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33화 (33/330)

# 33

Restaurant 32. 여유도

강지한은 바로 눈에 만족도 포인트 5를 투자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영업하는 중에는 포인트 투자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밤 아홉시가 넘어 영업을 끝내고 이리나도 돌려보낸 뒤에야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었다.

“눈에 5포인트 투자할게.”

[눈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손님들의 여유도가 그래프화되어 보입니다.]

[영업이 종료된 시간입니다. 손님이 들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은 내일 활성화됩니다. 튜토리얼 이후 레벨을 3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여유도?’

강지한은 그것이 뭔가 싶었다.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는 있지만 실제로 겪어봐야 정확히 다가올 것 같았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을 터.

깊이 생각 않고 식당 문을 닫고서는 애견 카페로 향했다.

그러면서 예소린에게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예소린은 설탕이를 잘 돌봐줄 뿐만 아니라 강지한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 덕에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던 강지한은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히는 게 가능했다.

얼마 전, 식당 문을 잠깐 닫아둔 뒤 설탕이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에 예방주사까지 맞힐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예소린의 귀띔 덕분이었다.

“소린 씨, 설탕이 오늘도 말썽 안 피우고 잘 있…….”

강지한이 카페로 들어서며 말을 하다 말고 멈칫거렸다.

그의 눈에 애견카페의 손님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한 마리의 강아지를 마구 어루만져 주는 광경이 들어왔다.

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강아지는 다름 아닌 설탕이였다.

설탕이는 배를 까뒤집고 좋아하다가 강지한의 냄새를 맡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왕!

그러고는 입을 헤 벌리고 헥헥거리며 달려왔다.

강지한이 지척까지 다가온 설탕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이파이브!”

그러자 설탕이가 달리던 자세 그대로 폴짝 뛰며 앞발을 강지한의 손에 맞부딪혔다.

이를 본 손님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하이파이브도 해?”

“꺅! 너무 귀여워~!”

“진심 데려가고 싶다, 설탕이.”

“허허. 참 똑똑하고 붙임성 좋은 것이 이 년 전에 무지개다리 건넌 우리 방울이 생각 나누만…….”

“아직 애긴데 진짜 똑똑하네. 천재견의 냄새가 솔솔 난다.”

“분식집 아저씨! 설탕이 완전 예뻐요! 헤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부 설탕이를 칭찬했다.

자식자랑에 기분 좋아진 강지한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설탕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강지한의 미소를 본 여자 손님들의 눈이 풀어졌다.

‘호강한다, 호강해.’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예소린이 늘 그렇듯 음료수를 들고 와 건넸다.

딸기를 갈아 만든 생과일 주스였다.

“잘 먹을게요.”

감사한 마음으로 주스를 건네받는 강지한에게 예소린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여기 있는 손님들 중에 모르는 얼굴 거의 없죠?”

강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부분 강지한의 분식집에도 자주 오는 손님들이었다.

“참 신기해요. 설탕이한테 푹 빠진 손님들은 꼭 주인 보겠다고 분식집을 들르니까요.”

“에이, 그건 소린 씨가 그렇게 유도해 주시니까…….”

“저 별로 한 거 없어요. 그냥 우리 카페 강아지 아니고 분식집 사장님 강아지라고만 하는 데도, 궁금하다고 찾아가요.”

“왜 그럴까요?”

“음……. 제가 느끼기에는 행복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행복하다고요?”

“설탕이가 되게 묘해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계속 좋아져요. 말 그대로 행복해지는 느낌. 기분이 너무 좋아지니까 이 아이를 기른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진다고 해야 하나……? 왜, 정말 똘똘한 아이들 보면 부모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그런 거 있잖아요. 호호.”

“신기하네요.”

“설탕이의 매력이죠.”

강지한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설탕이를 바라봤다.

그 눈빛을 마주 바라보는 설탕이의 애정도가 살짝 올라갔다.

“이제 집에 가자, 설탕아.”

왕! 헥헥헥.

설탕이가 대답이라도 하는 양 짖고서 강지한의 뺨을 핥았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에게 목줄을 채우고 바닥에 내려놨다.

“늘 고마워요, 소린 씨. 아, 우리 식사 같이하기로 한 건…… 제가 조만간 날짜를 정해보도록 할게요.”

“알았어요. 근데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반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요, 뭐. 천천히 여유 되실 때 말씀 주세요.”

강지한이 카페에 있던 손님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서는 애견 카페를 나섰다.

설탕이가 사라지자 손님들은 아쉬움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 *

다음 날.

새벽부터 일어난 강지한은 도깨비 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절인 배추 열두 포기를 주문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8시 반.

설탕이를 데리고 집을 나선 강지한이 녀석을 카페에 맡기도 식당문을 열었다.

타이밍 좋게 주문했던 절인 배추를 그 시간에 배송받았다.

강지한은 어제 했던 것처럼 열심히 양념으로 속을 버무렸다.

숙련도는 쑥쑥 올라갔고 열 포기를 버무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김치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배추김치의 맛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레시피를 익혔습니다.]

[겉절이와 깍두기의 레시피를 익혔습니다.]

‘겉절이와 깍두기를? 그렇구나. 김치라는 항목 자체가 모든 김치를 아우르는 큰 카테고리인 거야. 그래서 김치의 레벨을 올리면 내가 만들 수 있는 김치의 종류도 늘어나는 거고.’

가지한의 생각이 맞았다.

레벨 업 현황을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

.

.

[특수 능력]

김치  LV2<배추김치, 겉절이, 깍두기> (NEXT 숙련도 0/100)

강지한은 머릿속에 각인 된 세 가지 김치의 레시피를 천천히 곱씹었다.

배추김치와 겉절이, 깍두기는 김치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김치였다.

그 말은 곧 식당 장사를 하면서 가장 필요한 김치들이란 뜻이기도 했다.

한데 그 세 가지 김치를 모두 만들 수 있게 됐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김치 양념에도 육수가 들어가다니.”

음식이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하고 오묘했다.

조리방법이 별것 없을 것 같은 음식이 알고 보면 대단히 복잡하게 조리해야 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지금처럼 예상 못했던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 또한 빈번했다.

식당 한편엔 아직 양념을 버무리지 않은 절인 배추 두 포기가 더 있었다.

혹시 숙련도가 가득 차지 않을 수도 있으니 조금 넉넉하게 사왔다 남은 것이었다.

강지한은 방금 익힌 레시피로 배추김치의 양념을 아주 조금만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없는 재료가 조금 있네.’

그는 근처 마트에서 모자란 재료들을 사와서 바쁘게 손을 놀렸다.

다시마와 황태로 낸 육수에 찹쌀밥 한 공기를 넣고 찹쌀풀을 만들어 믹서기에 간 다음 식혔다. 거기에 고춧가루와 소금, 멸치액젓, 새우젓을 넣고 마늘, 생강, 양파, 그리고 배를 적당한 비율로 갈아 넣었다.

잘 식은 풀에 모든 재료가 섞이니 1레벨과는 때깔부터 다른 양념이 완성됐다.

강지한이 그것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보았다.

‘훨씬 풍미가 좋고 매콤달콤해.’

양념맛의 차이가 대번에 느껴졌다.

완성된 양념으로 배추 한 포기를 버무린 강지한이 이번에는 겉절이를 시도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해보는 겉절이였는데 그다지 어려울 게 없었다.

절인 배추를 일단 물에 씻었다.

겉절이는 김장 김치보다 덜 절여서 싱거워야 하는데, 지금은 푹 절여 놨기 때문이다.

한 차례 소금기를 빼낸 배추를 먹기 좋게 썰었다.

그리고 레시피에 적힌 양념들을 알맞은 비율로 뿌려서 섞어주면 끝.

거기에 어슷 썬 대파와 길게 자른 쪽파를 첨가했다.

겉절이의 양념 맛은 배추김치보다 조금 더 달콤했다.

“어디.”

강지한이 막 완성된 겉절이 하나를 집어 맛보았다.

아삭하는 소리와 함께 배추의 은은한 단맛이 흘러나와 양념과 어우러졌다.

매콤달콤하면서 김장 김치보다는 한결 가벼운 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싱싱한 배추의 식감 또한 좋았다.

“이 정도면 식탁에 내놓을 수 있겠다.”

만족한 강지한이 이번엔 김장용 배추김치를 맛봤다.

아삭아삭.

아직 익지 않은 김치는 숙성된 것보다는 거친 맛이 있었지만 배추와 양념이 따로 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입에 넣고 씹자마자 보쌈고기가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다.

“안 되겠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진 강지한이 밥통을 열었다.

갓 지은 쌀밥에서 고소한 향과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주걱으로 밥을 대접에 퍼 담아 뜨거운 물에 말았다.

그것을 한술 크게 떠서, 손으로 김치를 죽죽 찢어 숟가락에 둘둘 말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냠냠.

아작아작.

꿀꺽!

“맛있다.”

맛있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때 이리나가 출근했다.

그녀는 식사를 하고 있는 강지한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다가왔다.

“오빠 뭐 먹어요?”

“보다시피.”

이리나의 눈이 물에 담겨서도 윤기를 잃지 않은 밥 알갱이들과 붉은 양념이 곱게 입혀진 김치를 훑었다.

꼴깍.

벌써부터 군침이 넘어갔다.

원래 식탐이 거의 없는 그녀였다.

한데 여기서 일하게 된 이후 점점 식탐이 늘고 있었다.

“나도 먹을래요.”

이리나가 숟가락을 들고 와서 강지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같이 먹자.”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밥을 한 숟갈 먹고 김치를 찢어 입에 넣었다.

순간 이리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와, 맛있어요. 어제랑 완전 딴판인데요? 밤새 김치 맛만 연구했어요?”

“그건 아닌데…… 그냥 이래저래 조사를 좀 해서 다시 만들어봤어.”

“대박. 이거 진짜 밥도둑이네요. 수육 땡긴다.”

“나도.”

두 사람은 이후로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열심히 먹는 데만 집중했다.

식사는 3분도 지나지 않아 끝났다.

갓 버무린 김치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후아.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힘내서 파이팅!”

“응!”

이리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뒤 얼른 홀을 정리했다.

강지한도 어수선한 주방을 깔끔하게 치웠다.

딸랑-

오픈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남고생 두 명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이리나가 손님을 맞이했다.

강지한도 덩달아 인사를 건네려 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고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

“어서 오세…… 요.”

방금 들어온 남고생 두 명의 머리 위에 파란색의 기다린 그래프가 보였다.

그래프는 총 다섯 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게 뭐지?’

의문을 갖던 강지한의 머릿속에 눈을 레벨 업 하고 봤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눈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손님들의 여유도가 그래프화되어 보입니다.]

‘그럼 저게 여유도라는 건가?’

그가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여태껏 보지 못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여유도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역시 저게 여유도였어.’

[여유도는 손님들의 마음속 여유를 그래프로 표기한 것입니다. 총 다섯 칸으로 이루어진 그래프는 가득 차 있을수록 손님의 마음이 여유롭다는 걸 뜻합니다. 그러나 음식이 늦어지거나 웨이팅이 길어질수록 여유도는 줄어듭니다. 직원들이 실수를 할 때도 줄어드는 일이 생깁니다.]

현재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손님의 여유도는 네 칸이 차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직원들이 친절히 대해줄 경우 여유도는 올라갑니다.]

이리나가 남고생들에게 물과 컵, 반찬을 내어주며 살갑게 말을 걸었다.

“오늘 많이 춥죠? 저 얇게 입고 나왔다가 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 메뉴 천천히 고르시겠어요? 정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이리나는 눈웃음을 짓고서 바로 들어오는 다른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그러 남고생들의 시선은 절로 이리나를 따라 움직였다.

동시에 그들의 여유도가 네 칸에서 다섯 칸으로 가득 찼다.

[보시는 바와 같이 내려간 여유도는 식당 직원들의 대처로 올리는 게 가능합니다. 여유도 그래프를 잘 확인하여 대처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레벨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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