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Restaurant 22. 새 식구 설탕이
한 10분 정도 숨죽이고 있었나 보다.
그러나 어떤 아이템도 주어지지 않았다.
“음……. 나중에 주려나.”
여태 레벨 업 시스템이 사기를 친 적은 없으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주방과 홀 정리를 마치고 영업을 종료했다.
[오늘의 실적을 최종 평가해 인지도에 반영합니다.]
[손님들이 제법 들었습니다.]
[‘지한 분식’의 음식 맛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단골이 세 명 확보되었습니다. 두 명의 단골로 인해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됩니다. 그러나 한 명의 단골은 더 이상 식당을 찾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인지도가 10 올랐습니다.]
[목표: 매장의 인지도를 80 이상 올려주세요. 70/100]
매장의 인지도가 70이 됐다.
이제 목표치까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강지한의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두 명의 단골은 입소문을 내는데……. 한 명의 단골은 더 이상 식당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건 오늘 단골이 된 그 아주머니를 말하는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지? 오늘 내가 음식에 실수라도 했나.”
손님은 냉정하다.
피 같은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먹는 입장이니 그게 당연했다.
따라서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발길을 끊는 경우 역시 있었다.
“모르겠네.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
굳게 다짐한 강지한이 간판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헥헥!
“응?”
식당 문 앞에 처음 보는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서 있었다.
녀석은 팔뚝만 한 크기에 아기 강아지였다.
“넌 누구니?”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강지한은 강아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수컷이었다.
생긴 것과 털색을 보아하니 시바견종 같았다.
“어디 보자. 목줄이…… 없네?”
강지한은 강아지를 내려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얘가 어디서 왔지?”
그때 강지한의 시선이 같은 상가 건물에 있는 애견 카페로 향했다.
혹시 저기서 기르는 아이가 탈출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놀러 간다고 했었는데.”
한 번은 인사차 들러야겠기에 강아지에 대한 것도 물을 겸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퀘스트 보상을 받았습니다.]
강아지의 머리 위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녀석이…… 보상이라고?”
강지한은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퀘스트의 보상은 분명 식당에 도움이 될 아이템이었다.
한데 강아지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아리송했다.
강아지를 식당 안에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불쾌감을 느끼는 손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지한이 그런 의아함을 품고 있을 때 메시지가 바뀌었다.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름? 음…….”
강아지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헥헥거리던 녀석이 좋다고 강지한의 코를 핥았다.
혀에서 강아지 특유의 젖비린내가 났다.
그 냄새를 강지한은 좋아했다.
역하기보다는 구수한 것이 보리차의 향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강아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강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체 강아지들이 다 예쁘긴 하지만 이 녀석은 특히 더 예쁘게 생겼다.
이목구비가 올망졸망한 데다 애교 가득한 눈빛이 사람의 심금을 살살 녹였다.
“네 이름은 설탕이다.”
달달하게 마음을 녹이니까.
[‘설탕’으로 하시겠습니까?]
“응.”
[기록되었습니다. 앞으로 설탕이는 강지한님의 애완동물로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겁니다.]
[설탕이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설탕이는 애정을 먹으며 성장합니다. 주변에서 애정을 쏟아주는 만큼 뛰어난 반려견이 될 수 있습니다.]
주르륵 나타난 메시지가 사라지자 설탕이의 머리 위에 텅 빈 하트 윤곽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건 뭐야?”
강지한이 무의식적으로 설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트 윤곽을 바라봤다.
한데 그 안에 붉은색의 기운이 바닥부터 살짝 차올랐다.
“응?”
놀란 강지한이 손을 멈췄다.
그러자 붉은색 기운은 더 이상 차오르지 않았다.
“이거 설마…….”
강지한이 다시 설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멈춰 있던 붉은색 기운은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손을 멈추니 다시 멈췄다.
쓰다듬으니 재차 차올랐다.
그런 식으로 벌써 하트의 1/3 정도가 붉게 물들어 버렸다.
“아……. 애정을 먹으며 성장한다는 게 이걸 뜻하는 건가?”
강지한이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더 이상 붉은색 기운은 차오르지 않았다.
[하트 속의 붉은 기운은 애정도입니다. 애정도는 만져주는 것만으로 가득 채울 수는 없습니다.]
[설탕이를 운동시켜 주세요. 멈춰 있던 애정도가 다시 차오를 것입니다.]
“흠……. 운동이라고 하면.”
강지한은 예소린의 애견카페를 슬쩍 봤다.
* * *
“어머, 정말요?”
“네.”
예소린은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노는 설탕이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던졌다.
“저렇게 예쁜 강아지를 분양받으셨다니 좋으시겠어요.”
강지한은 아는 지인에게 설탕이를 분양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양심에 조금 찔리기는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설탕이라고 했죠?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래요? 하하.”
강지한과 예소린은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그들의 앞에는 음료수가 한 잔씩 놓여 있었다.
강지한이 애견 카페의 곳곳을 눈에 담았다.
주인만큼 아름답고 예쁘게 꾸며진 카페였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어렸을 때부터요. 그래서 장래희망도 동물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라 했었죠. 지금은 그 꿈을 이뤘고요. 근데 그거 알아요? 강 사장님도 조금 강아지 닮은 거?”
“제가요?”
“네, 은근히 귀여울 때가 종종…….”
별생각 없이 말을 내뱉던 예소린이 아차 하며 입을 손으로 가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강지한이 헛기침을 흘리며 벌떡 일어섰다.
“흐흠, 이제 가봐야겠네요.”
“아, 네. 피곤하시겠어요.”
“혹시 목줄 남는 거 있으면 저한테 파시겠어요? 그리고 사료랑 뭐 이것저것…….”
“제가 그냥 드릴게요. 매일 맛있는 음식 해주셨던 보답으로요.”
예소린은 강지한이 말릴 새도 없이 사료와 장난감 몇 개, 배변패드, 애견용 치약, 칫솔, 간식, 목줄, 밥그릇, 빗을 담아 내주었다.
“이렇게 많이 챙겨주시면 제가 면목이 없는데…….”
“다 남아서 드리는 거예요. 설탕이 애정으로 잘 키워주세요.”
“그럼요.”
“아, 그리고 설탕이 돌봐주기 힘드시면 언제든 맡겨주세요.”
“너무 고생스럽지 않겠어요?”
“저는 강아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힘이 나는 체질이라서 괜찮아요.”
“하하, 알겠어요. 감사해요.”
강지한의 시선이 반 정도 차오른 설탕이의 애정도로 향했다.
* * *
설탕이의 애정도는 다른 강아지들과 한참을 뛰어 놀아도 조금밖에 차지 않았다.
그런데 강지한이 밖으로 데리고 나와 목줄을 잡고 함께 뛰니 금방 차올라 2/3까지 찰랑거렸다.
하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 이상은 차오르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설탕이를 씻기고 털을 말려주니 애정도가 조금 더 차오르긴 했으나 미미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설탕이에게 밥을 주세요. 배를 채워주는 것 역시 애정으로 받아들입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예소린이 준 사료를 물에 조금 불려 내어주었다.
우걱우걱!
설탕이가 걸신들린 듯 그것을 먹어치웠다.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애정도가 쭉쭉 차오르며 급기야 하트 전체를 붉게 채웠다.
순간 하트에서 환한 빛이 일더니 전보다 윤곽의 크기가 확장되며 차올랐던 붉은 기운이 전부 소멸되었다.
텅 빈 공간에는 1이라는 숫자 대신 2라는 숫자가 나타나 있었다.
[설탕이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잠겨 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 됩니다.]
[‘핥기’를 얻었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5 만족도+4 (NEXT 숙련도 31/100)
혀 LV5 미각+4 (NEXT 숙련도 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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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LV2]
핥기: 행복+1
핥기라는 능력이 생겨났다.
그 효과는 지루함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얘도 레벨 업 하는 거였어?”
왕!
설탕이가 그렇다는 듯 짖었다.
“쉬잇!”
강지한이 놀라 설탕이를 조용히 시켰다.
“야야, 밤에 짖으면 욕먹어. 아무래도…… 네가 생긴 걸 보면 빨리 이사 가라는 계시인가 보다. 그 편이 너한테도 나한테도 편할 테니.”
새로운 가족 설탕이를 위해서라도 얼른 돈을 벌어 큰집으로 가야겠다 다짐하는 강지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