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42화 (142/330)

# 142

Restaurant 141. 탈락인가?

푸드트럭 존에 들어온 한 커플이 주변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와, 여기 트럭들 전부 메뉴가 5,000원인데?”

“뭐 먹을까?”

남자의 질문에 여자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민했다.

“음……. 중식 요리도 괜찮아 보이고, 일식 요리도 맛있을 것 같은데. 특히 가라아게 나 환장하잖아.”

“그럼 저거 먹을까?”

여자의 마음은 거의 동화팀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그에 염동화와 조중훈, 정재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데 그때,

“자기야, 저거 봐봐.”

“응?”

“김치 볶음밥이랑 소고기 안심으로 만든 찹스테이크에 파인애플 주스까지 주는데 5,000원이래.”

“어머나, 혜자다.”

“그치? 저거 먹을까?”

“잠깐만. 저기는 뭐 파나 좀 보고.”

여자의 시선이 두찬 팀의 트럭으로 향했다.

그런데, 메뉴를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조금 심드렁해졌다.

“아……. 저기는 별로 안 땡기네. 우리 그거 먹자, 자기야. 찹스테이크.”

“그래.”

여자의 변심에 동화팀과 일구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그런 희비조차 강지영과 도근한은 부러웠다.

“하아, 진짜 위험하다.”

도근한이 말에 한숨을 섞어 뱉었다.

“손님~ 와서 드셔보고 가세요. 정말 맛있어요.”

강지영은 호객 행위라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조금 전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보며 강지한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템을 떠올렸다.

바로 ‘손님 부스터’!

그것은 얼마 전 설탕이가 물어다 준 네잎 클로버를 사용해 뽑았던 랜덤 박스에서 얻은 아이템이었다.

손님 부스터는 영업 중인 식당에 손님들의 방문을 1.5배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 강지한은 푸드 트럭에서 영업을 하는 중이다.

그러니 이 장소가 그의 식당이라고 인식이 될 테고, 손님 부스터의 효과 역시 적용될 터.

1.5배의 효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없는 것보단 나았다.

그가 손님 부스터를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때, 여태 보지 못한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테이지 3으로 돌입하신 특전으로 ‘아이템 레벨 업’이 활성화됩니다.]

[만족도 포인트로 손님 부스터를 레벨 업 할 수 있습니다.]

‘어?’

강지한이 지한 식당의 건물을 얻으며 스테이지 3이 오픈되었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라 모든 기능이 활성화된 건 아니었으나 어찌 되었든 3번째 스테이지에 발을 디딘 건 맞았다.

따라서 특전이 활성화된 것.

뜻하지 않았던 특전에 강지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만족도 포인트 1만을 투자해 손님 부스터를 2레벨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아이템을 레벨 업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만 만족도 포인트.

현금으로 환전하면 100만 원 정도 되는 액수였으나 강지한은 망설임 없이 투자했다.

‘레벨 업 하겠어.’

[만족도 포인트 1만이 차감되었습니다.]

[손님 부스터가 2레벨이 되었습니다.]

[손님 부스터 LV2-하루 동안 매장을 찾는 손님의 수가 2배 증가한다.]

업그레이드된 손님 부스터의 효과가 1.5배에서 2배로 늘어났다.

그 정도만 할 만한 수치였다.

강지한은 바로 손님 부스터의 효과를 활성화시켰다.

[손님 부스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어디에 사용하시겠습니까?]

1. 지한 분식

2. 지한 김치

3. 지한 김치전골

4. 배틀 셰프 푸드 트럭

‘배틀 셰프 푸드 트럭.’

[손님 부스터를 사용했습니다. 부스터의 버프가 적용됩니다. 손님이 2배 더 많이 들게 됩니다. 이 효과는 하루 동안 유지됩니다.]

손님 부스터의 효과가 적용됐다.

그때 여자 손님 셋이 푸드 트럭 존에 들어섰다.

그녀들은 네 대의 트럭에 샘플로 진열된 음식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우리 저거 먹을래?”

세 여인 중 한 명이 일구팀의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고개를 저었다.

“칼로리 폭탄 맞을 것 같아서 거절하겠어. 중식도 기름져서 패스.”

또 다른 여인은 동화팀의 음식을 보며 눈을 빛냈다.

“대박. 나 일식 완전 사랑하는데.”

그때 칼로리 계산을 하던 여인의 눈에 지한팀의 음식이 들어왔다.

“계란 한 상?”

계란 볶음밥과, 참치계란말이, 계란국, 계란말이 토스트까지.

모든 요리가 계란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 양도 넉넉하면서 다른 음식보다 살은 덜 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난 저거.”

여인이 지한팀의 트럭으로 다가가자 나머지 친구 두 명이 쫄래쫄래 따라갔다.

“하나 주세요!”

여인이 오천 원을 내밀었다.

그것을 넘겨받은 강지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세 요리사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지한이 웍에다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파를 볶았다.

파가 뜨겁게 달궈지며 강렬한 파기름 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흐음~ 좋다.’

주문을 한 여인이 콧속 가득 들어오는 고소함의 극치에 행복해했다.

거기에 계란물 한 국자를 떠 넣어 살짝 볶은 뒤 찬밥을 넣어 빠르게 섞었다.

그러자 계란물이 밥알에 하나하나 코팅되었다.

강지한이 계란 볶음밥을 만들고 있을 때, 강지영은 토스트에 들어갈 달걀을 말았다.

달걀말이 안에는 치즈 두 장이 들어갔다.

두껍게 만 달걀말이를 버터에 구운 식빵 사이에 넣고 먹기 좋게 4등분 하니 달걀말이 안에 들어있던 치즈가 쫀득하게 흘러내렸다.

그러는 사이 도근한은 강지한이 알려준 대로 참치계란말이를 말아서 예쁘게 잘랐다.

그 작업을 마친 다음엔 육수로 낸 국물에 계란을 풀어 한 그릇 담아냈다.

완성된 계란볶음밥과 참치계란말이, 그리고 토스트는 강지영이 최종적으로 플레이팅 해서 플라스틱 용기에 예쁘게 담았다.

“여기 있습니다.”

“잘 먹을게요~”

여자 손님이 음식을 받아 그 자리에서 시식했다.

계란볶음밥을 입에 넣고 케첩이 뿌려진 참치계란말이 하나를 날름 집어 먹었다.

순간.

“후와아.”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입에서 확 풀어지는 계란밥과 그 사이에 섞인 짭조름한 참치계란말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혀 위에서 달고 짜고 고소한 맛의 아름다운 삼중주가 벌어졌다.

“맛있어?”

옆에 있던 친구가 물었다.

여인은 고개만 끄덕이고서 계란국을 떴다.

숟가락 위에 비단결처럼 반짝이는 계란이 달려 올라왔다.

“호록. 와.”

입에서 실타래가 풀어헤쳐는 것 같다가 사라져 버리는 신기한 식감이었다.

국물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취향을 완벽히 저격하는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샌드위치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바삭한 빵이 부셔지며 포슬포슬 부드러운 계란말이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어, 진득한 치즈가 한데 섞인 재료들을 코팅하며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대박. 대박. 나 이런 거 처음 먹어봐. 전부 대박이야.”

여자의 말에 다른 친구들이 더 참지 못하고 지폐를 내밀었다.

“저도 하나 주세요!”

“저두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돈을 넘겨받은 강지영이 싱긋 웃었다.

* * *

페일 배틀이 시작되고 난 지 두 시간 반이 흘렀다.

심사위원들은 푸드 트럭 존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 앉아 지원자들의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모니터는 전부 6대.

각 트럭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는 모니터가 4대, 서로 다른 각도에서 푸드 트럭 존 전체의 광경을 잡고 있는 모니터가 2대였다.

한데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전부 한 곳에만 집중된 상황.

바로 지한팀을 비추는 모니터였다.

“놀랍네요.”

한돈선이 입술을 만지며 읊조렸다.

“솔직히 이건 예상하지 못했어요.”

최현식의 말이었다.

그에 레이먼 박이 고개만 주억거렸다.

이후로 세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모니터만 관찰했다.

모니터 속 지한팀의 푸드 트럭 앞에는 손님이 다섯 팀이나 몰려 있었다.

* * *

“우리 지금 몇 인분 째지?”

참치계란말이를 만들며 도근한이 물었다.

“23인분!”

강지영이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

강지한이 짤막한 소감을 말하며 웃었다.

지한팀에 실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시간 반이 지나도록 손님이 거의 없다가 두 시간이 넘어서는 간헐적으로 발길을 하더니 두 시간 반이 넘어가는 지금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손님 부스터가 손님의 유입을 2배로 올려주었고, 계란 한 상을 먹은 손님들은 근처에 있는 친구들을 전화로까지 불러 모으면서 같은 음식을 권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 것.

하지만 아직까지도 순위는 꼴찌였다.

1위는 일구팀으로 벌써 45인분을 팔아치웠다.

2위는 33인분을 판 동화팀, 3위는 30인분을 판 소홍팀이었다.

아직 꼴찌 팀과도 7인분이나 차이가 나는 스코어.

남은 시간은 30분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니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일렀다.

어떻게든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각 팀의 호객행위가 격렬해졌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여.

그때, 일구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

“감사합니다, 여러분! 매진됐습니다!”

일구팀의 요리가 50인분 전부 매진됐다.

일구팀은 1등으로 페일 배틀을 통과했다.

이제 남은 세 팀의 싸움이었다.

동화팀은 35인분, 소홍팀은 33인분, 그리고 지한팀은 32인분을 판 상황.

물론 서로 간에 몇 인분을 팔았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지한팀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다행스럽게도 막판 스퍼트는 지한팀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

들어오는 주문을 빠르게 소화해 나가며 라스트 10분이 전부 지나갔다.

“끝! 우리 몇 인분 팔았어요?”

도근한의 물음에 강지영이 대답했다.

“37인분!”

“좋아!”

도근한과 강지영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강지한도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손을 맞댔다.

37인분.

초중반 성적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숫자였다.

하지만 다른 팀이 몇 인분을 팔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불안불안했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들이었지만 페일 배틀이 종료되자마자 푸드 트럭 존에 제작진들이 나타나 지원자들을 서로 다른 차에 태워 홍대 입구를 떠났다.

결과는 배틀 셰프 키친에서 공지될 예정이었다.

* * *

“지원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치른 경합의 결과를 발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입을 연 한돈선의 손에는 카드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카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한돈선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승팀부터 발표하도록 하죠. 배틀 셰프 제6라운드. 페일 배틀의 우승팀은 50인분을 매진시킨 일구팀, 박일구, 정대만, 김주민 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자!”

일구팀원 세 사람이 서로를 얼싸안고 좋아했다. 그들을 다른 지원자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박수를 쳐주었다.

“이제 안타깝지만 탈락 팀을 발표할 시간이군요. 첫 번째로 탈락할 팀은…… 총36인분을 판매한 소홍팀, 왕소홍, 신일중, 이만우, 세 분입니다. 그동안 긴 여정을 함께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첫 번째 탈락자 발표에 좌중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배틀 셰프 키친은 탈락자들에게 엄동설한처럼 차디차기 그지없는 곳이다.

세 명의 탈락자는 각자 소감 한 마디씩을 남긴 채 쓸쓸한 박수를 받으며 눈물과 함께 퇴장했다.

이제 남은 건 두 팀.

그런데, 지한팀 세 사람의 안색이 어두웠다.

방금 탈락한 소홍팀은 36인분을 팔았다고 했다.

지한팀은 37인분을 팔았다.

그럼 이번 탈락팀은 지한팀이 될 확률이 높았다.

만약 동화팀이 38인분 이상을 팔면 무조건 탈락이고 37인분을 팔았다면 동점이 된다.

그때 여섯 사람의 얼굴을 훑던 한돈선이 동화팀의 결과부터 발표했다.

“동화팀은 총 38인분을 판매했습니다.”

“……!”

강지한, 도근한, 강지영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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