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44화 (344/345)

# 344

북미에서 흔히 쓰이는 ‘기가스’란 병기도 캐나다에서 서식하는 거대 마물을 사냥하고 얻은 마정석으로 만든 병기였다.

이처럼 마물의 가치는 상당하기 때문에, 시베리아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캄차카반도에는 엘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호영은 피식 웃었다.

충구의 말처럼 시베리아에는 자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이종족.

대한민국에서도 오직 견인족과 오크족만이 근근히 버티고 있었는데, 시베리아의 캄차카반도에는 흔히 엘프족이라 불리는 이종족이 단체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 엘프란 종족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엘프족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일부 유저들의 관심이 상당하였다.

미모로는 그 어떤 종족보다 우월한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엘프족을 얻는 것만으로도 시베리아를 차지할 가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엘프들도 인적자원으로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원이지.”

하지만 호영은 미모가 아닌, 다른 이유로 엘프를 높이 평가하였다.

바로 마법 실력이었다.

엘프는 미모도 미모지만 선천적으로 마력에 관련된 재능을 가진 종족이었다.

더군다나 장수하기까지 하니, 지식 발전에도 대단히 유용하였다.

인적자원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현실의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를 전부 대한 제국의 것으로 만드는 것.”

시베리아 이야기로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8회 차가 끝나기 전에 러시아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 * *

대한 제국에서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을 노리며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것은 EU쪽이었다.

EU 역시 광대한 식민지를 가졌고 대한 제국을 상대로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노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체력은 대한 제국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인구부터가 대한 제국에게 현저히 밀렸고, 생산력이나 경제력까지 밀리는 상황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만 EU로서도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남미로 출병시킨 대규모 병력은 모두 대한 제국의 철벽 방어에 시간만 잡아먹히고 있었고 본토에 남은 병력도 아랍이나 러시아에서 언제 넘어올지 모르는 대한 제국의 군대를 막느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아랍의 국가들과 비밀 회담을 가져 암묵적인 휴전을 했다는 게, EU에게는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겉으로는 전쟁을 지속하되, 실제로는 대한 제국이 눈치 못 채게 싸우는 시늉만 하자는 내용으로 비밀 회담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랍 세력과의 타협이 대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한 제국은 전 방위적으로 EU를 압박하고 있었고, EU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식민지들을 지키기 위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식민지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차라리 식민지 국가들에게 주권을 돌려줘서 EU에 가담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장엔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대한 제국의 팽창을 저지하지 않으면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몇몇 지식인들은 대한 제국이 머지않아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며 전 유럽이 힘을 합쳐서 대한 제국에게 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센추리 안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전 유럽이 일치단결하여 싸우자는 여론이 일어났다.

대한 제국의 팽창에 대한 유럽인들의 위기감은 그만큼 심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EU가 일치단결하여 대한 제국에게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로 통일된 국가라면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EU는 공통의 목표와 이해관계로 뭉친 연합국가였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EU에 소속되어 있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국의 이익이었다.

대한 제국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려면 식민지를 포기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야 했는데, 남미와 아프리카에 광대한 식민지를 가진 나라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었다.

“여기서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한 제국에게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는 것을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8회 차가 끝나기까지 고작해야 3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3년만 버티면 되는데 왜 식민지를 포기합니까?”

“완전히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잠시만, 아주 잠시만 포기하면 다시 우리의 것이 될 겁니다.”

“흥! 한 번 독립을 경험한 식민지 노예들이 다시 노예가 되라고 하면 노예가 되겠습니까? 힘으로 하자고요? 아국은 그런 쓸데없는 데 힘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 대한 제국이 러시아를 멸망시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러시아는 잘 막아 내고 있는데 뭐가 그리 걱정입니까? 경제적인 지원만 계속해 준다면 최소한 3년은 버텨 낼 수 있을 겁니다.”

식민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대대적인 반격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절대 식민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승리한 것은 식민지를 사수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등, EU의 중추 국가들은 모두 해외 식민지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주장도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EU의 방침은 대한 제국이 시베리아를 향해 군사를 진군시킬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EU의 강대국들은 대한 제국이 쓸데없는 곳에 군사력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쾌재를 불렀다.

시베리아를 빼앗기면 러시아의 수비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실제로 1년 만에 시베리아를 점령한 대한 제국은 러시아 동부를 압박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당연한 일이었다.

“러시아에서 병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오만한 불곰 놈들이 병력을 지원해 달라고 하다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상황이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아랍의 움직임을 보십시오. 대한 제국이 외교적 압박을 가하자 곧바로 우리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베리아를 점령한 대한 제국은 팽창을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를 완전히 멸망시키겠다는 듯,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무려 400만에 가까운 대군을 동원하였다.

오직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400만 대군을 쏟아부은 것이다.

전 국민을 동원할 기세로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러시아에게도 400만의 대군은 막기 어려웠다.

EU가 최대한 지원을 해 줬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러시아는 결국 자존심을 포기하고 EU에게 병력 지원을 구걸하였다.

그만큼 러시아의 상황은 심각하였다.

대한 제국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러시아 정부의 강압적인 수탈과 징집에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EU에서는 이번에도 의견 대립으로 시간을 낭비하였다.

연합 세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 셈이었다.

결론적으로, EU는 대한 제국을 상대로 악착같이 버티던 러시아가 무너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 때문에 러시아가 멸망했습니다! 50만, 단 50만만 지원했더라면 어떻게든 버텼을 것을!”

“그게 왜 우리들 때문입니까! 우리가 러시아에게 지원한 자원이 얼마나 많은데! 폴란드야말로 러시아를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가 뭘 했냐고요? 10만의 군대를 지원했습니다! EU에서 나 몰라라 구경만 하여서 폴란드의 자체 병력으로 지원했다는 말입니다!”

“고작 10만을 지원했다고 유세는. 결국엔 그 10만이 한 거라고는 몰락했던 러시아 황가를 지켜 낸 것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러시아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EU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며 분열을 일삼을 뿐이었다.

* * *

EU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대한 제국이 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군사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대한 제국의 황제인 호영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뒤 군부 장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를 점령하였으니 이제 충분하다. 진군을 멈추고 러시아를 안정시켜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러시아 전선에 나가 있던 제국군은 러시아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즉, 러시아 지역을 통해 동유럽을 공격하지 않은 것인데, EU로서는 실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EU의 사정으로 봤을 때 제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러시아처럼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영은 딱히 EU의 사정을 생각해서 진군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대한 제국의 사정 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거듭된 전쟁으로 대한 제국도 역량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었다.

그동안 동원된 군사력만 해도 천만이 넘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 천만의 병력 대부분이 유저들이긴 하나, 어쨌든 장정들로만 천만에 달하는 인구가 빠져나간 상황이었으니 제국으로선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넓어진 전선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시베리아에 이어 러시아까지 점령을 한 상황.

단순히 크기로만 따지면 거의 대륙에 버금가는 영토를 차지하였으니 제국으로서도 통치에 어려움을 느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반발 세력을 찍어 눌렀지만 곳곳에서 여전히 마적 떼를 비롯한 게릴라 유격대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러시아를 되살리는 작업도 자원을 소모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그야말로 광기에 휩쓸려 대한 제국에게 저항하였던 러시아의 말로는 실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집계된 피해만 따져도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죽었을 정도인데, 적어도 1년간은 대한 제국이 책임지고 러시아인들을 먹여 살려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이유 외에도, 새로 얻은 영토가 지나치게 광대하기 때문에 또다시 영토를 확장하는 것에 무리가 따르기도 했다.

무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대한 제국은 언제나 그래 왔듯 확실하게 다스릴 수 있는 영토만 자국의 영토로 삼는 나라였다.

지금은 행정력도 부족하고 물자나, 점령지를 다스릴 병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영토 욕심은 자제하는 것이 좋았다.

“따라서 러시아는 원나라에게 할양한다.”

“러시아를 원나라에게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대신, 중앙아시아는 제국의 영토로 삼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러시아의 영토 또한, 원나라에게 내주는 결정을 내렸다.

원나라가 지배하고 있던 중앙아시아는 대한 제국이 갖고, 동쪽으로는 우랄 산맥까지, 남쪽으로는 볼가강까지 원나라가 갖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나라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솔직히 원나라는 나라를 존속한 것만으로도 아국에게 감사해야 할 처지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를 우리가 갖는다면 EU와 국경을 맞대야 하니, 당연히 군사적인 부담을 증가하게 된다. 최소 200만 이상은 러시아 전선에 배치해야 되지. 이러면 아국으로서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원나라를 러시아에 정착시켜 아국의 방파제로 삼는 게 훨씬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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