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Restaurant 25. 설탕이 또 레벨 업!
폭풍 같은 점심시간이었다.
한 번 걸리기 시작한 웨이팅은 좀처럼 풀어질 줄 모르고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1시 반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웨이팅 손님을 안으로 들이고 나니 드디어 줄이 끊어졌다.
홀에서 들어온 모든 주문을 내보내고 난 뒤에야 강지한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덩달아 여유가 생긴 이리나도 비로소 쉴 틈이 생겼다.
그녀가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행복해 보여.’
손님들은 하나같이 만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강지한의 음식에 실망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전부 만족스럽게 계산을 했다.
강지한은 짬이 생긴 틈을 타 설거지를 했다.
그의 앞에서 홀을 지키는 이리나의 뒷모습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웨이팅이 걸렸는데 리나가 없었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
그때 식사를 하던 손님 중 아주머니 한 명이 이리나에게 물었다.
“학생! 카페에 있던 강아지 종이 뭐야?”
“네?”
강아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이리나가 강지한을 쳐다봤다.
“옆에 애견카페 새로 오픈했길래 들렀었거든. 근데 유난히 예쁜 놈 한 마리가 붙임성 좋게 달라붙잖아. 그래, 고놈이랑만 계속 놀아주니까 주인 아가씨가 말해주더라고. 이 집 강아지 맡아주는 거라고.”
“아, 그러셨어요?”
“종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식사하기 전이면 거기 음식 맛있으니 허기도 채우고 주인한테 직접 물어보라기에 와 본거야. 아가씨가 상술이 아주 좋아. 근데 당했다는 생각이 안 드네. 정말 맛있어.”
“감사합니다.”
“그래서 종이 뭔데?”
“아, 시바요.”
“으잉? 십…… 지금 나한테 욕했어?”
“하하. 시바견이요. 견종이 시바라는 강아지예요.”
“아~ 그런 거야? 이름이 뭐 그렇대? 생긴 건 엄청 귀엽던데~ 이름이 욕 같네.”
그러자 식사를 하던 다른 손님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웃던 남자 손님 한 명이 같이 온 애인에게 말했다.
“우리 밥 다 먹고 애견 카페 가볼까?”
“좋아. 나 강아지 정말 사랑해.”
여인의 적극적인 반응을 본 남자가 강지한에게 물었다.
“사장님!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설탕이요.”
“와, 이름부터 살살 녹네. 이따 애견 카페 가서 설탕이랑 잘 놀아줄게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다른 손님들도 애견 카페가 동하는 모양이었다.
‘……이거구나, 설탕이가 나한테 온 이유.’
애견 카페에 들른 손님들은 설탕이로 인해 분식집으로 넘어오는 일이 종종 생길 듯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분식집에 큰 보탬이 된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큰 도움을 주는 일이 분명히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매장이 한가해진 건 3시 무렵이 다 되어서였다.
“와, 정신없었다.”
“오빠, 여태 이 많은 손님들을 혼자 감당했었어요?”
강지한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많이 온 건 오늘이 처음이야. 네가 복덩이인가 보다, 리나야.”
“편의점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으니 여기서라도 복덩이 돼야 안 억울하죠.”
이리나가 농을 던지며 헤헷 웃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근데 나 오빠 이런 모습 진짜 낯설어요. 분식집을 오픈한 것부터가 대박이고, 요리는 언제 이렇게 늘었어요?”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그게 열심히 한다고 될 건 아니었는데…….”
강지한이 레벨 업 시스템을 접하기 전에 만들었던 떡볶이 맛을 이리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때문에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이 참 신기했다.
“리나야, 이제 퇴근해. 시간 다 채웠다.”
할 말이 궁해진 강지한이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이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저녁 알바까지 저 쓰시고 돈을 좀 더 주는 게 어때요?”
“그럼 너 하루에 아홉 시간 근무하게 되는 거야.”
“어차피 집에 가봤자 빈둥거리기밖에 더해요? 알바 한 명 더 쓰면 돈이 두 배로 나가잖아요. 그리고 아홉 시간 중에서 점심시간 한 시간 빠지면 여덟 시간밖에 안돼요. 그러지 말고 제가 쭉 할 테니까 월급을 올려주세요. 콜?”
이리나의 제안은 강지한에게도 나쁠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정말 괜찮겠어?”
“오빠 나 몰라요? 강철 체력 이리나!”
이리나가 한 팔에 알통을 만들어 보이자 강지한이 피식 웃었다.
“잘 알지.”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음……. 그래, 그런 걸로. 계약서부터 수정하자.”
“예에~! 아, 그리고 아까 경황이 없어서 말 못했는데, 시급 잘 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뭘.”
결국 이리나는 그녀의 바람대로 지한 분식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됐다.
이로써 지한 분식의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
* * *
[영업을 마감하시겠습니까?]
‘응.’
[오늘의 실적을 최종 평가해 인지도에 반영합니다.]
[손님들로 호황이었습니다.]
[지한 분식의 음식 맛이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설탕이로 인해 손님이 추가 유입됩니다.]
[인지도가 5 올랐습니다.]
[목표: 매장의 인지도를 80이상 올려주세요. 75/100]
오늘 하루 영업을 마감하며 올라간 인지도에 강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 고작 5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그러자 의문에 대답해 주기라도 하듯 메시지가 나타났다.
[인지도는 숫자가 높아질수록 올리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알면 알수록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섬세한 시스템이었다.
‘뭐, 상관없지.’
하루에 1씩이라도 오른다면 되는 일이다.
오르지 않는 게 문제지 오르기만 해준다면 결국 언젠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오늘은 만족도를 2,018포인트나 얻었다.
현금으로 계산해 보면 무려 200만 원가량 되는 돈이었다.
만족도 외에 음식을 팔아 번 돈은 30만 원이 넘어갔다.
매일 이 정도만 벌려줘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했다.
“고생했어, 리나야.”
“오빠도요.”
“이제 내가 마무리하고 갈 테니까, 그만 들어가 봐.”
“도와드릴게요.”
“마음은 고맙지만 초과 업무는 내 쪽에서 사양할게.”
“괜찮은데.”
“이런 식이면 미안해서 내가 너 고용 못 해.”
강지한이 강경하게 나오자 이리나가 마지못해 물러섰다.
“에효, 알았어요. 하여튼 사람이 발라도 너무 바르다니까. 그럼 가볼게요. 내일 봐요!”
“응, 들어가.”
이리나가 나간 뒤 강지한은 혼자 남아 식당을 마무리하고서 애견 카페를 찾았다.
왕왕왕!
다른 개들과 놀고 있던 설탕이는 강지한을 보자마자 짧은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를 들어 품에 안았다.
설탕이가 기다렸다는 듯 강지한의 뺨을 핥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애정도는 계속해서 상승해, 이제는 2레벨의 하트도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하하. 설탕아~ 잘 놀고 있었어?”
왕! 헥헥.
강지한이 설탕이의 목덜미를 마구 어루만져줬다.
그 순간 하트 속의 애정도가 가득 차며 테두리가 더 커지더니 다시 속이 텅 비어버렸다.
하트 안에는 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설탕이의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잠겨 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손’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레벨 업 현황>
[강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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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LV3]
핥기, 손: 행복+2
강지한이 혹시나 하고 설탕이에게 손을 보여주며 말했다.
“손!”
그러자 설탕이가 조막만한 앞발을 강지한의 손바닥위에 톡, 올려놓았다.
설탕이가 한 단계 더 레벨 업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