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몬스터-43화 (43/174)

12. 발전 아닌 발전 (3)

[조건 완료:???]

- 앞으로 하나의 조건을 더 충족하면 포밍몬스터가 ‘라이칸슬로프’로 변화합니다. (2/3)- ‘신성’을 섭취함으로 인하여 알 수 없는 능력이 해금됩니다.

-  이제 '나약한 바다괴수'로 포밍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수면아래에서도 뭍에서처럼 움직이고, 호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패시브 스킬 ‘물의 지배자(등급 F-)’를 습득합니다.

- 패시브 스킬 ‘레비아탄의 비늘(등급 F-)’를 습득합니다.

속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알림창을 훑을 여력도 없었다. 그저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용케도 이성이 남아있어, 유세정에게 부탁했다. 당장 집으로 가야겠다고.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차를 불러주었다.

차에 올라탄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단지 눈을 뜨니 집 안이었고,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모두 다하니 흑색늑대의 폼이 되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는 이상한 물건을 함부로 주워먹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

“···.”

김유린이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기절했었나보네.’

마나를 거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사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녀는 뻐근한 몸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고는, 상반신을 먼저 천천히 일으켰다.

“..근데.”

여긴 어디지?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병원··· 이라기에는 너무 방이 커다랗고 고급지다. 그러나 병원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팔에 꽂힌 링거와 약품의 냄새가 너무 진하다. 무엇보다 어느새 몸에 입혀진 병원복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

유린은 몸을 완전히 일으켜, 저 멀리 있는 문 쪽으로 슬슬 걸었다.

문고리를 잡고 밀자 부드럽게 열렸다.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아, 일어나셨네요!”

거실(?)의 소파에 누워있던 한 소녀가 불쑥 튀어나왔다. 유세정이었다.

“어.. 세정 씨? 여기는··· 어떻게 된 거예요?”

“병원이에요. 새벽병원 VVIP룸.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으신가요?”

“네. 저는···.”

“편히 말하셔도 돼요!”

세정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 모습이 강아지마냥 귀여워, 유린은 살풋 웃어버렸다.

“그럼.. 알겠어. 몸은 괜찮아. 근데, 나머지 사태들은 어떻게 됐어?”

그녀가 가장 먼저 궁금해한 건 역시 다른 사태들이었다. 남산과 부산, 그리고 강원도에서 일어났다던 몬스터 소요사태에 관한 소식.

“조기출동과 완벽한 대응으로 금세 진압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번 서울 한강에 출몰한 레비아탄도 유린 기사님 덕분에 큰 피해없이 막아냈고요.”

“···응?”

유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레비아탄 사태를 조기진압한 데에는 놈을 기절시킨 자신의 덕도 분명 있으나, 가장 결정적인 공로는 사냥꾼 김세진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왜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가···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것보다, 세진 사냥꾼님은 어디갔니?”

“세진 오빠는 사태가 끝나자마자 급한일이 있다면서 집으로 가셨어요. 근데 그건··· 왜요?”

유세정이 약간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자, 그녀는 뒷목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 사실 김세진 씨가 큰 역할을 했는데···. 설마 언론도 내가 다 했다고 보도하고 있니?”

“···네? 세진 오빠가요?”

깜짝 놀란 세정의 등 뒤로, TV 뉴스의 소리가 들려왔다.

-레비아탄 사태를 막은 기사는 대한민국의 41번째 고위기사 ‘김유린’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유린 기사는 연신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이며 레비아탄이 난동을 부리기 전에 무려 두 차례나 제압, 기절시켜 도심의 피해를······.

“···허우.”

유린이 기묘한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 누락. 김유린이 고위기사로 재직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실수였다. 게다가 이건 어찌 보면 전공의 강탈,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행위도 된다.

“..이거 정정을 좀 해야겠는데. 기자회견을 좀···”

“기자회견이요?”

유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진 사냥꾼님의 역할도 컸거든. 레비아탄을 역소환 시킨 건 김세진 님이었으니까.”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기에, 유세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툭 내뱉었다.

“아, 근데 기자회견은··· 굳이 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요.”

“..응? 왜?”

유린이 어리둥절해하자, 세정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몇 발자국 걸어가 창문을 가리는 커튼을 움켜쥐었다.

“밖에 기자들이 깔려있거든요.”

그리고는 쏴아아아- 커튼을 걷는다.

순간 밤 하늘을 수 놓을 만한 다수의 불빛이 터져 올랐다. 커튼이 걷힌 걸 귀신같이 알아 챈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쉬였다.

“···.”

유린은 멍한 표정으로 그 불꽃놀이를 바라보았다.

*

-위험을 무릅쓰고 한강의 밑바닥까지 용감하게 잠수해 레비아탄의 소환 마법진을 소멸시킨 건 김세진 사냥꾼입니다. 저는 그저 그의 보조를 했다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유린의 인터뷰 영상을 바라보며, 세진은 한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럼 핸드폰을 아예 새로 사신 거예요?

“네 근데 괜찮아요. 어차피 새 거로 하나 사려고 했으니까.”

통화대상은 지금 TV에서도 나오는 김유린. 그녀는 세진이 처한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유세정으로부터 물어 그의 새 핸드폰으로 연락해왔다.

“그리고··· 뭐 기분 나쁜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좋죠 저는.”

김유린의 인터뷰가 몰고온 파장은 꽤 컸다.

일단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게 되었고, 인터뷰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왔으며, 서울시에서는 표창장을 주겠다고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여러 기사단에서도 연락이 왔다. 전국 5~6위권 안의 기사단, 이른바 '명문 기사단’은 없었으나, 그 아래 순위의 기사단은 거의 전부. 그들은 모두 김세진에게 사냥꾼이 아닌 ‘기사’로서 일을 시작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세진은 일단 모두 거절하고서, 핸드폰을 하나 더 샀다.

사실 이 새 핸드폰이 진짜 김세진 명의의 핸드폰이다. 저번 핸드폰은 하젤린이 자기자신의 명의로, 세진에게 선물하다시피 한 핸드폰이었기에.

-그래요? 그래도···.

유린이 미안하다는 투로 뒷말을 흐렸다.

“아 정말 괜찮아요. 정 그러시면···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주세요.”

-..그걸로 괜찮으세요?

“네 물론.”

-그러면.. 서울···

“아뇨 서울은 제가 좀.”

-그래요? 그럼 제가 다음주에 강원도로 갈게요.

세진은 그렇게 유린과의 통화를 마무리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할 일이 아직 하나 남았다.

이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

그는 요선 알케미하우스로 찾아갔다.

“이 앞 건물이요?”

“네.”

표면적인 목적은 알케미하우스 앞에 있는 건물의 임대.

하젤린은 대출까지 받아가며 알케미하우스의 앞 건물과 옆 건물을 구매했는데, 세진은 그 앞쪽 건물의 임대를 요청했다.

“어······ 근데 왜요? 일단 이유부터 들어보고요.”

요 앞 건물은 아예 ‘고블린 연금술사 특별전’으로 꾸미려 했었기에, 하젤린은 살짝 꺼려하는 투로 되물었다.

“그.. 장비점을 좀 차리려고요.”

세진은 괜히 긴장됐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세진은 오늘. 하젤린에게 만큼은 자신이 ‘오크 대장장이’라는 진실을 고백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하! 그 세진 씨 친구 대장장이가 쓰시게요? 그럼 저야 환영이죠!’

“친···예? 뭐요?”

하젤린이 손뼉을 치며 살갑게 반응하자, 세진은 순간 어벙한 표정이 되었다.

“아··· 제가 감각이 좀 예민하거든요. 그때 그 공모대회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랑 세진 씨 목소리랑 비슷하더라고요. 근데 목소리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했는데?”

“그 이후로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오크 대장장이가 사실 여자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그런 병신···이 아니라 조금 모자란 사람들이.”

그 말에 세진이 뒷목을 긁적였다.

실책이었다. 공모대회에 통화연결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비밀을 지켜주겠다던 방송국놈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버렸으니···.

“그래서 그때 직감했죠. 세진 씨 친구가 오크 대장장이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모습을 못 드러내는 친구를 위해 세진 씨가 대신 그 ‘오크’ 행세를 했다고.”

거기까지 말한 하젤린은 의기양양하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그는 그것을 바로잡아야만했다.

적어도 단 한 명, 믿을 만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빌어먹을 신분을 평생 숨기고 다닐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으니.

“···하젤린 씨. 이건··· 제가 준비가 될 때 까지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어쩌면 지금 자신이 쌓은 모래성같은 인연 중, 가장 깊은 관계가 바로 하젤린이 아니던가.

고작 반년 동안이지만, 김세진의 일평생동안 하젤린보다 오래 알아온 타인은 없고, 그녀는 -그것이 비록 투자의 의도라 하였더라도- 자신을 위해 큰 돈을 서슴없이 빌려주었다.

만약 그게 비록 일방향적인 신뢰이고, 하젤린은 자신을 그저 제품 중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자신은 하젤린의 인맥과 능력은 물론,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인연이 필요하다.

“네?”

갑작스레 진중해진 분위기에 하젤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세진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다음을 이었다.

그리고 그 날. 김세진은 능력있는 다크엘프 마법사가 정말 우주 끝까지 놀라면 어떻게 되는 지, 두 눈으로 똑똑히 관찰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벌어졌다.

*

하젤린은 알케미하우스 삼 단 증축계획은 일단 미뤄두고, 앞 건물의 꼭대기층을 오크의 장비점으로 만들었다. 오크의 장비는 굳이 광고를 때리지 않아도 살 사람이 줄을 설 것이고, 괜히 1층에 차려서 사람이 득실거리는 것보다, 철저한 예약제 주문제 고객제로 하는 게 마케팅에도 더욱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네.”

일단 휑한 내부의 한쪽 벽면에, 세진은 ‘더 몬스터 소속 대장장이 ORK’라는 황금 명패를 걸어 놓았다. 지금은 도금이지만, 언젠가는 꼭 순금으로···

“다 됐어요?”

그러는 와중, 어느새 하젤린이 다가와 물었다.

“네. 이제 직원만 있으면 되는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입 무거운 다크엘프 하나 준비해뒀으니까요. 그것보다, 주문은 있어요?”

“그럼요. 상품-중급 이상이면 최소 30억 이상으로 사겠다고 새벽 기사단이 말해왔어요. 지금 주문자가 너무 많아서, 대기표를 주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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