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몬스터-92화 (92/174)

< 26. 진실? (5) >

“진짜 안할거야? 요즘 예능 많이 했으면서.. 왜 이것만 안해? 이것도 녹화시간 짧은데..”

여름날의 오후. 복잡한 문제 때문에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유세정은 예능프로 대본을 하나 들고와서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랑 같이 출현할 수도 있는데···.”

난데없이 출현요청을 해온 커플 토크쇼가 문제였다.

“같이 하면 좋을 걸? 왜냐면 이거···.”

“세정아.”

결국 참다 못한 세진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으, 응?”

유세정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그녀에게 시선도 두지 않고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 나 바쁘거든 지금.”

“무슨···.”

일인데.

그러나 세정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표정과 태도는 진심으로 자신을 귀찮아 하는 듯했기에.

대신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서류에 집중한 옆모습이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비단 지금 뿐만 아니다. 요즘, 그가 자신을 귀찮아 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세진은 아니라 말하지만, 분명 그는 변했다.

“···그럼 갈게.”

허나 그런 그를 두고 싫은 말을 할 순 없었다. 이 관계에서 갑이 누구인지, 세정은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후회도 되었다. 그때, 김세진이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했을 때. 차라리 그때 그에게 안겼더라면······.

유세정은 그런 회한을 하며 문고리를 쥐었다.

“잠깐.”

등 뒤로 김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겁게 가라앉았던 기분이 슬며시 반전되고,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스르르 풀렸다.

“···세정아.”

그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설렌다. 세정은 얼굴을 슬며시 붉히며 고개를 돌려보았다.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에 유세정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상담. 김세진은 새벽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렇듯 돌려서 말하곤 했다.

“뭔데? 나는.. 언제나 환영이지.”

그러나 그저 이용당하는 것뿐이라도 괜찮다. 그것은 곧 그가 자신을 필요한다는 뜻일 테니, 언제든 발전 가능성은 있지 않은가. 그저 관계가 발전하도록 내가 더욱 노력하면 된다.

“잠깐 내 앞에 와서 앉아봐.”

김세진이 짐짓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가리켰다.

*

태풍전야처럼 조용한 나날이 흘러갔다.

유세정은 자기도 힘을 써보겠다 말하긴 했지만, 동시에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새벽이 개입하게 된다면 곧 반(反)새벽 기업도 이 일에 참전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 말은 즉, 결국 기사가 터지는 것 자체를 방지하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세진이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팔린 와중에도 고블린 부락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지하마을’이라 불러도 될 규모가 되었다.

“···장관이네요.”

김세진은 작은 몸과 발을 가지고 족구를 하는 고블린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8시간의 노동 끝에 얻은 달콤한 휴식시간을, 고블린은 마치 인간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언뜻언뜻 보니 참 귀엽다. 아, 방금 공을 받아치지 못한 고블린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고블린이 몬스터 중에서 IQ와 EQ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이렇게 깨닫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제가 가르쳤습니다. 생활패턴이 식음과 수면밖에 없는 것이 안쓰럽더군요.”

“좋네요. 약재는 지금 살도 포동포동하니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주술 쪽은 어떤가요?”

주술 고블린이야말로 활용도가 어마어마하다. 세간에 알려진 고블린의 주술만 해도 ‘속박’, ‘초개’, ‘수호’ 등등이 있는데, 모두 가치 있는 마법이나 다름 없을 터.

게다가 고블린은 종족 특성상 혈액을 통해 지식 전수가 가능하다. 그런 주술 고블린이 주술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뜻.

“예. 주술을 만들려고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만··· 성과는 아직 미진합니다. 아무래도 리더의 부재가 큰 듯 합니다.”

“그런가요?”

하긴, 지식전수라 하더라도 주술 고블린도 족장이 부하 고블린에게 하사하는 식이었으니까.

김세진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순간. 김유손과 김세진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스산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한번 마주보고서, 재빨리 지상으로 올라갔다.

*

-더 몬스터의 단체장 김세진 씨의 탈세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규모는 무기 판매대금 500억···

장관과 만나기로 한 하루 전날 기사가 터졌다. 예상대로 세금과 관련된 문제였다.

마치 짠 것처럼 공중파에 속보로 보도되고, 그 즉시 장관과의 만남은 캔슬이 되었으며, 그걸 소스로 2차 기사가 또 터졌다. ‘장관을 능욕한 김세진’ 뭐 이런 식이었다.

‘애초에 만날 의도 자체도 없었다, 이건가.’

또한 김세진은 왜 그가 김유린에게 자신의 조사를 시켰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편 특수경찰국은 국세청, 더 몬스터 단원의 보고를 받아왔으며···]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에 쓰여진 이 한 문장.

이 문장이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물론 세금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보고를 받은 것만큼은 사실이기에 유하린과 이혜린이 뒤늦게 해명을 해도 단지 ‘기자의 섣부른 판단 잘못’이라고 하면 된다.

거기에 김세진이 여태 아무것도 몰랐다면, 단원끼리 이간질까지 가능하다.

지금처럼.

“···저, 저는 정말 아무런 모함도 안했어요··· 저, 정말 이에요!”

이혜린은 몸을 덜덜떨며 단체장실로 들어왔다. 뒤이어 김유린까지 부랴부랴 사옥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보고는 그냥 제가 관찰한 김세진 단체장님 하루 일과 뿐이었고, 세, 세금 관련된얘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요.”

이토록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이혜린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세진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켜주었다.

“저 엿먹이려고 어디서 수작을 걸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이미 그 배후 찾는 작업 시작했거든요.”

사로잡은 사도 로스한델을 다시 뱀파이어의 틈바구니 속으로 돌려보냈고, 정보원들은 활발히 활동하여 이미 김한설과 그 뒷배를 매장시킬 정보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그러니 역풍이 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그러면··· 아! 그리고 김유린 기사님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그것도 알아요.”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 오크 폼으로 물어본 결과, 그녀는 ‘다른사람에게 맡길 바에야 저희가 해야 별다른 왜곡이 없을테니까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세진을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명령에 충실해야 했던 그녀 또한 단지 덫에 걸려들었을 뿐.

“제대로 해명 안하면 이미지에 타격이 크겠네요.”

김세진은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대중들에게 세금관련문제는 민감하다.

게다가 몇몇 기사에서는 오크 대장장이를 착취하고 있다는 개소리까지 지껄이고 있는 실정이니···.

"김유린 기사님이 도착했답니다."

조한성이 급히 말해왔다.

*

김유린이 도착하자마자 물론 모든 단원과 더 몬스터의 싱크탱크까지 모여 비상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정황을 반박하기란 힘들었다.

오크 대장장이와 인간 김세진으로 이중생활을 해오면서 언제나 치밀했던 것은 아니었다. 허술한 점-특히 단체를 처음 창단했을 때-도 분명 있었고, 이들은 그 허술함을 찌른 것이었다.

김세진이 오크 대장장이라는 진실을 모르는 몇몇 직원은 실수이시겠지만 몇몇 부분은 탈세로 보여질 수도 있다- 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그리고 기사가 터진지 고작 3시간이 지난 지금, 여론은 언제나 그렇듯 탈세로 단정짓고 폭발하고 있었다. 2만개라는 댓글 개수에 세진은 더 몬스터의 위상을 새삼 느꼈다.

어쨌든. 상황이 이정도 쯤 되면 정정보도를 내고 뭐다 한다 하더라도 한 세월이고, 그 동안 김세진과 단체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터. 그러니 이 모든 난리와 네거티브적인 기사와 여론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김세진이 오크 대장장이로서의 정체를 공개하는 것 뿐.

그가 굳이 이중생활을 해온 이유는 혹시라도 생길 잡음과 의심을 미연에라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오크 대장장이가 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평범한 대장장이와 확연히 달라 결코 공개할 수 없으니까.

허나 이렇게 난리가 터진 이상 그 효용은 정체를 밝히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만약, 정체를 밝힌다면 언론과 대중은 필연적으로 ‘도대체 무슨 특성이냐’라며 무척 궁금해 하겠지.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쪽팔리기까지 하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했다 하더라도, 타인은 기만적이고 건방적인 유희라고 느낄지도 모르니.

“저는 일단 해명부터 하고 왔습니다.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일체 없다고··· 하지만 난리가 워낙 커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유린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명령이든 아니든 김세진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마시시고. 일단···”

이제 어쩔 수 없다. 회의하기에도 머리가 아프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와 댓글들도 짜증이 난다.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에 쓰여진 이 한 문장.

이 문장이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물론 세금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보고를 받은 것만큼은 사실이기에 유하린과 이혜린이 뒤늦게 해명을 해도 단지 ‘기자의 섣부른 판단 잘못’이라고 하면 된다.

거기에 김세진이 여태 아무것도 몰랐다면, 단원끼리 이간질까지 가능하다.

지금처럼.

“···저, 저는 정말 아무런 모함도 안했어요··· 저, 정말 이에요!”

이혜린은 몸을 덜덜떨며 단체장실로 들어왔다. 뒤이어 김유린까지 부랴부랴 사옥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보고는 그냥 제가 관찰한 김세진 단체장님 하루 일과 뿐이었고, 세, 세금 관련된얘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요.”

이토록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이혜린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세진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켜주었다.

“저 엿먹이려고 어디서 수작을 걸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이미 그 배후 찾는 작업 시작했거든요.”

사로잡은 사도 로스한델을 다시 뱀파이어의 틈바구니 속으로 돌려보냈고, 정보원들은 활발히 활동하여 이미 김한설과 그 뒷배를 매장시킬 정보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그러니 역풍이 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그러면··· 아! 그리고 김유린 기사님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그것도 알아요.”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 오크 폼으로 물어본 결과, 그녀는 ‘다른사람에게 맡길 바에야 저희가 해야 별다른 왜곡이 없을테니까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세진을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명령에 충실해야 했던 그녀 또한 단지 덫에 걸려들었을 뿐.

“제대로 해명 안하면 이미지에 타격이 크겠네요.”

김세진은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대중들에게 세금관련문제는 민감하다.

게다가 몇몇 기사에서는 오크 대장장이를 착취하고 있다는 개소리까지 지껄이고 있는 실정이니···.

"김유린 기사님이 도착했답니다."

조한성이 급히 말해왔다.

*

김유린이 도착하자마자 물론 모든 단원과 더 몬스터의 싱크탱크까지 모여 비상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정황을 반박하기란 힘들었다.

오크 대장장이와 인간 김세진으로 이중생활을 해오면서 언제나 치밀했던 것은 아니었다. 허술한 점-특히 단체를 처음 창단했을 때-도 분명 있었고, 이들은 그 허술함을 찌른 것이었다.

김세진이 오크 대장장이라는 진실을 모르는 몇몇 직원은 실수이시겠지만 몇몇 부분은 탈세로 보여질 수도 있다- 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그리고 기사가 터진지 고작 3시간이 지난 지금, 여론은 언제나 그렇듯 탈세로 단정짓고 폭발하고 있었다. 2만개라는 댓글 개수에 세진은 더 몬스터의 위상을 새삼 느꼈다.

어쨌든. 상황이 이정도 쯤 되면 정정보도를 내고 뭐다 한다 하더라도 한 세월이고, 그 동안 김세진과 단체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터. 그러니 이 모든 난리와 네거티브적인 기사와 여론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김세진이 오크 대장장이로서의 정체를 공개하는 것 뿐.

그가 굳이 이중생활을 해온 이유는 혹시라도 생길 잡음과 의심을 미연에라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오크 대장장이가 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평범한 대장장이와 확연히 달라 결코 공개할 수 없으니까.

허나 이렇게 난리가 터진 이상 그 효용은 정체를 밝히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만약, 정체를 밝힌다면 언론과 대중은 필연적으로 ‘도대체 무슨 특성이냐’라며 무척 궁금해 하겠지.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쪽팔리기까지 하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했다 하더라도, 타인은 기만적이고 건방적인 유희라고 느낄지도 모르니.

“저는 일단 해명부터 하고 왔습니다.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일체 없다고··· 하지만 난리가 워낙 커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유린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명령이든 아니든 김세진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마시시고. 일단···”

이제 어쩔 수 없다. 회의하기에도 머리가 아프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와 댓글들도 짜증이 난다.

“기자회견 좀 준비해주세요.”

*

맑은 오후. 기자회견 장소로 선정된 더 몬스터 부지 내의 정원에는 수많은 기자와카메라, 방송국 차량들이 득실거렸다.

참고로 이 기자회견은 국내에 생중계로 송출되기로 했다.

“···진짜 탈세를 했을까요?”

“정황이 복잡해서 미묘한데, 나는 그런 것 같아. 근데 그것보다 오크랑 김세진의 관계가 더 궁금해.”

“사실 저도요. 정말 오크는 뭐가 아쉬워서 김세진을 중개인으로 끼고 활동을 해왔을까요? 모든 수익을 다 단체에 갖다 바쳐가면서 까지.”

“몰라. 애초에 오크 대장장이는 형체만 있고 구체적인 기록이 없거든. 우대세율도 공모전 참가 기록으로 적용된거고. 그래서 이복형제관계다, 노예다, 종족이 다르다, 뭐 암암리에 말은 많이 오고갔긴 한데··· 오늘 그것까지 밝힌다니까. 제대로 봐야지.”

기자들은 서로서로 한창 호기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먼저 더 몬스터의 내부 고발자로 추정되는 칠흑기사단의 두 여기사가 등장했다.

플래쉬가 터지고 질문이 밀려들었지만, 그녀들은 ‘저희는 해명 했으니까 일단 정정기사부터 내세요’라고 말하며 미리 비워둔 맨 앞자리에 참석했다.

그렇게 20여분이 더 흐르고. 예정된 기자회견은 단 5분을 앞두게 되었다.

긴장이 흐르는 속에서, 기자와 방송국은 숨 죽인 채 곧 모습을 드러낼 김세진을 기다렸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플래시가 터지고 카메라가 모여들었다. 정장차림의 김세진이 태가 나는 모델워킹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미리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그리곤 헛기침을 한번 하고서,

“탈세. 그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단도 진입적으로 말한다.

순간 플래쉬가 파바바밧- 터지고 굉음에 준하는 질문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황상 거의 확실하다는 소리도 있는데···!”

“새벽의 도움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소문도 퍼지는데, 양심에 가책이 없으신가요!”

라이칸슬로프로 진화하면서 예민해진 시청각에는 이만한 고문이 없었다.

“잠시 진정을···”

세진이 눈을 감은 채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기자들의 광포가 슬며시 잦아든 틈을 타, 김세진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오크 대장장이의 정체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그는 옆구리에 낀 서류가방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제일 처음 오크 대장장이로 데뷔할 때, 공모대회 관계자가 보관용이라고 되돌려준 참가 신청서. 지문은 없지만 사인과 주소가 기록되어 있다.

“이건 오크 대장장이가 공모전을 신청했을 때 제출했던 신청서입니다. 당시에는 오크가 정체를 지금보다 더 숨기고 있었기에 등기가 강원도 도처의 우체국으로 되어있죠.”

계속해서 터지는 플래쉬를 뒤로하고, 그는 다음으로 모든 거래 초기의 모든 내역을 스캔한 종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오크는 결코 자신의 명의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저, 김세진에게 오롯이 위임했지요. 여기서 우대세율과 관련된 문제가 조금 복잡하게 생기는데, 주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것이지요?"

"또한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시고, 이보다 더 큰 논란이 된 부분이 있더군요. '왜 오크 대장장이는 고아로 살아온, 당시에는 변변찮았던 김세진에게 자신의 권리를 위임했는지'. 진짜 무기를 만들어서 갖다 바치는 노예인지 뭔지.”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예도 아니고, 위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은 그제서야 합리적이지 않은 의심을 떠올렸다. 김세진과 오크 대장장이가동일인물이라는 소문보다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

그것은 근거가 아무리 타당하게 느껴져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불가능하다. 오크 정도의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오롯이 대장장이로서의 외길인생을 걸어도 부족할 판국인데.

“더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회견 좀 준비해주세요.”

*

맑은 오후. 기자회견 장소로 선정된 더 몬스터 부지 내의 정원에는 수많은 기자와카메라, 방송국 차량들이 득실거렸다.

참고로 이 기자회견은 국내에 생중계로 송출되기로 했다.

“···진짜 탈세를 했을까요?”

“정황이 복잡해서 미묘한데, 나는 그런 것 같아. 근데 그것보다 오크랑 김세진의 관계가 더 궁금해.”

“사실 저도요. 정말 오크는 뭐가 아쉬워서 김세진을 중개인으로 끼고 활동을 해왔을까요? 모든 수익을 다 단체에 갖다 바쳐가면서 까지.”

“몰라. 애초에 오크 대장장이는 형체만 있고 구체적인 기록이 없거든. 우대세율도 공모전 참가 기록으로 적용된거고. 그래서 이복형제관계다, 노예다, 종족이 다르다, 뭐 암암리에 말은 많이 오고갔긴 한데··· 오늘 그것까지 밝힌다니까. 제대로 봐야지.”

기자들은 서로서로 한창 호기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먼저 더 몬스터의 내부 고발자로 추정되는 칠흑기사단의 두 여기사가 등장했다.

플래쉬가 터지고 질문이 밀려들었지만, 그녀들은 ‘저희는 해명 했으니까 일단 정정기사부터 내세요’라고 말하며 미리 비워둔 맨 앞자리에 참석했다.

그렇게 20여분이 더 흐르고. 예정된 기자회견은 단 5분을 앞두게 되었다.

긴장이 흐르는 속에서, 기자와 방송국은 숨 죽인 채 곧 모습을 드러낼 김세진을 기다렸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플래시가 터지고 카메라가 모여들었다. 정장차림의 김세진이 태가 나는 모델워킹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미리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그리곤 헛기침을 한번 하고서,

“탈세. 그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단도 진입적으로 말한다.

순간 플래쉬가 파바바밧- 터지고 굉음에 준하는 질문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황상 거의 확실하다는 소리도 있는데···!”

“새벽의 도움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소문도 퍼지는데, 양심에 가책이 없으신가요!”

라이칸슬로프로 진화하면서 예민해진 시청각에는 이만한 고문이 없었다.

“잠시 진정을···”

세진이 눈을 감은 채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기자들의 광포가 슬며시 잦아든 틈을 타, 김세진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오크 대장장이의 정체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그는 옆구리에 낀 서류가방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제일 처음 오크 대장장이로 데뷔할 때, 공모대회 관계자가 보관용이라고 되돌려준 참가 신청서. 지문은 없지만 사인과 주소가 기록되어 있다.

“이건 오크 대장장이가 공모전을 신청했을 때 제출했던 신청서입니다. 당시에는 오크가 정체를 지금보다 더 숨기고 있었기에 등기가 강원도 도처의 우체국으로 되어있죠.”

계속해서 터지는 플래쉬를 뒤로하고, 그는 다음으로 모든 거래 초기의 모든 내역을 스캔한 종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오크는 결코 자신의 명의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저, 김세진에게 오롯이 위임했지요. 여기서 우대세율과 관련된 문제가 조금 복잡하게 생기는데, 주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것이지요?"

"또한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시고, 이보다 더 큰 논란이 된 부분이 있더군요. '왜 오크 대장장이는 고아로 살아온, 당시에는 변변찮았던 김세진에게 자신의 권리를 위임했는지'. 진짜 무기를 만들어서 갖다 바치는 노예인지 뭔지.”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예도 아니고, 위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은 그제서야 합리적이지 않은 의심을 떠올렸다. 김세진과 오크 대장장이가동일인물이라는 소문보다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

그것은 근거가 아무리 타당하게 느껴져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불가능하다. 오크 정도의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오롯이 대장장이로서의 외길인생을 걸어도 부족할 판국인데.

“더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경악에 젖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속에는 김유린과 이혜린, 주지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니 당연하겠지.

“제가, 오크입니다.”

플래쉬가 터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저 적막했다.

기자들은 플래쉬를 터트릴 여유조차 없었다.

< 26. 진실? (5) > 끝

ⓒ 지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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