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57화 (57/220)

57.

“뭐? 으, 읏…….”

아론은 내가 바깥을 신경 쓰고 있자 가만히 중얼거렸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안을 달콤하게 휘저어오는 그의 성기에 입술을 꽉 물고 말았다. 아론은 그런 나를 음험하게 응시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말레드레드의 몸에 제 입술로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놓을까요?”

아론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살짝 입에 물었다. 유두까지 삼키고 유룬 부근을 살짝 깨물자 알싸한 느낌이 든다. 나는 흠칫했다. 따끔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자 아론이 곧 고개를 저어 왔다.

“말레드레드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진 않으니 그건 안 되겠네요. 그렇다면.”

이번엔 손목을 잡은 손 하나가 내 아랫배로 향했다. 은근하게 내리누르자 그 안의 성기가 압박되어 좁은 질벽에 흡착하듯이 달라붙는다.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오싹하고 야릇한 감각이 나를 휩쓴다. 아론은 가늘게 떨고 있는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내 배를 노골적으로 어루만졌다.

“읏, 흣…….”

“이 안에 늘 제 정액을 담고 다니게 할까요?”

감미로운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이 적나라했다. 금욕적인 그가 쏟아 내는 음란한 요청들에 나는 신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눈빛처럼 뜨거운 육체를 가진 그가 나를 완전히 녹여 버릴 것처럼 농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담긴 감정들이 가벼운 게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에 더욱 당황한 어투로 말했다.

“그, 그럴 순 없, 읏…….”

아론의 성기가 안을 찔러 왔다. 태연하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서울 정도로 진지했다. 나는 순간 갑옷 아래에서 그의 정액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고 말았다. 푹 젖어 있는 속옷.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의 정액. 움직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것을 느끼는 나…….

“안 돼! 가능하지도 않아!”

“어째서요?”

아론은 반문했다. 나는 기막혔으나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가 슬며시 엉덩이를 쳐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읏, 으흣…… 느, 늘 너의 정액을, 흣, 다, 담고 있을 수가, 아! 없잖아…….”

내부를 분탕질하는 거대한 성기, 머릿속을 흐리게 만드는 황홀한 쾌감, 내 배를 내리누르는 그의 믿음직한 손이 하나로 뭉쳐 강렬하게 나를 자극해 온다. 나는 연신 신음을 터트렸다.

“할 수 있습니다.”

아론은 그런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그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야릇한 욕망도 있었다. 사정없이 터지는 나의 신음 속에서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아론은 짙어진 시선으로 말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면 되니까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을 섞는 겁니다. 아침 훈련에도, 낮의 소탕에도, 밤의 휴식에서도. 무엇에도 꺼릴 거 없다는 듯이 하다 보면 이 안이 늘 제 것으로 차 있을 겁니다.”

아론의 말투, 아론의 감정. 모든 것이 평소보다 거칠었고 야성적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묘한 흥분을 느끼면서도 그의 상태를 걱정하고 말았다.

“아론, 흣, 혹시 피곤해? 흐읏…….”

나는 헐떡거리며 물었다. 아론은 전혀 지치지 않은 기색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 그래? 아읏, 정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론의 미소가 짙어졌다.

“제가 증명해 보이지 못한 건가요? 말레드레드를 얼마나 원하는지?”

“아, 아니야 그런 거…… 아!”

아론이 바짝 허리를 내리깔았다. 그러자 휘어진 성기가 안쪽을 기묘하게 찌르면서 더 격한 자극을 주었다. 그 기세에 나는 발을 오므리며 신음했고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목을 뒤로 젖히고야 말았다.

격정의 폭풍. 내 안을 휘젓고 찌르는 그의 몸은 내 이성과 내 평온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절정으로 금세 치달았다.

“아……!”

배 속에 번져 가는 야릇한 쾌감. 그 들뜬 감각 속에서 나는 아찔한 안도감을 맛보았다. 역시 나는 이런 느낌이 좋았다. 나를 뜨겁게 달궈 가는, 그래서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여 가는 감각들이.

“오늘은 여길 충분하게 애무하지 못했군요.”

아론은 여전히 음욕으로 꽉 찬 눈을 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하게 절정에 이르고서도 계속 팔팔하게 살아 있는 성기가 내 안에서 불끈거리며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허리를 들썩였다. 그의 것이 맹렬하게 찔러올 때마다 손발이 저릿하며 눈앞이 번쩍였다.

반듯한 얼굴을 하고서, 이런 야한 움직임이라니. 허리를 움직이며 내 유두를 천연덕스럽게 빨아 나가는 사내란 환상적이기 짝이 없었다.

“아읏, 흣…….”

“아래가 또 조이는데요?”

아론은 기분 좋다는 듯이 말하며 다시 내 유두를 입에 물었다. 한 손으로 물지 않은 다른 가슴을 어루만지며 혀를 세워서 내 다른 쪽 가슴의 살결을 자극적으로 핥아대는 사내는 사랑스러웠다. 나는 다시금 허리 아래에 나른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론은 그대로 멈추지 않고 혀를 유륜 주변까지 쓸듯이 움직였다.

“너무 달콤하고 포근한 냄새가 올라와요.”

내 체향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는 듯이 아론은 코를 묻기까지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행복이 물씬 묻어나는 목소리. 온몸에서 황홀감을 표현하는 듯한 그의 달콤한 육체의 밀착을 느끼면서 나는 가슴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론은 내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였다. 근사한 육체가 내 몸 위로 늘어지고 성기가 더욱 강렬하게 내부를 찔러 온다. 나는 관능적인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곧 이어질 그의 야만적인 삽입을 예상하며 달콤한 초초함에 젖는데, 이상하게 그는 반응이 없었다.

“……아론?”

뭐지? 그는 대답이 없었다. 흡사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론이라면 이 상태에서 자 버리는, 그런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낼 사람이 아니니까…….

멈칫.

그러나 들려오는 아론의 숨소리가 그가 잠들었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빠져나와 내 가슴 사이에 달라붙는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읏…….”

잠들어 버린 성인 남성의 육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나는 간신히 그의 아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의 성기를 하체에서 빼낼 수 있었다.

“우읏…….”

미끈한 체액으로 점철된 아래가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아래에서 충분히 느꼈다는 것을 증명하듯 불투명한 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한쪽에 천을 집어 몸을 가렸다.

아론은 내 침대에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곤히 잠든 얼굴. 창백한 얼굴빛을 하고 속절없이 눈을 감아 버린 사내는 조금 야속했고 조금 안쓰러웠다. 그는 밤새 나를 간호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을 터였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을 것만 같아서 나는 고마워졌고 미안해졌다.

나는 천을 끌어 그의 가슴까지 덮어 주고는 속삭였다.

“다음에 또 만나.”

농밀한 어조로, 유혹하듯이 말한다. 아론은 물론 대답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격렬하게 정사했던 곳에 얼굴을 묻은 채로…….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왔다. 아론이 일어나기 전에 오늘의 일정을 파악해 둘 참이었다. 나는 곧장 카란이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카란은 매우 바빠 보였다. 서류를 앞에다가 쌓아 놓고 무언가를 검토하던 그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꼈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왔나?”

놀란 카란의 눈이 나를 훑었다. 짧지만 내 얼굴과 몸짓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느껴졌다. 그는 곧 의외란 듯이 말했다.

“잘 쉬었나 보군. 혈색이 아주 좋아!”

그는 감탄했다는 어조였다.

“어제 고생했다고 들었네만. 자네는 벌써 그 전투에서 벗어나 본래의 기력을 되찾은 얼굴이군.”

카란은 나를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놀랐어. 타고난 전사 체질이야.”

내 멀쩡한 상태가 매우 경이롭다는 얼굴이었다. 카란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비키를 제외한 시찰단의 모두가 침대에 누워 있다고 했다. 모두 어딘가의 고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따라서 숙소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은 나도 으레 그런 상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마족과의 전투는 그 후유증이 며칠도 가니까. 그들의 마기를 맞서고 나면 뼛속까지 그 고통이 남겨지지.”

카란은 자신의 상처를 무의식중에 훑으며 말했다. 어느새 그는 예리한 눈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 비법이 있나? 마물에게 당하고 마족에게 공격받고서도 다음 날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 말이야.”

나는 순간적으로 내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떠올렸다. 나를 지키겠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남자. 밤새 내게 신성력을 쏟아붓고 나를 간호하며 나만을 원한다고 말하는 아론을.

그가 내가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내 입술을 탐하고, 내 나신을 탐닉하고, 내 안을 모조리 자신의 정액으로 채우고 싶어 하는 성스러운 성기사가 내 활력의 원인이었다. 나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사실 카란이 혈색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을 때, 아론과의 정사를 들킨 건가 싶었다. 육체관계를 나누고 나면 볼이 발그레해지며 살갗에 생기가 피어나는 듯했으니까. 나는 나른하고도 이완된 만족감을 상기하며 대답했다.

“잘 자고, 잘 쉬었습니다.”

“그게 다야?”

내 건조한 대답에 카란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는 내가 몸을 회복하는 비밀스러운 방법이 있는지 파헤치고 싶다는 얼굴이었다. 전사의 호기심인지, 아니면 그냥 사사로운 참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할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그럼요. 아니면 뭐가 더 있겠어요?”

“흠.”

“온몸이 조금 뻐근하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요. 지원 부대가 늦지 않게 도착해서 멀쩡하게 살았습니다.”

“이야기는 나도 모두 들었어. 그들의 활약이 엄청났다고 하더군. 아니, 그러니까 아론나이드의 활약이 말이야.”

카란은 굳이 말을 정정했다. 그러나 이름을 거론할 때 그의 미간이 찡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말았다.

“우리의 활약 때문에 중앙에서 연락이 왔었나요?”

내 질문이 꽤 예리했는지 카란은 멈칫했다. 그는 곧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네도 잘 알겠지. 아론나이드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으니까.”

“…….”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그가 말하는 제삼자로서의 동경 같은 관심은 아니라 더 짙고, 더 은밀한, 내 내면의 욕구에 맞닿아 있는 성적인 관심에 가까웠다.

카란은 이런 나를 모르고 수더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어제 사건이 보고되면서 상부에서 바로 연락이 왔어. 아론을 기사단장으로 승격하고 배치를 바꾸고 싶다고 하더군. 압도적으로 능력이 출중하니까 이런 작은 본대에 머무르기 아깝다고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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