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35화 (35/330)

# 35

Restaurant 34. 주방 파트너

용성우는 강지한의 라면을 먹는 순간 짜릿한 전류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 대체 뭐야?’

김치도 보통이 아니더니 라면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용성우가 이번엔 면을 한가득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입안에서 살아 숨 쉬는 듯 춤을 춰댔다.

‘면은 끓이는 방법만 숙지하면 이 정도의 탄력감을 줄 수 있지. 중요한 건 국물이야.’

라면이 앞에 놓이는 순간부터 콧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국물의 향이 이상하리만치 깊었다.

그가 바로 국물을 마셔 보았다.

“호록. 캬.”

입안에서 말로 다 표현 못할 풍미가 펑펑 터졌다.

인스턴트 특유의 강렬한 맛 속에 육수에서 우린 듯한 구수함이 느껴졌다.

국물이 가볍지 않았다.

깊고 진한 데다가 불맛까지 났다.

‘뭔가를 볶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냥 라면이 끓는 소리만 들렸다.

만약 웍에다가 재료들을 볶았다면 소리가 요란했을 것이다.

‘대체 이게…….’

용성우가 다시 한 번 국물을 맛봤다.

이 라면 국물에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출시된 여타의 라면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과 향이 담겼다는 것이다.

용성우는 뭔가에 홀린 듯 계속 젓가락을 해댔다.

면발을 한가득 입에 넣고 씹다가 겉절이를 집어 먹으면 금상첨화였다.

거기에 국물로 혀를 적시면 절로 크으~ 하는 감탄이 나왔다.

그는 게 눈 감추듯 라면을 해치우고서 메뉴판을 살폈다.

“호,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떡볶이랑 김치찌개도 먹을 수 있을까요?”

이리나가 난감한 시선으로 강지한을 바라봤다.

“네, 해드릴게요.”

용성우의 간절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주문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강지한은 바로 요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걸쭉한 양념을 고루 입은 새빨간 떡볶이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가 나왔다.

용성우가 떡볶이 하나를 찍어 먹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쫄깃한 떡에 혼연일체가 되듯 뒤섞여 입안을 농락했다.

‘밀떡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좋아. 양념은 너무 맵지 않으면서 적당히 자극적인데다가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 덕분에 질리지 않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맛있어.’

이번에는 김치찌개를 떠먹어 보았다.

용성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 좋다.’

김치찌개는 육수를 내어 끓여서 맛이 묵직하면서 깊었다.

게다가 안에 들어간 김치들은 푹 익혀낸 것이 아닌 데도 따로 놀지 않았다.

오히려 치아에 씹히는 저항감이 국물의 깊은 맛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적당히 들어가 풍미를 더해주는 고기 역시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이 한 그릇으로 완벽한 그런 음식이었다.

용성우는 떡볶이부터 전부 먹어치우고서 조금 식은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를 말아서 푹푹 퍼먹었다.

순식간에 두 개의 요리가 사라졌다.

배가 불러 터질 지경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만큼 지금 먹은 요리가 만족스러웠다.

마치 축구 한 경기를 풀로 뛴 선수처럼 의자 위에 푹 늘어진 용성우에게 이리나가 다가갔다.

“손님, 괜찮으세요? 이제 정리해야 하는데…….”

“결심했다.”

“네?”

용성우가 벌떡 일어나 강지한에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사장님!”

“네?”

“음식을 정말 잘하십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강지한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요리하는 사람이 뭐 저렇게 잘생겼어?’

지금 용성우의 눈에 비친 강지한의 모습은 그 어느 연예인보다 더 멋지게만 보였다.

머리 뒤로 후광까지 이는 것 같았다.

그가 강지한에게 넌지시 물었다.

“여기…… 개업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제 두 달 정도 되어가네요.”

“그래요? 혹시 여기는 직원 구하지 않나요?”

강지한의 음식을 맛보는 순간 용성우는 식당을 열어 자영업하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자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본인의 매장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강지한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음식이라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구하고 있긴 한데…… 여기서 일하시려고요?”

용성우는 그러고 싶다 말하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일순 하고 싶은 일과 지고 가야 할 책임이라는 것이 부딪혔다.

강지한이 그런 용성우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더 고민해 보고 오셔도 괜찮아요. 아직 연락 주신 분이 없어요.”

세상에, 가까이서 들으니 목소리가 낭랑한게 고막이 사르르 녹을 지경이다.

같은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였다.

살짝 얼이 나가 있던 용성우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서 말했다.

“그, 그래요?”

“네. 벌써 며칠 됐는데 광고를 너무 작게 내서 그런지 선뜻 하겠다는 분이 안 나오네요.”

“그럼 하루만 더 고민하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용성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네. 그렇게 하세요.”

“계산해 드릴게요, 손님~”

이리나가 용성우를 자연스럽게 카운터로 인도했다.

용성우는 계산한 다음 강지한에게 허리를 꾸벅 숙인 뒤 분식집을 나섰다.

말투도 그렇고 행동 하나하나가 필요 이상으로 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강지한은 미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또 하루가 마무리됐다.

* * *

오전 10시.

아직 분식집이 오픈을 하기 전, 강지한은 약속대로 다시 찾아온 용성우를 직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열정으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눈빛에 열심히 할 것이라는 의지가 콱 박혀 있었다.

그는 어제 입었던 정장과 와이셔츠 대신 활동하기 편한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강지한은 용성우에게 그 옷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뭐부터 하면 될까요, 사장님!”

“일단 오늘은 설거지만 도와주시면서 제가 하는 일을 지켜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은 편하게 하세요. 제가 동생이잖아요. 헤헤.”

강지한은 올해로 스물아홉, 용성우는 스물여섯이었다.

넉살좋게 들러붙는 용성우를 보며 강지한이 빙긋 웃었다.

“그럼 앞으로 성우라고 편하게 부를게.”

“네!”

“지금은 한가해도 곧 손님들 들이닥치면 정신없어질 거야. 그러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네, 사장님!”

“정말 열심히 오래 일할 생각인거지?”

“그럼요.”

용성우는 강지한의 밑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워 직영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용성우의 그런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 외의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따지고 들지 않았다.

스물여섯이면 이미 성인이며 선택은 스스로 할 일이다.

강지한이 간섭할 영역은 아니었다.

큰 결심을 한 만큼 열심히 일해주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저 왔어요~!”

10시 20분.

이리나가 칼같이 출근했다.

그녀는 강지한의 옆에 앞치마를 메고 모자까지 쓴 용성우를 발견하고서 깜짝 놀랐다.

“어머, 어제 그 마지막 손님?”

“오늘부터 주방에서 일하게 된 스물여섯 살 용성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일하게 된 거예요?”

“그렇습니다!”

“어제부터 완전 파이팅 넘치시네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헤헤.”

이리나가 강지한을 바라보았다.

강지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앞으로 같이 일할 사이니까 잘 지내도록 해, 리나야.”

“알았어요, 오빠. 용성우 오빠라고 했죠? 저는 이리나라고 하고, 스물다섯 살이에요.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이로써 지한 분식의 새로운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

* * *

‘장난 아니다.’

점심시간.

식당으로 몰려들다 못해 웨이팅까지 걸리는 손님들을 보며 용성우는 자신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용성우는 몰려드는 설거지를 바쁘게 해치우며 틈틈이 강지한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럴수록 나오는 건 감탄뿐이었다.

강지한이 손을 몇 번만 움직이면 맛있는 음식이 척척 나왔다.

보고 있자면 별것 아닌 것 같았으나, 직접 해보려 들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용성우는 알고 있었다.

저것은 숙련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손놀림이었다.

“2번 테이블, 5번 테이블 주문이요!”

강지한뿐만 아니라 이리나도 대단했다.

그녀는 홀에서 지칠 줄 모르고 날아다녔다.

손님들을 항상 미소로 친절히 대했고, 정확히 주문을 받아와서 강지한이 조리에 혼선을 빚는 일이 없었다.

둘은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자랑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지한은 요리를 하는 중간중간 손님들을 살피며 이리나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다.

“3번 테이블 여자 손님 뜨거운 물 갖다 드려.”

“4번 테이블 휴지 떨어졌어. 바로 채워 드려.”

“1번 테이블 손님들 어묵국 리필해 드려.”

대체 어떻게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캐치해서 저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강지한을 관찰하다 보니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몰랐다.

강지한에게 푹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마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이리나는 홀을 정리하고서 먼저 들어갔다.

강지한은 용성우와 주방에 남아 내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일러주었다.

자신의 역할을 숙지한 용성우는 강지한에게 구십 도로도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그런 용성우를 강지한이 문 앞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진짜 멋지다.”

강지한은 완벽 그 자체였다.

* * *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이 수중에 있는 돈을 셈해봤다.

환전 가능한 누적 포인트와 장사로 번 돈을 다 합하면 6000만 원 정도가 됐다.

‘정말 2호점도 한 번 생각해 봐?’

수중에 돈이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도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나 필요한 건 사람이었다.

강지한이 믿고 맡길 만한 인재가 아직 없었다.

때문에 일단 용성우가 성장하는 속도를 보고 나중에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김치도 장사를 해볼까?’

레벨 3의 김치에도 사람들은 극찬을 했다.

그러니 김치의 레벨이 더 오른다면 따로 포장판매를 한다고 해도 많이들 사갈 것 같았다.

강지한의 머릿속에서 사업의 크기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 * *

용성우가 직원으로 들어온 지 일주일.

그는 강지한을 실망시키지 않고 착실히 실력을 쌓아나갔다.

열정으로 덤비는 사람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는 없는 법.

용성우는 이제 강지한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낼 정도가 됐다.

고작 일주일 만에 그리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용성우에게 지금 일이 간절했으며 즐겁다는 반증이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1차로 몰려든 손님들의 음식을 모두 만들어 내고 잠시 여유가 생긴 강지한이 열심히 부재료를 다듬는 용성우를 바라봤다.

그때 강지한의 눈앞에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얼굴의 숙련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얼굴의 레벨이 6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이목구비의 크기와 윤곽,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본 강지한이 얼른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 가죽이 근질근질거리는 것이 변화가 일어나는 중인 듯했다.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고 찰나지간 사라졌다.

변화가 끝난 것이다.

[치아 미백을 시작합니다. 일주일간 천천히 치아가 하얗게 변합니다.]

[치아 교정을 시작합니다. 한 달간 치아의 교열이 가지런하게 배열됩니다.]

[피부 세정을 시작합니다. 한 달간 잡티, 여드름, 블랙 헤드를 전부 제거합니다.]

[미소를 보는 손님들의 만족도가 5 증가합니다.]

[얼굴의 다음 레벨이 잠겨 더 이상 레벨 업이 불가능합니다. 잠긴 7레벨은 스테이지 3에서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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