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10화 (10/220)

10.

“어쩐지 피곤해 보입니다.”

“몸이…… 싸우느라 경직되어 있었나 봐.”

나는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아론은 그러냐며 장화를 벗긴 내 맨다리를 바라보았다.

“제가 풀어드릴까요?”

“뭐?”

“훈련을 자주 하다 보니, 근육을 푸는 일에도 능숙해져서요.”

“아.”

나는 허락한다는 의미로 다리를 내밀었다. 곧 크고 따뜻한 손이 닿았다. 아론은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제 체온으로 살을 덮어 가기 시작했다.

“아…….”

엉킨 곳을 풀어 주는 그의 손길은 뜨거웠다. 종아리를 누르면서, 무릎을 스치면서, 허벅지를 결대로 어루만지는 손길은 은은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막혔던 혈관의 피가 다시 흐르는, 그런 기이하고도 통쾌한 기분. 어디서도 느낄 수 없던 쾌감이 찾아왔다.

“아, 아…….”

내가 낮은 신음을 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아론은 더욱 나른하고 섬세한 손길로 나를 자극했다.

“아론.”

나는 마침내 그를 불렀다. 어느새 내 호흡은 뜨거워져 있었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멀리 날아갔으며 오직 그의 아래에서 더욱 몸을 이완시키고 싶다는 생각만 치솟았다.

“이리 와.”

나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를 침대 위로 불러들였다. 아론은 예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아론은 그대로 내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 황금빛 눈동자가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기꺼이 할게요.”

아론은 다시 입술을 겹쳐 왔다. 조금 전보다 훨씬 진한 키스였다. 능숙해진 혀의 움직임이 치열을 핥고 입천장을 스치며 내 입 안을 흠뻑 적셨다.

“무척 기분 좋으실 거예요.”

아론은 내 귓가에 속삭이며 내 옷을 하나씩 벗겨 갔다. 익숙한 솜씨로 금세 내 옷을 모두 벗긴 그는 이내 자신의 옷마저 모두 아래로 던져 내고, 나를 껴안았다.

“아…….”

“여기가 뭉쳐 있는데요.”

아론은 내 어깨에 입술을 묻고 중얼거렸다. 두 손은 내 날갯죽지를 이완시키듯 매만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몸이 닿아 오자 묵직한 신음을 터트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꾹꾹 등 뒤를 누르자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여기도.”

어느새 그의 손은 내 갈비뼈에 와 닿았다. 그는 내 갈비뼈 사이사이에 제 손가락을 비벼 넣고 은근하게 누르고 있었다. 아릿하면서도 아찔한 느낌이 함께 들었다.

“여긴 어떨까요?”

“거긴 안 뭉쳐 있어.”

나는 조금 새침하게 말했다. 아론은 내 말에 웃으면서 내 유두를 입에 물었다. 한참이나 정점을 입 안으로 빨아 당기며 희롱하던 그는 이내 손을 아래로 뻗어 내 다리 사이를 매만졌다.

아론이 그윽하면서 다정하게 웃음 지었다.

“벌써 젖은 거 같은데요.”

“네가 너무 잘 풀어 줘서 그래.”

“제 덕분이군요.”

아론은 기쁘다는 듯이 웃고는 아래로 얼굴을 가져갔다.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타액으로 젖은 내 유두는 민망할 정도로 꼿꼿하게 서 있었고, 내 다리는 한껏 벌어져 무릎이 세워진 상태였다.

아론은 정확히 그 가운데에 있었다.

“더욱 젖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예민한 곳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달콤한 말은 금세 귓가에서 사라졌고, 곧 공간을 채우는 건 나의 가느다란 신음이었다.

“으읏, 흣……!”

뜨거운 혀가 음부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민감한 살을 누르면서 마침내 가운데 멍울을 간질이자 나는 팔짝거리듯이 허리를 들썩였다.

“아……!”

머릿속을 찌르는 쾌감에 눈앞이 하얗게 변한다. 배 속이 가려워져 오고, 손발이 곱아들어 온다. 아론은 멈추지 않고 그곳을 더욱 집요하게 핥았다. 나는 그의 느릿하고 부드러운 혀 놀림에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긴 신음을 내질러야 했다.

“하아…….”

얼마나 소리를 내질렀을까. 목이 조금 아파 왔다. 나는 흐린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론의 입가가 내 체액으로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민망했다.

“이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그의 아래가 꼿꼿하게 서서 내 허벅지를 누르고 있었다. 짙은 금발 음모 사이로 드러난 그의 성기는 우람했으며 흥분한 것처럼 흔들거렸다.

이내 그는 부드럽게 내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 음부에 자신의 선단을 맞췄다.

그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바라보는 아론의 시선은 뜨거웠다. 더할 나위 없이.

“안쪽까지 모두 풀어드리겠습니다.”

확신에 찬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욕망을 숨기고 있었다.

이윽고 몰아치는 그의 동작을 따라서, 나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그의 바르게 선 성기가 안쪽을 강하게 찌를 때마다 격한 신음이 빠져나왔다. 그를 따라서 나는 부단하게 흔들렸고, 그가 힘을 줄 때마다 격정적인 쾌락을 맞이했다. 그가 허리를 더욱 빨리 움직이자, 내 숨결은 가없이 가빠졌다.

“아, 아……!”

어떻게 숨을 쉬고, 신음을 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눈앞이 혼란스럽고, 몸에 열이 났다. 마치 그의 성기가 안을 들쑤실 때마다 몸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 작용들이 내 머릿속을 점령해서 나를 뒤흔들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그가 격렬히 찌른 한 지점. 아론은 내가 크게 소리를 내자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곳을 집중적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아, 흣! 아읏! 아!”

“좋습니까?”

아론은 가쁜 숨으로 물었다. 나는 대답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는데, 아론의 재촉이 이어졌다.

“목소리로 들려주세요. 좋습니까?”

“조, 좋아!”

눈물이 울컥 터질 만큼.

실제로 울고 있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 폭발하는 쾌감은 꼭 그런 기분을 안겨 주었다.

“아……!”

높이 쌓인 설산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눈은 나의 쌓여 있는 욕망이었고, 나는 그라는 열기 아래 녹아 가는 얼음산이었다. 절정에 달해 내 온몸에 풀과 꽃들이 생기와 활력으로 자라나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아론은 사정을 끝내고도 한동안 나를 품 안에 안고 있었다. 그의 판판한 가슴에 안긴 채로, 나는 멍해졌고 나른해졌다. 먼발치에서 해면에 떠다니는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나를 수면으로 몰고 가기 전에, 아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에일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봤습니다.”

“에일?”

나는 생소한 이름에 중얼거렸다. 아론은 머뭇거리더니 설명했다.

“소환사요. 함께 작전을 펼쳤던 갈색 머리에, 적당한 키를 가진.”

“아.”

에일. 그 이름이 익숙하지 않던 것은 오늘 처음으로 말을 나눠 보았기 때문이다. 작전에 참여하면 이름보다 소환사 1, 2, 3, 등으로 불린다. 그건 소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작전상 편이를 위해 그랬는데, 따라서 바쁘다 보면 내가 누구와 일했는지 얼굴을 알면서도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생겼다.

“마물 청소를 도와준다고 해서.”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거절했어.”

아론의 숨죽인 호흡이 들려왔다. 내가 이유를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누가 내 무기나 방어구를 만지는 게 편치 않아서.”

“저는요?”

아론은 뜻밖의 것을 물어왔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수에 찬 깊은 눈동자. 저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마주 보기 벅찰 정도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며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는 잘생겼지.”

“말레드레드.”

“너와 비교할 순 없어. 그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압니다. 그런데도 신경 쓰였어요.”

나는 솔직한 고백에 멈칫했다.

“저는.”

아론은 굳어 버린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귀중한 것을 다루듯이 뺨을 천천히 쓸면서. 나는 그의 정교한 손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말레드레드를 이렇게 만질 수 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의미심장하게 잠겨 있었다. 마치 깊은 바다의 심정을 읽어 내리는 것처럼.

나는 거북해졌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민감한 반응이 낯설었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몸을 섞고 체온을 교환하며 서로를 탐하지만,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사이인 것이다.

그 헤어짐에는 거부감이 없어야 했고, 미련이 없어야 했다. 설사 서로에게 다른 상대방이 있는 것을 알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마주할 사이여야 했다.

나는 왠지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불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론, 알다시피 우린 진지한 관계가 아니야.”

뺨을 만지고 있던 아론의 손이 굳어졌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으나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네가 그걸 잊었다면…….”

“잊지 않았습니다.”

아론의 말투는 조용했으나 엄숙할 정도로 울림이 느껴졌다. 나를 보는 눈빛도, 황금빛의 일렁이는 시선도, 변함없이 신중하고 침착했다.

“가벼운 사이란 걸요. 늘 명심하고 있어요.”

“아읏, 아, 아론…….”

어느새 그의 손길이 내 가슴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그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잠으로 빠져들려는 나를 다시 쾌락의 지상으로 이끌어내고 있었다.

“……가볍게, 가볍게.”

아론은 흥얼거리듯이 말했다.

“아, 아아…….”

“말레드레드를 안겠어요. 절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게.”

그는 가볍다는 단어에 허점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서로가 생각하는 ‘가볍다’의 의미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곧 그의 손이 다리 사이로 들어오자 엉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흣……!”

정액에 흠뻑 젖어 있는 곳을 휘젓는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야만적이었다. 나는 그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댔고 몸을 떨었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깊은 곳까지 찌르며 들어왔을 때는 목을 뒤로 젖혀 신음하기까지 했다. 아론은 금세 흥분에 젖어 가는 나를 보면서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문댔다.

“저는 결코 잊지 않았어요.”

“뭐, 뭘…… 흣.”

“말레드레드를 따라다녔던 것이요.”

“응? 아읏…….”

나는 그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론의 짙은 음성이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가볍게 대할지라도, 결코 놓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게 나를 말하는 거냐고 재차 묻지 못했다. 그의 뜨거운 중심이 파고들자 이성이 날아간 것이다.

“아……!”

나는 어느새 그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품 안에서 야한 환성을 줄기차게 터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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