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그대는 참으로 정직한 암컷이야.”
“아, 아……!”
“성관계를 할 때 입으로도 울고, 몸으로도 우니까.”
“흐읏, 아읏……!”
이상하게 야릇한 느낌이 강해졌다. 방울 소리가 귀를 파고들 때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한층 더 적나라하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의 성노예가 된 것처럼 신음하고 있었고, 내 풍만한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방울을 울려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타락한 그림, 혹은 지저분한 저질 주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이었고, 나는 그가 준 선물을 유두에 단 육욕의 애완동물처럼 그의 아래에서 신음하고 흥분하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너무 머릿속이 뜨거웠고, 난잡한 성교에 오히려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전신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 좋은 감각이 나를 휘감았다.
그렇다. 나는 좋아서 허리를 흔들었고 기뻐서 높게 소리쳤다. 내 안을 찔러대는 그의 성기가 더욱 강하고 뜨겁게 느껴질 때마다 나를 감싼 답답한 껍데기가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완벽하고 황홀한 해방 아래 나는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몇 번이나 애액으로 젖어 갔고, 마왕은 비웃듯이 중얼거렸다.
“정말 못 말리는 사제야, 그대는.”
마왕은 출렁거리는 내 커다란 가슴을 한 손으로 주무르고 있었다. 그냥 주무르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으로 유두의 방울을 튕기면서 이상한 떨림과 자극을 더하고 있었다.
“흐읏, 읏!”
“이런 야하고 난잡한 몸을 그동안 어찌 숨기고 살았지? 내가 관계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어?”
“아읏, 흣!”
“아마 악보다 더한 절망 속에 있었겠지.”
마왕은 내 기억을 살펴본 자답게 정확하게 나를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부질없는 짓이 될 거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내뱉은 날카로운 음담패설을 듣고만 있었다. 그는 이제 한 손만으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검은 기운을 이용해서 나의 방울 달린 유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검은 실타래처럼 뻗어 나온 그것은 일부러 방울만을 흔들어 내 유두를 교묘한 자극으로 유린하고 있었다. 신음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도록.
나는 탄식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읏…….”
“그대는 내게 다리를 벌릴 수밖에 없어. 이 안을 쑤셔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지.”
“흣……!”
“그러니, 그런 자신을 깨닫고 내 아래에 있는 걸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도록.”
마왕은 그렇게 각인시키며 내가 진짜 절정을 맞이할 때까지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읏…….”
한차례의 긴 정사가 끝나자 나는 목이 갈라져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요란하게 신음을 질렀기 때문일까.
“읏…….”
순간 허리 아래를 쳐다보기 무서울 정도로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다리를 적시고 무릎까지 떨어지는 액체는 내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분명 물을 끼얹으러 왔는데, 체액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이러다간 찜찜한 몸 상태로 전투에 임하게 될 것 같아서 나는 가겠다는 듯이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안 끝났어.”
나는 흠칫했다. 마왕은 태연하게 지적했다.
“머릿속이 흐려지지 않았잖아.”
“그래도 가 봐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왕은 내 허리를 붙잡고는 그대로 뒤로 뒤집었다. 그의 강력한 힘으로 바닥에 철벅 엎드린 나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였다.
몸이 뒤집히면서 방울이 딸랑딸랑 울어 유두를 자극해 온 것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지금 내 엉덩이를 잡아 내 은밀한 부위가 잘 보이도록 다리를 벌려 놓은 그에게 당혹감이 들 뿐이었다.
마왕은 분명하게 말했다.
“안 돼.”
“하, 하지만, 읏…….”
다시 파고드는 거대한 성기. 풀어져 흠뻑 젖어 있는 입구로 아까보다 쉽게 거대한 것이 들어왔다. 그러나 존재감은 아까보다 더 크게 느껴졌고, 그것은 안쪽의 좁은 공간을 꽉 메웠다.
나는 숨이 턱 끝까지 밀려오는 기분에 눈을 찡그렸고, 마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허리를 잡았다.
“어읏……!”
“아직 부족해.”
딸랑, 딸랑. 그가 허리를 움직이자 젖가슴이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
방울 소리는 그의 느린 동작처럼 느려져 있었고, 야릇하게 청각을 자극해 왔다. 나는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을 그대로 느끼면서 그의 성기가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감각을 즐겼다. 그것은 여전히 기분 좋았고 미칠 듯이 감각적이었다.
“이런 몸인 만큼, 내 흔적을 남겨 줘야겠지.”
마왕은 볼 수 없었지만,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고 있을 만한 투로 말했다.
“그 무엇도 함부로 손댈 수 없게 말이야.”
무엇? 그게 무얼 말하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머리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가 제공하는 쾌락은 내 이성을 완전히 압도했고, 나는 그렇게 한 시간이나 그에게 사로잡혀 쾌락에 몸부림쳐야 했다.
***
“늦었습니다.”
대기 장소에 도착하자 펠이 냉정하게 한소리를 해 왔다.
서둘렀음에도 욕조에서 나와 유두에 달린 방울을 처리하는 데 예상외의 시간이 걸려 버렸다.
한 번도 마계에서 무언가를 가져온 적이 없었던 나는, 가슴에 매달린 자극적인 장신구 때문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그것을 처리하려 열을 내야 했다. 아무리 잡아 빼도 유두만 아프게 만들며 딸랑딸랑 울어대던 방울은 신성력을 내뿜자 그제야 불안한 듯 어둠을 발산하더니 오래지 않아 팍, 소리를 내며 깨졌다.
‘후우…….’
방울이 원래 모습인 어둠의 기운으로 변해 내 가슴 앞을 맴돌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방울을 못 빼면 어쩌나 무척이나 걱정했던 탓이다. 마물과의 전투에서 마왕이 준 쾌락의 속박 도구를 딸랑거리며 공격에 임하는 사제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나는 유두를 내려다보았다. 방울이 사라진 그곳은 구속되어 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예쁘게 솟아 있었다. 마왕과의 정사로 부어오른 느낌만 날 뿐.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펠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현실로 불러온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준비가 오래 걸렸어요. 죄송합니다.”
내 사과에도 펠은 굳어진 표정을 풀지 않았다. 큰 싸움을 앞두고 긴장한 것이 완연하게 느껴졌다. 딱히 내게 반감을 품은 눈빛은 아니라서 나는 그러려니 했으나 오히려 에일이 더 흥분해서 정색을 하고 나왔다.
“늦을 수도 있죠!”
그는 펠에게 들으란 듯이 큰소리로 위로했다.
“말레드레드는 이런 대규모 마물 소거 작전이 처음이잖아요. 무섭기도 하고 긴장도 됐을 거예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문제도 없고요!”
“소환사 둘의 몫을 할 실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펠이 못 참겠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에일도 지지 않고 반론했다.
“문제없으니 없다고 하지, 그럼 있다고 하겠어요? 말레드레드는 소환 영역을 그리는 능력은 훌륭하나, 신성력이 매우 부족해 보조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요!”
에일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되어 있었다. 마치 철없는 아이가 제 장난감을 빼앗겨 반응하는 것처럼.
“이번 작전은 말레드레드의 소환 영역을 그리는 능력보다 신성력을 보조해 주는 능력이 더 중요해요! 따라서 말레드레드가 급한 일이 있어 빠지더라도 작전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요!”
듣고 있노라니 에일의 말이 내 지각에 대한 위로인지 내 실력에 대한 비난인지 헷갈려 온다. 그러나 나는 딱히 골몰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긴 했으나 에일과 불화가 생기면 당장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머쓱한 미소로 에일의 관심을 돌렸다.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에일.”
“뭘요, 말레드레드. 소환사끼리 서로 도와야죠.”
그 말은 가만히 있는 펠을 따돌리는 말이었다. 나는 난처해졌다. 에일은 가만히 있어도 펠이 싫은 티를 냈고 무덤덤한 펠도 결국 거기에 반응해 분위기는 더욱 안 좋아졌다.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치르는 만큼, 위기 상황에서 결속해야 할 아군 사이에 불화가 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내 지각으로 말다툼이 이어지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긴 마물 출몰이 잦은 지역인데 왜 이제서야 소거 작전을 하는 거죠?”
내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에 펠이 먼저 답해 왔다.
“여태까진 마물의 수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출몰 자체는 잦았지만 한 번의 출몰 시 나타나는 마물의 수가 소소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지요.”
펠의 말이 잠깐 멈췄을 때, 에일이 잽싸게 끼어들어 설명을 채갔다.
“말레드레드도 들었을 거예요. 요새 마물의 수가 늘었다는 것이요. 출몰하는 개체 수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 자체의 마기가 강해졌기 때문에 소거 작전에 서둘러 들어간 것도 있어요.”
“아아.”
나는 작전에 대해 늘 수동적으로 반응했던 터라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낯설었다. 마물들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라 적응해 가며 변모하는 인간들의 대응. 이것은 동전의 앞뒤처럼 상관관계가 있었다. 나는 납득이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지원 나갔던 소탕에서도 마물이 이상하게 강했어요.”
대장 성기사가 이상하게 마물의 힘이 강하다고 주의를 줬던 것이 기억난다. 결국 그 싸움에서 상처를 입었던 만큼, 마물들의 변화는 나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마기가 강해진 건 아주 근래의 일입니다. 갑자기 이 주변의 마물이 강해진 터라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뭔가 이 땅이나 근방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합니다.”
펠의 말이 끝났을 때, 저편에서 인원을 점검하던 카란이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냉담한 얼굴로 우리 셋을 번갈아 봤다.
“이제야 모두 모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