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83화 (83/330)

# 83

Restaurant 82. 나가, 뒤지기 싫으면

고중만은 오늘 나오지 않았다.

딸의 감기가 심해져서 병원을 좀 들러야겠다는 연락을 강지한에게 한 터였다.

강지한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준희 잘 돌봐주시라 말해주었다.

아직 오픈하기 전.

강지한과 용성우, 이리나가 열심히 오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한데 오픈시간이 되기도 전에 출입문 앞으로 12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종종 문 열기 직전에 웨이팅이 걸리기도 하지만 오늘은 너무 일렀다.

그리고 20명이나 서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11시 정각.

문이 열리고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아직 최지민과 이주희가 출근하기 전, 이리나가 홀로 밝게 인사하며 손님들을 반겼다.

그런데,

‘……?’

12명의 손님들은 매장에 있는 12개의 테이블에 각각 따로 앉았다.

마치 숫자를 딱 맞춰온 듯 빈 테이블을 전부 점거해 버렸다.

이리나가 난감한 얼굴로 주방을 돌아봤다.

그 광경에 용성우도 당황했다.

“사장님……. 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강지한은 용성우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가만히 손님들의 동태를 살폈다.

하나 같이 껄렁껄렁한 것이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 것 같았다.

딸랑-.

마침 식당으로 들어서던 커플 손님이 홀 상황을 살피더니 황당해하며 다시 나갔다.

이리나는 안절부절하며 손님들이 주문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웨이팅을 기다리는 줄은 길어지는 중이었다.

결국 보다못한 강지한이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주문할게요.”

한 손님이 손을 들었다.

그에 이라나가 다가가니 손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오뎅 하나 줘요.”

“……네?”

“오뎅 꼬치 하나만 달라고. 잘 안들려요?”

“아……. 네.”

이리나가 주방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어묵…… 한 개요.”

그 말에 용성우의 이가 빠드득 갈렸다.

“사장님, 저 사람들 아무래도 불순한 목적으로 온 것 같습니다. 제가 나가서…….”

강지한이 그런 용성우를 제지했다.

식당을 점거한 사람들은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괜히 뭐라고 했다간 그걸 빌미삼이 물어뜯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은 답답해도 지켜봐야 했다.

이리나가 어묵 꼬치 하나를 서빙하자 바로 다른 사람이 또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김밥 한 줄이었다.

그런 식으로 한 명의 음식이 서빙되면 다른 이가 주문을 해나갔다.

결국 열두 테이블의 주문을 모두 받는 데만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웨이팅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여유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몇몇 손님은 기다리다 지쳐 대열을 이탈했다.

그때쯤 출근한 최지민과 이주희가 홀의 상황을 보고서 의아했고, 그들에게 이리나가 소곤거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주희는 무서워서 토끼눈이 되었고, 최지민은 화가 나는 걸 참느라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음식을 주문한 이들이 그것을 고사 지내는 양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깨작대는 중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웨이팅을 하던 손님들 중 몇몇이 항의하러 들어왔다가 12명의 사나운 인상에 그냥 나가 버렸다.

길게 늘어져 있던 줄은 사라졌다.

“사장님, 어떻게 해요?”

이리나가 난감해서 물었으나 강지한이라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건 대놓고 장사를 방해하는 건데. 누가 이 사람들을 보낸 거지?’

고민하던 강지한의 머릿속에 어제 찾아왔던 국회의원의 수행비서가 떠올랐다.

‘설마……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은 것 때문에?’

그렇다고 국회의원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한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보복을 하려면 그만한 위치에 더 좋은 방법들이 많을 것이다.

한데 딱 봐도 건달 무리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보내다니.

이런 사람들과 엮이면 국회의원의 권위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는 게 아닌가?

강지한은 의아해했으나, 가장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그 집단에 종종 있다는 걸 몰랐다.

게다가 민정욱은 더더욱 질이 나빴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일을 지시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선 안 된다.

때문에 그와 너무도 사는 세상이 달라 아무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김태영에게 일을 맡긴 것이다.

홀을 점거하고 있는 건달들은 피크 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강지한이 홀로 나왔다.

“죄송한데, 여러분으로 인해 다른 손님들께서 피해를 보고 계십니다. 식사 끝나셨으면 그만 자리를 비워주셨으면 하는데요.”

그 말에 김태영이 강지한을 슥 쳐다봤다.

“아직 식사 끝나지 않았는데? 이거 안 보여요?”

김태영이 세 알 정도 남은 김밥을 가리켰다.

“김밥 한 줄, 어묵 하나를 한 시간 넘도록 먹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짜기라도 한 듯 한 분씩 테이블을 전부 점거하고서는. 이제 충분히 영업방해로 고소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러기 전에 나가주세요.”

“아, 식사마저 하고 나갈게요. 영업방해는 무슨…….”

그때였다.

식당 문이 열리며 우람한 덩치에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들어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행히 준희 열이 내려가지고 지금이라도 출근을…….”

우렁차게 소리치며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고중만이었다.

그가 말을 하다 말고 이상하게 싸한 식당 분위기에 주변을 훑었다.

‘뭐야 이거?’

테이블마다 사람이 한 명씩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어째 오늘은 웨이팅도 없다 싶더라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한데 손님들의 면면을 훑던 고중만의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몇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고중만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파르르 떨었다.

고중만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영태야.”

“……네.”

“이거 뭐냐?”

“아니, 저기 형님.”

“너 내가 지한 분식 험담하고 다니면 어디 한 군데 부러진다고 했지? 근데 아예 쳐들어와서 지랄을 하고 있어?”

“그게 아니라 저…….”

“김영태!”

고중만이 호통 쳤다.

거대한 목청이 홀을 쩌렁쩌렁 울렸다.

순간 홀에 있던 사람 모두가 어깨를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고중만이 김영태의 앞으로 다가가 씹어 먹을 듯 그를 노려봤다.

“야.”

“……네.”

“나가, 뒤지기 싫으면.”

“…….”

김영태가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서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안 나가?!”

쾅!

고중만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동시에 화들짝 놀란 김태영이 벌떡 일어섰다.

김영태를 비롯, 고중만을 아는 다른 동생 네 명도 덩달아 엉덩이를 뗐다.

“나, 나갈게요.”

김영태가 부리나케 도망치려 하자 고중만을 모르는 남자 한 명이 그런 김영태를 잡았다.

“왜 그래요? 받은 만큼은 해야지.”

“오늘 할 만큼 한 것 같으니까 모레 다시 오면 돼. 가, 가자!”

김영태가 대충 둘러대고 바삐 홀을 벗어났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식당을 나섰다.

분식집에서 빠르게 멀어지는 김영태의 속이 복잡했다.

‘들어오면서 출근 어쩌고 하는 거 보니까 거기서 일하는 것 같던데. 왜 이렇게 꼬이고 지랄이야. 내일은 어떻게 찾아가냐.’

계획대로라면 한 시간은 더 버티고 있었어야 했는데 심장이 벌렁거려 그럴 수가 없었다.

‘모레는 어떻게든 비벼보자, 시발. 민정욱이 뒤봐주는데 제가 어쩌겠어.’

고중만과 정면으로 부딪히려니 벌써부터 뒷골이 욱신거리는 김영태였다.

그나마 ‘이틀에 한 번 꼴로 가서 뒤집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다행이었다.

* * *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이후부터는 별일 없이 무사히 영업을 마칠 수 있었다.

최지민과 이주희가 퇴근하고 남은 인원들이 뒷정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용성우는 그놈들을 당장 신고해 버리자고 했지만 고중만이 말렸다.

“내일 한 번 더 오면 그때 신고하는 게 좋아.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는데, 두 번 부터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지랄하는 게 확실해지니까. 어차피 CCTV도 있으니 다 찍혔을 거 아냐?”

“근데 그게 법으로 제제할 수 있는 건가요?”

강지한이 물었다.

“모르지. 신고해 봐야 알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법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어. 아! 한 가지는 확실히 알지. 노점으로 장사하면 안 된다는 거.”

고중만의 농에 강지한이 픽 웃었다.

“아무튼 오늘 감사했어요, 중만 아저씨. 성우도. 다들 퇴근하세요.”

“내일 보자고, 강 사장.”

“내일 뵙겠습니다!”

두 사람을 내보내고 마무리 정리를 마친 강지한이 식당 문을 걸어잠글 때였다.

그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한 김치전골의 인지도 61/60]

[남은 시간 10:38:21]

“응?”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손님 부스터가 지급됩니다.]

[손님 부스터는 무형의 아이템입니다. 언제든 사용하고 싶을 때 의지의 발현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정미가 BJ들 정모를 거기서 한다 그랬었지?”

유정미가 데리고 간 BJ들은 총 여덟 명.

그들이 하나같이 개인 방송을 켜서 지한 김치전골의 먹방을 중계해 버리니 인지도가 급격하게 올라가 60을 넘긴 것이다.

“확실히 인터넷이 무섭구나.”

유정미 덕분에 퀘스트를 쉽게 클리어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냥 무산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보답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손님 부스터를 써서 보너스 스테이지 목표도 클리어해야겠다.’

오픈빨을 받았을 때 손님 부스터를 써야 더욱 수월하게 클리어 할 수 있을 테니, 내일이 최대한 빨리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답이다.

‘그나저나…… 그 인간들 내일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걱정 속에서 강지한이 퇴근했다.

* * *

다음 날.

강지한은 출근을 하며 손님 부스터를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

그에 바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손님 부스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어디에 사용하시겠습니까?]

1. 지한 분식

2. 지한 김치전골

“지한 김치전골.”

[손님 부스터를 사용했습니다. 부스터의 버프가 적용됩니다. 손님이 1.5배 더 많이 들게 됩니다. 이 효과는 하루 동안 유지됩니다.]

손님 부스터를 사용했으니 이제는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부디 오늘 일 매출 200을 찍기를 바라며 강지한은 지한 분식의 문을 열었다.

그가 열심히 오픈 준비를 하는 동안 고중만과 용성우, 이리나가 출근했다.

한데 오늘은 11시가 되기 전에 최지민과 이주희도 출근을 서둘렀다.

어제의 일 때문에 혹시나 싶었던 것.

강지한을 비롯한 모든 일행이 긴장하며 문밖을 살폈다.

한데 그 김영태 무리들이 오늘은 나타나지 않았다.

식당 문을 오픈해도 일반적인 손님들만 몰려들었다.

그에 고중만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그렇지. 제까짓 게 어딜. 흥!”

“우와. 중만 아저씨, 멋지십니다.”

용성우가 고중만을 한껏 치켜세워 주었다.

갑자기 날아든 칭찬에 고중만이 붉어진 뺨을 긁적이며 헛기침을 했다.

“허험!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고! 하하. 일하자, 일!”

“네!”

지한 분식의 주방과 홀은 다시 평소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강지한도 첫 번째 주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다 아차! 하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일하기 전에는 늘 무음으로 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그때 로버트 정으로부터 문자가 하나 날아들었다.

-강 사장님! 로버트예요! ^^* 아직 음식에 대한 실마리는 못 잡으셨죠? 그래서! 혹시나 도움 될까 싶어 정보 몇 가지 더 드립니다. 친구 녀석에게 들은 바로는 할아버님이 강원도 출신이시랍니다! ……적고 보니 드릴 정보가 한 가지였네요? 하하하! 앞으로도 수집하는 대로 빠르게 보내드리겠습니다!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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