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의문, 노력 (2) >
김세진은 약 일주일동안, 라이칸 관련 정보를 그러모으다시피 뒤졌다.
자기자신의 기억에 없는 범행은 총 3건이었고, 모든 사체는 마치 짐승의 습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찢겨진 상태였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모방은 아닐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모든 게 의문이었다.
계속해서 자라는 키와, 날카롭게 변해가는 얼굴형.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라이칸의 범행까지. 이건 어쩌면.
‘인간 김세진이 몬스터로 잠식되어가는건가?’
확실히. 지금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다섯가지 종족의 힘의 균형은 몹시 어긋나있다.
구체적으로, 웨어울프의 마나석을 흡수해 야수의 심장을 얻은 늑대 쪽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무려 중상급기사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니.
“···하.”
세진이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 쥐자, 창 틈 사이로는 새벽녘의 희뿌연 달빛이 스며들어왔다. 초승달의 투명한 빛, 괜히 소름이 돋았다.
그는 근 일주일동안 흑색늑대의 폼을 최대한 배제하여, 고블린과 오크, 인간으로만 생활해가며 단 세 시간도 자지 못했다.
그만큼 ‘나’라는 자아를 한시적이나마 잃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공포이자 두려움이었다.
물론 보름달이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것까지 고려하기에는 그의 정신상태가 너무 불안정했다.
“시발.”
그가 욕설을 뇌까리며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난제.
게다가 온전한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채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흑색늑대가 인간화를 한 것은 인간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때, 뱀파이어를 발견하곤 의식이 몽롱해진 느낌을 기억한다. 김인수와 마주했을 때, 이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던 때가 선명하다.
“···당분간은.”
흑색늑대 폼은 하지 말아야겠다. 세진은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고작 하루에 5시간 남짓으로 줄어들게 되겠지만, 그래도 정체모를 본능에 잠식되어 아예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 보다는 낫다.
그는 저도 모르게 턱을 매만졌다. 수염이 상당히 짙고 길게 자라 있었다.
원래 이렇게 수염이 많이 자라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우읍!”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진은 순간 구역질이 올라 화장실로 뛰쳐갔다.
요 근래 먹은 게 없기 때문일까. 샛노란 위액이 쏟아져 나왔다.
한참동안 그렇게 속을 게워내고나서, 그는 세면대 앞에 섰다.
“···”
김세진과 닮은, 그러나 예전의 김세진과는 다른 얼굴이 보였다. 물론 지금 이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말미암은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굵은 턱선.
이건······ 확실히 늑대와 닮아 있다.
*
처음 ‘웬 마나·원기 회복 효과가 있는 인형 아티펙트가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을 땐. 대중은 물론 대부분의 기사단과 마법사들은 그 소문을 되도 않는 개소리로 치부했다.
아티펙트는 만들기 힘든 물건. 게다가 강도높은 마법작용을 견뎌내야만 하나의 ‘마법효과’가 인챈트 되기 때문에, 인형따위의 나약한 물체에는 부가될래야 부가될 수 없다는 게 마법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그 허무맹랑하다고 생각되었던 소문은,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에 의해 사실로 증명되어가고 있었다.
“이게 그··· 아티펙트입니까?”
이 곳은 칠흑기사단의 1등급 훈련실. (대부분의 기사단은 등급에 따라 훈련실도 나뉘어져 있다. 물론 등급이 높을수록 시설도 좋다)
‘대한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은 이 훈련실 내부에서 예의 인형 아티펙트를 관람하고 있는 중이다.
“예 근데 조금······”
마법사 일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담당 기사는 연신 안절부절했다. 혹시라도 이들이 인형을 만지거나 할까 두려워서.
인생역전이라는 게 이러할까. 4등급 훈련장의 선반 위에 덩그러니 놓이거나, 심하면 바닥에도 데굴데굴 굴러다녔었던 아탄이.
그러나 그랬던 아탄이는 지금, 강화 마법유리로 둘러싸인 채 1등급 훈련장의 중심에 고이 모셔져 있다. 칠흑기사단의 신줏단지가 되어 아주 소중히.
“저.. 조금 물러서 주시겠습니까? 아탄이가 무서워합니다만.”
“···.”
마법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물러나주었다.
“애매하긴 하지만, 확실히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긴 하군요. 언제부터 이 인형의 효과를 체감하게 되셨습니까?”
“얼마 안됐습니다. 일주일 전? 처음에 이게 4등급 훈련장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었는데, 갑자기 하급기사들의 훈련 효율이 좋아지더군요. 하루 두 시간 훈련하면 진이 빠지던 놈이 세 시간이나 하고, 마나회복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이 훈련장 안에서만요.”
그 말에 마법사들이 오- 하며 살짝 감탄했다. 말로만 들으면 꽤 좋은 효율이 아닌가.
“마나의 샘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는데도요?”
“예. 그게 이상해서 측정을 해 보니까, 4등급 훈련장의 마나회복률이 1등급 훈련장보다 더욱 높았습니다. 그 기묘한 현상의 원인을 찾아가던 도중에 이 인형의 효과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흐음- 마법사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의 말로 추정하자면, 이 인형에는 마나회복에 더해 ‘원기회복’의 효과까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원기회복과 마나회복은 보통 고급 액세사리에 부가되는 값비싼 마법효과. 이렇게 막 오오라처럼 퍼져나오게 만들 수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새벽도 똑같은 인형을 선물받았다고 들었는데··· 왜 그쪽은 아무런 말도 없죠?”
“원래 걔내는 좋은 건 독점하려 하잖습니까. 아마 우리보다 훨씬 먼저 눈치챘을 겁니다. 그냥 입만 다물고 있을 뿐이지.”
“···흠.”
마법사가 인형을 쓰윽 훑어봤다.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정부가 이상한 아티팩트의 허가를 내줬을 때만 해도, 또 뻘짓하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마법사로서는 한번 해부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그 효과가 효과이니만큼 대단히 비싸겠지만, 그 비밀만 알아내면···
“안됩니다.”
그 음흉한 눈빛을 눈치챈 기사가 마법사를 막아 세웠다. 그에 마법사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짐짓 대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크흠. 얼마랍니까 이거?”
“들은 바로는, 사고싶어도 못 산다고 하더군요.”
“···역시. 이정도 아티팩트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겠지요.”
“예. 게다가 지금은 이미 뉴스에까지 나와서 그 효능이 증명된 실정이니, 국내는 물론 심지어 해외 쪽에서도 단체 ‘더 몬스터’에 구입문의를 넣었나 봅니다.”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해외포럼쪽에도 이 인형과 관련된 내용이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근데 지금 단체 쪽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새벽과 저희를 제외하고는 이 인형을 가지고 있는 기사단은 없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 덕에 그 아래 기사단은 쓸모없는 경쟁심리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다음 아탄이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이냐··· 뭐 이런.”
그 말에, 마법사들이 피식 웃었다.
기사단과 기사. 마법사로서는 정말, 알면 알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족속들이었다.
*
-···정말 괜찮은 거예요?
“어. 괜찮아.”
근래에 정신이 없었던 탓에.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연락을 씹어버렸다.
그래도 요 한달 간 마음이 꽤 안정되어, 세진은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왜 연락 안받으셨어요?
유세정이 물어왔다. 진실된 걱정이 배어나오는 목소리였다.
“뭐.. 바쁘기도 했고. 알잖아? 우리 마스코트 대박난거.”
이건 하루 전, 하젤린으로부터 들은 소식이다.
‘마나와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인형 아티팩트’.
수백억을 들여 마나의 샘을 축조하고, 매년 수십억의 유지비를 감당할 정도로 ‘마나’에 집착이 심한 기사단과 마탑은, 아탄이의 효과가 제대로 판명이 난 즉시 눈이 훼까닥 돌아버렸다고 한다.
해외 유수의 기업과 기사단도 한국 정부를 통해 직접, 그 ‘마력문신’과 ‘아탄이’의 진위를 물어왔다고 할 정도니···
-아 맞다. 그, 아탕이 어떻게 판매할 계획이세요? 있으면 저희가 다 사고 싶어요. 가격은 최대한 맞춰드릴 수 있어요.
“아 그건··· 나중에. 나중에 알려줄게.”
그는 아직 이런 복잡한 생각까지 하기는 싫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바로 10분 전에 무슨 외교부 사무관이라는 사람까지 아탄이 관련 문제로 전화를 해왔었다. 무슨 미국의 유명 기사단이 진지한 면담을 요청했다나 뭐라나···
-네? 아.. 네 알겠어요. 근···
“응. 끊을···”
-아니! 근데! 잠깐 끊지맛!
통화종료를 누르려는 순간에, 별안간 유세정이 크게 소리쳤다.
“..뭐야 왜?”
-왜 자꾸 도중에 전화를 끊는 거예요? 나는 아직 할 말 남았는데. 진짜···
진심으로 빈정상한 듯한 목소리였다.
“아 미안. 내가 성격이 조금 급해서.”
하루에도 2~3개씩 알바를 뛴 탓에, 빨리빨리 정신이 아직까지도 몸에 베어있다. 생각해보니,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그냥 천국이다 천국.
-후··· 저희 그··· 너무 오래 못본 것 같지 않아요?
“···아. 사냥?”
-···큼. 네. 사냥이요.
세진은 잠시 고민했다.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사냥을 할 여유는···
“미안. 당분간은 안 돼.”
없다.
그는 여로모로 자신이 흑색늑대와 동화되어가는 이 상황의 원인과 해결법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가장 유력한 원인은··· ‘흑색늑대의 힘이 정도 이상으로 강해져 힘의 불균형이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가능성은, 다른 몬스터 폼의 힘을 늘리는 것.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아예 흑색늑대가 라이칸슬로프로 진화하는 것.
라이칸슬로프는 그래도 사람의 한 종족이니, 그걸로 진화만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두 방법 모두 불확실해 계속 가슴이 텁텁한 상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울렁거린다.
어쨌든 그 모든 가능성은 사냥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기에, 이제 시간낭비는 터무니없는 사치다.
-네? 왜, 왜요?
갑자기 유세정이 다급히 말을 걸어왔다.
“그··· 사정이 있어.”
-뭔데요?
“말은 못하지.”
-···.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곧 무지 힘없는 목소리로, 상심했다는 티를 팍팍 내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시간될 때 전화해주세요..
“응. 알겠어.”
-그때 제가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
그는 전화를 빠르게 끊었다.
세정이 뭐라 말을 한 것 같은데··· 다시 버릇이 나와버리고 말았다.
‘..가자.’
그러나 이미 끊겨버린 통화다.
짐을 한가득 싸메고서, 그는 몬스터 필드로 향했다.
*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기사 한 명, 사냥꾼 두 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은 몬스터 숲을 거닐며 사냥감을 찾고있다.
“아··· 그러면 그 인형은 아직은 칠흑과 새벽에 밖에 없는 거네요?”
몬스터 탐색 와중에 벌어지는 담화의 주제는 요즈음의 뜨거운 감자, ‘아탄이’였다.
“그렇지. 아무래도 그만한 아티팩트는 많이 만들기 힘드니까. 그런데······ 크흠. 이걸 말해도 될라나 모르겠네.”
미모의 여자사냥꾼 두 명을 양 옆에 끼고, 의기양양하게 걷는 이 기사는 '중급기사 오대수'. 준명문이라 불리는 ‘대백 기사단’ 부단장의 차남이다.
“네? 뭔데요? 알려주세요~”
“맞아, 왜 말 하다 마는건데요~?”
그가 별안간 말을 멈추자. 두 여자가 교태를 부리며 그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컿, 커흠. 이건 비밀인데···. 이건 어디가서 말하지 말아라.”
“당연하죠~”
오대수가 헛기침을 한번 했다.
순위와 서열에 이상하리만치 민감한 기사단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경쟁적으로 달려들곤 한다.
사실 기사단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이벤트 격인 ‘기사격전’에서 새벽기사단이 칠흑기사단에게 패배하고 난 뒤, 대중과 언론에게 엄청난 조롱을 당하고 있는 이 시국을 보라.
“요즘 세번째 아탄이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대중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아탄이 인형. 요즈음 기사단 사이에서 가장 핫한 아티팩트.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도 세번째 아탄이가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아탄이가 오직 칠흑과 새벽에만 공급되었다는 건 그 아래 기사단들의 경쟁심리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언론은 그 재미있는 미끼를 덥썩 물었으며, 그에 대중들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과연 ‘아탄이’의 다음 주인은 어떤 기사단이 될 것인지.
그건 어느새 기사단 간, 하나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 주인이 될 것 같다.”
“헐, 정말요?”
“와 대박. 고려기사단은요?”
“어허. 언제적 고려··· 이미 고려장 당한 기사단 얘기는 하지 말자고. 으하하하.”
꺄르르르- 말도 안되는 말장난에도 여자 사냥꾼들은 배를 움켜쥐며 웃어주었다. 그에 더욱 기세등등해진 오대수는 어깨를 쫙 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됐대요? 김세진이라는 작자, 엄청 까다롭다고 소문났던데. 벌써 문전박대 당한 부단장만 너 다섯 명이라면서요.”
“그래. 진짜 어려운 사람이야. 우리 아버지께서도 아주 힘들게 연줄이 닿으셨지. 평생이라면 상종도 하지 않았을 무기점 말단 직원의 비위까지 맞춰가면서···. 후.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그는 아버지의 굴욕이 괴롭다는 듯, 말을 잠시 멈췄다.
“그러나. 아버지의 피나는 노력 끝에, 세번째 아탄이의 주인은 우리 기사단이 될 예정이다. 소청과 개벽, 고려까지 제친 것이라고.”
이게 우리 기사단의 현 위상이지- 오대수는 잔뜩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역시~ 대단해요 기사님!”
그러자 여인내들이 더욱 들러붙어왔고, 오대수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창천을 닿을 듯 치솟았다.
아- 이 얼마나 좋은 여흥인가. 여기서 제 솜씨를 뽐낼 수 있는 몬스터 하나만 등장해준다면···.
오대수의 그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지게 되었다.
“어! 저기 오크예요!”
여자 사냥꾼이 수풀 너머, 힐끗 보이는 언덕을 가리키며 외쳤다.
“오. 재규어겠구만.”
중하급지대에서 활동하는 오크는 보나마나 별 볼일 없는 오크 재규어. 오대수는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여자 사냥꾼도 의심의 여지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오대수는 평판이 안좋기는 하나, 엄연히 아덴의 시험을 통과한 중급기사다. 고작 중하급지대의 오크 하나에 당할 리는 없다······.
“임마!”
오대수가 성큼성큼 다가가서 외쳤다. 그러자, 오크가 뒤로 돌아섰다.
그 눈빛과 마주한 순간. 세 명의 일행은 일신의 행동이 정지됐다.
오크의 모습이, 대단히 심상치 않았다.
동족보다 울그락 불그락한 근육과 3m는 될 법해 보이는 거대한 몸에는 온통 피칠갑이 고, 한 손에는 위협적인 메이스가 들려있다.
저것은 말 그대로 전사의 모습, 단지 이쪽을 바라보며 서있기만 함에도 그 웅장한 기개가 전해지는 것만 같다.
“···도망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한 여자 사냥꾼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여인도 조심스레 그 의견에 동의했다.
일행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건 평범한 오크가 아니다. 오우거에게서나 뿜어져 나올 법한 무거운 기세가 온 몸을 짓누르는고, 붉은 안광을 발하며 이쪽을 응시하는 저 오크에게서는 무려 호걸(豪傑)의 위엄이 느껴질 정도인데.
어떻게 저 오크를 '고작 오크’따위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아니. 자네들은 그저 뒤에 숨어 있으면 된다. 내가 다 알아서 해결을···”
그러나 괜한 자존심 때문에 오대수가 쓸모 없는 만용을 부리며 검을 뽑아들었을 때.
-그어어어어!!
오크가 괴성을 내지르며 메이스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 가공할 만한 일격이 발생시킨 충격파에 의해, 마치 뱀이 꿈틀거리듯 땅이 촤르르 갈라졌다.
< 15. 의문, 노력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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