹는 손님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미소가 자리했다.
만두를 크게 베어 먹으면 처음에 느껴지는 건 돼지고기의 진한 육향과 후추향이었다. 하지만 거북스러운 돼지 비린내나 잡내는 전혀 없이 깔끔했다. 뒤이어 그 안에 숨어 있는 미나리의 독특한 향과 부추, 시금치 등 다른 채소들의 향이 뒤섞여 후각을 자극해 입안 가득 흙 위의 생명을 담았다. 이를 음미하며 천천히 소를 씹으면 보물처럼 감춰놓은 새우 살이 씹히면서 은은한 바다가 느껴지며 맛의 정점을 찍어주었다.
만두피는 이러한 재료들의 맛을 극대화시켜 느낄 수 있도록 그저 거들 뿐이었다.
피의 두께가 얇은 데도 불구하고 쫄깃하고 탄력 있는 만두피는 이로 찢을 때 적당한 저항감을 주는 것으로 제 소임을 다했다.
“만두 한 판 추가할게요!”
만두 주문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렇다고 손님들이 만두에만 눈이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와, 이 찌개 장난 아니다.”
“이런 된장찌개 처음이야.”
“지한 분식집에서 먹었던 찌개들보다 한 수 위인데?”
“돈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손님들은 찌개에도 열광을 했다.
비록 레벨 7로 올라선 찌개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둘밖에 없었지만, 다른 찌개들도 지한 분식에서 내놓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맛이 있었다.
같은 6레벨이라고 맛의 수준이 다 똑같은 건 아니다.
그 안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지한 식당에서 만드는 국과 찌개들은 지한 분식의 찌개들보다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그 맛의 격차를 높였다.
“김치찌개 하나 추가요.”
“여기요~ 된장찌개 추가해 주세요.”
“청국장 하나 주세요.”
“제육볶음도 예술이다. 조금 더 먹을까?”
“콜! 시켜.”
각각의 찌개와 메인 메뉴들도 부족할 경우 단품으로 추가 주문이 가능했다.
단품 추가 주문의 경우 전부 5,000원을 받았다.
물론 만두처럼 미니 한정식에 나온 것보다 양을 더 주었다.
하지만 결코 1인분으로 넉넉한 양은 아니었다.
들어가는 재료 단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손님들은 배가 어느 정도 찬 상태여서 양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맛이 환상적이었으니 5천 원이라는 가격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찬들 플레이팅 봐. 예술이다.”
“고사리 존맛.”
“시금치랑 바지락 먹어봤어? 대박이야.”
나물들도 손님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손님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양푼에 나온 밥을 반 정도 먹은 다음 나물들을 넣고 비빔밥을 해먹었다.
참기름, 들기름, 된장, 고추장이 전부 구비되어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을 넣고 비벼먹는 재미가 좋았다.
아울러 미니 한정식 상에 함께 나오는 고기쌈용 채소를 죽죽 찢어 함께 넣고 비벼먹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먹으면 싱싱한 상추와 고소한 깻잎의 향이 어우러져 더욱 꿀맛이었다.
손님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유지호의 능숙한 템포 조절로 주방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편 주방에 있는 강지한의 눈앞에는 꾸준히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었다.
[만족도 68포인트를 입수했습니다.]
[만족도 65포인트를 입수했습니다.]
[만족도 70포인트를 입수했습니다.]
손님들에게서 입수되는 만족도는 65 이상이었다.
지한 식당은 현재 분식집과 달리 아무런 버프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껏해야 강지한의 미소로 인한 만족도가 5플러스 될 뿐.
그럼에도 만족도가 꾸준히 65를 상회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주문이 많아질수록 강지한의 손이 점점 더 빨라졌다.
그는 반찬을 플레이팅 하면서 간혹 홀의 상황을 살폈다.
정확히는 손님들의 머리 위에 있는 여유도를 확인한 것.
현재 테이블에 가득 찬 70여 명의 손님들 중 여유도가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반 이상이었다.
강지한은 창문의 레벨 업 조건 해금을 위한 미션을 받은 상태.
[해금 미션: 여유도 다섯 칸을 유지한 채 식사를 마치는 손님 20명 채우기. 3/20]
현재 두 테이블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나간 상태에서 벌써 3을 채웠다.
‘이거 잘하면 점심 한 큐로 미션 클리어 하겠는데.’
강지한이 은근한 기대를 품었다.
* * *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전히 지한 식당의 홀은 북적였다.
계산을 하고 나가는 손님이 있으면 새로운 손님이 테이블을 치우자마자 바로 들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해금 미션: 여유도 다섯 칸을 유지한 채 식사를 마치는 손님 20명 채우기. 20/20]
미션이 클리어됐다.
[미션 클리어. 창문의 레벨 업 조건이 해금됩니다.]
[창문의 레벨 업 조건: 20,000 만족도 포인트.]
‘결국 포인트구나.’
그것도 2만 포인트라니.
현금화하면 2천만 원의 거금이다.
상급자의 레벨이 적용되면서 레벨 업에 드는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강지한이 누적된 만족도 포인트를 돈으로 환전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지금 만족도 포인트가 상당히 부족했을 테니까.
강지한은 바로 창문에 2만 포인트를 투자했다.
[창문을 레벨 업 했습니다.]
[창문의 레벨이 최대치입니다.]
[창문이 강화되어 기능이 향상됩니다.]
[외부의 먼지와 날벌레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합니다. 창문을 열어놓아도, 닫아놓아도 이 효과는 항상 적용됩니다.]
‘이거 좋은데?’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날벌레의 유입도 막아준다니 식당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버프였다.
이것으로 오늘은 식당의 레벨 업이 끝났다.
내일이 되어야 또 다른 부분을 레벨 업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부분이 무엇인지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았다.
* * *
오후 3시.
드디어 마지막 손님들이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정신없는 3시간 반이 지나가고 브레이크 타임이 찾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홀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러낸 이들이 서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주방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지한과 한지민, 주방 보조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9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건 직원들을 위한 것이었다.
강지한은 직원들에게 먹고 싶은 찌개와 메인을 말하라고 했다.
홀 직원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들을 한 종이에 적어 냈다.
주방 직원들 또한 원하는 메뉴를 종이에 적어 열심히 9개의 상을 준비했다.
완성된 음식은 홀 직원들이 테이블로 부지런히 날랐다. 그러고는 테이블 두 개를 하나로 붙여 모두가 둘러앉았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고서 수저를 들었다.
사실 주방 사람들과 홀 직원들 모두 일을 하면서 몇 번이고 군침을 넘겼는지 모른다.
진한 김치찌개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제육볶음, 구수한 냄새가 일품인 된장찌개, 달콤짭짤한 소불고기, 그리고 강지한이 정성으로 만든 반찬들과 만두까지!
정신을 놓으면 저도 모르게 손님 음식에 손을 댈 것 같아 힘들었다.
혹여라도 남기는 음식이 있으면 집어 먹을까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남기는 음식이 없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설거지 수준으로 식사를 하고 나갔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홀에서 서빙을 하는 것보다 음식을 맛보지 못하는 게 더 힘들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시간!
쩝쩝. 꿀꺽! 냠냠. 호로록. 오물오물.
홀 안에는 직원들이 열심히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오고가는 대화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럴 경황이 없었다.
강지한의 손끝에서 탄생한 요리들을 먹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밥, 찌개, 고기, 반찬,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맛을 자랑했다.
‘우와……. 이거 매일 먹고 싶어서라도 알바 그만두면 안 되겠다.’
홀 알바 중 한 명은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안 그래도 강지한을 존경하는 직원들이었는데, 그 존경심이 배로 커지는 순간이었다.
* * *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모두.”
하루의 장사가 끝났다.
오늘 하루 동안 벌어들인 만족도 포인트는 총 23,548이었다.
창문을 업그레이드하며 2만 포인트를 썼는데 그 이상을 벌었다.
아울러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바람에 준비해 두었던 음식들을 거의 다 소진할 수 있었다.
강지한은 물론이거니와 직원들도 하나같이 뿌듯함을 느꼈다.
홀 알바 두 사람은 먼저 퇴근하고 매니저 유지호와 부매니저 설인아가 남아서 홀 정리를 해나갔다.
설인아는 올해 스물다섯 살의 여인으로 유지호보다 이 바닥 경험이 적고 능력치도 낮지만 배움이 빠르며 잠재력이 조금 더 높았다.
다만 유지호처럼 다양한 면에서 고루 성장하기는 힘든 타입이었다.
해서 등급은 유지호와 똑같이 C였다.
유지호와 설인아는 한 시간 동안 홀 정리를 깔끔하게 마친 뒤 퇴근했다.
남은 건 주방 팀뿐.
주방에서 함께 하는 두 아주머니들은 C+등급의 인력이었다.
전덕진은 올해 마흔여섯 살로 후덕한 체격, 푸근한 인상에다 파마머리가 특징이었다. 입이 좀 거칠었지만 심성은 선했다.
강희주는 마흔다섯 살로 전덕진 씨보다 한 살 아래였고, 깡마른 체격에 살짝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서글서글하기 그지없는 편안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일을 같이한 지 하루 만에 형님, 동생 하며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다.
둘 다 기본적인 손맛이 좋은 데다 행동이 빠릿빠릿하며 일머리가 잘 돌아가서 강지한과의 합이 괜찮았다.
“사장님~ 우리 들어가우!”
“내일 뵐게요~ 홍홍.”
오후 10시.
주방 정리를 끝낸 전덕진과 강희주가 손을 흔들며 식당을 나섰다.
이제 남은 건 강지한과 한지민 두 사람뿐이었다.
“선생님, 오늘 정말 좋았어요.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연신 놀라는 표정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마법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마법사?”
“사람의 감정을 막 조종하는 마법사요.”
“맞네. 맛있는 음식은 먹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니까. 마법사 맞다, 우리.”
“헤헤. 농담까지 잘 받아주시고. 선생님은 부족한 게 뭐예요? 너무 완벽해서 가끔 이질감 들어요.”
“금칠이 과한데?”
“금칠 아닌데요?”
“아무튼 고생했고, 덕분에 오늘 하루 보람 있게 마무리했다. 조심해서 들어가 봐.”
“네, 선생님! 내일 뵐게요!”
한지민까지 식당을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강지한은 오늘 하루 수입을 정산했다.
그러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250만 원이 넘어?”
하루 매출이 무려 250만 원이었다.
한 달 동안 28일 오픈으로 잡고 계산해 보면 수익이 무려 7천만 원이었다.
들어가는 재료값과 세금, 인건비 등등을 다 빼도 4천은 족히 남았다.
“흐흐흐.”
강지한의 입에서 실성한 듯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고, 강지한이 스마트폰의 액정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