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Restaurant 74. 배틀 셰프 첫방
너무 맛있었던 게 독이 됐다.
강지한이 굽는 고기에 반한 사람들은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삼겹살을 추가 주문했다.
술보다 안주가 더 많이 입으로 들어갔다.
거의 식당에 있는 삼겹살을 동 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옆테이들에서 술을 마시던 두 명의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삼겹살이 저 정도 사이즈가 아닌데.”
“보니까 저기 저 남자가 구우니까 맛있다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고기를 굽는데 그렇게까지 맛있으려고.”
“맛없으면 저렇게 시키겠냐?”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고기 굽는 남자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으로 아부 떠는 것 같아.”
“아……. 그런가?”
“그렇지.”
“그나저나 진짜 맛이 별로다.”
“거봐. 후미진 곳에 있는 고기집이 소문 안 난 맛집이라는 건 정설이 아니라니까. 괜히 여기 오자 그래 갖고.”
“우리 형 도와준다 생각하고 온 거니까 투덜대지 말고 먹자. 너한테도 우리 형이 은인이잖아, 인마.”
“그건…… 그렇지. 아니 근데 네가 먼저 투덜댔잖아, 새꺄.”
두 남자는 티격태격하며 다시 자신들의 술자리에 집중했다.
한편 지한 분식 식구들은 결국 마지막으로 추가 주문한 삼겹살 2인분 중에 1인분 정도를 남기게 되었다.
강지한이 구워놓긴 다 구워 놓았는데 더는 들어갈 여유 공간이 없었다.
“이거 아까워서 어째.”
조미옥이 말했다.
“가져가서 내일 먹자, 엄마.”
“하루 지나면 이 맛이 안 나. 지금 먹어야지.”
“지금 못 먹으니까 하는 말이잖아. 아까워 죽겠네.”
일행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소주잔을 부딪치던 옆 테이블 사내들의 귀에 들어갔다.
‘저 정도까지 얘기하는 거 보면 진짜 맛있는 거 아니냐?’
‘아부라고 보기에는 과한데…….’
사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지한이 일어섰다.
“조 사장님 말대로 지금 먹지 않으면 맛없어져요. 아까워도 어쩔 수 없어요. 그냥 가요.”
“아, 정말 아깝다.”
독고진이 끝내 미련을 못 버리고 입맛을 다셨다.
“여기 계산할게요.”
강지한이 술값, 아니 고깃값을 계산하고 일행들이 식당을 나섰다.
그러자 할머니가 느릿느릿 다가와 테이블을 치우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할머니.”
“네?”
“그 안주 버리기 아까운데 우리가 먹으면 안 될까요?”
“남이 먹던 건데 괜찮겠어요?”
“어차피 같은 사람인데 어때요. 우리 주세요.”
“홀홀~ 그래요, 그럼.”
할머니가 남은 고기를 깨끗한 접시에 덜어 건네주었다.
“아, 김치도 가져갈게요.”
불판위에 구워진 김치도 제법 남아 있었기에 그것까지 사내는 가져왔다.
평소였다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안주가 맛이 없어 술을 빨리 먹다 보니 조금 과하게 취해 버렸다.
지한 일행 테이블에서 남은 고기와 구운 김치를 챙겨온 남자 둘은 잔에 술을 채웠다.
“한 번 먹어보자.”
“그래.”
서로 잔을 부딪치고 키득거리는 것이 고기맛을 기대하기보다는 취기에 저지르는 장난 같은 분위기였다.
“크으~”
술 한 잔을 넘기고서 사내들은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
“…….”
그리고 찾아온 반응은 똑같았다.
그들은 말없이 인안에서 터지는 육즙의 향연에 집중했다.
다시 입이 열린 건 고기가 목으로 넘어가고 난 다음이었다.
“이거 돼지고기 맞아?”
“그치? 돼지고기 육즙 실화냐?”
거하게 취해 있던 정신이 술을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사내들이 다시 고기를 집어 먹었다.
취해서 잘못 느낀 게 아니었다.
정말 돼지고기에서 육즙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두툼한 돼지고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의 얇은 삼겹살로는 아무리 잘 구워도 육즙을 가두는 게 힘들다.
“어떻게 구우면 이렇게 되는 거야?”
“내가 아냐?”
이번에는 구운 김치에 싸서 한 점을 먹었다.
가뜩이나 맛있는 삼겹살에 김치의 풍미가 곁들여지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쳤다. 김치 미쳤어.”
“근데 이거 우리가 먹던 김치가 아닌데?”
“아까 저쪽에 있던 아줌마가 개인적으로 가져온 봉지에서 꺼내더라.”
“그래?”
그 말을 들은 사내가 벌떡 일어나서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미 강지한 일행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아우, 젠장. 놓쳤다.”
“동호야! 갑자기 뛰쳐나가, 인마.”
뛰쳐나간 선동호를 친구가 쫓아 나왔다.
“하아, 아까워 죽겠네. 춘천 사람들이겠지? 사장님 어쩌고 하면서 고기도 기막히게 굽는 걸 보면 요식업 종사할 테고.”
“이미 늦었다. 고기나 마저 먹자.”
선동호은 식당으로 들어가면서도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의 형 선동엽은 고깃집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인 상황.
그래서 동생인 선동호가 친구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고깃집을 방문해 맛을 보는 중이었다.
오늘은 고기가 너무 맛이 없어서 술 먹고 놀자는 기분이 되어 버렸지만.
‘이 정도로 고기 굽는 기술만 익히면 대박인데. 그리고 이 김치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보물을 눈앞에서 놓쳐 버린 것 같은 아쉬움에 입으로 넘어가는 술이 참 쓴 선동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