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7화 (7/220)

7.

음흉하고 타락한 존재. 그는 분명히 마왕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느꼈다. 섬뜩함과 아찔함, 두 감정으로. 섬뜩함이 그의 존재 본연에 대한 감정이라면, 아찔함은 그가 하는 행위에 대한 감정이었다.

“다리를 벌려.”

그가 당연하게도 명령했다. 나는 주춤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이 나를 음험하게 쏘아보고 있었다. 흠칫거리며 허벅지를 벌리자 마왕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 정도로 되나. 나를 가지려면 더 적나라하게 벌려야 해.”

“아읏……!”

마왕은 나를 혼내듯이 내 음부를 들쑤셨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가차 없었다. 나는 결국 허벅지가 아릴 정도로 다리를 벌려야 했다.

“좋아, 움찔거리는 내부가 잘 보이는군.”

마왕은 내 젖은 음부를 흡족하게 바라보며 손을 빼고 몸을 가까이 가져왔다.

언제 옷을 벗은 걸까. 그런 질문은 마왕에게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힘을 이용해 순식간에 나신이 된 사내는 내 발목을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성기를 쑤셔 넣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자극됐던 음부는 살짝 젖어 있었으나 그의 성기를 받아들일 만큼 풀어진 게 아니어서, 나는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살덩이에 고통을 호소했다.

“아……!”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이 창백해질 정도로 아릿한 아픔이 있었다. 덜 아프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안을 풀어 보았지만, 인간답지 않은 크고 우람하며 울퉁불퉁한 성기는 아론의 것과는 달라 내부를 찢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나는 놀라 신음을 흐릿하게 내뱉었다.

“아, 아…….”

나는 주먹을 말아 쥐며 절규했다.

“드, 들어가지 않……!”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군.”

마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 엉덩이를 자신 쪽으로 바짝 가져왔다. 그러자 단단한 성기가 쿡, 하고 내부로 바짝 찔러 들어왔다.

나는 함몰을 느꼈다. 거칠게 들어온 거대한 성기에 몸속에서 내부 균열이 일어나고 마침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창백한 머릿속을 따라서 나라는 존재도 조각나고 있었다.

“아……!”

나는 온몸을 비틀었다. 마왕이 낮게 웃으며 음습하게 나를 칭찬했다.

“잘 봐. 착실하게 내 것을 뿌리까지 모두 머금었잖아.”

“흐읏, 아……!”

나는 헐떡거렸다.

“이렇듯 가만히 있어도 쭉쭉 빨아들이는 음탕한 몸을 가졌는데, 그런 자신을 몰랐다니.”

마왕은 입꼬리를 올렸다.

“생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마왕의 비웃는 논조는 신경 쓰였지만 그의 성기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내 음부에 성기를 넣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자 이상한 불편함을 느꼈다. 마왕은 꿈틀거리는 나를 보면서, 그의 성기를 머금은 아랫배를 매만지고는 사정없이 꾹꾹 눌러댔다.

“누를 때마다 그대 안이 내 것을 조여 대는 게 기특하군.”

“아, 제, 제발…….”

나는 그의 무자비한 행위에 애원하고 말았다. 마왕은 은근하게 물었다.

“그만할까?”

“네, 읏, 제발…….”

그가 누를 때마다 그의 성기가 질벽에 더욱 마찰되어 이상한 감각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도 아니었고, 쾌감도 아니었다. 마치 소양증처럼 머리를 갉아오는 이상한 통증. 그것은 지금 이 상태를 견디기 힘들다는 몸의 신호였다.

“차라리 움직여서…….”

나는 마침내 말하고야 말았다. 그가 이 상태를 해소해 주길 바라며, 솔직하게 요구하고 말았다. 마왕은 내 말에 웃는 듯 마는 듯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붉은 눈빛은 여전히 건조했지만, 처음과는 달리 잔인함보다 호기심이 짙어 보였다.

“……움직여서 기분 좋게 해 줘요.”

“그대는 솔직하군.”

마왕은 눈을 휘었다.

“마음에 들어.”

그는 그렇게 말하곤 담금질을 하듯 허리를 움직였다. 나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서 속절없이 흔들렸다. 빠르게 치고 빠졌다가 다시 안쪽을 강하게 쑤셔대는 그의 움직임은 그의 말대로 사악하고 잔인했다.

도저히 적당히 한다는 정도를 모른다는 듯이 강하게 나를 파고들어 자극했는데, 어느새 나는 그의 아래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 아, 아……!”

정숙하고 우아한 신의 사자로 존중받는 내가, 마왕의 아래에서 이토록 적나라한 신음을 흘리며 탐욕에 젖어 있는 모습이 과연 합당하기는 한가?

신성력을 발휘하는 내가, 그와 반대되는 힘을 발휘하는 존재에게서 희열을 느끼는 건 이 세상의 이치를 크게 거스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회의적이고 자기 반성적이며, 철학적인 질문에 휩싸이기 전에 마왕이 내 입술에 키스했다. 순간 복잡한 사념은 날아가고, 뜨겁고 커다란 성기, 물렁거리고 축축한 혀가 나를 지배했다. 나는 아찔하고 황홀한 쾌락이 휩쓸려 갔다.

“아……!”

눈앞이 빛으로 번쩍거린다. 전신에서 일어난 정념의 폭풍이 시시각각 머릿속을 휩쓸며 나를 이리저리 뒤흔들었고, 나는 연신 울음과도 같은 신음을 터트려야 했다.

그 현란한 빛과 정념의 폭발 속에서 나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직업적 윤리에 대한 번뇌와 죄책감이, 마왕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잔인할 정도로 감각을 압도하는 쾌감은 내 머릿속의 희미한 그림자처럼 남아 있던 아론마저 지워 버렸고, 나는 완전히 쾌락의 본체가 되어 그의 아래에서 신음했다.

반듯한 껍데기 안의 숨겨진 내 진짜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쾌락에 물들고, 마음껏 타락하고 싶었던 나를.

나는 머지않아서 감정의 극단에 치달았다.

“읏……!”

“느끼는가.”

그는 절정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안 그래도 그의 몰아치는 삽입으로 한계에 몰려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온몸이 저릿거렸다. 배 속까지 짜르르 울리는 감각에 두 다리를 떨자 마왕은 그게 신호란 듯이 내 안으로 콱 박혀 들어왔다.

“흣……!”

내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마왕 또한 사정했다. 배 속을 채우는 그의 뜨거운 정액을 느꼈다. 다행히 이틀 전에 발라 잎사귀를 챙겨 먹었기 때문에 배 속을 가득 채우는 그의 정액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

긴장감, 공포, 그리고 극도의 쾌감까지 연이어 느낀 몸이 무척이나 피로해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는데, 그런 나를 마왕이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빤한 시선이 왠지 부끄러웠다.

“……왜요?”

“그대는 내 정액을 받아들이면서는 만족해하고, 내 시선을 받으면서는.”

마왕은 눈을 가늘였다.

“두려워하는군.”

“…….”

“사제라는 신분 때문인가? 솔직한 몸과는 달리 머리로는 꽤 날 무서워하는데.”

마왕은 웃듯이 말했다. 비웃는 것 같지 않았지만 질문은 날카로워서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미리 두려워할 건 없어.”

마왕은 긴장한 나를 위로하듯이 커다란 손으로 내 가슴을 휘저었다. 그것은 매만지는 것과 달랐다. 커다란 살을 의도적으로 지분거리는 것이었다. 사납고 음란하고 적나라하게.

마왕은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온 젖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흥미를 느낀 상대에겐 꽤 잘해 주니까.”

“읏, 흣…….”

“그대가 바라는 초월자가 되어 주지.”

“큿……!”

“아주 음란한.”

마왕의 목소리는 요사스러웠다. 낮은데도 울림이 깊어서 마치 교향악처럼 오랫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믿을 수 없는 건, 그것 또한 자극적이란 사실이었다.

“좋아, 다른 자세도 해 보는 거야.”

“뭐…….”

그의 목소리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나는 내 몸을 빠져나가는 거대한 성기를 느꼈다. 나는 아, 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동시에 안에 있던 체액들이 주르르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의 정액, 나의 체액 모두 섞여 있었다.

그것은 꽤나 많은 양이라서 아래에 흥건하게 고일 정도였고, 나는 매우 민망한 기분이라서 고개를 돌렸다.

“아읏, 잠깐…….”

그 상태에서 마왕은 내 허리를 안아 들어 뒤집었다. 졸지에 엎드리게 된 나는 그가 뒤에서 내 허리를 잡아 높게 들자 당황하고 말았다.

“뭘…… 읏.”

그의 성기가 뒤쪽에서부터 밀고 들어왔다. 질펀하게 정액을 흘리고 있을 음부 사이로 거침없이 쑤셔 온 것이다. 성기는 미끄러지듯이 질벽을 파고들어, 아까와는 다른 지점을 찌르면서 자극했고, 나는 그에 절규하다시피 소리쳤다.

“아흣!”

“어때, 좋지?”

나는 눈살을 찡그렸다.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 전신을 관통했다. 그가 뒤로 물러났다가 전진할 때면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쾌감이 몰려왔다. 머리가 어릿거릴 정도였으며 아랫배에서 불이 일어난 것처럼 화끈거렸다.

“읏, 큿……!”

강한 성교는 한동안 이어졌다. 엎드려 짐승처럼 관계를 하면서도, 그의 손은 멈추지 않고 내 가슴을 문질렀다. 자극이 고조되자 나는 연신 탄성을 터트렸고, 금세 절정에 도달하고 말았다.

“아으…….”

아래가 차마 뭐라 할 수 없이 축축하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체액을 느꼈다. 그도 나를 따라 사정한 모양인지, 흘러내리는 액체의 양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정말.”

마왕은 귓가에 속삭였다.

“해방된 느낌일 거야.”

마왕은 가슴에서 한 손을 떼고 내 은빛 머리칼을 살짝 잡아당겼다.

“쾌락 속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겠지.”

“그, 그만…….”

“성기사 따위는 감히 줄 수 없는 것을 안겨 주지. 그대에게 분명히 욕망을 각인시켜 주겠어.”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아론을 거론한 것에 당황하기도 전에 그가 내 머리를 뒤로 잡아당기자 목이 휙 젖혀지고 말았다. 그 상태로 마왕은 내 엉덩이를 자신의 허리로 내리눌렀다.

“아, 아흑…….”

나는 이상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간신히 윗몸을 일으켜 버티고 있는 자세가 되어 골반을 바닥에 비비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 그의 성기가 더욱 기이하게 찔러 들어왔다.

나는 밀착된 그의 무게에도 놀랐지만, 그의 성기가 안을 그렇게 생소하게 찔러올 수 있다는 것에도 질겁했다.

“아!”

마왕은 더 세게 내 머리를 뒤로 당겼다. 자신의 허리를 바짝 붙이면서.

“그대는 사실 거칠게 다뤄 주길 바라고 있었던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