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52화 (152/330)

# 152

Restaurant 151. 미니 한정식

강지한이 감회에 사로잡혀 식당을 둘러봤다.

그의 눈에 창문이 파란색으로 보였다.

레벨 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다른 곳은 파란색으로 물들지 않았다.

‘창문만 레벨 업 할 수 있다는 건가?’

강지한이 속으로 의문을 비쳤을 때 친절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창문부터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창문을 레벨 업 한 이후, 다른 것을 레벨 업 할 수 있습니다.]

[창문의 레벨 업 조건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이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소기의 미션을 완수해야 합니다.]

[해금 미션: 여유도 다섯 칸을 유지한 채 식사를 마치는 손님 20명 채우기. 0/20]

이번 스테이지부터 상급자의 난이도가 적용된다더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여유도라.’

여유도는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머리 위에 나타나는 다섯 칸짜리 그래프로 강지한의 눈에만 보였다.

웨이팅이 없고 식사가 빠르게 나오고, 맛이 있고, 직원의 실수가 없어야 손님들의 여유도가 깎이지 않는다.

물론 사람이 만인만색이라 모든 면에서 실수가 없어도 여유도가 깎이기도 한다.

혹은 본인의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서 오게 되면 아무리 완벽한 응대를 한다고 해도 여유도는 다섯 칸 가득 채워지지가 않는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손님들의 여유도를 가득 유지하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명 정도는 뭐.’

운만 따라 준다면 하루 만에도 채울 수 있는 숫자였다.

강지한은 레벨 업 현황을 살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6 만족도+5 (숙련도 0/100)

혀   LV6 미각+5  (숙련도 0/100)

목소리 LV6     (숙련도 0/100)

손   LV6     (숙련도 0/100)

눈   LV5     (MAX)

.

.

.

[분식집]

주걱  LV5 만족도+4 (NEXT 10000)

국자  LV5 만족도+4 (NEXT 10000)

컵   LV5 만족도+4 (NEXT 10000)

의자, 테이블 LV3  (NEXT 10000)

바닥  LV3     (NEXT 10000)

삼색 조화  LV3   (MAX)

명화 액자  LV3   (MAX)

고급 수저  LV3   (MAX)

간판 디자인 LV1   (MAX)

[식당]

창문  LV1     (???)

.

.

.

강지한의 얼굴, 혀, 목소리, 손의 락이 풀려 레벨 업이 가능해졌다.

분식집의 기물들 역시 만족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한 단계 더 레벨 업 할 수 있었다.

한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1만 포인트. 세네.’

1만 포인트면 환전했을 때 현금으로 천만 원이다.

다섯 가지 항목을 모두 레벨 업 하면 5천만 원이 나가는 것.

하지만 레벨 업은 해두면 확실한 효과를 보여준다.

강지한이 분식집을 나선 지금, 출혈이 크더라도 포인트를 투자해서 레벨 업을 시키는 것이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될 터.

‘애초에 그러려고 모은 포인트기도 하고.’

나중에 분식집을 들르면 차근차근 레벨 업을 해놓아야겠다 마음먹은 강지한이었다.

‘근데 분식집이랑 인테리어 카테고리가 합쳐졌네.’

그 대신 분식집의 밑에는 식당이라는 카테고리가 새로 생겨 있었다.

분식집과 식당의 레벨 업 현황이 구분되어 표기되었다.

‘이 정도면 됐어.’

강지한은 시스템이 어찌 돌아가는지 충분히 숙지를 했다.

그가 눈앞에 복잡하게 떠 있는 모든 메시지들을 지워 버리고서 주방으로 들어섰다.

이제 본격적인 장사 준비를 할 때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한 식당의 직원과 알바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출근한 건 한지민이었고, 뒤를 이어 몇 분의 간격을 두고서 발을 들인 사람들이 각자의 포지션에 서서 준비를 해나갔다.

한지민은 장화로 갈아 신은 뒤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위생모를 썼다.

그러고서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하아!”

그런 한지민에게 강지한이 물었다.

“기분이 어때?”

“조금 떨려요. 근데 엄청 기대되고 신나요. 놀이 공원 왔을 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강지한 역시 분식집을 처음 열었을 때 그랬으니까.

“즐겁게 해보자.”

“네, 선생님!”

* * *

오전 11시 20분.

지한 식당이 오픈하기 10분 전.

이미 식당 밖은 오픈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웨이팅이 걸린 상태였다.

주방과 홀은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강지한이 오픈에 앞서 모든 직원과 알바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여러분, 오늘은 지한 식당의 오픈 첫날입니다. 작년까지 리어카를 몰며 분식을 팔던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큰 홀과 좋은 주방이 갖추어진 식당을 여는 오늘이 참 꿈만 같네요. 그러나 이 공간에 저 혼자 있었다면 오픈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여러분께서 절 도와주셨기에 오늘이 가능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전 여러분의 오너라기보다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으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려 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손님을 대할 때 그러한 마음으로 대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손님이 없으면 식당은 유지할 수가 없다.

결국 식당이 잘되는 건 그 식당을 찾아주는 손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강지한의 지론이었다.

“우리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대할 때 손님들은 자신의 시간을 우리 식당에 투자하게 됩니다. 전 성공의 척도에 대해 그렇게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간을 내가 벌이는 사업에 얼마나 투자하게 하느냐.”

시야가 좁은 장사꾼들은 그저 돈만을 좇는다.

하지만 멀리 보는 장사꾼은 사람의 시간을 사려 한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성공의 기준은 타인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느냐이다.

시간이란 이 세상 무엇보다도 큰 가치를 지닌 것이다.

다들 자신의 시간이 가장 소중한 법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남이 만든 무엇인가에 투자하게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영화 감상, 맛집 탐방, 독서, 음악 감상, 의류 구매, 공연 관람 등등 소비자의 모든 생활은 결국 시간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여겨지면 이후에도 계속 찾게 되고 자연히 돈이 따라오는 것.

그래서 강지한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지는 식당을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그 마음을 강지한은 직원들에게 전했고, 직원들은 이를 새겨들었다.

사실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면 그 파동이 가슴 깊이 와 닿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강지한에겐 시스템의 버프를 받은 아름다운 미소와 낭랑한 음성이 있었다.

거기에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춘천에서 소문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배틀 셰프에서 엄청난 음식들을 만들어 내며 인기가도를 달리는 후광까지 더해졌다.

때문에 강지한의 한마디는 같은 말이라도 더 무게감이 있었고 진실성이 느껴졌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미에 강지한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에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픈합시다!”

강지한과 한지민, 주방 보조 아주머니 둘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유지호가 식당 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 스물일곱 살 남성으로 두 달 전까지 천명옥이 운영하는 한정식당 ‘명옥정’에서 홀 부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다 사정이 생겨 일을 갑자기 그만뒀는데, 그 사정이란 것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면서 다시 구직을 하게 된 것.

명옥정로 되돌아가기엔 이미 자신의 자리가 희미해져서 지한 식당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강지한은 그의 능력을 보고 바로 채용했다.

지금도 오픈된 주방에서 유지호를 응시하는 강지한의 눈에는 상태창이 떠 있었다.

<유지호의 능력치>

직급: 홀 직원

등급: C

능력: 요리 LV 3, 서빙 LV 9, 청소 LV 7, 회계 LV 5, 화술 LV 7, 설거지 LV 3

정직도: 92/100

신뢰도: 86/100

종합 평가: 홀에서 일한 경력만 5년의 베테랑이다. 그 덕에 홀 운영과 관련된 능력들은 발군이다. 다만, 배움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잠재력이 낮아 어느 분야에서든 대성을 하긴 힘들다. 그래도 게으름 피우지 않으며 꾸준하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그만큼 능률이 따라주지 않는 안타까운 케이스였다.

유지호는 덩치도 보통, 키도 보통, 생긴 것도 보통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청년이었다.

그럼에도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고 말하며, 미소를 머금고 있어 은근히 눈이 가는 타입이었다.

그가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중 다섯 팀을 우선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나머지 손님들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양해를 구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전략이었다.

홀에 빈 테이블이 많다고 한 번에 손님을 들여 주문을 받으면 주방에 주문이 정신없이 밀려들게 되고, 미리 들어온 손님들은 그만큼 늦게 음식을 받게 된다.

차라리 밖에 서 있다가 오래 걸릴 것 같을 경우 돌아가는 게 낫다.

식당으로 들인 다음 주문까지 받고 이도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면 손님들은 두 번 다시 그 식당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오늘은 식당 오픈날이며, 지한 식당의 주문 방식은 일반 한정식 식당과 다르다.

손님이 먹고 싶은 메인 메뉴와 국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조절이 필요했다.

유지호는 그런 것을 경험에서 알았다.

홀 직원 다섯 명은 각각 한 테이블씩 맡아서 주문하는 방식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럼 나는 김치찌개랑 제육.”

“저는 된장찌개랑 불고기요.”

“저는 청국장이랑 제육 주세요. 아, 계란말이는 참치계란말이로 바꿔주시고요.”

손님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주문을 했다.

주문지 다섯 장이 주방으로 넘어왔고 이를 확인한 강지한이 오더를 내렸다.

“1번 테이블에 된장제육 둘, 김치제육 하나. 3번 테이블에 김치제육 하나, 된장불고기 하나, 청국장제육 하나. 5번 테이블에…….”

강지한이 말을 할 때마다 직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육볶음과 불고기는 한지민이 담당하고 있었다. 국은 다른 주방 보조 아주머니들 담당이었다.

강지한은 참치계란말이를 직접 말았으며 모든 음식들의 플레이팅을 담당했다.

그렇게 완성된 세 개의 상이 1번 테이블로 서빙됐다.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는 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아.”

“퀄리티 장난 아니다.”

강지한은 오픈 전까지 한지민과 계속해서 메뉴에 대해 회의를 나누며 고심했다.

최종적으로 픽스를 했던 것이 계란말이, 생선 한 토막, 김치, 무쌈말이, 두부조림, 버섯볶음, 콩나물 무침, 무채, 시금치 무침, 고사리 볶음, 잡채, 계란프라이, 만두였다.

한데 그것만으로는 일반 백반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몇 가지를 빼고 수정했다.

우선 생선 한 토막, 고사리 무침, 잡채, 만두는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두부조림은 메뉴에서 뺐다.

나머지 메뉴들은 레시피와 담아내는 모양을 개선했다.

계란말이는 기존의 직사각형인 모양과 달리 세모난 모양으로 말아 시각적인 재미를 주었다.

김치와 무채는 한 접시에 담아냈다.

한입 크기로 썰린 배추김치를 동그랗게 말아 그 안에 무채를 채워 넣은 모양새였다.

무쌈말이는 쌈무를 둘둘 말아 꽃모양으로 펴서 데코한 뒤, 중앙에 무싹을 넣어 수술처럼 꾸미고 주변에 다진 야채를 올려 꽃잎의 색감을 더해 보는 맛을 주었다.

시금치무침은 그냥 내지 않고 접시 위에 길게 침대처럼 깔아서 그 위에 잘 삶아 간장에 살짝 조린 바지락 살 몇 알을 얹은 뒤 건두부를 실처럼 얇게 썰어 올려 냈다.

콩나물 무침에는 물기를 빼 으깬 두부에 소금 간을 해서 위에다 눈처럼 뿌려내어 주었다.

버섯볶음은 간소고기 약간과 가지를 곁들인 버섯가지 볶음으로 바꿨다.

그렇게 완성된 음식들을 각각 어울리는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한 상에 담으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그럴 듯한 미니 한정식이 완성되었다.

찰칵! 찰칵!

음식이 서빙되어 나갈 때 마다 테이블에서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했다.

대부분의 음식들은 다 완성되어 있고 몇 가지만 만들어 나가면 되는 터라 서빙 시간도 빨랐다.

첫 번째로 들어온 다섯 테이블의 주문을 모두 내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7분.

유지호는 그제야 다섯 팀을 더 받아들였다.

기대 가득한 얼굴로 들어서는 손님들은 먼저 들어온 손님들의 테이블을 슬쩍슬쩍 훔쳐보고서는 탄성을 뱉었다.

“와, 진짜 맛있겠다.”

“기다리기 잘했다, 오빠.”

먼저 나온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얼굴은 판에 박은 듯 행복에 가득 차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를 집어 먹을 때마다 감탄하기 바빴다.

유지호가 새 테이블의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넘기면서 한마디를 건넸다.

“사장님, 식사하시는 손님들 입이 귀에 걸립니다.”

“고마워요, 지호 씨.”

자신이 만든 요리가 먹는 이들에게 만족을 주었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유지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강지한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지한 식당의 스타트가 좋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