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33화 (333/345)

# 333

몽골 전사를 대규모로 뽑아 테무르를 지원하는 동시에 몽골과 만주의 인구를 빈 땅이 많은 강남으로 이주시켰다.

그 나름대로 철저하게 소빙하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비만 잘한다면 제국이 이득을 볼 일도 많아지겠군요. 이를테면, 식량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획득한다든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뭐, 이후의 황제들이 어떤 이들일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 100년 동안 황위에 올랐던 제국의 황제들은 전부 유능한 이들이었지 않습니까? 믿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 제국에만 존재하는 황위 쟁탈전의 영향으로 능력이 없는 황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황위에 오르는 이들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황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본 이상의 능력은 가지고 있는 자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후대의 황제들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회 차의 가상 적국은 누구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보아하니, 미국은 다음 회 차에서도 세를 떨치기 힘들 것 같은데.”

“가상 적국은 당연히 유럽 열강들이 되겠지. 이미 유럽 열강들과의 그레이트 게임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유럽이라……. 제삼세계에서도 센추리 유저 수가 급증하고 있다던데, 그들은 경계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인도만 해도 중국에 비견되는 인구 강국이었다.

만약 인도에서 센추리가 조금만 더 흥행하였다면 대한 제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강국이 되었을지 모른다.

유저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강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인도가 아니더라도 남미나 아프리카 등도 국토 면적이나 자원을 볼 때 충분히 열강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역시 유저 수가 늘어난다면 8회 차에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보면 유럽 열강들보다 훨씬 위협적인 것이다.

“제삼세계의 약진은 제후국들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동남아의 속국들도 있으니 말이야.”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애초에 한국이 진출하지 않은 땅이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유일하게 우려가 되는 곳은 인도였는데 황자 대비가 세운 제후국이 인도를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정복 전쟁을 지원해 준 이유도 제국의 변방을 지키라는 의미가 컸으니 말이다.

“하면 폐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유럽만 대비하면 되겠군요.”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 그중에서 러시아를 가장 경계하는 그였다.

8회 차부터는 철도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위협적이었다.

‘더군다나 함선도 발전되어 유럽과의 거리가 오늘날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만약 다툴 일이 생긴다면 7회 차에 그랬듯, 경제적으로 또는 외교적으로 다투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전면전까지는 아니어도 큰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였다.

8회 차의 유럽 열강들은 7회 차처럼 만만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호영으로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지를 개혁하여 상업을 발전시키고 조선소를 크게 세우는 이유도 바로 유럽 열강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 * *

7회 차가 끝나 가는 동안 현실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대통령도 그대로였고 로열 그룹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그대로였으며 호영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권위 역시 그대로였다.

물론 중국 내전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는 하였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폭동들도 중국 내전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몰려오는 중국 난민으로 인한 국내외의 사태들도 당연히 중국 내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급작스러운 경제 변화나 외교 변화 등도 중국 내전에서 비롯된 일이라 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호영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일은 별로 없었다.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이 세계정세나 동향에 대해 묻고자 호영을 자주 찾아온 것이 영향이라면 영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와 군부에서도 가끔씩 찾아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권력자들이 호영을 찾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었기에 그리 특별히 여길 일도 아니었다.

결국, 7회 차가 끝나 가는 동안 호영의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온전히 센추리에 집중할 수 있었어.’

호영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센추리였다.

이전 회 차에서는 중국 정부로 인해 센추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지만 7회 차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간섭이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센추리를 진행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7회 차에 그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놀랍기 그지없었다.

‘대씨 일족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했다. 이대로라면 8회 차에는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대씨 일족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어.’

김성근, 오다, 순해, 곽거운, 나대보, 황보균, 윤관, 테무르 등등 대한 제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명장들이 자신의 사병이나 아니면 용병들을 동원하여 타국을 침략하였는데,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일단 인도차이나반도의 30%에 달하는 영토를 명장들이 차지하였고,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이나 조그만 섬나라 같은 경우는 아예 땅 전체를 차지해 버렸다.

이 중에 테무르의 활약이 놀라웠다.

제국의 지원이 집중됐다고는 하나, 그가 중앙아시아를 거의 다 차지해 버린 것이다.

남으로는 아랍 세력 및 인도 세력과 북으로는 러시아제국과 맞닿을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였으니 영토로만 따지면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아무튼 이런 무장들의 활약은 호영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 주었다.

왜냐하면 무장들은 스스로 왕이 되어 독립한 것이 아니라, 황자를 전면에 내세워서 제후국을 만들었던 것이다.

왕이 된 황자들의 권력이 어떤지는 호영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대씨 일족이 중앙아시아 전체와 동남아시아에서 상당한 지분을 얻었으니 대씨 일족의 아바타를 사용하는 호영으로선 엄청난 이득이 아닐 수 없었다.

업적 점수도 업적 점수지만 ‘왕의 권한’에서 업그레이드된 ‘황제의 권한’ 같은 스킬이나, 아바타 선택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8회 차는 어떻게든 내 세상으로 만들리라.”

호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렇게 다짐하였다.

* * *

철혈의 지배자라 불리는 러시아제국의 차르 앞에 국적이 다른 네 명의 사내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유럽에서 4강이라 불리는 강대국의 사신들이었다.

“러시아제국에서는 곧 농노해방령을 실시하여 산업화를 가속시키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영국의 산업화가 가장 우수하니, 본국에서 러시아제국의 산업화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러시아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식량도 대규모로 지원해 드릴 것입니다.”

“프랑스도 아주 강력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유럽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샤스포 20만 정에 탄약 500만 발을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독일에서는 포병 자원이 우수합니다. 크루프 후장전포 100문을 지원하고 자문단도 파견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스페인에서는 진귀한 아티팩트들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남미의 희귀한 자원으로 만들어진 아티팩트들을 말입니다.”

네 명의 외국인들은 마치 종속국이 종주국에게 공물을 바치는 것처럼 강력한 무기나 식량, 물품 등을 러시아제국의 차르에게 상납하였다.

이것은 실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이 외국인들의 본국은 수백 년간, 러시아를 미개한 야만인 취급하였던 유럽의 강대국들이었으니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그때, 러시아제국의 차르가 대소를 터뜨렸다.

이 보기 드문 광경이 그로서는 우습게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곧 웃음을 그친 차르의 얼굴에서 미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싸늘한 기운이 떠올랐다.

무섭기 그지없는 얼굴이 된 차르가 낮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지원을 해 줄 테니, 대한 제국과 싸우라는 건가? 마치 사냥개처럼?”

“…….”

외국인들은 그런 차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하였다.

차르의 표정을 보고 두려움에 질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차르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부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

“재밌군! 아주 재밌어! 하하하하하!”

다시 대소를 터뜨리는 차르였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눈에는 여전히 광폭한 살기만이 담겨 있을 따름이었다.

“몇십 년이나 봐 왔으니 너희들도 나의 성격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아. 네놈들이 유럽의 강대국이라 해도, 아니 설령 신이라 해도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쾅!

웃음기를 지운 차르가 팔걸이를 내리치며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스페인의 사신이 몸을 움찔거렸고, 독일의 사신은 심기가 불편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분위기가 다운되었을 때, 프랑스와 영국의 사신들이 말문을 열었다.

“차르 폐하, 이것은 결코 강요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같은 유럽의 국가로서 서로에게 이익이 될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맞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대한 제국의 팽창을 경계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대한 제국의 위성 국가인 원나라만 아니었다면 8회 차의 러시아는 훨씬 더 강대한 나라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차르 폐하, 저희와 힘을 합치시지요. 대한 제국과 혼자 맞서는 것보다 저희와 함께 맞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영국과 프랑스가 이렇게 저자세를 취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두 나라는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이었고 그만큼 자존심이 강한 나라들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7회 차까지만 해도 미개하다느니, 야만적이라느니 온갖 비하를 할 정도로 무시했던 나라였다.

7회 차였다면 저자세를 취하기는커녕 고압적인 자세로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지시만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8회 차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과 프랑스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인 것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역 강국에서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러시아의 위상과 국력은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다.

당장 인구만 해도 그렇다.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인구가 많지 않은 유럽의 강대국들은 많아 봐야 5천만에 불과한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 같은 경우는 인구가 2,500만에 불과하여, 아시아의 지역 강국과 비교해도 오히려 인구에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경우는 9천만에 달하는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대한 제국만큼은 아니어도 세계에서 열 번째 정도의 인구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구가 늘었다고 위상과 국력이 이 정도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구만 많은 나라들이야 아시아에는 많이 있었으니 말이다.

러시아가 세계열강으로 손꼽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동양 무공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러시아만의 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방의 마법과 동방의 무공으로 세계가 이분되어 있는 게 요즘 세상이었다.

총기나 과학이 발전하는 만큼 마법과 무공도 발전하기 때문에 두 비기는 여전히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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