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독점욕으로 똘똘 뭉쳐 있다 못해 흘러내리는 욕망의 눈길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음…….”
입술을 먼저 겹치자 아론이 더 뜨겁게 반응해 왔다.
안쪽의 민감한 점막을 훑고, 내 혀를 뜨겁게 감싸고, 침을 삼킨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연결된 아랫부분에 손가락을 옮겨, 음부의 둥근 멍울을 자극했다.
“아, 흐아……!”
안을 들쑤시면서 멍울을 자극하는 게 얼마나 진한 감각인지 모른다.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
“좋죠? 또 물이 넘쳐흐르고 있어요.”
아론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면서 내 입술에 흐르는 침을 핥았다.
“자세를 바꿔 볼까요?”
“으, 으응? 이, 이 상태로?”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론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받치며 들어 올리더니 몸을 돌려 침대 기둥을 잡게 했다.
“흣!”
삽입한 채로 몸을 돌리는 건 안쪽 벽을 자극하는 일이었다. 나는 소리를 내며 몸을 구부렸고, 아론은 그 상태로 자신의 허리를 서서히 뒤로 뺐다.
“읏!”
그리고 푹, 강하게 박아넣자 눈앞이 하얘진다. 나는 입가에 침이 흐른다는 것도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어때요? 이렇게 들어가니 더 깊이 들어가죠?”
“무, 묻지 마……, 아!”
아론은 헐떡이는 내 목소리에 가볍게 웃으며 등줄기에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
“등이 떨리고 있어요. 말레드레드의 안은 제 것을 꽉 물고 있고요.”
“으흑…….”
나는 눈을 꾹 감고야 말았다. 아론은 기분 좋다는 듯이 그 상태로 강한 삽입을 이어 갔다. 몸이 떨렸다. 혀끝을 맴도는 아릿함이 전신으로 뻗어 나간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가는 걸 느꼈다.
“아-! 아아……!”
절정을 이미 한차례 맞이했는데도 아론은 멈추지 않았다. 만족할 수 없다는 것 같았다. 그 상태로 내 음부를 손가락으로 자극하면서 성기로 가득 찬 아랫배를 눌렀다.
“이 안에, 제 것을, 꼭꼭 채울래요.”
욕심 가득하게 말하면서 아론은 멈출 줄 몰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 이제 그, 그마안…….”
내 목소리가 한없이 늘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론은 다시 바로 나를 눕힌 상태에서 내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미 체액으로 가득한 그곳을 혀로 쓸듯이 핥는 그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모, 못 하겠…….”
“무슨 말이에요.”
아론은 약간 우울한 투로 말했다.
“아직 서너 번밖에 못했는데.”
“……뭐어?”
이 남자가 대체 왜 이러나 쳐다보고 말았다. 혹시나 이게 마지막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껴서 그런 건 아닐까. 멈칫했을 때, 나는 그가 내려다보는 신체의 한 부위를 보고 멈칫했다.
“어?”
과연. 그의 성기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팔팔하게 솟아 그 끝에서 체액을 뿜어내는 걸 보자 머릿속이 까매졌다.
“부족해요.”
아론은 애원했다.
“조금 더 말레드레드를 줘요.”
애절하게 그러나 위험하게. 나는 그의 다정하면서도 욕정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망설이며 입술을 달싹였을 때, 아론이 속삭여 왔다.
“기분 좋게 해 줄게요.”
“아…….”
미끄러져 들어오는 그의 강건한 성기. 이미 그의 것으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음부는 그의 것을 쉽게 머금는다. 그리고 수축하여 그의 성기를 자극했다.
“읏……!”
또다시 시작된 정사, 분명 감미롭고 달콤한 행위인데 내 정신은 끝없는 혼미함으로 달려간다. 나는 결국 조금 뒤 기절하듯 정신을 잃고 말았다.
“……말레드레드.”
누가 나를 깨운다. 낮은 목소리였고 긴장한 음색이었다.
“아론……?”
“손님들이 왔어요.”
그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을 일으키자 내 옆에 선 아론이 보인다. 아론은 어느새 갑옷을 모두 챙겨 입은 상태였다. 나를 보고 있는 눈빛에는 다정함과 긴장감이 모두 있다. 나는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었다. 몸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씻고 잠들지 못한 탓에 찝찝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은은한 향기는 뭐란 말인가. 내가 고개를 들자 아론이 말했다.
“제가 닦았어요.”
“어, 어떻게?”
“따뜻한 물을 받아와서요. 피로 회복에 좋은 약초도 넣고 꽃가루도 넣어서……, 혹시 향이 거북한가요?”
“아니, 좋아.”
따로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약간 뺨이 달아오르는 기분으로 대꾸하고는 서둘러 옷을 마저 입었다. 아론은 미리 보고 온 것을 설명했다.
“황궁 갑옷을 입었더군요. 성기사는 아니었어요. 수는 삼십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두 노련한 기세를 뿜어내고요.”
“폐, 폐하께서 오신 게 아니야?”
아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자더군요.”
그게 누굴까. 나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 영주의 기사단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신전을 둘러싼 이들은 처음 보는 낯선 기사단이었다. 검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있는 그들은 사형 집행관처럼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나는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몹시도 태연했다. 옆구리에 투구를 낀 채로, 그 아니, 그녀는 입을 열었다.
“기껏해야 이런 곳으로 도망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벨. 그녀였다. 수십 명의 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그녀에겐 우리를 향한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우리를 놓친 것으로 폐하께 문책을 받았겠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자신의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쉽게 잡힐 텐데. 그리고 잡히면 그 결과는 뻔하고요.”
“저희는 폐하를 뵙고 싶어서 여기로 왔어요.”
내 대답에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죗값을 치를 때죠.”
“제 이야기를 듣지 않았잖아요.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강조했다.
“제 요구를 무시해 버린 건 벨이니까. 제 이러한 행동에는 벨의 영향도 있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이나 폐하께서나 관심을 주지 않았을 테니까요.”
“기가 막히네요. 제 탓으로 돌려 버리는 겁니까? 그게 헤르간의 반역자들을 데리고 이곳에 온 이유예요? 당신의 그 가소롭고 사소하면서도 개인적인 욕구를 관철하기 위해?”
나는 그녀를 도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를 흥분케 해야 이야기가 먹힐 것이다. 오히려 차분하게 말하려고 하면, 그녀는 저택에서처럼 내 이야기를 무시할 테니까.
“그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해요. 반역자라뇨. 그들이 무얼 잘못했나요. 오히려 그들을 구하지 못한 자를 탓해야죠.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저와 벨을 탓해야죠. 우린 그들을 지켜야 했어요. 그 임무에 실패해 저들이 고통을 받은 거예요.”
“아주 번드르르하게 말을 하는군요. 이게 우리 탓이라는 건 황당한 발상입니다. 저들은 운이 나빴을 뿐이죠. 우리가 책임질 이유 따윈 없어요. 괴물이 되었다면 저들의 처우는 폐하께서 결정하실 겁니다. 아니, 이미 결정하셨죠. 우린 토를 달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니, 이제 폐하를 뵙고 싶어요. 폐하께서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겁니다.”
“애초에 면담이 불가능하다면요?”
벨이 검을 쳐들었다. 내 목을 단번에 자르고 싶어 하는 그녀를 보면서 반응한 건 아론이었다. 아론은 대검의 끝을 아래로 기울였다. 언제라도 튀어 나갈 자세의 그를 보면서 나는 그의 앞을 한 손으로 막아섰다.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고 했잖아요. 전 제 임무를 받아들였어요. 제 역할이 크다는 걸 인지했고요. 제 가치가 폐하께 아직도 있는 거라면, 폐하를 만나게 해 주세요.”
“이런 일을 하고도 폐하의 선처를 바라는 겁니까?”
“벨이 폐하예요? 폐하께서 선처를 해 주실지 아닐지는 벨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분의 충실한 신하로서 말을 전해 주세요.”
기분 나빴던 걸까. 벨의 기세가 변했다. 단발의 머리칼이 붕 떠서 휘날리는 것을 보며 아론은 눈빛을 어둡게 했다. 금세라도 맞붙을 듯한 순간, 뜻밖에 벨이 말했다.
“지금 여기서 경과 제가 싸우면.”
그녀는 조소하고 있었다.
“분명 제가 질 겁니다. 경의 실력은 이미 저를 뛰어넘었고, 제 기사들도 우습게 죽일 수준에 달해 있으니까요. 하지만.”
벨은 본심을 드러냈다.
“생존자들까지 모두 챙길 순 없을 겁니다. 우리 둘이 싸우는 동안 제 기사들이 생존자들을 처단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을까요? 말레드레드는 두 부류 중 어느 쪽에 속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벨은 깜박했다며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 두고 온 생존자들도 있군요. 아프고 어린 자들이요.”
“……!”
내가 흠칫한 것을 보며 벨은 입가를 올렸다. 비열하도록 차가운 조소였다.
“모를 거라 생각했습니까? 두 분이 절 기절시키고 저택을 탈출했을 때부터 뒤를 쫓았습니다. 지하 감옥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두 분이 뭘 꾸미고 있는지 의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마을 전체를 봉쇄해 놓았습니다. 여차하면 모조리 말살하려고 대기 중이죠.”
“그, 그 사람들은…….”
나는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먹을 꽉 쥐면서.
“그저 아픈 이들이에요! 위협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요!”
“되든 되지 않든, 어쨌든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들에게도 명백히 반역죄가 적용됩니다. 처벌이 가능하지요.”
“바, 반역죄요?”
“폐하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습니까. 멋대로 장소를 이탈해 사악함을 가지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제를 따라서 말이죠. 그들이 어떤 해를 끼칠지, 두렵습니다. 영주님과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이것은 국가를 전복시키는 반역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가 막혔다. 멀쩡한 이들을 억압하고 괴롭힌 것은 문제 삼지 않고 그들이 나온 것만 콕 집어서 문제 삼다니. 나는 화가 치밀었지만 여기서 분노를 토해 봤자 결국 충돌밖에 없을 것을 알았다. 나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설득되기를 바라며 말했다.
“벨은 기사죠. 저는 사제예요. 설사 아니라고 말하더라도 저는 제가 사제라고 생각해요. 사제는 사람들을 구하는 데 그 존재 목적이 있어요. 제가 성실하다거나 신실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사제로서 사람들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거예요. 기사는 어떤가요? 기사는 주군의 뜻을 실천하고 사람들을 돕지 않나요? 벨은 기사로서 이게 정말 범죄 행위라고 생각해요? 반역 행위라고 보는 거예요?”
“나불나불.”
벨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더는 귀 간지러운 소모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요. 항복하세요.”
벨은 검을 번쩍 들었다.
“하지 않으면 무력충돌만이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