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115화 (115/220)

115.

“……읏, 아, 아론…….”

아론의 키스는 가볍지 않았다. 술에 취했을 뿐이지 체력은 멀쩡한 그가 밀어붙이듯이 파고들어 오는 키스에 나는 머릿속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입술을 빨고 혀를 내밀면서, 몸 안의 열기를 쏘아내는 것처럼 입 안을 순식간에 점령해 가는 그의 솜씨는 기막혔다.

“아…….”

그의 이름을 부르짖기도 전에 그는 내 숨결을 먹으며 커다란 손으로 내 살을 쓸었다. 입고 있던 옷이 그의 손길에 꽃잎처럼 떨어져 나갔다. 나는 그가 주는 깊은 키스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눈을 바르르 떨며 그를 바라보았을 때 어느덧 나는 옷이 벗겨져 있었다.

“…….”

아론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 심해 같은 눈빛에서 환청처럼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절하고 애절한 어조로 제발 내 곁에 있어 달라는 그의 간절함. 매몰차게 대할수록 오히려 그 감정은 더욱 크게 밀려 들어왔다. 모순적이었다. 외면하려 할수록 그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 버리다니.

“……해도 좋아.”

나는 허락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를 모질게 떠나 버리는 건 이 순간 가능하지 않았기에.

아론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그의 뜨거운 혀가 몸 곳곳으로 번져 나가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전신이 달아올랐다. 아론은 내 목덜미를 깊게 빨았다. 향기를 음미하듯 코로도 깊숙이 숨 쉬었다. 마왕이 닿았던 자리에 혀가 닿자 그의 태도가 돌변했다.

“아읏, 읏…….”

아론은 붉은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곳을 집중해서 혀로 핥았다. 입술을 대고 빨기까지 했다. 강렬한 힘에 나는 따끔거리는 아픔을 느꼈다. 아, 아론…….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아론이 멈칫했다. 혀와 입술의 힘이 약해졌다.

“아흣, 읏, 우…….”

굶주린 남자란 이런 걸까. 아론은 그동안의 소원함을 날려 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내 몸을 핥았다. 가슴에서는 유독 오래 머물렀다. 그의 촉촉한 혀가 유두를 얼마나 희롱하듯 빨아대는지 나는 아찔함에 아래가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미 그의 키스로 젖었던 곳은 그가 몸 곳곳을 강렬히 탐할 때마다 더욱 젖어 갔고, 나는 아론이 아래를 손으로 매만질 무렵 약간 민망해지고 말았다.

“……완전히 젖어 있네요.”

아론은 손을 떼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붉어진 얼굴로 그에게 다리를 벌렸다. 허락한다는 의미로 은밀한 곳을 펼쳐 보이자 아론의 입술에 색기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젖어서 습해 보여요.”

“혹시 싫으면…….”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아론의 얼굴이 떨어졌다. 순간 나는 들썩하고 허리를 움직이고 말았다.

“아……!”

아론의 뜨거운 혀가 안을 잔망스럽게 핥는다. 빠른 동작으로 몰아치듯 혀를 움직이자 나는 눈가를 찡그리며 탄성을 연신 내뱉고 말았다.

아론은 한차례 그렇게 나를 놀라게 하더니, 헉헉거리는 나를 보면서 부드럽게 혀 움직임을 바꿨다. 그의 혀는 봄바람처럼 순했다. 하지만 그가 훑는 곳은 그렇지 않았다. 그곳은 아주 민감한 부위였으며 작은 자극에도 화들짝 놀라는 곳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건드릴 것이라고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장소는, 그래서 아론이 혀로 눌러 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로 내가 온몸을 비틀며 소리를 내지르게 될 정도로.

“흐읏, 아!”

“촉촉하고, 달아요.”

“읏! 흣!”

“얼마나 야하고 예민한지.”

“아…….”

“핥는 걸 멈출 수 없어요.”

아론은 혀를 떼어 가며 간간이 속삭였다. 나는 가쁜 숨을 그 사이사이 고를 수 있었다. 아론은 내 반응을 보면서 떨리는 다리를 더욱 강하게 잡아당겼다. 나는 그가 하는 대로 딸려 갔다. 아론은 내 안쪽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결이 허벅지와 음부에 닿는 것을 느끼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혀가 다시 안쪽 갈라진 틈으로 파고든 것이다.

“……흣.”

얼마나 높고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을까. 나는 등 뒤로 흥건하게 땀이 난 것을 느꼈다. 어릿거리는 시야는 마치 봄날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화원을 보는 것처럼 몽롱함에 젖어 있었다. 아론의 혀는 굉장했다. 그의 혀는 내가 갖고 있던 그동안의 냉철함을 모두 녹여 버리고 그 위를 꿀로 덧칠하게 할 만큼 달콤함을 선사했다.

“기분 좋게 해 줄게요.”

이미 그래 줬어. 나는 소리 없이 그에게 대답했다. 좋아서 행복했고 그래서 불안했다. 그를 다시 떨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또다시 냉랭함을 가장할 수 있을까. 그와 거리를 두고 영영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일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아무 걱정할 거 없어요.”

아론은 내 불안감을 알고 있는 것처럼 중얼거리고는 그를 실천하듯 몸을 움직였다. 아론은 제 성기를 충분히 젖어 있는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 동작은 매우 부드러웠으며 정중했다. 그렇게 꼭 맞춘 퍼즐처럼 내 안에 들어온 사내는 그대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손을 하나씩 맞잡아 끼웠다. 깍지를 낀 채로 내 두 팔을 내리누른 사내는 나와 시선을 맞추면서 허릿짓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몽글거리는 느낌만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가 몸을 떠밀어 들어올수록, 그리고 나의 표정을 보아 가며 반응을 관찰할수록 내가 반응하는 곳, 내가 자극을 최대한으로 느끼는 곳을 파악하고 그곳을 집중 공략해 들어갔다.

“아……!”

마침내 그는 내가 소리를 지르도록 만들어,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꽉 쥔 채로 울부짖어야 했다. 얼마나 강렬한지 모른다. 온몸의 쾌락들이 불꽃이 되어 내 머릿속을 일제히 터뜨린다. 쾌락과 자극의 교집합이 가장 극대화된 것처럼 나는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좋았어요?”

아론은 이미 내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을 텐데도 물어 왔다.

“일부러 묻는 거지.”

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대꾸했다. 이렇게 느껴 본 일이 언제였을까. 가장 단순한 동작이 가장 자극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론은 쿡쿡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말레드레드의 예쁜 입술로.”

아론은 가만가만 속삭였다.

“직접 듣고 싶었거든요.”

“……좋았어.”

나는 부끄러움을 수치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이 성적인 부끄러움은 내 성적인 만족감과 맞닿아, 만족감이 커질수록 부끄러움도 함께 커지곤 했다. 내 말에 아론은 미소를 머금으며 멈춰 있던 허리를 움직였다.

“으읏, 바로 그렇게…….”

나는 움찔하면서도 그의 몸에 맞게 흔들렸다. 아론의 성기는 여전히 크고 우람했다. 죽지 않은 그곳은 사정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도 느꼈으면 좋을 텐데. 금욕적이고 세련된 얼굴이 사정을 할 때의 얼굴이란 기막히게 매력적일 거라고 나는 무심코 생각했다. 아론은 허리를 움직이면서, 작게 말했다.

“오늘 밤은 절 잊게 하고 싶지 않아요.”

“뭐? 읏……! 흣……!”

“저를 부르도록 밤새 이러고 싶어요.”

“아읏, 흣……!”

아론이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그의 커다랗고 맹렬한 성기가 안쪽 질벽에 달라붙는 것이 동물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론은 몸을 납작하게 낮추면서 내 몸과 제 몸이 거의 달라붙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이 꿈이 영원하도록.”

“아……!”

강렬한 문장처럼 그가 내 안으로 파고든다. 꿈이란 어떤 것인가. 현실보다 더 달콤하고 황홀해야 꿈일까. 어떤 꿈은 현실보다 더 끔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론에게는 꿈은 전자를 가리키는 말인 듯했다.

물컹.

아론은 단단한 가슴팍으로 내 몽클한 가슴을 내리눌렀다. 온몸을 숙인 그가 낮게 기는 짐승처럼 내 입술에 입 맞췄을 때, 그의 성기 또한 내 안쪽 가장 깊은 곳에 입 맞추고 있었다. 나는 신음을 삼키며, 그의 열렬한 키스를 온몸으로 맞이해야 했다.

“아, 아, 아……!”

그 뒤는 뜨겁고 무더운 정사의 향연이었다. 아론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제 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붙잡고 안을 비벼 왔고, 나는 그가 내미는 혀와 살결에 온갖 쾌감을 내어 주면서 흥분하고 반응했다.

그렇게 질척이는 밤을 보내고,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아론은 잠들어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한숨을 내리쉬었다. 꿈이 아닌 걸 깨닫자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옷가지를 챙기려고 손을 뻗는데 그 손 위로 커다란 손이 올라왔다. 아론이었다.

“……어제 일은.”

나는 메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얼마나 소리 지르고 몸을 흔들었을까. 아직도 몸에는 그가 남겨 놓은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사정했고 내 안을 채웠다. 그가 자신의 체액을 묻히지 않은 곳은 아마 내 머리카락 뿐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을 더듬었다. 없었던 거로 하자고. 근데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꿈이었던 거겠죠. 너무 달콤한 꿈.”

아론이 먼저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떤 모순적인 제안을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아론은 지고지순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다시 절 냉랭하게 대해도 돼요. 모른 척해도.”

“…….”

“제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아론은 속삭이고는 내 마른 입술을 손으로 매만졌다. 안타깝다는 눈빛과 함께 곧 그의 입술이 내 입술로 떨어졌다. 촉촉한 그의 입술은 내 입술에 윤기를 더해 주고 떠나간다. 아론은 소리 없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떨어진 내 옷가지를 주워 손수 건네주었다.

나는 얼떨떨해져서 그가 내민 옷을 입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아론은 사람들 시선을 고려해서 조금 늦게 출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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