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Restaurant 150. 지한 식당 오픈!
7월 4일 수요일.
강지한은 오늘도 지한 식당에서 요리연습을 하는 한지민을 지도해 준 뒤 강림대학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수업을 받기 위해서였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만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린 강지한의 두 손이 무거웠다.
그는 양손 가득 검은 봉투를 들고 있었다.
저번 주에 수업을 같이 듣는 어르신들이 너무 자신을 반겨준 것이 감사해서 도시락을 만들어 온 것.
사실 수업 시간이 6시 40분이라 저녁을 챙겨 먹고 오기에도 애매한지라 전 주에도 대부분 공복으로 왔다고 했었다.
‘좋아하셔야 할 텐데.’
이제 어디 가서 요리로는 지지 않을 실력을 지닌 그였으나, 새로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순간은 항상 조금 긴장됐다.
강지한이 평생교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일찍부터 도착한 어르신들이 그를 반겨주었다.
“우리 춘천의 스타 오셨네~!”
“저번 주에도 배틀 셰프 잘 봤어요.”
“난 우리 지한 씨만 보면 기분이 좋아~ 호호호.”
그런 반응에 예전 같으면 어쩔 줄 몰라 했을 강지한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직원들에게 좀 더 살갑게 다가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수더분하고 넉살 좋게 행동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해서 그는 회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미소와 함께 웃어주고서는 테이블 위에 들고 온 봉다리를 올렸다.
그러자 구자영 교수가 다가와서 물었다.
“지한 씨, 이건 뭐예요?”
“도시락이에요. 다들 식사하지 않으셨을 것 같아서 만들어왔어요.”
“어머나~ 어머나~ 젊은 사람이 센스가 어쩜!”
곁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손뼉까지 쳐가며 좋아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교수님 수업 시간을 뺏는 거 아닌가 싶네요.”
거기까지는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강지한이었다.
하지만 구자영 교수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빼앗긴요. 춘천에서 맛집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 요리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횐데요.”
구자영은 생긴 것만큼이나 말하는 스타일도 차분하고 조곤조곤했다. 어투 역시 부드럽고 하늘하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얼굴이 어째 낯설지 않은 강지한이었다.
‘어디서 봤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도시락을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혹시 몰라 20인분을 싸왔기에 모자라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네 줄로 가지런히 담긴 김밥이 보였다.
“와~ 김밥이네. 나 엄청 좋아하는데.”
아주머니 수강생 한 명이 반색하며 김밥을 집었다. 그런데 김밥의 썰린 단면이 예사롭지 않았다.
김밥 안에 들어간 재료들로 예쁜 꽃모양을 만들어 낸 것.
“어머머.”
이를 본 수강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평생 이런 김밥은 처음 보네.”
“그러게요. 아까워서 어디 먹겠어?”
김밥의 정중앙에는 노란 단무지가 꽃의 암술처럼 박혀 있었고 그 주변을 분홍 소세지 두 쪽과 채 썬 붉은 당근이 네 장의 꽃잎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초록색의 시금치와 노랗고 하얀 계란 지단은 꽃잎에 어우러지도록 예쁘게 배치했다.
우엉과 어묵도 얇게 채를 썰어 꽃 주변에 흩뿌리듯 넣어서 돌돌 말았다.
그야말로 김밥으로 예술을 해 놓았다.
“역시 맛집 사장님 손기술은 다르시네.”
찰칵! 찰칵!
“이런 건 찍어서 SNS에 올려야 돼. 그래도 되죠?”
“얼마든지요.”
강지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너도나도 김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댔다.
“맛있게 먹을게요.”
한바탕 부산을 떤 수강생들이 김밥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살짝 깨무는 순간 밥알이 알알이 풀어지며 채 썰어 넣은 속재료 들이 마구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머! 너무 맛있다!”
“어쩜 간을 이렇게 잘했대요?”
“모양보다 맛이 더 예술이네.”
수강생들의 입에서 극찬이 터져 나왔다.
강지한의 김밥은 분식집에서도 항상 상위 매출을 자랑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런 만큼 그 맛이 일품이었다.
“나는 이 김밥 분식집 가서 먹어봤어요. 근데 오늘 싸오신 게 더 맛있는 것 같아.”
“나도 분식집 가봤었어요. 우리 손주가 거기 음식이 하도 맛있다 그래서.”
“맞다. 혜자씨도 가봤었다 그랬죠?”
수강생들이 김밥 하나를 가지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때 이쑤시개로 김밥 한 알을 찍어 차분하게 입에 넣고 맛본 구자영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네요. 제 동생이 왜 지한 선생님 분식집을 그렇게 칭찬하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동생… 이요?”
“네. 지한 분식 단골이래요. 요즘은 사장님이 나오지 않으셔서 예전보다 맛이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최고라네요.”
“그렇군요.”
대답을 하며 강지한은 그 동생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고민했다.
한데 그때 구자영의 미소에 구자승의 웃음이 겹쳐 보였다.
“아 혹시! 구 조각가님이 동생분 되시나요?”
“맞아요. 얼굴이 미묘하게 닮았죠?”
“하하. 맞아요.”
구자승. 구자영.
그러고보니 이름도 ‘자’ 자 돌림이었다.
“확실히 춘천 바닥이 좁긴 좁네요.”
“그러니까요.”
어쩐지 계속 낯설지가 않더라니, 이런 식의 인연일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정말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사실 동생 얘기를 들으면서도 분식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타박만 놓았는데. 괜히 동생한테도 지한 선생님께도 미안해지네요. 다음번에는 이 맛있는 김밥 먹으러 동생이랑 꼭 한 번 들를게요. 홍보도 많이 해드리고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별말씀을요. 호호.”
구자영이 웃다가 들고 있던 이쑤시개를 떨어뜨렸다.
“어머나.”
본래 그녀의 성격이라면 새 이쑤시개를 꺼내서 교양 있게 찍어 먹어야 했다.
그런데 구자영은 맨손으로 김밥을 집어 먹었다.
강지한의 김밥은 교양까지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맛이었다.
* * *
다음 날.
강지한은 푸드스타일르스트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응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접시와 테이블 매트를 사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바꿔가며 음식을 플레이팅해 테이블 위를 꾸며보았다.
이제 겨우 수업을 두 번 밖에 받지 않아서 여전히 기초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도 강지한의 플레이팅과 테이블 디자인은 대단히 예뻤다.
자기도 몰랐던 또 다른 재능이 개화해 버린 것.
“와~ 선생님. 정말 예뻐요.”
강지한은 여러 가지 스타일로 테이블을 꾸몄다가 ‘젠’ 스타일로 방향을 잡았다.
젠이란 동양적인 느낌이 돋보이는 스타일로 주로 흑백 컬러의 식기구와 기물을 사용한다. 난잡하거나 튀지 않고 청초, 간결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때문에 음식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두 번밖에 안 배우신 분 맞아요?”
“괜찮은 것 같지?”
“괜찮은 정도가 아닌걸요. 진짜 끝내줘요. 나도 선생님이랑 같이 그 수업 들을 걸 그랬나 봐요.”
한지민의 극찬을 듣고 있던 강지한의 얼굴에 만족스런 웃음이 걸렸다.
“그럼 슬슬 지한 식당 오픈 준비 해볼까?”
“정말요?”
강지한은 원래 푸드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을 딴 후에 식당을 오픈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정도만 해도 담아낸 모양새하며, 테이블의 스타일링이 충분히 아름다워서 지체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부족한 것들은 오픈한 다음 조금씩 채워 나가면 될 일.
“좋아. 다음 주 월요일. 지한 식당 오픈이다.”
“꺄아~!”
한지민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 * *
사흘 뒤, 토요일.
강지한은 하루 종일 면접을 보러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그는 지한 식당의 오픈 일을 결정하고 나서 홀 직원과 두 명과 알바 세 명, 주방 보조 두 명의 모집 공고문을 냈다.
그러자 수십 명이 지원서를 접수했고, 강지한은 그들을 토요일에 전부 만나보기로 했다.
지원자들은 오는 순서대로 지한 식당의 홀에서 한 명씩 강지한과 면접을 가졌다.
강지한의 눈에는 지원자들의 등급이 속속들이 보였다.
우선 홀 서빙을 지원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등급은 D 정도였다.
하지만 그 안에 C-나 C등급의 지원자들도 간혹 있었는데 강지한은 C등급 두 명을 홀 직원으로, C- 세 명을 홀 알바로 채용했다.
그리고 주방보조로 지원을 한 사람들 중에서는 다행스럽게도 C+등급의 사람이 두 명 있어서 그들을 채용했다.
이것으로 지한 식당을 함께 이끌어 나갈 멤버들도 구축이 됐다.
디자인 회사에 주문했던 메뉴판도 배송이 되었으니 이제 정말 오픈만 남았다.
* * *
일요일.
지한 식당 오픈을 하루 앞둔 저녁.
강지한은 예소린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식탁 위에는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얹은 구이판에서 소곱창과 소대창이 익어가고 있었다.
고기 사이에 자른 감자와 송이버섯, 콩나물도 보였다.
치이이익.
고기가 익어갈수록 고소한 냄새가 거실 전체로 퍼지며 두 사람의 침샘을 마구 자극했다.
“지한 씨, 기분이 어때?”
예소린이 물었다.
“싱숭생숭해. 다 익었다. 이제 먹어봐.”
강지한이 구이판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집게를 내려놓고 말했다.
“와~ 맛있겠다. 근데 나, 전부터 궁금했던 거. 곱창 위에 뿌리는 이 하얀 가루는 정체가 뭐야? 곱창 집에서는 비법 가루, 마약 가루, 이러면서 가르쳐 주지를 않아.”
“별거 아니야. 마늘가루랑 콩가루에 MSG조금 섞은 거야.”
“그런 거야?”
“응.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곱창 위에 뿌려서 먹으면 고소함이랑 감칠맛이 더 확 살아나거든.”
“그렇구나.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예소린이 곱창을 하나 집어 간장 소스에 푹 찍어 먹었다.
쫄깃한 곱창이 입안에 들어와 씹히면서 속에 가득 찬 곱이 확 퍼져 나왔다.
“응~ 이거지.”
예소린이 콧소리까지 내며 행복해할 때 강지한은 대창을 집어 먹었다.
껍질 안에 가득 들어 있는 기름이 스르르 녹으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가 싶다가 눈 녹듯 사라졌다.
“아, 좋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에 술이 빠질 수가 없는 법.
두 사람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쉼 없이 젓가락을 놀렸다.
“이 곱창들 지한 씨가 다 손질한 거야?”
“아니, 손질된 제품 사서 굽기만 한 거야.”
“그럼 곱창 질이 좋은가 보다.”
“내가 잘 구운 거야.”
“호호. 맞아. 지한 씨가 잘 구운 거야.”
주고받는 농담 속에 깨가 쏟아졌다.
소파 위에 엎드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설탕이도 뭐가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를 무심코 돌아봤다.
그러자 가지런히 모은 앞발 위에 올려두었던 설탕이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휙 들렸다.
설탕이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헥헥 거렸다.
“이리와, 설탕아.”
강지한의 부름에 설탕이가 바로 달려와 의자 옆에 앉았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이구~ 예쁜 내 새끼. 난 너만 보면 행복해진다. 그거 알아?”
왕!
“너도 그렇다고? 흐흐.”
설탕이를 만지는 강지한의 손길에 애정이 가득 담겼다.
그의 애정을 설탕이는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다.
바로 그때.
설탕이의 머리 위에 있는 하트에 붉은색이 가득 차오르더니 테두리가 확장되었다.
더불어 하트 안의 숫자가 14에서 15로 변했다.
한데 이전의 레벨 업과 달리 하트 안의 붉은색이 전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강지한은 나타나는 메시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설탕이의 레벨이 15가 되었습니다.]
[설탕이의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으니 더 이상 애정도로 하트를 채울 필요가 없어진 것.
따라서 이번엔 하트의 테두리만 커진 것이었다.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교감도가 높아집니다.]
[명성이 올라갑니다.]
[만렙 특전 ‘설탕이 퀘스트’가 열립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레벨 업 현황>
[강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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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이 LV15(MAX)]
지능+20
교감도+50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굴러, 점프, 노래: 행복+10
특수 능력: 물어오기 LV5(MAX), 명성: 82(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강아지)
설탕이 퀘스트: 설탕이의 명성을 98까지 올릴 경우 감추어진 특수 능력을 얻게 됩니다.
‘감추어진 특수 능력?’
레벨 업 현황을 읽고 난 강지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7월 9일 월요일.
지한 식당이 정식 오픈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8시.
중간에 3시부터 5시는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아침 일찍 식당으로 출근한 강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Stage 3. 지한 식당]
[목표: 분점을 한 개 이상 내십시오.]
[성공 보상: 잃어버린 강지한의 기억 한 조각]
[오픈했습니다.]
[상급자의 난이도가 적용됩니다.]
[만족도는 10일 동안만 습득 가능합니다.]
[매장의 레벨 업이 가능해졌습니다.]
[얼굴, 혀, 목소리, 손을 7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지한 식당.
드디어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