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화 (2/330)

# 2

Restaurant 1. 튜토리얼

“으, 속이야.”

강지한은 어제 마신 소주로 속이 엉망이었다.

쓰린 속을 자신이 만든 어묵 국물을 마시며 달랬다.

숙취 때문에 다른 날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영업을 시작한 참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아오질 않았다.

그러다 남자 손님 하나가 리어카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강지한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남자 손님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지 대꾸도 않고 어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백 원이죠?”

“네~”

손님은 어묵에 간장을 찍어서 한입 베어 먹었다.

어묵의 반이 없어졌다.

다시 한 번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며 단 두 입 만에 어묵이 사라졌다.

종이컵에 알아서 어묵 국물을 퍼 담아 호로록 마시고는 어묵 하나를 더 들었다.

그것 역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오백 원짜리 두 개를 건넸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강지한이 인사를 하며 손님을 쳐다봤다.

그런데.

[Stage 1. 리어카]

[목표: 1000만 원을 모으세요.]

[성공 보상: 작은 매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 제공]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손님들의 실제 만족도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를 튜토리얼 시에만 얻을 수 있습니다.]

[만족도는 보름 동안만 습득 가능합니다.]

‘어?’

이상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울러 손님의 머리 위에 1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강지한이 자신의 눈을 마구 비볐다. 여전히 숫자는 그대로 떠 있었다.

‘뭐야, 이거? 아직 술이 덜 깼나?’

“왜 그렇게 봐요?”

손님이 불쾌한 듯 물었다.

“아, 아닙니다!”

손님은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들고 리어카를 떠나갔다.

그러자 손님의 머리 위에 있던 숫자 15가 강지한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어?”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손님의 만족도는 15입니다. 15포인트를 입수했습니다.]

“헐.”

강지한의 말문이 턱 막혔다.

시스템 메시지는 강지한이 바라보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강지한은 놀라 자빠질 지경인데 리어카 앞을 지나는 손님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글씨는 강지한에게만 보였다.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투자 가능한 곳은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강지한이 붉게 물든 곳을 살폈다.

떡볶이, 어묵, 주걱, 국자, 종이컵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빛 안에 5라는 숫자가 일괄적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강지한은 리어카 내부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밝은 대낮이었고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리어카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모든 건 강지한의 눈에만 보였다.

한데 그의 시선 주변으로 불그스름한 기운이 맺힌 게 얼핏 느껴졌다.

강지한이 설마 하며 스마트폰으로 자기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

액정에 나타난 그의 얼굴 역시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5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손 역시 붉었다.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투자한 곳은 한 단계 레벨 업 됩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된 거 꿈이든 환상이든 투자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총 15포인트니 세 군데에 투자 가능하군.’

음식 장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 음식의 맛과 질이다.

그가 어묵과 떡볶이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했다.

[어묵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맛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레시피를 익혔습니다.]

[떡볶이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맛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레시피를 익혔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강지한의 머릿속에 한 번도 본 적 없던 레시피가 떠올랐다.

‘이것 봐라?’

강지한은 나머지 5포인트를 자신의 얼굴에 투자했다.

[얼굴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미소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미소를 보는 손님들의 만족도가 1 올라갑니다.]

강지한은 셀카 모드로 되어 있는 스마트폰에 얼굴을 비추고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미소 짓는 게 어색했다.

웃을 일이 별로 없었으니 얼굴이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액정 속에 비친 그의 미소는 전보다 한결 자연스럽게 변해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때 손님 한 명이 더 다가왔다.

이번엔 여자 손님이었다.

강지한이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그러자 여자 손님이 강지한을 쳐다보고서 고개만 꾸벅했다.

동시에 여인의 머리 위에 1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만족도 1이 정말로 올라간 것이다.

여인은 떡볶이 한 접시를 주문했다.

강지한이 떡볶이를 푸짐하게 담아 내어주었다.

하지만 여인은 그것을 반이나 남기고서 계산하고 가버렸다.

여인의 만족도는 총 10이었다.

강지한에게 보너스 포인트 10이 입수되었다.

‘진짜 그렇게 맛이 없나?’

강지한은 손님이 남기고 간 떡볶이를 찍어서 맛보았다.

“쩝쩝. 맛있기만 한데.”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그때 또다시 포인트를 투자하라는 알림이 떴다.

“기다려 봐. 이것 좀 더 먹고.”

강지한은 떡볶이 하나를 쿡 찍어서 먹으려고 입을 아 벌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벌린 입안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입을 비춰 보았다.

놀랍게도 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은 원 안에 쓰여 있는 숫자는 5였다.

반면 얼굴을 물들인 붉은 원에는 2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떡볶이와 어묵에 적힌 숫자 역시 20이었다.

‘레벨 업을 하면 다음 레벨 업 비용이 올라가는 거구나.’

강지한이 이번엔 혀와 주걱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혀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미각이 한 단계 발달합니다.]

[주걱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이 주걱에 담깁니다. 주걱으로 음식을 담아줄 시 고객들의 만족도가 1 올라갑니다.]

‘보너스 만족도를 받는 거구나. 그럼 내 미각은?’

강지한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떡볶이를 맛봤다.

“쩝쩝. 윽. 짜!”

강지한은 철판 한가득 만든 떡볶이에 생수를 들이부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달아. 어떻게 된 거야? 진짜 미각이 발달한 거라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포인트를 투자했더니 모든 것이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었다.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손님들의 만족도가 가산점 없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일까지 ‘초심자의 배려’가 적용됩니다. 포인트가 모이면 장사를 하는 중에도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모레부터는 ‘초심자의 배려’가 적용 해제됩니다. 장사 시작 전, 혹은 장사가 끝난 뒤에만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튜토리얼이 끝났다.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동안 강지한이 손님들에게서 얻은 두 번의 포인트는 튜토리얼 혜택으로 진짜 점수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받은 것이었다.

튜토리얼이 끝나자마자 간헐적으로나마 이어지던 손님의 행렬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한 시간 동안 어떻게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을 수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실 그건 강지한에게는 미스터리였지만 손님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이 주변에서 강지한이 일을 한 일 년 동안 그가 만든 어묵과 떡볶이가 별로라는 건 소문이 날 대로 난 이후였다.

아파트 주변에 떡볶이 리어카가 거기 한 군데밖에 없는 것도 아니니 다들 같은 가격이라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했다.

파리 날리는 건 당연했다.

강지한은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드디어 남녀 커플이 리어카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강지한이 미소로 그들을 반겼다.

이를 본 여성 손님의 머리 위에는 1이 떴지만 강지한을 보지 않은 남자 손님의 머리 위엔 숫자가 뜨지 않았다.

‘좀 봐라.’

강지한이 속으로 부탁해도 남자는 퉁명스레 제들 먹을 것만 주문했다.

“떡볶이 일 인분 주세요. 자기야, 어묵 먹을래?”

“응.”

“어묵 두 개 먹을게요.”

강지한이 레벨 업 된 주걱으로 떡볶이를 퍼서 담아 주었다.

그러자 떡볶이를 먹은 커플의 머리 위에 1점씩이 추가되어, 남녀의 만족도는 각각 1, 2가 되었다.

이번에도 떡볶이는 반 이상이 남았다.

남자가 돈을 지불하면서 못마땅한 얼굴로 리어카를 떠났다.

그들의 최종 만족도는 남자가 1, 여자가 2였다.

보너스 점수만 받았을 뿐, 음식으로는 1도 만족도를 얻지 못한 것이다.

충격적인 결과에 강지한의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래서는 안 돼.’

그 자리에 서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강지한은 리어카를 잠시 닫아놓고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헉헉거리며 다시 돌아온 강지한의 손엔 다시마와 무, 육수용 마른 멸치, 물엿이 들려 있었다.

강지한은 자신의 머릿속에 기억된 레시피대로 어묵과 떡볶이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 2 어묵을 만드시겠습니까?]

‘어? 응.’

강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몸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어.’

강지한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마음대로 움직이는 몸에 적잖이 놀랐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가 놀라는 사이 순식간에 기존의 육수 대신 새로 만든 육수가 완성되었다.

강지한은 그것을 맛보았다.

“호록. 음!”

전의 육수보다 훨씬 맛있었다.

레벨 업 된 미각이 맛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엔 떡볶이다.”

[레벨 2 떡볶이를 만드시겠습니까?]

‘응.’

그가 수락하니 또다시 몸이 멋대로 움직이며 떡볶이를 다시 만들어냈다.

떡볶이 역시 전의 것보다 더 맛이 있었다.

“됐다.”

이제는 조금 자신이 붙었다.

마침 인상 좋은 할머니가 리어카에 다가와 물었다.

“어서 오세요~!”

강지한의 미소를 본 할머니의 만족도가 1점 올라갔다.

“떡볶이는 어떻게 하나?”

“일 인분에 2천 원입니다.”

“어묵은?”

“한 개에 5백 원입니다.”

“떡볶이 일 인분이랑 어묵 네 개 포장 좀 해줄 수 있어요?”

“그럼요!”

강지한이 얼른 포장을 해서 할머니에게 내주었다.

할머니는 계산을 하고 포장한 것을 받아갔다.

그런데 할머니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숫자 1이 강지한에게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할머니를 따라 움직였다.

“어라?”

그러고 보니 포장 손님은 처음이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의문은 30분 후에 풀렸다.

[포장 손님께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포장을 해간 손님 외 3명이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만족도는 보너스 점수 5점을 합산해 총 10점입니다.]

[보너스 내역: 미소+1, 주걱+4]

“아……. 이런 거군.”

포장 손님의 만족도는 시스템 메시지로 알 수 있었다.

보너스 내역도 표시되었다.

레벨 업 된 주걱으로 푼 떡볶이를 네 사람이 먹었으니 보너스 점수가 4나 들어왔다.

하지만 강지한의 미소는 음식을 포장해 간 할머니밖에 보지 못했으니 1만 추가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강지한의 보너스 포인트는 이전 커플의 3점을 합산해 총 13포인트가 되었다.

강지한은 지금 모은 포인트로 당장 국자와 종이컵을 레벨 업 시켰다.

[국자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이 국자에 담깁니다. 국자로 음식을 담을 시 고객들의 만족도가 1 올라갑니다.]

[종이컵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고객을 배려하는 주인의 마음이 종이컵에 담깁니다. 종이컵을 사용할 시 고객들의 만족도가 1 올라갑니다.]

“흐흐흐,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꿈이라면 깨지 말고, 현실이라면 계속돼라!”

저도 모르게 얻게 된 기이한 힘으로 인해 앞으로의 나날이 밝게 빛나는 강지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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