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35화 (135/330)

# 135

Restaurant 134. 정보의 눈

윤신현은 강지한을 춘천까지 자차로 데려다 주었다.

그는 가는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지한을 칭찬했다.

칭찬은 강지한이 분식집 앞에 도착해서 내릴 때까지도 이어졌다.

“정말 멋졌습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 정도로 완벽했어요. 다음번에 꼭! 음식 먹으러 오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윤신현은 다시 급하게 차를 몰아 춘천을 떠났다.

“귀에 딱지 앉는 줄 알았네.”

강지한이 귀를 후비며 분식집에 들어섰다.

지한 분식 안은 손님들로 바글거렸다.

홀은 이미 만석, 웨이팅은 세 팀이 있었다.

강지한이 주방으로 들어서자 용성우와 고중만이 그를 반겼다.

“사장님, 일 잘 보고 오셨어요?”

“강 사장~ 요새 아주 공사다망해?”

강지한은 바쁘게 요리사복을 착용하고 모자까지 걸친 후 손을 씻은 다음 조리대 앞에 섰다.

용성우가 옆으로 슬쩍 빠지며 보조 자리로 갔고, 보조 자리에 있던 고중만이 뒤로 물러났다.

바쁘게 서빙을 하며 이를 본 이리나가 미소 지었다.

언제 봐도 확실히 저 포지션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강지한은 들어온 주문들을 빠르게 파악하고서는 김치찌개와 된장국을 동시에 올리고 제육을 볶아나갔다.

순식간에 완성된 세 개의 요리가 동시에 오더 테이블에 놓여졌다.

그것을 최지민이 들고 한 테이블에 서빙했다.

강지한의 손에서 완성된 요리들은 하나같이 레벨이 6이었다.

‘이제 슬슬 스스로도 발전해야 하는데.’

레벨 6까지는 비교적 쉽게 올라온 그였다.

한데 그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것이 요원치 않았다.

강지한이 생각하기에 한 단계 더 높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그런 요리를 먹어봐야 했다.

그가 먹어본 레벨 7의 요리는 배틀 셰프에서 한돈선이 만들었던 만두가 유일했다.

그것을 먹었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강지한은 이후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만두의 맛을 재현하고는 했다.

당시의 맛을 강지한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들어간 재료가 무엇인지 또한 잊지 않고 메모해 둔 터였다.

그는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한 요리 지식과 레벨 업 시스템으로 얻은 한정신의 지식을 토대로 열심히 만두의 비밀을 파헤쳐 나갔다.

도전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맛이 한돈선의 만두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같긴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제자리였다.

무언가 만두 조리법 중 특이한 과정이 존재하거나 강지한이 눈치채지 못한 재료가 들어간 것일 수도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맛집 투어를 가야겠다.’

우선적으로 자타공인 맛있기로 소문난 곳을 꼽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겸사겸사 예소린도 불러서 함께 맛집 투어 데이트를 즐기면 일석이조다.

* * *

영업이 끝난 시각.

홀 정리를 하던 이리나가 강지한에게 다가왔다.

“오빠, 저 할 얘기가 좀 있어요.”

“응? 뭔데.”

용성우, 고중만과 주방 청소를 하던 강지한이 그녀를 쳐다봤다.

“저……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정리 끝나고 따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어요?”

“그래. 그러지 뭐.”

강지한이 허락하자 이리나는 다시 청소를 이어나갔다.

한편 그런 이리나를 보는 용성우가 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화이팅이야, 리나야. 분명 잘될 거야.’

요즘 들어 이리나와 부쩍 친해지는 용성우는 개인적으로 많은 대화를 해왔다.

때문에 그녀가 오늘 강지한에게 무슨 고민을 털어놓으려는지도 익히 짐작하는 바였다.

주방 청소가 마무리 될 무렵.

강지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신장호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스마트폰 너머에서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은 우렁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강 사장님! 대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으셔서 PPL을 따내셨습니까!

“아, 일이 무사히 진행됐나 보네요.”

-조금 전에 연락 왔습니다. 우리 신푸드 신제품 네 가지 전부 PPL 계약을 맺자고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물으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더군요. 나, 인간 신장호. 정말로 감격했습니다.

신장호의 음성은 대단히 격앙되어 있었다.

그는 이후로도 한참을 더 강지한에 대한 찬양을 해대고서 겨우겨우 전화를 끊었다.

그때쯤, 용성우와 고중만은 마무리를 끝내고 퇴근했다.

분식집엔 강지한과 이리나 둘만 남게 됐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마주 앉자마자 강지한이 물었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기…… 오빠, 나 주방에서 일하고 싶어요.”

“주방에서?”

“지금 서빙 잘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서빙도 좋지만 사실 저 요리에도 은근 욕심 많았거든요. 근데 이번에 지한 식당 오픈하면 주방 막내 새로 구해야 하잖아요.”

“그렇지.”

지한 식당을 오픈하게 되면 강지한은 지한 분식을 떠난다.

그는 지한 식당에 주로 머물 것이고 지한 분식의 주방장은 용성우가 된다.

부주방장은 당연히 고중만이 맡을 테니, 부장에서 잡다한 일을 도와줄 막내 직원이 필요했다.

“새로 사람 뽑지 말고 제가 막내 할게요.”

“리나야, 주방 일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려울 텐데.”

“그럼 제 요리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싹수가 보이면 주방 일 시켜주는 걸로. 어때요?”

강지한에게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사실 이리나는 오래전부터 고민해 오던 일이었다.

사실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면 홀보다는 주방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한 분식이 오픈했을 당시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후 어어? 하는 사이 주방 멤버가 늘어났고 그녀의 포지션은 홀로 굳어져 버렸다.

“좋아, 해봐.”

강지한이 이리나에게 주방 출입을 허락했다.

그녀가 비장한 얼굴로 주방에 들어가 식칼을 잡았다.

* * *

“김치찌개 완성입니다.”

강지한의 앞에 뚝배기가 놓였다.

그 안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김치찌개가 담겨 있었다.

강지한이 김치찌개의 레벨을 확인했다.

[이리나의 상당한 수준의 김치찌개]

요리 등급: LV4

-평균적인 맛보다 한 단계 높은 맛을 자랑한다. 강지한의 김치와 특제 육수, 특제 양념으로 인해 레벨이 올랐다. 비교적 육수와 양념의 비율을 잘 맞췄고, 재료를 넣는 타이밍과 끓이는 시간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조리할 경우 레벨 6의 수준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이 아쉽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똑같은 김치와 육수, 양념을 사용해도 정량을 못 지키고 강지한이 정립해 놓은 조리 과정을 엄격하게 지키지 못하면 레벨 4가 나올 수 없다.

요리라는 것이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살려낼 실력이 없다면 망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끽해야 레벨 2에서 3정도 수준에 그칠 터.

그런데 이리나는 레벨 4의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그녀가 홀을 담당하면서도 틈틈이 주방을 살피며 조리 과정을 유심히 눈에 담았다는 증거였다.

‘의외로 센스가 있었네, 리나.’

강지한이 웃으며 김치찌개를 맛보려 할 때였다.

[눈의 숙련도가 100이 되어 레벨 업 합니다.]

[눈의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정보의 눈’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그간 신경도 쓰지 못했던 눈의 숙련도가 100이 되어 레벨 업 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지한이 레벨 업 현황을 살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6 만족도+5 (NEXT LOCK)

혀   LV6 미각+5  (NEXT LOCK)

목소리 LV6     (NEXT LOCK)

손   LV6     (NEXT LOCK)

눈   LV5     (0/100)

[특수 능력]

요리 조언자

관찰의 눈

파악의 눈

정보의 눈

.

.

.

특수 능력에 정보의 눈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어 있었다.

강지한이 그것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살폈다.

[정보의 눈-강지한의 밑에서 일을 하러 오거나, 혹은 하고 있는 사람의 능력치 정보를 상태창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언제든 본인이 원할 때 이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능력치?’

강지한이 당장 이리나에게 정보의 눈을 사용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리나의 능력치>

직급: 홀 직원

등급: C

능력: 요리 LV 3, 서빙 LV 5, 청소 LV 4, 회계 LV 2

정직도: 97/100

신뢰도: 98/100

종합 평가: 각 능력의 잠재력이 뛰어나진 않으나 배움이 빠르다. 그나마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분야는 요리. 자신이 속한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일하며 고용주를 신뢰하는 마음이 크다.

‘와아.’

강지한은 이리나의 옆에 떠오른 상태창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사람의 능력치를 수치화시켜서 보여주다니.

그때 메시지가 나타나며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상태창의 등급은 그 사람의 고유 레벨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타고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등급은 습득한 능력, 잠재력, 정직도, 신뢰도, 배우는 속도로 책정됩니다.]

[각각의 능력들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을 경우 하락하기도 합니다. 상태창에 표기 되지 않은 능력 또한 익히는 것으로 습득 가능합니다. 단, 식당 일에 필요한 능력들 또한 표기됩니다.]

‘끝내준다.’

정보의 눈이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직원이나 알바를 고용할 때 선택의 기준이 명확해질 터.

강지한은 차오르는 희열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왜 웃어요? 제 요리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

잔뜩 긴장해서 강지한의 반응을 살피던 이리나가 불안해서 물었다.

“응? 아니. 아니야, 리나야. 먹어볼게.”

강지한이 김치찌개를 한 숟갈 떠먹었다.

딱 그가 예상했던 대로의 맛이었다.

강지한의 시선이 다시 이리나의 상태창으로 향했다.

‘능력들을 보면 그냥 서빙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종합 평가가 걸리네.’

종합 평가를 보면 이리나의 잠재력이 가장 뛰어난 능력은 요리라고 적혀 있었다.

고민하던 강지한은 이리나에게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좋아. 홀 알바 당장 구할 테니까 다음 주부터 주방에서 일해봐.”

“정말요? 와아! 감사해요, 오빠! 헤헷.”

이리나가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 * *

금요일 오전.

지한 분식 홀 서빙 직원 모집 광고를 내자마자 그날 브레이크 타임에 세 사람이 면접을 보러왔다.

강지한은 세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오가는 대화는 대단할 게 없었다.

그냥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강지한은 영양가 없는 잡담을 나누며 세 사람의 능력치를 살폈다.

<김아랑의 능력치>

직급: 홀 직원 면접자

등급: C+

능력: 요리 LV 1, 서빙 LV 4, 청소 LV 4, 회계 LV 3, 화술 LV 2, 설거지 LV 3

정직도: 87/100

신뢰도: ???/100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종합 평가: 요식업 관련해서 여러 가지 알바를 꾸준히 해온 덕에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다양하다. 대부분의 일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배움과 레벨 업이 빠르다.

<조현아의 능력치>

직급: 홀 직원 면접자

등급: E

능력: 서빙 LV 3, 청소 LV 1, 회계 LV 1

정직도: 48/100

신뢰도: ???/100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종합 평가: 태생이 게으르다. 귀찮으면 일터에 나가지 않는다.

<강남길의 능력치>

직급: 홀 직원 면접자

등급: D

능력: 서빙 LV 2, 청소 LV 2, 회계 LV 1

정직도: 66/100

신뢰도: ???/100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종합 평가: 실수가 잦고 행동이 느리다. 그런데 마음이 약하고 성정이 착해서 잘못을 저질러도 지적하기가 힘든 타입.

능력치를 보자마자 답이 나왔다.

강지한은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을 돌려보낸 뒤 김아랑에게 합격했으니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메시지를, 다른 두 사람에게는 불합격 메시지를 정중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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