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47화 (47/330)

# 47

Restaurant 46. 변화의 구슬

재오픈을 한 지도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강지한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김치볶음밥은 모두 6레벨로 올랐다.

전 같았으면 음식의 업그레이드에 무작정 환호했을 강지한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그는 묵묵하게 새로 생긴 레시피들을 관조하며 파악하고 공부했다.

그저 레시피가 새로 생겼으니 만족하며 기계적으로 음식을 만들던 전과는 확연히 다른 자세였다.

강지한은 그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에서 고독한 수련을 해나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이 없다는 것만큼 힘든 일은 또 없었다.

그래도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변함없이 지한 분식을 찾아주는 손님들 덕분이었다.

지한 분식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바빠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음식의 딜레이가 길어지지 않은 것은 용성우의 놀랄 만한 성장 덕분이었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강지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앞서나가게 만드는 건 즐거움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즐거움.

그런 면에서 강지한은 용성우에게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재미있게도 용성우의 빠른 성장은 갈수록 강지한의 열정에도 불을 붙였다.

언젠가부터 주방은 불보다 두 사람의 열기로 더욱 뜨거워졌다.

보름 간 새로운 단골 일곱 명이 더 늘어났다.

그로 인해 럭키 박스는 두 단계 레벨 업 하며 아이템을 내주었는데, 하나는 3단골 포인트였고, 다른 하나는 변화의 구슬 두 번째 조각이었다.

집 거실의 서랍 속 변화의 구슬은 이제 한 조각만 더 찾으면 레벨 3으로써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럭키박스의 레벨 조건이 5부터 바뀌었다.

여태껏 레벨 업에 필요한 새로운 단골의 수를 늘려 나가더니 이번엔 [럭키 박스 LV5-NEXT 만족도 55]라는 조건이 나타난 것.

안타깝게도 럭키 박스의 레벨 업 조건이 바뀐 이후 55의 만족도를 가져다 준 손님은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일전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55란 만족도가 요즘엔 참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레벨 업 한 건 럭키 박스만이 아니었다.

설탕이도 9레벨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설탕이에게 새로 생긴 능력은 점프!

강지한이 점프! 라고 외치면 제자리에서 허공으로 폴짝 뛰어 오른다.

전에는 강지한만 봤다하면 무분별하게 뛰어오르던 재롱이었는데 이제는 재능이 되었다.

아울러 특수능력 물어오기는 숙련도가 98에 다다랐다.

설탕이는 첫날 튜토리얼에서 상자 하나를 물어온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물어오지 못했다.

녀석은 요즘 들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강지한에게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선물들을 물어오려 했지만 맘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숙련도는 꾸준히 오르는 중이었으니 레벨이 오를 때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편 이리나는 강지한이 생각했던 대로 아르바이트에서 직원으로 정식 채용되었다.

강지한은 이리나에게 나중에 다른 일을 할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직원으로 재계약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안 했다.

이리나는 마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를 수락했다.

이로써 지한 분식에 아르바이트로 나오는 건 최지민 한 명밖에 없었다.

최지민은 열흘 전부터 딱 저녁 피크 타임까지만 일하고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사실 알바의 입장에서는 그게 맞았다.

식당을 마무리할 때까지 같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 강지한이 최지민을 들일 때도 그렇게 얘기했었다.

그럼에도 여태 같이 마무리를 도왔던 건 최지민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강지한은 그가 초과 근무한 시간까지 전부 계산에 넣어 주었다.

한데 열흘 전부터 최지민은 저녁에 따로 공부하는 것이 생겼다며 7시면 퇴근을 하곤 했다.

출근 시간도 11시 반으로 조정했다.

피크 타임에만 이리나를 도와주면 되는 일이니 강지한은 이를 수용해 주었고, 이로써 모른 이들의 자리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잡혔다.

2월의 중순.

강지한의 누적 포인트는 174,184까지 모였다.

장사로 누적된 보유 현금은 1천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강지한은 그런 가시적인 액수에 집착하거나 만족 않고 꾸준히 노력해 나갔다.

식당을 마감하는 시간.

알바와 직원들도 모두 나가고 강지한 홀로 주방 마무리하고 있을 때, 식당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딸랑-

독고진과 조미옥이었다.

“사장님.”

강지한이 주방에서 나와 둘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우리가 좀 늦게 왔죠?”

독고진이 얇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강지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바쁘지 않은 시간에 와주셨으니 저야 좋죠.”

그동안 강지한과 독고진, 조미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통화하거나 잠깐 만나 차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조미옥은 이미 김치를 맛본 순간 장사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잡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계획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 강지한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강지한은 그 나름대로 조미옥과 독고진을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서로를 파악하고 생각을 나눌 여유를 가졌던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 도출되려 하고 있었다.

“우리 해보자고, 강 사장.”

“잘 생각하셨어요. 부동산에다가는 건물 내놓지 않겠다고 얘기하셨죠?”

“그렇게 했지.”

“네. 김치는 이달 말부터 파는 것으로 생각해 주시고, 보름 동안 내부 인테리어부터 외관 공사까지 전부 끝내도록 하죠. 거기에 대한 비용은 사전에 얘기 나누었듯이 반반 부담으로 하시고요.”

“강 사장이 알아서 해주면 난 그냥 따라갈 거야. 이제는 늙어서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까.”

“일말의 불만도 생기지 않도록 잘 해드릴게요. 수익은 말씀드린 대로 기본 급 200에 판매 수익에서 15퍼센트 가져가시는 걸로 괜찮으시죠?”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근데 생각해 보니 저번에 확실히 명시를 안 했더라고. 그…… 기본급 200이 나 혼자만 받는 거야? 아니면 우리 아들도?”

“전 두 분이 함께 장사하실 거라 생각하고 말씀 드린 건데요? 두 분 다 200 기본급으로 드릴 겁니다.”

“그랬어?”

“네. 근데 판매 수익은 두 분 모두에게 드리기는 힘들어요.”

“그것까지 바라면 내가 도둑년이지.”

김치제조공장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이 최저 150에서 많아야 180선이었다.

한데 강지한은 두 모자에게 판매까지 맡기고 있는 데다 거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우러져야 하니 기본급 200에 판매 수익금까지 얹어주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조미옥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최근 일 년 간 치킨 장사로 매출 재미를 본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지한 역시 수익구조를 계산해 본 결과 달에 최소 300 이상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었기에 이런 제안이 가능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 목표가 김치를 하루에 수십 킬로 팔고 마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매일 같이 김장에 김치 관리에, 판매까지 하시려면 정신없으실 거예요. 아, 독고진 씨 혹시 차는 있어요?”

“작은 트럭 하나 몹니다. 살아생전 아버지가 몰던 거 그대로 이어받은 거라 똥차이긴 한데 가까운 거리 굴리는 건 문제없어요.”

“잘됐네요. 제가 우리 집 마당에다 김치숙성고랑 저장고를 조금 크게 마련할 생각이거든요.”

김치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김치 냉장고 세 대로는 부족했다.

많은 양의 김치들을 계절과 상관없이 숙성시킬 수 있는 숙성고가 필요했다.

다행히 강지한의 땅은 200평이고 숙성고를 지을 공간은 충분했다. 마당 한쪽에 소 우리로 쓰다가 창고로 변한 공간이 있는데 그것을 개조해서 숙성고로 만들 셈이었다.

집주인 역시도 이에 대해 수락한 상태였다.

따라서 숙성고에 있는 김치를 매장까지 편히 나르려면 차는 필수였다.

“와, 숙성고까지? 강 사장님 완전히 본격적이시네요. 이거 망할 수가 없는 사업이네. 김치 맛있겠다, 숙성고까지 있겠다. 우리 일 열심히 하겠다. 그치, 엄마?”

호들갑 떠는 독고진에게 조미옥이 일갈했다.

“아, 소란 떨지 말아! 세상일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덤벼들면 될 일도 안 돼. 항상 최선을 다해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지.”

“아니 그냥 기분 좋아서 분위기 좀 띄운 것 같고 유난은.”

조미옥이 툴툴대는 독고진을 무시하고 강지한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아무튼 강 사장님. 우리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잘해 보자고.”

“그래요. 내일 바로 계약서 작성해요.”

이로써 강지한과 발맞추어 걸어갈 사람이 둘 더 생겼다.

* * *

밤 11시 47분.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강지한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품에 안고 있던 설탕이를 거실에 내려놓고 샤워부터 했다.

쏴아아아아-

욕실에서 물줄기가 사납게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설탕이는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여전히 주변에서 둥둥 떠다니는 선물 상자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녀석이 입을 힘차게 벌리며 점프했다.

눈을 부릅뜨고 뒷다리에 힘을 줘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선물을 낚아채려 했는데,

텁!

이번에도 실패했다.

설탕이가 시무룩해 꼬리를 축 내리고 욕실 앞에 주저앉았다.

그때 마침 샤워를 마친 강지한이 거실로 나왔다.

한데 그와 동시에 설탕이의 머리 위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 1 물어오기의 숙련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물어오기의 레벨이 2로 올라갑니다.]

[설탕이가 선물을 물어올 확률이 증가합니다.]

[레벨 업 보너스로 1회에 한정, 물어오기 성공률이 100%가 됩니다.]

“오~ 설탕이 특수능력도 레벨 업 했구나?”

강지한이 설탕이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사실 특수능력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있었다.

설탕이가 그동안 선물을 물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데다, 강지한은 나름대로 요리 연습에만 몰두한다고 시야가 좁아졌었기 때문이다.

강지한은 설탕이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한데 그때 자정이 지나며 설탕이의 물어오기 스킬이 활성화됐다.

이때다 싶은 설탕이가 강지한의 손길을 뿌리치고 허공을 향해 점프했다.

성공률이 100퍼센트인 만큼 실패는 없었다.

설탕이가 며칠 동안 자신을 놀리고 괴롭힌 선물 하나를 야무지게 입에 물고 바닥에 착지했다.

토탁!

줄곧 축 쳐졌던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강지한에게 다가와 선물을 내려놓는 설탕이.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를 아낌없는 박수로 칭찬했다.

“우와~ 설탕이 멋진데? 고마워, 내 새끼.”

왕! 헥헥헥!

요 며칠 잠잠했던 설탕이의 프로펠러 꼬리가 다시 팽팽 돌아갔다.

“우리 설탕이가 어떤 멋진 선물을 물고 왔는지 한 번 볼까?”

강지한이 작은 선물상자를 터치했다.

그러자 상자가 열리며 안에서 메시지가 나타났다.

[변화의 구슬 세 번째 조각을 얻었습니다. 세 조각을 모두 얻었으므로 구슬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획득한 변화의 구슬은 마당 있는 집 거실의 TV테이블 맨아래 서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구슬 3/3]

메시지를 읽은 강지한이 테이블의 서랍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온전한 형태를 되찾은 옥빛 구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지한이 그것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순간 변화의 구슬에서 영롱한 빛이 일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변화의 구슬이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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