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35화 (335/345)

# 335

“폐하, 아무래도 지금 당장 원나라를 지원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원나라는 패배를 선언하고 말 것입니다!”

두 나라의 전쟁이 발발하고 불과 이주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비보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원나라의 수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나라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음을 알려 주는 소식이었다.

“테무르는? 아직도 지원이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있나?”

“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였습니다.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정도는 초원의 힘만으로 꺾을 수 있다고 자신 있어 합니다.”

“무모한 건지, 아니면 따로 무슨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군.”

호영으로선 제발 테무르에게 거창한 계획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대로 원나라가 패배한다면 대한 제국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손해이기 때문이다.

‘미주 대륙의 만주국도 마찬가지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와 만주국의 전쟁은 일종의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리전에서 패배한다면 대한 제국의 영향력은 감소하게 될 거야.’

EU와 대한 제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대리전.

원나라가 이긴다면 중립을 표방하는 나라들이 대한 제국의 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러시아가 이긴다면 EU의 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라도 더 많은 나라를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기에 두 나라의 전쟁은 대한 제국에게 있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테무르가 원하지 않으니 군사를 보내지는 않는다.”

“폐하! 테무르는 그저 만용을 부리는 것입니다. 이대로 원나라가 패배한다면 대한 제국의 위신은……!”

호영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대신, 화경 고수들을 비밀리에 파견한다.”

그 말에 대소 신료들은 여러 반응을 내비쳤다.

“화경 고수들을 말입니까?”

“몇 명이나 파견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확실히 화경 고수들이 파견한다면 만약을 대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이 놀라거나 긍정의 반응을 내비쳤지만, 몇몇 이들은 아주 강경한 반응을 내비치기도 하였다.

“차라리 러시아의 차르를 암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7회 차에서도 그랬지만, 화경 고수들을 동원하면 그 누구도 암살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원나라를 집어삼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따위에게도 밀리는 약소국 따위, 제후국으로서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역시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별의별 의견이 나오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원나라를 집어삼키자는 주장까지 나올 줄이야.’

제후국들은 대한 제국의 변경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개였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나라를 통째로 빼앗는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러시아의 차르를 암살하자는 주장은 나름 쓸모 있는 것 같았다.

호영이 생각하기에도 S랭크의 무인들을 원나라를 지키는 데 사용하는 것보다 적의 수장을 제거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다만, 차르를 암살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화경 고수를 잃게 된다.’

대한 제국에 S랭크 무인의 수가 많아졌다지만 그래도 한 명, 한 명이 결전 병기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자면 S랭크 무인의 숫자는 지금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다, 일단 써 보는 게 낫겠어.’

7회 차에서도 나름 S랭크 무인을 잘 활용했다지만 지금에 와서 본다면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다른 통치자와 다르게 그는 본인이 S랭크 무인이기 때문에 경호가 한결 여유롭다고 볼 수 있었다.

굳이 많은 수의 S랭크 무인을 경호로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호를 최소한으로 두고 S랭크 무인을 활용했다면?

이미 8회 차의 대한 제국은 세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굉장히 과장된 이야기였지만, S랭크 무인의 위력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번 회 차에서는 S랭크 무인의 수가 한결 여유가 있으니 적어도 7회 차보다는 자주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짐이 생각하기에도 화경 고수들은 원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러시아 차르를 암살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패한다면 EU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성공해도 대한 제국의 위신이 많이 추락하지 않겠습니까? 원나라가 멸망하는 것보다 오히려 위신을 잃을 것 같습니다만.”

강경론을 주장했던 신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료들은 차르 암살에 반대하였다.

암살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한 제국의 국격이 추락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어차피 7회 차에서 이미 대한 제국은 타국의 지도자를 여러 번 암살하였다. 지금에 와서 도덕적으로 행동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뜻이지.”

그는 왕도를 걷는 자가 아니었다.

이미지를 어느 정도 신경 쓰기는 하였지만 호영이 가장 중요히 여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효율성이었다.

효율적이라면 위신이나 국격의 손상을 감수하더라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호영이 생각하기에 차르 암살이 성공할 경우, 위신은 잃게 될 수 있어도 중립을 표방하는 국가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7회 차에서도 대한 제국은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을 암살하였지만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불만 한 번 표출하지 못했다.

언제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 알 수 없으니 두려워서라도 대한 제국에게 불만을 표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EU의 반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그들과 우리 대한 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사이니까.”

차르 암살이 성공한다면 EU는 분명 세계 여론을 주도하여 대한 제국을 악의 제국이라 선동할 것이다.

어쩌면 러시아의 복수를 한답시고 호영을 암살하려 들 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호영에게 있어 EU는 이미 적이었기에 그들의 반발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EU가 무슨 짓을 하든, 힘으로 압도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뜻대로 하시옵소서, 황제 폐하!”

반대를 표하던 신료들은 이내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외쳤다.

어떤 결정이든 호영이 결정을 내렸으면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일.

신료들은 충성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호영의 결정에 순복하였다.

“한데, 차르 암살에는 누구를 보내실 계획입니까?”

“최연소 10대 고수, 청룡창과 삼한 제일검, 이방지 그리고 완씨 삼형제를 보낼 생각이다.”

“완씨 삼형제라면…… 한족이 아닙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지?”

호영이 정색하는 얼굴을 하자 완씨 삼형제를 거론했던 신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다 이내 절을 하며 외쳤다.

“소, 송구합니다!”

이제 한족도 대한 제국이 포용하는 민족 중 하나였다.

더 이상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신료도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호영에게 절을 하며 사죄하였다.

‘쯧.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한족에 대한 차별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워낙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보니 중국 유저나 한족에 대해서도 감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주의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호영은 결국 경고하는 식으로 일을 마무리하였다.

이런 문제는 굳이 공론화해 봤자 득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차르 암살에는 이 다섯 명을 보낼 테니 그렇게 알도록.”

청룡창과 이방지, 그리고 완씨 삼형제.

차르 암살에는 이 다섯 명을 보내기로 하였다.

한 나라의 암살에 보내는 숫자치고 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숫자지만, 다섯 명 모두가 S랭크 무인이란 점을 생각하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숫자였다.

‘러시아의 비기가 제아무리 대단해도 화경 고수들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애초에 호영은 러시아의 비기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도 않았다.

일반인에게는 대단히 느껴질 수 있겠지만 호영 같은 강자들에게는 그저 같잖은 잡기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세계 전쟁

“이제 와서 지원을 요청하다니.”

북미 대륙이 국지전을 거듭하며 일진일퇴를 반복한다면, 원나라 같은 경우는 러시아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서로를 멸망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승기는 러시아에게 완전히 넘어간 상태였다.

전쟁이 발발한 지 이주도 채 지나지 않아 수도를 빼앗긴 원나라는 결국 카자흐스탄에 해당하는 광활한 영토를 전부 빼앗긴 채 남쪽으로 밀려난 것이다.

“신장 지역의 군단들에게 출정 명령을 내립니까?”

“아니.”

“하면?”

“기다린다.”

국방장관, 나한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원나라를 길들일 수 있겠느냐?”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원나라가 러시아에 의해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원나라의 영토는 무척이나 넓었다.

지금까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계속 후퇴를 거듭하였는데도 아직 남아 있는 영토의 크기가 웬만한 국가들보다 훨씬 넓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대로 대한 제국이 계속 방관한다면 원나라는 러시아의 손에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사분오열하여 멸망할 수도 있었다.

몽골 민족이 주류가 되어 건국한 원나라는 유목국가라 할 수 있었고 유목 민족의 애국심과 조직력은 상대적으로 허술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곧 차르 암살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

“차르가 암살되면 러시아군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때 참전하면 일거양득이다.”

호영의 말에 나한일이 탄성을 질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차르 암살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보다 좋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절대 없을 거다.’

마법도, 무공도, 신성력도 모든 게 어정쩡한 러시아 따위가 S랭크 무인, 그것도 무려 다섯 명의 S랭크 무인들이 암살하려 하는데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암살이 아니라 대놓고 공격해도 러시아는 막을 방도가 없지 않을까?

뭐 다섯 명을 죽이겠다고 수십만의 병력을 동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폐, 폐하. 러시아로 파견한 화경 고수들이 모두 전사하였습니다!”

얼마 뒤, 러시아에서 호영이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차르 암살에 대한 결과가 나온 셈이었는데, 결과는 호영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당연히 차르 암살이 성공할 것을 기대하였는데, 화경 고수들이 모두 전사하였다는 소식만이 달랑 전해진 것이다.

“모두 죽었다니. 어떻게 화경 고수들이 전부 죽을 수 있단 말이냐!”

“소, 송구합니다. 아직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게 노기를 터뜨린 호영이지만 전령에게 화를 내 봤자 의미가 없었다.

호영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는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겪은 실패에 감정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차분함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럼 차르를 죽이는 것은 성공한 것이냐, 실패한 것이냐?”

가까스로 차분함을 되찾은 호영이 전령에게 묻자, 전령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게 죽이기는 죽였는데, 진짜가 아니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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