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35화 (35/220)

35.

“아. 내가 사람을 앞에 두고 너무 속내를 털어놨군.”

카란은 이제야 나를 의식한 듯이 말했다.

“내 주절거림은 신경 쓰지 말게. 불편한 몸으로 아침부터 고생해서 고약한 심보가 더욱 올라온 모양이니까.”

“네. 원래 고약한 건 알고 있습니다.”

“…….”

카란의 구겨진 시선이 나를 향하자 나는 멈칫했다. 이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저번부터 느낀 것이지만, 자네는 평판과 다른 면이 있어.”

카란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농담을 잘하는 거요?”

“겉과 속이 다른 느낌.”

“…….”

카란은 내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청초하고 우아하지만, 속내에 무언가 비틀린 게 있다는 거야. 그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거지. 저도 모르게 말이나 행동으로.”

나는 철렁한 가슴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앞으론 언동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방금 봤겠지만, 나부터도 언동을 조심하는 편이 아니니까.”

카란은 쓰리게 웃었다.

“내 말은, 그게 자신을 갉아먹지 않으면 문제없지만, 보통 젊은 사람들은 그게 자신을 망가뜨릴 때까지 내버려 두거든.”

“…….”

“후회보다 무서운 건 방관이지. 젊은 시절엔 무척이나 경계해야 할 태도야.”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아직 훈련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몸이 더워질까. 목 뒤로 흐르는 게 더위로 인한 땀인지 두려움으로 인한 식은땀인지 모르겠다.

나는 카란을 바라봤다. 카란은 이내 말을 돌렸다.

“뭐, 마물과 싸우는 전사 중에 정신이 멀쩡한 녀석이 어디 있겠냐마는.”

카란은 어느새 평소의 무뚝뚝한 그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내가 괜한 잔소리를 늘어놓았군. 어찌 됐든 농담할 여유가 있는 걸 보면 이곳 생활이 나쁘진 않나 봐.”

전투는 힘들지만 이곳 생활은 만족한다. 내 외적인 욕구도 내적인 욕구도 만족스럽게 충족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걸리는 점은 있지만…….’

아론과 마왕. 두 남자의 태도가 묘하게 처음과는 다르다. 둘 다 내 몸이 아닌 나 자체에 집중한다는 느낌이랄까.

“안 그래도 자네를 부르려고 했어.”

카란의 목소리가 생각을 뚫고 들어왔다. 그를 보자, 복잡한 눈초리가 따라온다.

“자네가 이 행진의 맨 앞에 서게 될 예정이거든.”

“제가요?”

놀라진 않았다. 전투에서도 늘 앞자리에 서게 되는 만큼 행진에서도 그렇게 될 거라는 건 자연스레 추리해 볼 수 있었으니까.

의아한 것은, 마물의 전투가 예고도 없이 벌어지는데 갑자기 특별 임무에 선발되어 떠날 수 있냐는 것이다.

카란은 곧 내 의문을 쉽게 해소해 주었다.

“응. 위에서 얼굴이 반반한 인물들로 추리라고 했거든. 작전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소수를 고르라는데, 내 상관이 바로 자네를 추천하더군.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들었나 봐.”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좋은 말이요?”

“정확히 말해 주지 않아서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자네를 훈련과 작전에서 뺄 정도였으니 아주 좋은 말이었겠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란은 상자에서 내 사이즈에 맞는 사제복을 챙기라고 했다.

흰색의 사제복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좋은 비단으로 짜인 옷을 오랜만에 본 나는 겉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서 차르르 미끄러지는 감촉이 감탄을 자아냈다.

카란이 눈치채고 말해 왔다.

“그거 비싼 거야. 끝나고 반납해야 하니까 너무 눈독 들이지 마.”

“여기에 뭐가 묻으면 곤란해지는 건가요?”

“어, 어. 그렇지.”

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유심히 옷감을 보고 있자,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혹시 일부러라도 묻힐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비뚤어졌다고 생각한 것일까.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이 조금 우스웠다.

“흠. 그렇다면 안심이고. 그럼 내일부턴 행진을 담당할 관리가 따로 올 테니까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동하면 돼.”

카란은 덧붙였다.

“행진하는 동안은 훈련을 받지 않을 거야. 어차피 펠도 쓰러져 있으니 팀으로 활동하기도 어렵겠지. 에일에게도 말해 둘 테니까 걱정 말고 이번 임무에만 집중하게.”

나는 천막을 나섰다. 팀에 대해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나는 마음 편하게 사제복을 숙소에 가져다 두고 훈련에 임하기로 했다.

***

“좀 더 높게 엉덩이를 쳐들어 봐.”

행진을 바로 앞둔 전날. 나는 그날 밤에도 마왕의 성으로 불려가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으흣…….”

그의 요구대로 팔에 힘을 주어 등허리를 뾰족하게 세우자, 엉덩이가 높게 들린다. 마왕은 엎드린 채로 살굿빛의 통통한 엉덩이 살을 내보이고 있는 나를 뜨겁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그대의 입구가 요망하게 움찔거리는 걸 잘 볼 수 있지.”

마왕은 흡족한 어조로 말하고는 손가락을 뻗었다.

“읏……!”

“어때, 아까보다 훨씬 찌르는 느낌이 깊지?”

마왕의 손가락은 이미 한차례의 정사로 정액인지 체액인지 모를 액체를 내뿜고 있는 음부로 손마디만큼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거침없이.

“아흣, 웃…….”

안을 꾹꾹 눌러대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눈앞이 흐려졌다.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갈 만큼 저릿한 느낌이 전신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아, 아……!”

“여기인가, 더욱 예민한 곳은?”

마왕이 어느 한 곳을 강하게 찔러 누르자 나는 목을 뒤로 젖히며 반응했다. 허벅지가 조여지면서 등이 휘어질 만큼 아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왕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뒤통수에 속삭였다.

“내 성기를 넣어달라고 말해 봐.”

“흐읏, 읏…….”

마왕이 손가락으로 안을 휘저으며 능숙하게 말했다.

“배 속 깊숙이까지 찔러 달라고 말이야.”

온몸이 후들거린다. 더 이상은 허전함과 갈증으로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애원했다.

“제, 제 안에 당신의 것을 깊게 넣어 주세요……!”

“‘마왕이시여, 부디’라고 해야지.”

그는 짓궂게 내 안을 툭툭 자극해 오며 말했다. 나는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흣, 마, 마왕이시여, 부디.”

“그다지 절박하게 와 닿지 않는데.”

마왕은 얄밉게 나왔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그런 반응이라니. 나는 애가 끓었지만 그보다도 그의 손가락이 질벽을 이리저리 제 살처럼 휘젓고 다니고 있어 미칠 지경이었다.

몸을 지지하고 있는 팔과 다리가 흔들렸고, 그가 붙들고 있는 엉덩이가 떨렸다. 그 탓에 커다란 가슴마저 아프게 출렁거리고 있었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마왕은 여전히 짓궂은 투로 말했다.

“좀 더 흠뻑 적셔져야 내 것이 들어갈 맘이 날 텐데.”

“흐, 으읏!”

마왕은 내가 흥분했던 부분을 반복해서 강하게 쑤셔 왔다. 손끝이 그 촘촘한 내벽에 닿을 때마다 나는 불에 덴 것처럼 움찔거렸고 마침내 그것이 아프도록 눌러오자 커다란 신음을 토해 내고 말았다.

주르륵.

물이 허벅지를 따라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마왕은 그것을 손으로 우아하게 닦고는 입으로 가져가 쪽, 빨아 먹었다.

“달아.”

“……!”

“음탕한 사제의 애액이 이토록 달콤한 줄 누가 알았을까.”

마왕은 가만히 중얼거리고는 내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손길은 아주 음란했다. 엉덩이 선을 따라서 허벅지와 음부 사이의 경계까지 만져대는 노련한 손길에 나는 ‘아아…….’하는 나른한 신음을 토해 내야 했다.

마왕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즐기듯이 말했다.

“그대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그대의 원을 들어줄까 한다.”

감히 선심 쓴다는 어조였다. 괘씸했지만 나는 이미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좋아요, 너무 좋아요……!”

“반응이 맘에 드는군.”

마왕은 웃는 어조로 말하고는 내 엉덩이를 잡고서 제 커다란 성기를 빠르게 집어넣었다.

“아흣!”

거친 동작에 나는 치아가 서로 부딪히는 걸 느꼈다. 마왕의 움직임은 좀처럼 느려지지 않았다. 무척이나 거칠고 난잡한 동작으로 내 안을 쑤셔댔다.

“아, 앗!”

머리와 몸이 격렬하게 흔들었다. 따라서 정신도 빙글빙글 춤추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쾌락과 정욕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가 안쪽으로 콱 박아 줄 때마다 기분 좋은 짜릿함이 배 속에서 터졌으며, 해방감이 조각조각 번져 퍼져 나갔다.

“아흣!”

그 치열하고 맹렬한 감각의 꼭지에서 내가 절정에 달하는 건 오래지 않아서였다.

“좋아, 아주 좋군.”

마왕은 반복해서 강조했다. 아래쪽에서 정액과 애액이 흘러넘쳐서 내 허벅지를 적시고 있었지만 그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내 허벅지 살을 주물렀다.

“으, 읏…….”

“이런 곳도 느끼지? 그대는 민감하니까.”

마왕은 예리하게 말하고는 이내 나를 뒤에서부터 바짝 끌어안았다. 나는 갑자기 마왕의 무게가 느껴지자 당황했다.

“더운가?”

“……조금.”

격렬한 정사를 한 뒤라 몸이 후끈했다. 마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그럼 테라스로 나가지.”

“……아, 뭐, 뭘, 흣!”

나는 마왕이 그대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아 올리자 당황하고 말았다. 아직 성기 부위가 결합된 상태였던 것이다.

“아흣!”

그가 나를 등 뒤에서 안아 골반에 걸치자, 나는 다리가 어설프게 벌어진 상태로 그의 성기가 안쪽의 요상한 부위를 찌르는 걸 느꼈다.

예전에 거울 앞에 섰던 자세처럼, 그의 성기가 위쪽으로 휘어져 내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으며, 나는 그의 육중한 물건이 내 뱃가죽 밑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 읏……!”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뒷머리를 젖히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느껴진다. 마왕은 슬쩍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자세를 좋아할 줄 알았어.”

“흐, 읏, 그, 그게…….”

“훨씬 아래를 조여 오며 반응하니까.”

마왕은 웃음기가 배인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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