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190화 (190/220)

190화

“분명 저희가 먹인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걸 받아들인다고 한 적 없고요. 무엇보다 폐하와 계약했던 내용은 아론이 제 곁에 자유롭게 있는 거였어요. 아론이 제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는 저와 뭘 해도 상관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아니면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벨은 조금 웃었다.

“물론, 아닙니다.”

그 웃음은 조금 냉담하게 느껴졌다. 내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곧 표정을 정리하고 말했다.

“이곳에서 아론나이드 경과 무엇을 해도 좋아요. 말레드레드가 제 일을 해낸다면 막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제 일을 잊은 적 없어요. 그리 말해 주시니 어쨌든, 감사하네요. 제가 아론과 무얼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확인해 주셔서 마음이 편해요. 그럼 제가 이곳에서 머물고 식사해도 문제가 안 되는 거겠죠?”

태연하게 말하자 벨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공간에서 아론나이드 경과 함께 지낸다는 의미인가요?”

“맞아요.”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벨의 이마가 조금 찌푸려졌다.

“말레드레드는 신경 써야 할 일이 있고, 그는 성기사인지라 같이 머물다 보면 아무래도…….”

나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아론의 배를 문질렀다. 단단하게 영근 복근. 손에 닿는 감촉들이 온몸에 숨어 있는 열기를 깨운다. 나는 아론의 흠칫한 반응을 새초롬하게 살피면서 미소 지었다.

“그 일에 방해되지 않을 거예요. 우리 둘이 하는 짓이요.”

일부러 짓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촉촉한 어조로 덧붙였다.

“확인하고 싶다면 여기 머무셔도 좋아요.”

요염하게 도발하듯이. 아론의 피부를 미끄러지듯 만지자 결국 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런 행위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렇게 말한다면 제가 더는 여기 있을 이유가 없군요.”

벨은 금세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녀가 나가고서야 작은 한숨을 쉬었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안다. 나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테니까. 나를 음탕하고 난잡한 여자로 보고 있겠지. 이런 곳에서까지도 색을 탐하고 바라는.

나는 들리지 않게 다시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아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 주세요.”

“뭐?”

“더 만져 주세요.”

멈칫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황금색 눈동자는 진심이었다. 열기가 배여 있는 눈동자로 그는 다시 한번 애원했다.

“말레드레드의 그 섬세한 손으로 더, 더요.”

간절하고 애절하게.

“아론…….”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아론은 황홀하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너무 좋아요. 머릿속이 아득해져요.”

“…….”

나는 말없이 그의 배에 다시 손을 올렸다. 원래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아론의 표정이 너무 애탔기 때문일까. 나는 그의 복부를 나른하게 만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읏.”

탄탄하게 짜인 근육에는 거부할 수 없는 온기가 살고 있다. 만지면 만질수록 뜨거워지고 더 선명해지는 그 체온은 욕망의 발현이다. 나는 그 욕망의 드러남이 좋았다. 그 발긋한 온도가 행복했다.

“좋아요, 더, 아래로……!”

아론은 힘겹게 말하며 속삭였다. 나는 어느덧 그의 얇은 하의가 불룩해진 것을 보았다. 얇은 천은 그의 달아오른 성기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천 위로 손이 미끄러지는 순간 아론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쏟아졌다.

“읏……!”

뜨겁고 단단한 것. 손에 잡히는 커다란 음경이 기가 막힐 정도로 부드럽다. 가죽 같기도 하고, 따끈한 방망이 같기도 한 이것이 정녕 한 남자의 상징이란 말인가. 이것이 내 몸속에 들어가 그런 달콤하고 황홀한 감정을 끌어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나는 이것에 무한한 애정이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론의 것, 아론의 상징…….’

늘 나를 위해 피는 남성의 증표다. 사랑스러운 꽃이자 열매다. 나는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을 느꼈다. 그의 굵은 음경의 모양을 따라서 살며시 그것의 표면을 어루만지자 아론이 들썩였다.

“……!”

목을 젖히며 반응하는 아론의 모습은 본능에 떠는 짐승처럼 순수하기만 하다. 나는 그의 반응을 더욱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음경, 민감한 귀두를 문질렀고, 바르르 떠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미치겠어요.”

아론의 것을 마찰하면 마찰할수록 그는 더욱더 강하게 반응했다. 몸을 쉴 새 없이 틀었고, 팔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그의 육체처럼 그의 성기 또한 훌륭하게 변화해 가고 있었다. 우뚝 솟은 그의 성기 끝에 불투명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자, 나는 그것을 진한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빨아 줄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를 더 도발해 보았자 좋을 게 없다고, 이대로 그와 헤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하고 싶은데, 마음속에서는 지독하게도 그의 것을 물고, 그의 성기를 느껴 보자는 욕구가 치솟는다.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그것을 한 입, 두 입, 더 깊게 파고 물었다.

“아……!”

아론의 뜨거운 탄성이 방안을 울렸다. 아론의 성기는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 입 안에서 요동치는 그의 핏줄이 느껴졌다. 성기를 따라서 두툴두툴한 핏줄들이 도드라지듯 솟았고, 차마 다 물을 수 없을 만큼 성기가 커졌다. 나는 벅차하면서도 천천히 혀를 움직였다.

“흣, 마, 말레……드, 레드!”

내 움직임을 차마 당해 낼 수 없다는 듯이 아론이 내 이름을 뱉어 냈다. 나는 아론의 달뜬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혀로 그의 귀두와 음경을 정성 들여 빨았다. 신기하게도 빨면 빨수록 아래가 자극이 되며 내 몸 또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아론은 아주 힘겹게 목소리를 토해냈다.

“못 버티겠, 읏……!”

아론의 말에 나는 괜찮다는 듯이 입술로 다시 귀두를 물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온 신경이 모이는 것처럼 긴장된 순간도 잠시 곧 입 안에서 팟 하고 번지는 미끈한 체액이 있었다.

“……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는 채로 아론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흐렸고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입가에 묻은 그의 체액을 닦고, 그의 것들을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했다. 그때 아론이 말했다.

“잠깐 이쪽으로 와 봐요.”

“응?”

나는 순진하게 그에게 갔다. 아론은 내가 얼굴을 가져가자 목을 살짝 들었다. 입맞춤을 원하는 동작에 나는 살짝 망설이다가 그의 얼굴에 입술을 내렸고, 곧 그의 혀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 음, 아…….”

아론의 키스는 정신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나는 절제의 벽이 그에게 흡수되듯이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들어온 혀가 내 입 안을 휩쓸고 촉촉한 침과 체액들을 빨아들인다.

“읍……!”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그의 혀에 정신이 아득해졌고 몸이 후끈해졌다. 머리까지 울리며 시야가 흔들리자 나는 결국 그의 가슴을 밀치며 일어나야 했다.

“이, 이제 그만…….”

나는 숨을 간신히 내쉬며 말했다. 아론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부족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욕망을 부둥켜안고 바닥으로 추락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함께 진하고 거친 쾌락의 늪으로 빠지고 싶지만…….

“그만해야 해. 우린…….”

“…….”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마왕이요? 마왕을 불러내는 일이요?”

아론은 재차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노기가 서려 있었다. 분노를 지핀 황금빛 눈동자를 보며 나는 대꾸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저녁에는 씻을 수 있게 풀어 달라고 해 볼게.”

“…….”

“좀 쉬어. 나도 그럴 테니.”

나는 도망치듯이 나왔다. 온몸이 땀으로 미끈했고 아래는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를 받아들이고, 마왕에게로 간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몸을 씻었다. 아론만큼 나도 흥분했다는 것을 나는 살짝 단단해진 유두를 보며 알 수 있었다. 그의 손길과 강건한 육체에 흠뻑 젖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론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면서 지금 이러는 것은 그에게 있어 가혹한 고문이나 마찬가지가 될 터였으니까.

“그를 외면하고 마왕에게로 간다.”

나는 다시 정답을 찾아냈다. 마왕에게 언제 가야 할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조만간이 될 터였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욕조를 나왔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우두커니 서 있는데 벨이 문을 두드렸다.

“식사를 아직 하지 않으셔서요.”

벨은 건조하게 웃으며 탁자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김이 나는 닭요리와 수프, 간단한 과일이다.

“드시고 1층으로 내려오시겠어요?”

나는 의아했지만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허기를 달래고 내려가자 벨이 왔냐며 고개를 돌렸다. 응접실에서는 시종 둘이 막 문에서부터 커다란 상자를 옮겨 놓고 있었다. 아까 일 때문일까. 나는 괜히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뚜껑을 열었을 때, 다른 의미에서 놀라고 말았다.

“이건……. 마계의 물건인가요?”

그 안에는 각종 그릇부터 시작해 책과 조각상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손가락이 저릿하게 아려 오는 걸 느꼈다. 불결한 기운이었고 탁한 힘의 증거였다. 역시 알아보았냐며 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마계의 존재를 부르려면 이런 물건들이 주변에 있는 게 한결 좋을 거 같아서요. 이 물건들은 예전에 마족과 계약했던 인간들이 지니고 있던 거예요. 황성에서 모두 수거한 것들이죠.”

“보통 수거하자마자 파괴한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신성 제국이 마계의 물건을 보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벨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필요에 따라서 드물게 보관하는 일이 있어요. 역으로 이용해야 하는 지금 같은 경우를 대비해서요.”

“아론의 몸을 구속하는 밧줄도 그런 경우인가요?”

벨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득이하지만 바로 그렇지요. 성기사의 신성력을 구속할 물건을 저희 신성 제국에서 만들 수 없으니까요.”

“같은 편을 구속하기 위해 적의 물건을 쓰는 건 도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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