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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앤 다크-192화 (192/220)

192화

“그럼 어디서 하지? 그대는 좀처럼 오지 않고 나는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할 수 없는데.”

마왕은 짓궂게 말하면서 더욱더 손가락을 깊게 찔러 넣었다.

“아……!”

매끈한 부위로 파고드는 거침없는 손길. 깊게 쑤시는 감촉이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하다. 나는 신음을 삼키며 그를 부둥켜안고 말았다. 손가락이 나른하게 휘도는 게 느껴졌다.

“으, 읏…….”

내 속살을 자극하는 그의 손길. 질벽을 누르면서 나를 깨우는 그 손길들에 나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왕은 어쩔 줄 모르고 부르르 떠는 내 귀에 속삭였다.

“이것 봐. 그대의 안은 솔직하잖아. 반겨 주며 촉촉하게 감겨 오잖아.”

마왕의 목소리가 끈적하게 귓가에 달라붙는다. 나는 숨을 헐떡였다.

“그, 그만…….”

“여기 이 음란한 곳에 내 뜨거운 것이 들어간다고 상상해 봐.”

그가 민감한 부위를 휘저었다.

“아…….”

“짓궂도록 이 안을 채우겠지. 단단하게 그대의 안을 찌르겠지.”

큰일이다. 나는 벌써 그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고 말았다. 그 음탕한 만족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에게 정신없이 안겼던 순간, 그의 것에 열광하며 신음 지르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흠뻑 젖다 못해 물이 흘러내리는데. 역시 상상한 건가?”

마왕은 낮게 웃으며 내부를 꾸욱 눌렀다. 나는 화들짝 달아올랐다. 그의 손길이 한 지점을 정확하게 찌르자 온몸에서 기다렸던 것처럼 신호가 온다. 그것은 순식간에 내 머리를 점령하고 내 체온을 달궜다. 나는 그 반응의 노예였고, 추종자였다.

“흣…….”

다리 사이가 젖기 시작하자 마왕은 손가락을 더욱더 노골적으로 움직였다.

“이것 봐. 그대의 체액으로 내 손가락이 엉망이야. 이렇게 흐르다니. 생각보다 더욱 굶주려 있었나 본데?”

“머, 멈춰…….”

“진심이 아닌 말은 내뱉지 마. 그대의 표정은 내 손가락을 더 원하고 있으니까.”

마왕의 손이 멈추질 않았다. 그것을 더욱 빠르게 내 내부를 탐했고 나는 그 손가락에 내 인생이 달린 것처럼 매달리며 흐느껴야 했다.

“……아!”

마침내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추면서 나의 신음도 허공으로 흩어졌다. 마왕은 일부러 손가락을 꺼내 내 눈앞으로 가져왔다.

“…….”

투명한 체액으로 범벅인 손. 그것을 붉은 혀로 느른하게 핥는 존재. 나는 간신히 침을 삼켰다. 그가 얼마나 도발적인지 그리고 매혹적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마왕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래도 여전히 망설일 텐가?”

“……당신에게.”

나는 간신히 입술을 떼었다.

“가겠다고 했잖아요.”

고개를 들었다. 눈을 마주친 존재는 두려웠고 아름다웠으며 환상적이었다. 어쩌면 꿈에서만 마주쳐야 합당할 정도로. 그런 존재가 나를 원한다는 건 육욕으로서의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란 걸 느낀다. 나 역시 마왕이라는 그를 받아들인 건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니까.

유희의 상대. 그는 날 그렇게 불렀다. 그건 내가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잘 나타내 주는 단어였다. 더없이 꿈같은 욕망의 상대라는 것을. 나는 내게 달콤함과 난잡함을 바라는 사내를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수백 년을 살아왔는데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는 거예요?”

고작. 이 말을 덧붙였다. 마왕은 과감한 내 표현에 교묘한 미소를 지었다.

“눈앞에 있는데 탐하지 못하는 건 고역스러운 일이야. 그대도 잘 알 텐데.”

마왕은 괜히 끈끈하게 체액이 묻은 손가락을 튕겼다. 투명한 액체가 튀어 나가는 모습이 색스럽다. 나는 마왕을 쳐다보았다. 그가 바라는 욕구는 내가 바라는 욕구였고, 둘이 서로 엉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왜 이럴까.

그를 선택했고 이제 늘 그와 함께일 텐데. 어둠의 종족이 되어 그와 항상 쾌락에 젖어 보낼 것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를 거부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그라는 존재는 내 주군으로서 당연해질 거라고, 머릿속에서는 이해가 되는데 왜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나는 마음으로 그를 이해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쾌락으로서 그를 받아들이기로.

다리를 벌렸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귓가에서 살며시 속삭였다.

“해도 좋아요.”

마왕이 웃는다. 곧 그의 상체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내 다리에 바짝 붙는 걸 느꼈다.

“읏……!”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의 성기는 이미 욕망으로 한껏 부푼 상태였다. 커다란 성기가 민감한 입구를 자극하며 그 주변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마왕은 일부러 자신의 성기가 내 음부에 미끄러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아, 아……!”

그의 손길. 큰 손이 가슴을 쥘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이 올라온다. 눈앞이 흰빛으로 어지럽게 튀었고 목이 따끔한 듯 말라 왔다. 마왕은 내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역시.”

마왕은 자신의 성기를 내 입구에 반쯤 찔러 넣으며 말했다.

“그대는 아름다워.”

“으, 흐윽……!”

“성기를 머금어 가는 찰나마다 이렇게 음탕하게 반응하다니.”

마왕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하고는 더욱 깊게 찔러 넣었다. 나는 절로 억 소리가 터져 나오는 걸 느꼈다. 그의 굵은 상징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듯이 엄청나게 컸고 단단했다. 안을 쑤시면서 들어와 질벽을 모두 부술 것 같았고 내부를 몽땅 망가뜨릴 것 같았다. 나는 등뼈부터 울리는 걸 느꼈으며 곧 골반이 뻐근하게 조각 나는 기분에 휩싸였다. 마왕은 내가 다리를 어쩔 줄 모르고 벌벌 떨자, 오히려 허벅지를 한 손으로 꽉 잡으며 주물렀다.

“긴장 풀어.”

마왕의 목소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늘 관계에서도 오만한 주군인 그는 내가 더욱 복종하길 바라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먹어 치웠으니까.”

쿨쩍, 하는 음탕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왕은 애액과 정액이 묻은 성기를 큰 동작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러면서 얼마나 그대의 것이 자기의 것을 게걸스럽게 머금고 있는지 보라고 떠들었다.

“좋지?”

콱, 소리와 함께 거대한 남근이 뿌리 끝까지 박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읏-!”

눈앞이 아찔해진다. 몸에서 새로운 자극이 돋아난다. 그의 성기가 몰고 온 자극은 곧 온몸을 불길에 휩싸이게 했다. 내 내부는 이글이글 타고 있었고 정신은 고통과 쾌락의 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간신히 그 불길 속에서 눈을 떴다.

“좋다고 말해 봐.”

그보다도 뜨거운 정념의 불길. 붉은 눈동자가 속삭인다.

“내 것이 최고라고.”

마왕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귓불을 잡아 물며 강요했다.

“나 외엔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고.”

“아흣……!”

“그렇지 않으면 고통은 심해질 뿐이야.”

마왕은 다정한 태도로 설명했다. 내가 자신을 거부하고 있어 움직이기 어렵다는 듯이. 나는 입술이 벌벌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통과 쾌락으로 흐려진 내 눈빛을 보면서 마왕은 웃고 있었다. 내가 항복하고 그에게 오기를, 그에게 복종하기를 바라면서.

“다, 당신은, 흣…….”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최고예요, 바, 밤 상대로…….”

내 욕망을 채워 주는 존재. 타락한 나의 욕망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꿈의 남자였다. 사제에서 벗어나 욕망 가득한 말레드레드를 드러낼 수 있는 상대……. 마왕은 내 대답이 흡족했는지 허리를 크게 휘저었다.

“아앗……!”

틀어지듯이 성기가 안쪽을 쑤시자 더욱 큰 자극과 쾌감이 따라온다. 나는 녹아나는 신음을 질렀다.

“나쁘지 않군. 왠지 생략된 말이 있을 거 같지만.”

“…….”

마왕은 알고 있었다. 내가 마저 말을 하지 않았음을. 마왕은 날카로운 눈으로 내 눈을 뚫어 볼 것처럼 쳐다보고는 아무렴, 어때. 라고 말했다.

“어차피 그대는 내 것이 될 테니까.”

나는 차마 말하지 않았다. 마음만은 그에게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금 내 마음은 부유해서 어디론가 다른 데로 날아가고 있다고. 마왕은 개의치 않았다.

“아, 아앗……!”

그저 쑤시고 탐하고를 반복할 뿐이다. 머릿속에 더 이상 어떤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는 그에게 시달려 끝없이 신음했다. 그가 내 앞에서 절정에 달해 정액을 쏟아낼 때까지.

“으읏, 흣…….”

뚝뚝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체액의 소리가 야단스럽기 짝이 없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서재의 카펫은 이미 체액들로 범벅이었고, 엉덩이에 닿는 느낌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마왕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그의 체액 위에 뒤엉켜 주저앉은 나를.

“……이걸로 확실해졌으면 좋겠군.”

마왕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천천히 내 허벅지와 다리 사이, 그 안쪽의 더러워진 모습을 즐거운 투로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대가 하루라도 빨리 내 곁으로 와야 한다는 사실이.”

“…….”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보았다. 성긴 눈으로 보는데도 마왕은 웃고 있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재밌고 유쾌한지를 직접 느낀다는 듯이.

“그대는 욕망의 여자야. 한없이 음험하고 음탕한.”

나는 그를 멍한 눈으로 보았다.

“받아들여. 그게 그대의 전부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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