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Restaurant 11. 두 번째 스테이지
사실 강지한은 예소린이 접근해서 너무 쉽게 매장 얘기를 꺼내기에 조금 경계했다.
부동산 사기는 예부터 지금까지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였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들자마자 사라졌다.
스테이지 1의 목표 성공 보상이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주받은 매장이요?”
“네.”
강지한은 예소린과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강지한은 예소린에게 싸게 나온 매장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부동산 사장이며 상가의 건물주인데, 사람들이 들어오기만 하면 망해서 나가는 매장이 있다.
그 때문에 저주받은 곳이라 소문이 났고 지금은 가격을 대폭 내렸건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매장을 잘만 꾸려 나간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강 사장님께서 들어와 보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그 말을 듣고 난 강지한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저주받은 매장이라는 게 있을 리가.’
그 역시 근거 없는 뜬소문을 믿는 타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매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설령 저주받았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겐 세상 누구에도 없는 레벨 업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그…… 보증금이랑 세가 어떻게 됩니까?”
강지한이 조심스레 물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돈 얘기를 꺼낼 때였다.
예소린은 망설임 없이 답해주었다.
“보증금 500에 월 30이요.”
“그래요?”
그 정도면 원룸 시세와 똑같았다.
“가격 괜찮죠?”
“네, 충분히. 이렇게까지 가격을 낮췄는데도 사람들이 안 들어온다고요?”
“네. 이 바닥 소문이라는 게 그래요. 특히 자영업 하는 분들은 그런 부분에 더욱 민감해요. 차라리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흉흉한 소문 없는 곳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군요.”
“강 사장님은 어떠세요? 역시 들어오기 좀 꺼려지시나요?”
예소린이 살짝 조바심을 냈다.
혹시라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녀를 만났을 때, 나타났던 메시지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스테이지 1의 목표 성공 보상. 작은 매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연이 닿았습니다.]
그것은 예소린을 만난 것이 바로 목표 성공의 보상이라는 뜻이었다.
강지한은 메시지가 지시하는 바를 딱히 거부할 마음이 없었다.
그가 지금 빈곤을 벗어나게 된 것도 모두 레벨 업 시스템 덕분이었으니까.
게다가 메시지를 떼놓고 보더라도 당장 입점하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리어카를 접고서 마음 편히 장사를 하고 싶었는데, 조건까지 좋다.
‘리어카를 하면서 돈을 좀 더 번 다음에 넓고 좋은 매장으로 가도 되긴 하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매장을 운영하기엔 경험이 너무 없는 강지한이었다.
빨리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강지한은 차근차근 시작하기로 했다.
작은 매장부터 들어가서 운영 경험을 쌓고, 더 큰 매장으로, 거기서 다시 더 큰 매장으로 점점 식당을 넓혀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한데 만약 내가 목표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사실 그럴 일은 없었다.
만족도 시스템이 보름 만에 끝나서 포인트 환전을 못한다고 해도 레벨 업이 많이 되어 있는 상태니 1000만 원은 전부 모았을 터였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것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 성공을 못했을 경우에 대한 가정을 떠올리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금의 매장은 기회의 연이 떨어져 다른 업주가 예경천과 계약을 맺어 입점하게 됩니다.]
‘그렇구나.’
역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들어가고 싶어요.”
“정말요?”
“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요.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요.”
“잘됐다. 마침 거기서 마지막으로 입점했던 분이 분식 장사를 하셨어요.”
“그래요?”
“네, 리모델링을 할 것도 별로 없고 청소만 깨끗이 한 다음 새 간판만 달면 바로 장사 가능할거예요.”
“그렇군요.”
일이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리고 있었다.
싼 가격에다 리모델링도 필요가 없다니.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
‘메뉴의 다양성’이었다.
지금 강지한이 할 수 있는 건 떡볶이와 어묵이 전부였다.
작지만 그래도 매장이 생기는 건데 그 두 개만 가지고 운영하는 건 좀 무리가 있을 듯했다.
‘아니지, 떡볶이 전문점으로 가?’
그렇게 하면 주 메뉴는 떡볶이가 되므로 메뉴의 다양성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부수적인 튀김과 순대 정도만 추가하면 그만이었다.
이미 강지한의 떡볶이는 입소문이 나고 있으니 충분히 덤벼볼 만했다.
‘일단은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계약을 한다고 당장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 바로 매물 보고 계약이 가능할까요?”
“그럼요.”
“저…… 실제로 입점하는 건 한 보름 뒤로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얼마든지요. 보름 동안 식당 간판 새로 달고 손보고 싶은 곳 있으시면 손 보고 하세요. 그 기간은 따로 세 받지 않을게요.”
부동산 업주는 예경천이었지만 예소린이 이미 그리 말을 맞췄다고 하면 필시 들어줄 터였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에 입점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닐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매물 보러 가시죠.”
“도장은 있으세요?”
“……식당 위치 알려주시고 먼저 가 계시면 챙겨서 갈게요. 금방 갑니다.”
“네, 그렇게 하죠. 아, 여기는 제가 계산할게요.”
예소린이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으하하하하!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도장을 찍는 것으로 계약을 마치자마자 예경천이 크게 웃으며 강지한의 손을 와락 잡았다.
‘우와, 손이 솥뚜껑만 하네.’
예경천은 짜리몽땅한 데다 울퉁불퉁한 몸에 우락부락 생긴 것이 딱 산적을 연상케 했다.
예소린과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매장은 소린이랑 둘러보셨죠?”
“네, 여기 오기 전에 충분히 봤어요.”
“그래요. 거기 아무 이상 없는 곳입니다! 거 사람들이 소문을 이상하게 내서 입점이 되지 않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암요. 암요.”
예경천이 계약서 한 부를 서류봉투에 담아 강지한에게 건네주었다.
“우리 상가 건물의 새식구가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강 사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암요! 불편한 것 있으시면 뭐든 말만 하세요. 제가 신경 써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아빠 말뿐인 분 아니시니까 믿으셔도 돼요.”
“감사해요.”
“근데…… 우리 소린이 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신지……?”
시종일관 부드럽던 예경천의 인상이 일순 날카로워졌다.
그에 예소린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납득한 예경천의 인상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으하하하! 그랬었구나. 그렇게 좋은 솜씨를 가지고 계시면 매장에서 사업을 더 번창시키는 게 당연하지요.”
“그럼 이제…… 제가 그 매장에 들어가도 되는 거죠?”
강지한은 계약을 해놓고서도 믿기지 않아 재차 물었다.
“당장 들어가셔도 됩니다! 물론 약속드린 대로 오픈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세 안 받겠습니다. 보름이 넘어도 상관없어요. 한 달까지 제가 사정 봐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강지한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예소린의 눈동자에 깊이 담겼다.
* * *
강지한은 계약을 한 매장에 들어가 내부를 자세히 살폈다.
매장은 주방과 홀을 포함해 12평이었고 테이블은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매장 상태는 나름 깨끗했다.
이제 여기가 자신의 새로운 터전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로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Stage 2. 인기 없는 매장]
[목표: 매장의 인지도를 80 이상 올려주세요. 0/100]
[성공 보상: 빈 메뉴 슬롯 세 개]
[오픈 전입니다.]
[레벨 업은 오픈 이후 가능합니다.]
[중급자의 난이도가 적용됩니다.]
[메뉴의 레벨 업은 하루에 1단계씩만 가능합니다.]
[만족도는 20일 동안만 습득 가능합니다.]
“와우.”
두 번째 스테이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