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Restaurant 40. 지한 분식 재오픈!
‘보너스 스테이지?’
증축한 식당은 스테이지 3이 아닌 보너스 스테이지로 나타났다.
만족도를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은 30일.
목표는 럭키 박스를 레벨 10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것.
‘근데 럭키 박스가 뭐야?’
강지한이 의문을 품자 허공에서 손바닥만 한 네모난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의 모든 면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상자의 위로 이런 글씨가 떠 있었다.
[럭키 박스 LV1-NEXT 새로운 단골 1명]
“이게 럭키 박스구나.”
강지한이 럭키 박스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박스를 그냥 관통했다.
눈에 보이지만 만질수는 없었다.
‘이것도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겠지.’
이제 강지한은 레벨 업 시스템에 대해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현상에 놀라거나 누가 보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 박스를 레벨 10까지 업그레이드 시키라 이건데… 레벨 업하면 무슨 일이 생기려나.’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럭키박스는 레벨 업을 할 때 마다 식당에 도움이 되는 무작위 아이템을 줍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아이템의 질이 좋아지거나 얻게 되는 아이템의 수가 증가합니다.]
“이거 좋다.”
보너스 스테이지라 그러더니 진짜 보너스로만 도배가 되어 있었다.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무려 한 달이나 되는 데다 럭키 박스까지 주다니.
특히 식당을 증축한 강지한의 입장에서는 만족도 포인트를 어마어마하게 끌어당길 수 있는 기회였다.
“럭키 박스의 레벨 업 조건은 새로운 단골 한 명. 레벨 2가 되면 조건이 새로운 단골 두 명으로 바뀌려나.”
딱히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지한 분식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중이고 새로운 손님들이 연이어 걸음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단골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였다.
“다시 열심히 달려보자.”
다짐을 한 강지한이 식당을 나섰다.
* * *
동창회를 다녀온 다음 날.
2월 25일은 부모님 기일이었다.
강지한은 일찍부터 눈을 떴다.
어제 술이 과했음에도 속은 편안했고 머리는 거짓말처럼 맑았다.
레벨 5 이불의 효과였다.
개운한 몸으로 제사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한 뒤, 필요한 도구들을 배낭에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부모님의 무덤은 가평 공원묘원에 있었다.
전 같았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겠지만 지금은 차가 있으니 이동이 훨씬 쾌적할 터였다.
부우웅~!
세상에 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 * *
강지한이 무덤에서 보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간단하게 제사만 지내고 바로 돌아왔다.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을수록 돌아오지 못하는 부모님만 더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기일에 얼굴 한 번 보여주고 쓸쓸하지 않도록 음식 차려주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강지한은 김숙자의 집에 들러 설탕이를 돌려받았다.
한 번도 강지한과 하룻밤을 떨어져 지낸 적 없던 설탕이는 재회를 하자마자 펄쩍펄쩍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향숙은 그런 설탕이를 보낼 수 없다며 어거지를 부리다가 김숙자에게 등짝을 얻어맞았다.
설탕이를 차에 태워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이 김치 냉장고를 열어 배추김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중 가장 먼저 담근 김치가 담긴 통 하나를 꺼내 이파리를 뜯어먹어 보았다.
아삭거리며 씹히는 김치는 시원하고 맛도 좋았다.
게다가 살아 있는 싱싱함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몸 전체로 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정도로 익었으면 손님상에 내놓을 만했다.
파는 것도 문제없었다.
강지한은 김치의 가격을 1킬로에 7천 원으로 책정했다.
재료값을 생각하면 그 정도가 적당했다.
아울러 내일부터는 보너스 스테이지가 시작되며 새로운 알바도 함께하게 된다.
강지한과 지한 분식이 또 한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어디…… 단골 포인트가.”
강지한은 레벨 업 현황을 열어 단골 포인트를 살폈다.
단골 포인트 상점에 접속했을 때 쓰고 남은 포인트가 4였는데 그동안 6이 더 모여 10이 되었다.
“단골 포인트 상점을 이용하겠어.”
강지한의 의지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종이접기로 만든 작은 상점이 나타났다.
상점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메뉴판이 튀어나와 열렸다.
[단골 포인트 상점 메뉴]
<음식 LV2>
반찬 5가지-20단골 포인트.
<인테리어 LV1>
조화(造花), 그림 액자-각각 5단골 포인트.
<잠김-음식과 인테리어의 레벨을 3까지 올릴 경우 해금>
강지한은 사실 단골 포인트를 20까지 모아서 반찬 다섯 가지를 사려고 했다.
한데 아직 그가 운영해 나가는 분식집에 많은 반찬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식사 메뉴는 비빔밥과 된장찌개, 김치찌개 세 가지고 나머지는 분식 메뉴였으니 단출한 게 더 나았다.
해서 증축을 한 김에 인테리어 물품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포인트도 딱 떨어지게 모은 터.
“10단골 포인트로 조화와 그림 액자를 구입하겠어.”
[조화와 그림 액자를 구입하셨습니다. 10단골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인테리어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고급 수저, 물결무늬 천장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메뉴 설명]
고급 수저-구매 시 레벨 업 현황 [인테리어]에 ‘고급수저 LV1’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며, 식당의 모든 수저가 고급 수저로 교체됩니다. 고급 수저를 사용하는 손님들의 마음이 흐뭇해져 종업원들의 사소한 실수에 조금 더 인자해집니다. 포인트 투자로 레벨 3까지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물결무늬 천장-구매 시 레벨 업 현황 [인테리어]에 ‘물결무늬 천장 LV1’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며, 천장에 물결무늬가 새겨집니다. 물결무늬를 보는 손님들의 마음이 여유로워져 여유도가 조금 더 늦게 줄어듭니다. 포인트 투자로 레벨 3까지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구매 가능한 단골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이용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응.”
강지한의 대답에 메뉴판이 닫히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상점은 제자리에서 휘리릭 돌더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로써 강지한은 단골 포인트 상점의 음식과 인테리어의 레벨을 2까지 올렸다.
그가 눈앞에 떠 있는 레벨 업 현황을 살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
.
.
[인테리어]
조화 LV1 (NEXT 500)
그림 액자 LV1 (NEXT 500)
조화는 음식의 풍미를 전혀 해치지 않는 은은한 향으로 손님들의 기분을 평안하게 해준다.
그림 액자는 손님들의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
집에서는 두 물건의 레벨 업이 불가능했다.
식당 내부에 있는 물건들은 식당에서만 레벨 업이 가능하다.
이제 재오픈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설탕아, 우리 마당에서 놀까?”
왕!
“나가자!”
마음이 편해진 강지한이 설탕이와 함께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강아지와 주인은 한참 동안 마당에서 뛰고 뒹굴며 신나게 놀았다.
강지한이 쉬는 동안 설탕이와 계속 붙어 있어준 덕분에 애정도는 빠르게 차올라 레벨 업이 지척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당에서 함께 놀다 보니 설탕이의 애정도가 가득 찼다.
하트가 텅 비며 테두리가 살짝 커졌고 그 속에 8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아울러 늘 보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오늘은 두 줄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설탕이의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잠겨 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굴러’를 얻었습니다.]
[특수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물어오기’를 얻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 낮은 확률로 식당에 도움이 될 무작위 아이템을 물어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레벨 업 현황>
.
.
.
[설탕이 LV8]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굴러: 행복+7
특수 능력: 물어오기 LV1 (숙련도 0/100)
“물어오기? 이건 또 뭐니, 설탕아.”
강지한이 말을 건네자마자 튜토리얼이 시작됐다.
[‘물어오기’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튜토리얼 한정, 100퍼센트의 확률로 무작위 아이템을 물어옵니다.]
메시지가 나타나는 순간 설탕이가 높이 점프하더니 허공을 깨물었다. 다시 땅에 착지한 설탕이의 입에는 애기 주먹만 한 선물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설탕이가 꼬리를 흔들며 강지한의 발치에 그 선물 상자를 놓았다.
그러자 상자가 펑! 하고 열리며 그 안에서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축하합니다! 설탕이가 아이템을 물어왔습니다. ‘빈 메뉴 슬롯 한 개’를 얻었습니다.]
[‘물어오기’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와…….”
놀란 강지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설탕이가 그런 강지한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칭찬해 달라는 눈빛으로 꼬리를 팽팽 돌렸다.
강지한이 설탕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설탕아, 네가 짱이야!”
설탕이는 스테이지2의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얻게 된 녀석이었다.
당시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는 ‘식당에 도움이 될 아이템’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그 말이 딱이었다.
설탕이는 진정 식당의 발전에 무궁무진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빈 메뉴 슬롯을 얻은 강지한은 당장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고서 설탕이를 씻기고 본인도 씻은 후 새 메뉴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김치를 이용한 메뉴를 만드는 게 가장 좋았다.
얼마 전, 강지한의 김치 레벨은 4가 됐다. 해서 만들 수 있는 김치의 종류는 배추김치, 겉절이, 깍두기, 총각김치, 백김치, 섞박지, 열무김치, 부추김치의 여덟 가지였고 더 맛있게 김치를 담글 수 있었다.
때문에 그 김치를 이용한 메뉴를 만들면 훨씬 맛있을 터였다.
실제로 김치찌개의 레벨은 여전히 5였는데, 김치의 레벨이 발전하며 그 맛도 더 좋아졌다.
해서 강지한은 당장 김치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김치볶음밥에 들어간 재료는 고슬고슬 지어진 밥 한 공기, 잘 익은 김치, 돼지 앞다리살, 설탕, 미원 한 꼬집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들어간 게 없었다.
그래도 김치가 워낙 맛있어서 완성도는 80% 이상이었고 메뉴 슬롯에 등록할 수 있었다.
강지한은 새로 등록한 김치볶음밥에 5포인트를 투자해 레벨 2로 만들었다.
증축 기념으로 새로운 메뉴를 얻게 된 것 같아 강지한의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 당장 새로운 메뉴판부터 만들어야겠다. 고마워, 설탕아.”
왕! 헥헥헥.
강지한이 설탕이를 사랑스럽게 안아주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 *
2월 26일.
증축한 지한 분식이 재오픈하는 날이었다.
이미 공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손님들에게 증축 공사로 인해 문을 닫는 기간과 재오픈 날에 대해 충분히 공지를 해놓은 상황.
강지한은 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줄 것이라 믿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식당에 도착한 강지한이 오래간만에 설탕이를 애견 카페에 데리고 갔다.
“소린 씨~”
강지한이 설탕이와 함께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모든 강아지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격하게 설탕이를 반겼다.
왈왈!
컹컹!
아르르르!
헥헥헥!
하나같이 설탕이 앞에서 팔짝팔짝 뛰고, 반가워서 짖고, 빙글빙글 돌고 얼굴부터 들이대며 난리가 났다.
설탕이는 그런 강아지들을 보며 꼬리치고 헥헥 대다가 후다닥 달려 나갔다.
그러자 강아지들은 또다시 설탕이를 우르르 따라가며 신이 나서 장난을 쳐댔다.
설탕이는 강아지들 사이에서도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지한 씨~ 오셨어요?”
마침 화장실 청소를 마친 예소린이 밖으로 나오며 강지한을 반겼다.
“네, 염치없지만 오늘도 우리 설탕이 잘 부탁드릴게요.”
“별말씀을요. 늘 제가 감사하죠. 그동안 설탕이 없어서 카페 분위기가 얼마나 휑했다구요.”
“하하……. 근데 예 사장님한테 제 얘기를 너무 잘해주셨던데요. 덕분에 증축한 매장도 싼 가격에 계약할 수 있었어요.”
“저 얘기 잘해준 적 없어요. 있는 그대로 말했는걸요.”
“고마워요.”
강지한의 말에 예소린이 새치름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고마워요?”
“그럼요.”
“그런 사람이 식당 증축한다고 쉬는 동안 연락 한 번이 없어요? 저번에 사주겠다고 한 밥은 언제 살 거예요?”
“깜빡했네요. 하하.”
강지한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를 예소린이 빤히 쳐다봤다.
오늘만큼은 확실히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분위기였다.
“저…… 오늘 밤에 치맥 어때요?”
강지한이 넌지시 물었다.
예소린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좋아요. 저 치맥 좋아해요.”
시원시원하게 대답한 그녀의 입이 보기 좋은 호를 그렸다.
그 모습이 강지한의 눈에는 너무나 청초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예소린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럼 둘 다 매장 정리하고 연락해요.”
“네, 그래요.”
예소린과 술 약속을 잡은 뒤 식당으로 돌아온 강지한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자기 팔자에 그토록 아름다운 여인과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으흠흠~”
기분이 좋으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런 그의 눈앞에 본격적으로 보너스 스테이지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Bonus Stage. 30평 매장]
[목표: 럭키 박스를 레벨 10까지 업그레이드 하세요. 0/10]
[성공 보상: 빈 메뉴 슬롯 세 개]
[오픈 했습니다.]
[만족도는 30일 동안만 습득 가능합니다.]
[매장의 레벨 업이 가능해 졌습니다.]
[보너스 스테이지에서는 전 단계에서 LOCK에 걸린 메뉴들의 해금이 불가하며 스테이지 3에서 해금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