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2화 (22/330)

# 22

Restaurant 21. 단골이 단골을 만든다

12월 19일.

식당을 오픈한 지 11일째.

열흘이 넘어서야 비로소 식당이 식당답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픈발도 없이 하루에 머리 하나씩 늘어나던 손님들이었다.

그러다 오늘 처음으로 테이블 다섯 개가 가득 찬 광경을 보게 됐다.

강지한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다섯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대부분은 강지한의 식당을 몇 번씩 찾은 분들이었다.

예소린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약속대로 아는 지인을 동반했다.

이십 대 중반 정도의 단아한 여인이었는데 서로 경어를 쓰는 것으로 보아 친구는 아닌 듯했다.

예소린의 지인은 음식 맛에 감탄하면서도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는 강지한에게서 시종일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를 느낀 예소린이 그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여기 식당 분위기 어떤 것 같아요, 주연 씨?”

연주연.

이름이 거꾸로 해도 똑같이 연주연이다.

올해 스물여섯 살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는 이름만큼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었다.

내심을 감추지 못했고 내숭도 없었다.

그냥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호볼호를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

“좋아요. 정말 좋아요. 왜 여태 저주받았다고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역시나 거침없이 진심을 내놓는 연주연이었다.

“그렇죠? 저도 이번에 강 사장님께 매물 드리면서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신기해요. 겨우 분식인데 하나하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먹으면 막 영감이 떠오른 달까?”

연주연이 느낀 것은 일반적인 분식에서 맛보지 못했던 풍미와 깊이였다.

이를 그녀는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네, 저도 딱 그런 기분이에요.”

“근데 운영을 혼자 하시나 봐요? 회전율이 이 정도면 주방이랑 홀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그렇겠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강지한도 느꼈다.

그의 손이 레벨 5까지 업그레이드된 덕에 요리가 많이 밀리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도 요리에 설거지에 서빙까지 신경 쓰려니 아무래도 손이 모자랐다.

‘더 바빠지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구해야겠다.’

예상하기에 앞으로 더 바빠지면 바빠졌지, 한가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집 공고를 미리 띄워 놓아야 그때에 대비할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해 나갈수록 신경 써야 하고 알아야 하는 게 점점 더 늘어났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고되지 않았다.

앎과 경험은 즐거웠고, 강지한을 성장시켜 주었다.

“계산해 주세요!”

“네!”

다섯 테이블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던 건장한 약관의 청년 넷이 가장 먼저 식사를 끝내고 일어섰다.

그중 한 명은 강지한의 식당을 하루에도 두 번씩 왔던 손님이었다.

근처에서 단기 알바를 하고 있는데, 여기가 저렴한 데다 맛까지 있어서 푹 빠져 버린 것이다.

그에 사흘 전부터는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데리고 오더니 오늘은 셋까지 늘어난 것이다.

“오늘도 맛있었어요, 형!”

붙임성이 좋은 약관의 청년 조현석은 안 지도 얼마 안 된 강지한을 마음대로 형이라고 불렀다.

“고마워요.”

조현석이 친구들의 것까지 전부 계산을 했다.

“현석아, 잘 먹었다.”

“뭔 개소리? 내일은 네가 사. 모레는 지훈이가 사고. 글피는 병구가 사. 돌아가면서 한 번씩 사. 난 만수르가 아니거든요, 님들.”

“어쩐지 네 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고 했다.”

티격태격 대는 조현석 일행의 머리 위로 만족도와 방문 횟수가 나타났다.

만족도는 네 명 다 30 후반대였다.

그런데 조현석의 방문 횟수가 10/10이었다.

‘어? 벌써 열 번째였나?’

방문 횟수는 ‘단골’이라는 글자로 바뀌었다.

[두 번째 단골을 확보했습니다.]

[단골 포인트를 1 얻었습니다.]

[퀘스트-단골을 세 명 이상 만드세요. 2/3]

[퀘스트 보상: 식당에 도움이 될 아이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단골 한 명이 더 확보되었다.

이제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남은 건 한 명이었다.

식당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이제 그건 시간문제라 여겨지는 강지한이었다.

“갈게요, 형!”

조현석은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갔다.

조현석 일행의 만족도가 강지한에게 흡수되었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몇 명이세요?”

“셋이요.”

“테이블 금방 치워 드릴게요!”

강지한이 후다닥 방금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고 닦았다.

새로운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 사이 식사를 마친 예소린과 연주연이 카운터로 다가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잘 먹었어요, 강 사장님.”

“저도요. 소린 씨 따라서 와봤는데 후회 없었어요. 음식 맛도 맛이고, 식당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도 멋있으세요.”

거침없는 연주연의 칭찬에 강지한의 뺨이 붉어졌다.

“하하, 감사합니다.”

“소린 씨한테 사장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요 며칠 동안 얼마나 많이 칭찬을 했는지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어요.”

“그, 그래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얘기에 강지한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소린은 살짝 민망해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처음 만났는데 오래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 제 이름은 연주연이에요. 소린 씨랑은 제가 일 년 전부터 바이올린 개인과외 해주면서 친해졌구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맛있는 곳 소개해 준 보답으로 계산은 제가 할게요, 소린 씨.”

“사양 않을게요.”

연주연은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예소린과 식당을 나섰다.

오늘 예소린의 만족도는 53이나 됐다.

확실히 단골이 되고 나니 만족도가 다른 사람들의 평균치보다 높이 책정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만족도를 흡수한 강지한은 또다시 주방에서 요리를 해 나갔다.

* * *

어제는 단골 하나가 더 증가하는 덕에 식당의 인지도가 62까지 올라갔다.

80의 고지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강지한이 힘차게 식당 문을 열고 오픈 준비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턱수염을 거칠게 기른 사십 대 중반의 아저씨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소규모 식재료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석찬 식품의 사장 윤석찬이었다.

윤석찬은 양파와 고추 당근 등등 이런저런 채소들을 양손 가득 들고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웃차!”

“고생하셨어요.”

“점점 주문량이 느네요? 장사 잘되시나 봐.”

“아침마다 감사하면서 식당 문 여는 중이에요.”

“근데 오픈하고 지금까지 하루도 안 쉬었죠?”

“네, 조금 더 끌어올린 다음에 휴무 정하려고요.”

“여기는 의외로 주말 장사가 재미를 못 봐요. 근처에 학원이 몇 개 있어서 오히려 평일 장사가 더 짭짤해요. 그러니까 휴일은 주말 쪽으로 해서 잡아 봐요. 이왕 쉬는 거 손해 덜 보고 쉬어야지. 하하.”

윤석찬이 조언을 해주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그렇구나.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전부 5만 8천 원 맞죠?”

강지한이 미리 봉투에다 넣어둔 돈을 건넸다. 그걸 받으며 윤석찬이 좋아했다.

“젊은 양반이 매너도 좋지.”

강지한은 단 한 번도 현금을 그냥 준 적이 없었다.

늘 봉투에 고이 담아서 주고는 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용무를 마친 윤석찬이 바쁘게 식당을 나갔다.

그의 작은 탑차가 부아앙! 소리를 내며 멀어져 갔다.

* * *

오늘은 어제보다 손님이 더 들었다.

점심 장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 잠깐 짬이 날 때 저녁 장사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도 손님이 드문드문 들었다.

강지한은 식사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저녁 타임을 맞았다.

늘 보던 손님들이 또 다른 손님들을 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홀을 가득 채운 이들은 익숙한 얼굴 반, 생소한 얼굴 반이었다.

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끊이지 않는 발길에 신이 나는 강지한이었다.

대부분 저렇게 한 번 따라오고 나면 그다음부터 스스로 강지한의 식당을 찾아오곤 했다.

단골이 단골을 만들고 그 단골이 또 다른 단골을 만드는 것이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홀에는 마지막 테이블을 차지한 한 명의 손님만 남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였는데 개업하고 일주일 전부터 하루에 한두 번씩 와서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가시고는 했다.

하지만 말이 없는 것에 비해 눈은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식당의 내부를 살피고 주방 쪽을 관찰하고 구석구석을 훑었다.

가끔은 요리하는 강지한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볼 때도 있었다.

입으로는 음식 맛을 최대한 느끼려 애쓰는 모양새였다.

“잘 먹었어요.”

정체 모를 아주머니는 강지한이 카운터로 다가오기도 전에 자기가 먹은 밥값을 현금으로 내려놓고 바쁘게 나갔다.

한데 그 아주머니의 방문 횟수가 10/10이 되며 단골로 바뀌었다.

‘됐다!’

[세 번째 단골을 확보했습니다.]

[단골 포인트를 1 얻었습니다.]

[퀘스트-단골을 세 명 이상 만드세요. 3/3]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식당에 도움이 될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강지한은 그 아이템이 뭔지 잔뜩 기대하며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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