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악순환 (2) >
유세정은 김세진을 조수석에 태운 채, 직접 차를 몰아 강원도 시내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렇게 10여분을 쌩쌩 달려, 그들은 금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다 왔어요.”
“오, 운전 잘하네?”
그녀의 운전실력은 주행은 물론 주차까지 완벽하여 감탄하기 충분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불안해서 일부러 안전벨트도 꽉꽉 둘러매고 그랬는데···
“그럼요. 저는 다 잘해요.”
어쩌면 재수없게도 느껴질 수 있는 말, 그러나 환하게 웃는 유세정의 얼굴은 그저마냥 귀엽기만 했다.
“으쌰.”
먼저 차에서 내린 그녀는 빨빨걸리며 달려와 조수석 문을 대신 열어주었다. 보통 이런 건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에스코트가 아닌가, 그래도 세진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레스토랑의 출입문 쪽으로 나란히 걸었다.
유세정은 눈치를 힐끗힐끗 살피며 그의 팔짱을 노렸으나, 감히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연신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기회를 보다 보니, 어느새 입구의 웨이터가 이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속으로는 웨이터를 원망했다.
“예약하셨습니까?”
“네. 어제 유세정으로 두 자리요.”
세정이 예약한 ‘디너 인 엔젤’이라는 이 레스토랑은 그 맛과 분위기로 대단히 유명해서, 오직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나 뭐라나.
“예. 따라오시지요.”
둘은 웨이터의 안내를 따라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갔다.
클래식 음악의 선율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내부장식은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거기다 왠지 모르게 일면식이 있는 것만 같은 사람들까지. 김세진은 TV에 자주 나오던 연예인과 기사, 마법사들의 얼굴을 발견하곤 약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곳입니다.”
웨이터가 안내한, 그리고 세정이 예약한 자리는 통유리가 바로 옆에 있어 아래의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
김세진은 이토록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불편하기만 했지만, 역시 유세정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유롭게 주문을 하고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는 세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맛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는 어느새 환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아.”
“히힛. 그렇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메뉴는 수프, 조막만한 스테이크, 조금 더 큰 스테이크, 이런 식으로 나오는 코스요리였다.
두 사람은 음식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눴다.
김세진은 대충 아무 얘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세정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가시질 않았다. 때로는 너무 크게 웃어 주변의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기도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무려 4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허비되는 시간에 김세진이 초조함을 느낄 때쯤 식사가 끝났다.
“이제 가자.”
그가 먼저 일어났고, 세정은 약간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따라 일어났다. 그즉시 김세진이 잽싸게 카운터로 달려갔다. 먼저 계산을 하기 위함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럴 필요는 없었다.
“새벽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유세정 아가씨와 그 손님분에게는 음식값을받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세진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었죠? 오빠가 너무 익숙해서 까먹는 것 같은데, 저 이런 여자라구요~”
그녀가 어깨를 쫙 펴며 짐짓 위세를 부렸다.
그에 별안간 카운터 직원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유세정이 이 레스토랑에 온 것은 당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벽기사단의 기사들을 동료랍시고 데려온 적이 있었으니.
헌데 그때와 지금의 표정은 사뭇, 아니 아예 딴판이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때는 이렇게 생글생글한 미소따윈 없었다. 새초롬한 얼굴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갑게 굳은 입은 그냥 음식을 먹는 용도일 뿐이었고, 얼굴에는 빨리 집으로 가고싶다는 티가 역력했었으니.
‘···아양떠는 건가?”
이건 조금 말이 안되는 추론이었다. 도대체 유세정이 뭐가 아쉬워서 타인에게 아양을 떤다는 말인가···.
물론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는 익히 보고 들어 알고있다.
김세진. TV에만 직접적으로 출연하지 않았다 뿐이지, 예능을 비롯한 모든 TV프로그램에서 매일 한 번 이상은 언급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잘 어울리긴 하네.’
직원은 얼마간의 박탈감을 느끼며 유세정과 김세진의 뒷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보았다.
“오빠, 그··· 우리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영화나 같이 볼래요?”
레스토랑의 문을 나서며, 세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 아··· 그······. 나 영화 별로 안 좋아해.”
그는 뒷목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영화, 예전부터 영 인연이 없었던 여가생활은 특성이 생긴 이후로는 아예 불가능이 되어버렸다.
“아 그러면.. 인형뽑기 어때요? 여기 근처에 많은데.”
그녀는 김세진과 나란히 걸으며 연신 ‘다음’을 부탁했다. 그녀로서는 오늘의 만남을 고작 식사만으로 끝내기 싫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정작 그는 상황이 다소 달랐다.
“그것도 조금···.”
“그, 그러면 그냥 카페가서 얘기나 할래요? 저, 오늘 아니면 요 몇 주간 시간 안 날수도 있는데··· 알죠? 상비명령.”
세정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그에 세정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 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오빠, 지금 큰 기회를 놓치신 거예요.”
그녀는 재빨리 걸어 먼저 차에 올라탔지만, 그 목소리의 떨림을 느낀 세진은 잠시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속이 답답하고 쓰라렸다.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다는 의미는 곧,타인과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없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유세정이 자신에게 저토록 좋은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허나···
“뭐해요 안 타고.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그때 세정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서 소리쳤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즉시 자동차의 엔진음이 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맛있었죠?”
세정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걸어왔지만, 운전을 하는 그녀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억지 미소 너머로 살짝 굳은 얼굴이 오히려 더 미안했다.
*
김세진은 그 날 이후로 진화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나 최대한 해가 지기 전 까지만, 늑대는 물론 고블린과 아탄이까지 활용해가며. 정말 별의별 짓을 다했다.
허나 그럴수록 진화는 요원한데, 오히려 ‘토벌령’까지 내려졌다. 일명 [중하급~중상급지대에서 활동하는 흑색갈기 웨어울프 토벌령].
그는 괴물오크 때와 마찬가지로 기어코 살인은 하지 않았으나, 그때보다 강해진 야성에 의해 습격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인 충격이 문제였다.
스킬 ‘포식자’는 모든 폼에 두루 적용되지만, 그래도 늑대 폼일때 얻은 스킬이니만큼 늑대일 때 가장 효과가 강했다. 게다가 때로는 자신의 본능을 주체하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
가장 심하게 당한 정은지는 아직까지도 병원에서 두문불출하고 있고, 그 외 스무 명에 달하는 기사들도 가벼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어, 기사단은 물론 정부에서까지 현상금을 내걸고 ‘토벌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몬스터 필드의 수호신이라고 까지 불렸던 웨어울프는, 그 모든 명성이 악명으로 치환되고 말았다.
촤아악-
섬전처럼 내려쳐지는 짐승의 손톱이 기사의 방어구를 찢어발긴다.
서늘한 비명이 산세를 진동했다.
바야흐로 오늘 찾아온 상대는 칠흑기사단의 중급기사 4인으로 이뤄진 파티.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전우끼리 팀을 이룬 듯, 이들의 협공과 체력안배, 거기에 개개인의 능력은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과 자신 간의 근본적인 무력격차가 너무 컸다. B-등급에 이른 영체화를 통해, 무려 5개의 명품이 이 육체에 내재하여 있었기에.
[C등급 암행]
[B등급 파괴력강화]
[C등급 기민함]
[C등급 파쇄]
[B등급 굴절]
여기에 강조 해야할 부분은 마지막 ‘굴절’이다. 날붙이를 사용하는 백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과 자신 간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 그러나 이 굴절이라는 성질은 ‘거리’라는 개념 자체를 소멸시켰다.
손톱은 분명 하단으로 향했는데 막상 흉악하게 그어진 부분은 상단, 또한 저 멀리서 한번 휘두른 손톱이 기묘하게 굴절되어 순식간에 코앞까지 쇄도한다.
게다가 늑대의 손톱은 성장과 성장을 거듭해 아다만티움과 강도가 비슷해졌으니, 한 번 한 번의 일격이 문자 그대로 죽음과 맞닿았다 하겠다.
“끄···흐···.”
그리고 네 명의 기사들은 그 변칙공격에 모조리 휩쓸려 나갔다. 애초에 돌발적인 실전경험이 없는 중급 이하의 기사들에게 늑대 폼을 취한 김세진은 너무 벅찬 벽이세정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그에 세정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 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오빠, 지금 큰 기회를 놓치신 거예요.”
그녀는 재빨리 걸어 먼저 차에 올라탔지만, 그 목소리의 떨림을 느낀 세진은 잠시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속이 답답하고 쓰라렸다.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다는 의미는 곧,타인과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없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유세정이 자신에게 저토록 좋은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허나···
“뭐해요 안 타고.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그때 세정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서 소리쳤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즉시 자동차의 엔진음이 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맛있었죠?”
세정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걸어왔지만, 운전을 하는 그녀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억지 미소 너머로 살짝 굳은 얼굴이 오히려 더 미안했다.
*
김세진은 그 날 이후로 진화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나 최대한 해가 지기 전 까지만, 늑대는 물론 고블린과 아탄이까지 활용해가며. 정말 별의별 짓을 다했다.
허나 그럴수록 진화는 요원한데, 오히려 ‘토벌령’까지 내려졌다. 일명 [중하급~중상급지대에서 활동하는 흑색갈기 웨어울프 토벌령].
그녀가 어깨를 쫙 펴며 짐짓 위세를 부렸다.
그에 별안간 카운터 직원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유세정이 이 레스토랑에 온 것은 당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벽기사단의 기사들을 동료랍시고 데려온 적이 있었으니.
헌데 그때와 지금의 표정은 사뭇, 아니 아예 딴판이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때는 이렇게 생글생글한 미소따윈 없었다. 새초롬한 얼굴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갑게 굳은 입은 그냥 음식을 먹는 용도일 뿐이었고, 얼굴에는 빨리 집으로 가고싶다는 티가 역력했었으니.
‘···아양떠는 건가?”
이건 조금 말이 안되는 추론이었다. 도대체 유세정이 뭐가 아쉬워서 타인에게 아양을 떤다는 말인가···.
물론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는 익히 보고 들어 알고있다.
김세진. TV에만 직접적으로 출연하지 않았다 뿐이지, 예능을 비롯한 모든 TV프로그램에서 매일 한 번 이상은 언급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잘 어울리긴 하네.’
직원은 얼마간의 박탈감을 느끼며 유세정과 김세진의 뒷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보았다.
“오빠, 그··· 우리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영화나 같이 볼래요?”
레스토랑의 문을 나서며, 세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 아··· 그······. 나 영화 별로 안 좋아해.”
그는 뒷목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영화, 예전부터 영 인연이 없었던 여가생활은 특성이 생긴 이후로는 아예 불가능이 되어버렸다.
“아 그러면.. 인형뽑기 어때요? 여기 근처에 많은데.”
그녀는 김세진과 나란히 걸으며 연신 ‘다음’을 부탁했다. 그녀로서는 오늘의 만남을 고작 식사만으로 끝내기 싫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정작 그는 상황이 다소 달랐다.
“그것도 조금···.”
“그, 그러면 그냥 카페가서 얘기나 할래요? 저, 오늘 아니면 요 몇 주간 시간 안 날수도 있는데··· 알죠? 상비명령.”
세정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그에 세정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 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오빠, 지금 큰 기회를 놓치신 거예요.”
그녀는 재빨리 걸어 먼저 차에 올라탔지만, 그 목소리의 떨림을 느낀 세진은 잠시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속이 답답하고 쓰라렸다.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다는 의미는 곧,타인과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없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유세정이 자신에게 저토록 좋은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허나···
“뭐해요 안 타고.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그때 세정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서 소리쳤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즉시 자동차의 엔진음이 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맛있었죠?”
세정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걸어왔지만, 운전을 하는 그녀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억지 미소 너머로 살짝 굳은 얼굴이 오히려 더 미안했다.
*
김세진은 그 날 이후로 진화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나 최대한 해가 지기 전 까지만, 늑대는 물론 고블린과 아탄이까지 활용해가며. 정말 별의별 짓을 다했다.
허나 그럴수록 진화는 요원한데, 오히려 ‘토벌령’까지 내려졌다. 일명 [중하급~중상급지대에서 활동하는 흑색갈기 웨어울프 토벌령].
그는 괴물오크 때와 마찬가지로 기어코 살인은 하지 않았으나, 그때보다 강해진 야성에 의해 습격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인 충격이 문제였다.
스킬 ‘포식자’는 모든 폼에 두루 적용되지만, 그래도 늑대 폼일때 얻은 스킬이니만큼 늑대일 때 가장 효과가 강했다. 게다가 때로는 자신의 본능을 주체하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
가장 심하게 당한 정은지는 아직까지도 병원에서 두문불출하고 있고, 그 외 스무 명에 달하는 기사들도 가벼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어, 기사단은 물론 정부에서까지 현상금을 내걸고 ‘토벌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몬스터 필드의 수호신이라고 까지 불렸던 웨어울프는, 그 모든 명성이 악명으로 치환되고 말았다.
촤아악-
섬전처럼 내려쳐지는 짐승의 손톱이 기사의 방어구를 찢어발긴다.
서늘한 비명이 산세를 진동했다.
바야흐로 오늘 찾아온 상대는 칠흑기사단의 중급기사 4인으로 이뤄진 파티.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전우끼리 팀을 이룬 듯, 이들의 협공과 체력안배, 거기에 개개인의 능력은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과 자신 간의 근본적인 무력격차가 너무 컸다. B-등급에 이른 영체화를 통해, 무려 5개의 명품이 이 육체에 내재하여 있었기에.
[C등급 암행]
[B등급 파괴력강화]
[C등급 기민함]
[C등급 파쇄]
[B등급 굴절]
여기에 강조 해야할 부분은 마지막 ‘굴절’이다. 날붙이를 사용하는 백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과 자신 간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 그러나 이 굴절이라는 성질은 ‘거리’라는 개념 자체를 소멸시켰다.
손톱은 분명 하단으로 향했는데 막상 흉악하게 그어진 부분은 상단, 또한 저 멀리서 한번 휘두른 손톱이 기묘하게 굴절되어 순식간에 코앞까지 쇄도한다.
게다가 늑대의 손톱은 성장과 성장을 거듭해 아다만티움과 강도가 비슷해졌으니, 한 번 한 번의 일격이 문자 그대로 죽음과 맞닿았다 하겠다.
“끄···흐···.”
그리고 네 명의 기사들은 그 변칙공격에 모조리 휩쓸려 나갔다. 애초에 돌발적인 실전경험이 없는 중급 이하의 기사들에게 늑대 폼을 취한 김세진은 너무 벅찬 벽이세정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그에 세정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 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오빠, 지금 큰 기회를 놓치신 거예요.”
그녀는 재빨리 걸어 먼저 차에 올라탔지만, 그 목소리의 떨림을 느낀 세진은 잠시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속이 답답하고 쓰라렸다.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다는 의미는 곧,타인과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없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유세정이 자신에게 저토록 좋은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허나···
“뭐해요 안 타고. 집까지는 데려다 줄게요.”
그때 세정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서 소리쳤다. 그는 터덜터덜 걸어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즉시 자동차의 엔진음이 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맛있었죠?”
세정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걸어왔지만, 운전을 하는 그녀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억지 미소 너머로 살짝 굳은 얼굴이 오히려 더 미안했다.
*
김세진은 그 날 이후로 진화에 더욱 열중했다.
그러나 최대한 해가 지기 전 까지만, 늑대는 물론 고블린과 아탄이까지 활용해가며. 정말 별의별 짓을 다했다.
허나 그럴수록 진화는 요원한데, 오히려 ‘토벌령’까지 내려졌다. 일명 [중하급~중상급지대에서 활동하는 흑색갈기 웨어울프 토벌령].
그는 괴물오크 때와 마찬가지로 기어코 살인은 하지 않았으나, 그때보다 강해진 야성에 의해 습격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인 충격이 문제였다.
스킬 ‘포식자’는 모든 폼에 두루 적용되지만, 그래도 늑대 폼일때 얻은 스킬이니만큼 늑대일 때 가장 효과가 강했다. 게다가 때로는 자신의 본능을 주체하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
가장 심하게 당한 정은지는 아직까지도 병원에서 두문불출하고 있고, 그 외 스무 명에 달하는 기사들도 가벼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어, 기사단은 물론 정부에서까지 현상금을 내걸고 ‘토벌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몬스터 필드의 수호신이라고 까지 불렸던 웨어울프는, 그 모든 명성이 악명으로 치환되고 말았다.
촤아악-
섬전처럼 내려쳐지는 짐승의 손톱이 기사의 방어구를 찢어발긴다.
서늘한 비명이 산세를 진동했다.
바야흐로 오늘 찾아온 상대는 칠흑기사단의 중급기사 4인으로 이뤄진 파티.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전우끼리 팀을 이룬 듯, 이들의 협공과 체력안배, 거기에 개개인의 능력은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과 자신 간의 근본적인 무력격차가 너무 컸다. B-등급에 이른 영체화를 통해, 무려 5개의 명품이 이 육체에 내재하여 있었기에.
[C등급 암행]
[B등급 파괴력강화]
[C등급 기민함]
[C등급 파쇄]
[B등급 굴절]
여기에 강조 해야할 부분은 마지막 ‘굴절’이다. 날붙이를 사용하는 백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과 자신 간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 그러나 이 굴절이라는 성질은 ‘거리’라는 개념 자체를 소멸시켰다.
손톱은 분명 하단으로 향했는데 막상 흉악하게 그어진 부분은 상단, 또한 저 멀리서 한번 휘두른 손톱이 기묘하게 굴절되어 순식간에 코앞까지 쇄도한다.
게다가 늑대의 손톱은 성장과 성장을 거듭해 아다만티움과 강도가 비슷해졌으니, 한 번 한 번의 일격이 문자 그대로 죽음과 맞닿았다 하겠다.
“끄···흐···.”
그리고 네 명의 기사들은 그 변칙공격에 모조리 휩쓸려 나갔다. 애초에 돌발적인 실전경험이 없는 중급 이하의 기사들에게 늑대 폼을 취한 김세진은 너무 벅찬 벽이었을 따름이다.
세진은 피를 철철흘리며 엎어져 있는 네 명의 기사를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정말 인간을 죽이거나 사지를 잘라내야 진화할 생각인지··· 만약 혹시라도 그렇다면. 정말 혹시라도···.
“그릉···.”
그러나 그는 이내 발을 크게 굴러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김세진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
혹여나 인간을 해하는 것이 진화의 요건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그 행위 자체가 오히려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일 테니.
*
다음 날. 김세진은 이른 오전부터 주지혁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정은지 기사님이요? 그 분은 문안이···”
“주지혁입니다. 은지도 저는 괜찮을 겁니다. 치유를 위해 온 것이니 기사단에서도 허락을 해줬구요.”
정은지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늑대의 야성에 잠식당해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더라도, 자신으로 말미암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고생하는 기사를 그냥 두고 보기에는 양심에 찔렸다. 또한 늑대였던 자신이 병인(病因)이니, 그에 맞은 치료법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을확률이 크다.
“근데 은지는 왜 갑자기···?”
그녀가 입원해 있는 1인병실로 향하는 와중 주지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 그······ 제가 정은지씨 팬이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고블린한테 포션도 받아왔어요.”
정은지는 비록 기사이지만 연예계활동도 활발했고, 그만큼 팬층도 두툼한 터라 그리 이상한 변명은 아니었다.
“엇, 예? 고블린이면 그 고블린 연금술사 말입니까?”
허나 주지혁은 그가 정은지의 팬이라는 말보다, ‘고블린 연금술사’에 더욱 관심을가졌다.
사실 어쩌면 그럴 만도 했다. 요즘 일반인과 형편이 넉넉치 않은 일명 ‘흙수저 기사’들에게 고블린 연금술사는 거의 포션계의 종교나 다름이 없으니까.
중상급~상급 이상의 회복 포션만을 만드는 것이 더욱 돈이 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중하급 정도의 포션을 제조하여 싼 값에, 그것도 1인 1개의 원칙을 지켜가며 판매하는 그는 현재,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라며 찬사를 넘어선 추앙을 받는중이다.
물론 그 실상은 조금 달랐지만.
그가 만든 중하급 포션은 사실 직접 만든 포션이 아니라, 아탄이의 타액이다. 아탄이가 체내의 수분을 포션과 성질을 닮게하여 배출한, 그러니까 ‘침’.
하루에 100L도 가뿐히 뿜어낼 수 있는 그 침을 굳이 비싼 돈을 받고 팔기에는 뭐해서 그냥 싼 값에 팔았고, 암포상같은 되팔이들이 마음에 안 들어 오직 1인 1개를 설정했을 뿐이다.
“네. 그 연금술사요.”
띠잉-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했다.
< 19. 악순환 (2) > 끝
ⓒ 지갑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