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60화 (60/220)

60.

나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아론의 숨결과 육체가 나를 덮쳐 온다. 나는 이미 그에게 허물어졌는데도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 듯이 자신의 색감으로 나를 물들이겠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격렬하게, 애절함과 절박함을 담아서.

“……아론.”

“왜요, 또 안 된다고 혼내실 건가요?”

그 장난스러운 물음에는 짓궂음보다 노련함과 침착함이 있었다. 그는 허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민하게 내가 자신에게 거리를 두려고 하면 제 마음을 고백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절대 내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시시각각 제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나를 향해 얼마나 애달파 하는지 온몸으로 말할 뿐이다.

나는 그의 열정적인 눈빛과 고백에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그를 밀어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에게 안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공존해 혼란스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인데, 아론은 얼른 손가락을 뻗어 왔다. 그는 이 귀한 것을 어찌 그러냔 듯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쓸면서 가만가만 말해 왔다.

“이렇게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실은 너무 좋아요.”

나는 그에게서 뿜어지는 열기에 몸이 흐물흐물 이완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혼란스러운 나를 부드럽게 녹이며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늘 이렇게 몸이 붙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절대 떨어지지 않고요.”

나는 멈칫해서 그를 바라봤다.

“항상 네 가슴에 붙어 있으란 거야? 마치 암수가 붙어 다니는 짐승의 한 종류처럼?”

“네.”

아론은 내 직설적인 반문에 조금 웃고 말았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네요.”

“안 돼. 우린 웃음거리가 될 거야.”

나는 상상해 보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항상 성기사가 안고 다니는 소환사라니.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몸을 씻을 때도, 마물과 싸울 때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짐승 같은 남녀는 금방 세간의 화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동물로 비유되어 역사책 한 귀퉁이에 우스갯거리로 소개될 수도 있었다.

나는 엄청난 제안을 서슴없이 하는 순수한 남자를 보았다. 그의 한결같은 눈빛과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었다. 권태로운 나를 들쑤실 정도로.

나는 결국 달뜬 미소를 짓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유혹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만이라면 해 볼 수 있어.”

사내는 멈칫했고, 곧 내 말의 의미를 알겠다는 듯이 미소 지어 왔다.

“으, 아흣……!”

그의 셔츠가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는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에 익숙해진 몸을 겹쳤다. 아론은 아침보다 훨씬 느릿하게 내 몸을 애무해 갔다.

“아, 아읏……!”

그러나 달콤함은 배가 되어 내 온몸에 사랑스럽다는 듯이 키스했다. 나는 그의 정중한 입술이 턱과 인중, 코와 이마를 지나서 귓가에 이르자 몽글몽글한 기분에 나른한 신음을 내고 말았다.

“으, 으읏…….”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론의 한 손은 어느새 내 깊은 골짜기, 살짝 젖은 음부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 길쭉하고 더운 손가락이 내 여리고 민감한 살을 뭉개듯이 휘저을 때마다 내 목에선 더욱 강렬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흣, 읏…….”

“아래는 아주 따뜻해요.”

아론은 귓바퀴를 긴 혀로 축축하게 핥으면서 말했다.

“위쪽은 무척 달콤하고요.”

아론은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있는 사람 같았다. 어느새 다시 나와 눈을 맞춘 그는 음욕에 그윽해진 눈을 일렁이고 있었다. 욕망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눈빛은 진한 두근거림을 안겨 주었다.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고, 아론은 유혹적으로 입술을 올렸다.

“참 예쁜 몸이에요.”

“으, 으응…….”

“온몸을 다 빨고 싶어져요.”

아론은 스스로의 말을 증명하듯이 입술과 목을 느릿한 동작으로 핥았다.

“이 붉은 입술과 하얀 목도.”

그의 뜨거운 혀가 흔적을 남기며 내 몸에서 미끄러졌다. 몸이 바르르 떨리며 배 안쪽이 미미하게 경련을 일으켜 왔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지만 그의 두꺼운 팔이 들어와 있는 터였다. 내가 흠칫거리며 허리를 들썩이자 오히려 손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내벽으로 들어오면서 나의 움찔거림을 키웠다.

“아……!”

나는 그의 손가락이 촘촘한 곳을 꾸욱 누르자 긴 신음을 내질렀다. 손과 발에 절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가슴과 유두도.”

아론의 매끈한 입술은 어느새 내 가슴에 닿아 있었다. 풍만한 살을 가득 입에 문 그는 노련하게 혀를 움직여 나의 쾌감을 이끌어냈다. 그가 내 유두를 정성을 다해 빨아대자 나는 금세 흠칫거리며 울먹이듯 좋다는 신음을 내고 말았다.

“읏, 아읏……!”

쾌감이 어릿어릿 올라와 내 시야와 머릿속을 점령하는 기분. 온몸을 짜릿한 감각이 내달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쾌락에 사무쳐 신음하고 또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잘게 부서지고 다시 모이고를 반복한다. 전신이 흔들렸고 의식이 아득해졌다. 마침내 배 아래를 찌르르 울리는 신호를 보내왔을 때, 나는 못 참겠다는 듯이 눈가를 찡그리고 말았다.

“아…….”

이르게 절정에 달하고 말자 어쩐지 민망해졌다. 조금 더 여유롭고 능숙하게 그를 받아들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금방 흥분하고 말다니. 아론은 제 손을 올려 그 손가락에 엉켜 있는 투명한 실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민망해하든 부끄러워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들을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이 안이 황홀할 정도로 푹 젖었는데요?”

“네가 너무 잘해서 그래.”

순간 아론의 몸이 굳어졌다. 그의 얼굴은 발그레해지고 말았다. 기쁘다는 듯한 환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맺혔다. 멍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좋은데요.”

아론은 조용히, 그러나 울림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말레드레드가 그리 느꼈다니.”

아론은 가만가만 나비가 내려앉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이번엔 더 많이 젖도록 해 줄게요. 너무 기분 좋아서 아래에서 줄줄 물이 흐를 수밖에 없도록요.”

“뭐?”

나는 흠칫했다. 예의 바른 아론이 이토록 음란한 소리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뜨겁고 적나라한 눈을 하고 있는 아론은 자연스럽게 제 성기를 잡아 젖어 있는 내 음부에 갖다 대었다.

“읏.”

선단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선명한 열기. 깊고 두껍고 열정에 찬 성기가 내 긴장과 걱정을 단번에 잠재우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흐읏…….”

좁은 내부를 강하게 쑤시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론은 내가 목을 뒤로 젖히며 아픈 듯이 신음하자 금세 멈칫했다.

“……괜, 괜찮아.”

눈으로 아프냐고 물어오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를 보면서 나는 서둘러 말했다.

“흣, 버, 버겁지만 좋아…….”

나는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성기를 느끼면서 눈을 흐릿하게 떴다. 그의 몸이 주는 쾌락, 그의 성기가 일으키는 쾌감들이 나를 할퀴듯이 점령해 오고 있었다. 아론은 그런 나를 빤히 보면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 아……!”

그의 굵은 성기가 들쑤셔 들어올 때마다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느릿한 동작으로 질벽을 샅샅이 훑으며 들어오는 성기가 야했고 나를 안달하게 만들었다.

“너, 너무……!”

“왜요?”

“느려서, 으읏, 기분이 이상해……!”

“어떻게 말이에요?”

아론은 굳이 물어왔다. 내 헐떡이는 표정이 몹시도 좋다는 듯이 눈빛이 짙어져 있었다.

“모, 몸이 간질거리고, 흣, 배 안에서 이상한 느낌이…….”

그 감각이 마치 벌레처럼 온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의 성기가 아주 느릿하게 내 안을 들어왔다가 나갈 때 나는 진저리치듯 몸을 떨었고 손발을 오므렸다가 폈다.

무언가 부족했다. 더 느끼고 싶고 더 강렬하게 신음하고 싶은데 그의 속도가 느려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허벅지에 힘을 주고 그의 허리를 껴안다시피 조였는데, 아론은 그 모습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제가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

“모, 몰라…… 흐읏…….”

청순하게 거절해 본다. 그러나 실은 그가 더 강하게 나를 쑤셔 주길 바라며 몸을 애타게 흔들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는지.”

아론은 음험한 눈동자로 말했다.

“제게 직접 말씀해 주셔야 해요.”

이제는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를 애달프게 만들어 놓고 자신에게 요구하라니. 나는 경련이 인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말았다.

“나, 나를 사정없이 탐해 줘.”

“네?”

못 들은 건지, 아니면 한 번 더 듣고 싶은 건지. 아론은 묻는다. 나는 눈가를 팍 일그러뜨리며 외치고 말았다.

“내 안을 정신없이 쑤셔달라고!”

“원하시는 대로.”

아론은 미소 지었다.

“할게요.”

그리고 그는 상상보다 더 지독하게 과격한 움직임으로 나를 덮쳐 왔다.

“아……!”

내 몸을 꿰뚫는 성기는 단번에 내 이성을 날려 버렸다. 그가 얼마나 콱 박았다가 빠지는지, 놀라 벌어진 입에 턱이 얼얼할 정도였다.

“말레드레드의 안이 콱콱 물어요.”

아론은 내 안으로 빠르게 성기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사실 온몸의 감각이 다시 깨어난 것처럼 오싹했다. 배 안쪽, 장기를 뚫어버릴 만큼 강렬하게 쑤셔 오는 그의 성기에 나는 허리를 크게 들썩거리며 엉덩이를 흔들어야 했다.

“미칠 듯이 제 것을 조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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