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61화 (61/220)

61.

“아, 흐읏……!”

얼마나 좋은지, 이 얼마나 달콤한 쾌락인지. 나는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좋아서인지 더욱 그의 것을 꽉 물었고 그럴 때마다 아론은 거친 탄성을 내면서 더욱 나를 극한으로 몰아갔다. 머릿속에는 쾌감과 절정밖에 없었다.

“아…….”

내가 두 번째 절정을 맞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론은 축 늘어지는 나를 보면서 음욕에 번뜩거리는 눈을 치켜떴다.

“봐요, 말레드레드. 또 젖었어요.”

“읏, 그렇게 만지면, 아흥…….”

나는 축 처져 있다가 놀란 것처럼 어깨를 흠칫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성기와 음부가 결합된 부위를 노골적으로 만져 오고 있던 것이다. 성기가 결합된 채로 그 예민해진 살을 내리누르는 사내에게 나는 제대로 반응하고 말았다.

“완전히 질척하게 젖어 있어요.”

정중한 음성이 음탕한 말을 쏟아 냈다. 나는 꿀로 귀가 더럽혀진 기분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져 올 때, 아론은 체액이 마찰되어 하얗게 포말이 일어난 부분을 슥 훑고는 내 음부의 민감한 원형 돌기를 집중해서 눌러댔다.

“여기를 만지니까 말레드레드 안이 더 움찔거리면서 조여 오네요.”

아론은 음란함의 최고치에 이르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너무 야해요. 제 걸 더 먹고 싶다고 내부가 끊임없이 달라붙는 것이요.”

“그, 그런, 흐읏…….”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성기가 들어와 있어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부위였다. 그런 곳을 아론이 더욱 손가락으로 지분거리자 정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머릿속이 창백해져 팔다리를 휘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래에서 요의가 느껴지고 배 안쪽이 오싹하며 등줄기가 바르르 떨린다. 나는 흐느끼듯 신음을 토해 냈다.

“좋아요, 말레드레드?”

“흐읏, 아응……!”

아론은 질척거리는 소리가 커지도록 더욱 노골적으로 그곳을 만져댔다.

“아―!”

나는 크게 덴 듯한 목소리를 냈다. 손길이 어찌나 야릇한지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갔고 허벅지가 나도 모르게 좁혀 들었다. 그 탓에 또 질벽이 좁아 들었는지 아론이 큿, 하고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요?”

아론은 속삭이듯 말했다. 욕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목소리였다.

“이 안이 너무 다디달아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아론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손을 떼었다. 그리고 내 골반을 잡아 왔다.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면서. 오싹한 기대감이 나를 휘감을 때 아론이 말했다.

“이 안에 머물고 싶어요.”

“……!”

“말레드레드가 늘 제 이름을 부르짖을 수 있게.”

“으, 으읏…….”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아론은 진심이었다. 성욕으로 혼탁해진 눈빛에서도 지울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를 향한 절대적인 애정이었으며 순정이었고 갈망이었다. 나를 단순히 자극한 후 끝나고 말 게 아니라, 나를 가지고 싶어 안달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절절한 시선과 눈을 맞추었고 조금 망설였다. 아론은 그런 나의 소극적인 태도에 상처받은 듯 눈빛이 약간 부서졌지만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집념과 고집이 만들어 내는 찬란한 눈빛. 나는 그 눈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고 곧 고개를 젖히며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말레드레드를 완전히 가지는 거요.”

“아―!”

아론은 강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커다란 성기가 강하게 삽입해 오자 나는 배 속에 불이 나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 불은 뜨거웠다. 온몸을 태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뼛속 깊이 아로새겨져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 주었다.

바로 아론이라는 남자, 누구보다 뜨겁고 정열적인 신념을 가진 남자에게서 왔다는 것을.

나는 진정으로 느끼며 불 속에서 달궈졌다. 깊은 신음을 연신 토해 냈다. 내 안을 뜨겁게 쑤시는 성기가 너무 좋았고 무척 훌륭했다. 이성이 모두 날아가 아론에게 매달려 짐승 같은 신음만 쏟을 정도로.

아론은 혀를 뻗어 내 귓바퀴를 나른하게 핥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좋죠?”

아론은 한 자 한 자 나를 홀리듯이 말했다.

“제가 더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아읏, 흣.”

“제게 모든 걸 맡기세요.”

“으응, 응……!”

그의 말은 요청이라기보다 홀림에 가까웠다. 나는 그에게 매달린 채로 신음을 끝없이 흘리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론은 다시 한번 물어 왔고,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강한 눈빛을 보였다.

나는 그의 목에 매달려 헐떡거리면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마, 맡길게……!”

대답하자마자 아론의 입가에 미소가 그윽하게 그려졌다. 그 완벽한 미소는 부족함 없이 야릇했다. 단번에 내 가슴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자극했고, 나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더욱 안을 조이고 말았다. 아론은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으로 미소 지었다.

“……말레드레드!”

“아……!”

나는 그에게 점점 먹혀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세 시간 후.

“하아…….”

나는 엎드린 채로 누워 있었다. 내 다리 사이로 느른한 액체들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전신은 힘이 빠진 상태였다. 아론은 평소보다 길게 나를 탐했다. 끔찍하게 좋았으나 그만큼 몸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었다.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아론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그는 말끔하게 씻은 뒤였다. 참 잘생긴 금발의 미남자는 이대로 훈련을 하러 가나 싶었다. 사람들의 경탄과 걱정을 자아냈으니 이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활동하며 안심시킬 필요도 있겠지. 그런 의미로 빤히 쳐다보는데 아론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어 왔다.

“왜 그래?”

“……너무 매혹적이어서요.”

“뭐가?”

“말레드레드의 모습이요.”

그제야 나는 내 상태가 어떤지 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엎드린 채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뜨거워진 숨결. 흐려진 눈동자. 열정적인 섹스로 익어 버린 얼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야할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나신이었으며 살집 있는 엉덩이 사이로 그가 쏟아 넣은 하얀 액을 흘리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육체, 정액으로 범벅이 된 몸. 헐떡이는 숨결. 내가 얼마나 음탕해 보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론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는 섹스를 할 때보다 하지 않을 때 내 몸을 본다는 것에 부끄러워하며 새침하게 대꾸했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

“물론 그렇지요.”

아론은 다가오며 말했다. 엎드린 채 살짝 고개를 돌린 내 위로 올라오는 사내란 커다란 네발 동물 같기만 하다. 그의 그림자가 내 몸에 드리워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말레드레드를 이렇게 만들었죠.”

그 점이 너무 행복하다는 듯이 아론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선연한 빛의 자부심이 너무도 근사했기 때문에 나는 입만 작게 벌렸다. 그렇게 내가 넋이 나가 있는데, 아론의 손길이 따스하게 내 볼에 와 닿았다. 그는 천천히 섬세한 손길로 내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면서 말했다.

“훈련을 끝내고 또 와도 될까요?”

나도 모르게 그래, 라고 할 뻔했다. 나는 간신히 변명했다.

“……쉬고 싶어서.”

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비키가 아니었다. 밤에 나를 암울한 곳으로 불러내는 사내를 떠올린 것이다. 눈앞의 금발 사내와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검은 흑발의 사내를.

‘가슴이 콩닥거려.’

죄책감과 두려움이 기어 올라온다. 그를 만나서 욕정하게 될 거란 사실이 좋으면서도 왠지 평소보다 무겁게 가슴을 내리눌렀다. 나는 꽉 막힌 가슴을 느끼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다음에 와 줘.”

“알겠습니다.”

아론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러나 그 순종적인 대답과 달리 눈빛은 형형했다. 내 고개를 들어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한 사내는 이내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쳐 왔다. 간단한 베이비 키스로 끝낼 거란 내 생각과 달리 키스는 질척였고 치열과 입천장, 혀 깊숙이까지 핥고 빨아 댔다.

“으, 음…….”

“더 이상 했다간.”

아론은 끈끈하게 달라붙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 참을 것 같아요.”

그게 입술을 뗀 이유란 듯이, 아론은 발간 성욕이 비치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눈길에는 오롯이 나만이 살고 있었다.

“내일 오겠습니다.”

그는 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내가 호흡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준 사내는 천을 끌어다 몸을 덮어 주고, 옷까지 준비해 준 뒤 천막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가 나가고 나자 침대에 고개를 묻었다. 그가 빤 입술이, 입 안이 모두 얼얼했다.

‘얼얼해진 건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마음 또한 그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얼얼해진 상태였다. 그가 주는 달콤한 말들. 순정적인 고백들. 그것에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단순히 쾌락만을 건드리고 싶은데 아론은 내 마음의 본연까지 건드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 내가 얼어붙은 이성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정말 노련해.’

나는 따끈해진 볼을 느꼈다. 아론이 아까 음탕하게 던진 말들이 아직도 귓속을 흘러 다니고 있었다. 환락의 기분들을 안겨 줄 줄 아는 아론은 처음보다 더욱 능숙해졌고 더욱 음란해졌다. 마치 내가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알고서 그에 맞춰서 변화해 가는 기분이었다.

‘이러다가 아론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하게 생각한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그럴 리 없다면서.

비키는 한 시간 뒤, 숙소로 찾아왔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며 온 그녀는 약간 피로해 보이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숙소에서 신성력 운용을 연습했다고 거짓말했고, 그녀는 믿었는지 ‘말레드레드는 역시 사제의 완벽한 모범이에요!’라고 말하면서 나를 더욱 존경이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그날은 다행히 마물의 습격이 없었다. 고위 마족이 당한 것이 이유였는지는 몰라도, 우리의 세계는 몹시도 평화로웠다.

그 조용한 평화에서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며 잠들었을 때, 나는 나만의 어둠을 맞닥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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