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16화 (316/345)

# 316

“인구뿐만이 아니라, 경제력이나 군사력의 발전도 상당합니다.”

4억의 인구에 중국이라는 풍요의 땅을 차지한 대한 제국이다.

마치 중세 중국이 그러했듯, 세상의 금과 은을 빨아들이고 있었는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군사력도 자연스럽게 발전하였다.

규모야 200만 정도이지만, 전원이 직업군으로서 사기나 훈련 수준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 불가 수준이었다.

무공 수준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한 제국의 지배계급인 한국인들은 의무교육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무공을 익혔기에 장교들은 전부 무공을 익힌 상태였다.

몽골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부사관 계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수준이 낮은 무공들일지언정 전투 병과에 소속되어 있는 부사관 대부분이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특수부대 같은 경우는 이등병까지 삼류 이상의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기술적인 발전은 크게 없다는 거야.”

“예. 그건 소신도 아쉽게 느껴집니다.”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기 때문일까?

인재가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이 더디기 그지없었다.

‘연구소에서 이야기한 대로라면 서양 열강들은 벌써 18세기에 접어들었다는데…… 한국은 여전히 중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유럽의 열강들이나 북미의 열강들에서는 벌써 여러 방적기가 개발되면서 슬슬 공장제라는 새로운 노동 분업 체계가 만들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또한 총이나 강철의 발전도 놀라워서 ‘문명의 한계’가 풀리면 유저의 도움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산업혁명의 단계에 접어들 것 같았다.

마정석이라는 동력원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이니,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실제 역사보다 훨씬 놀라운 발전을 보일 것이고 말이다.

물론 총기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서양의 열강들도 여전히 전장식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회귀 전에 그랬듯, 볼트 액션식 소총은 8회 차가 되어야 등장할 것이리라.

그러나 어쨌든 기술이나 마법적인 측면에서는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이번 회 차에 기가스가 만들어질 것이야. 8회 차 때 거의 탱크 이상의 활약을 했다는 바로 그 기가스가 말이지.’

이번 회 차에서 한국이 상정한 가상 적국은 미국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센추리에서라도 어떻게든 미국을 꺾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하지만 미국이 비록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에는 발전된 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육지로 이어져 있다면 대한 제국의 국력으로 분열된 미국쯤이야 쉽게 점령할 수 있겠지만 미국과 한국의 사이에는 태평양이 존재하였다.

아무리 한국이 강국이라 해도 지금의 시대에서는 태평양이란 바다를 건너서 미국에 무력을 투사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우리를 귀찮게 할 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지.”

비록 기술의 발전이 예상보다 더뎠지만 대한 제국이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제국의 힘이라면 태평양을 넘어 미국을 점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터.

그렇지만 지금 당장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6회 차에는 명나라란 강적이 존재했듯, 7회 차에도 대한 제국의 적이라고 할 만한 세력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귀찮게 할 자들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식민지를 만들겠다며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유럽 열강들과 종교 세력들, 그리고 강남에서 활개 치는 흑사회니, 태평천국이니, 천지회니 하는 불법 단체들을 말하는 거다.”

다행히 7회 차에는 6회 차 때 겪었던 명나라 같은 막강한 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청나라가 여전히 강대국으로서 상당한 국력을 자랑하고 있고 러시아가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지만 청나라 같은 경우는 황실이 호영에게 우호적이었고 러시아 같은 경우는 철도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위협적으로 볼 수 없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도 나름대로 국력을 신장시키기는 했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도 한국을 어찌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애초에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한 제국의 천하 질서에 순응하고 있기도 하였고 말이다.

하나 막강하지는 않지만 ‘귀찮은’ 적들은 분명 존재하였다.

호영이 말했던 유럽의 열강들과 종교 세력 그리고 강남의 비밀 결사들이 바로 그 귀찮은 적이었는데, 이들의 존재로 인해 지금 당장 미국에 진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막강하지는 않지만 대한 제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실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신경 쓰이는 적들이긴 하군요. 특히 종교 같은 경우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원재의 말에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센추리에 있는 종교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종교의 명칭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실제 종교 교리나, 신앙 체계, 교회 제도 같은 것들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이슬람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교의 이름은 모두 똑같다는 뜻이었다.

종교의 이름이 같다 보니 세 종교가 대한 제국에 진입하였을 때, 한국 유저들도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한 제국을 향한 유저들의 충성심은 믿고 있지만 신앙심이란 것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앞으로 유럽 열강들은 종교를 무기로 삼아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거야.”

“예, 실제 역사에서 그랬듯, 센추리에서도 똑같이 따라 할 겁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마법도 무공도 어중간하니, 유럽 열강들의 공세를 이겨 내기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 열강들에게는 신성력이란 무기도 가지고 있으니 더욱더 버거움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문제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의 속국이나 다를 게 없는데 이들을 내팽개치고 미국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유럽 열강들의 동남아 진출은 무시하자면 무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동남아로 진출해 봤자 한국을 어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게 구축하였던 동아시아의 천하 질서가 무너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동아시아는 사실상 한국의 영역권이나 다를 게 없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지역 강국들조차 한국의 속국을 자처하는 상황이었으니 누구든 동아시아가 한국의 영역임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유럽 열강의 식민지 건설을 방관한다면?

대한 제국이 어렵게 구축한 천하 질서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물론 한국이 방관한다고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이 유럽 열강에 100% 무너진다는 뜻은 아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그렇게 꿀리는 나라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재가 말했던 것처럼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마법도 무공도 어중간한 편이고, 신성력은 아예 사용할 줄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반면 유럽 열강들은 마법과 신성력이란 두 가지 힘을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인구가 상당하니, 7회 차에 바로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100년의 세월을 버티지 못할 것은 분명하였다.

남미의 일부와 인도의 일부 그리고 아프리카 일부를 식민지로 삼은 유럽 열강들의 탐욕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러했다.

그렇기에 호영으로선 유럽 열강들의 행태를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따끔하게 혼을 내든, 아니면 협정을 하던 아시아에서 활개 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7회 차에는 그래도 중국 정부가 없어서 쉽게 갈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호영도 그 말에 동의하였다.

4억이란 인구를 가졌고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졌으니 7회 차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7회 차가 되니 정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직 미국에 진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앞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특히나 지금으로썬 청나라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천지회 같은 반청복명을 표방하는 단체들이 문제란 말이야.’

유럽 열강들이야 지금 당장은 ‘잠자는 사자’인 한국을 두려워한 채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강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지회나 흑기군, 태평천국 같은 비밀결사 조직들은 언제 들고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당장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6회 차의 명나라를 재건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중국 유저들의 경우는 강남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북에도 상당한 숫자의 유저들이 남아 있었기에 언제 천지회 같은 단체가 생겨날지 모른다.

100년이란 시간 동안 어렵게 안정시켰던 제국의 통치 체제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정보력을 갖추는 게 가장 시급해. 유럽 열강들이 언제 동남아를 공격할지, 그리고 반청복명을 주장하는 자들이 언제 봉기를 일으킬지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하니까.”

“예, 황실 정보부를 비롯한 정보 조직들에게 최대한 빨리 세계적인 정보망을 조직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미국에도 신경 쓰도록 하고. 우리의 목표는 결국 미국이다.”

“물론입니다. 미국 동부는 몰라도 중부까지는 최대한 정보망을 갖출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원재의 자신감 넘치는 답변에 호영은 그제야 인상을 폈다.

비록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불만스럽지만 어쨌든 그에게는 로열패밀리가 있으니 북미 진출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 * *

흑기군의 수장 유영복에게 유생으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걸었다.

“중원의 영웅호걸들이 반청복명을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봐, 나는 반청이면 몰라도, 복명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을 텐데?”

“아, 실례했습니다.”

유생은 유영복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였다.

중국 정부가 저지른 만행으로 유영복처럼 명나라의 부흥을 꺼려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청나라를 무너뜨리기 전까지야, 어쨌든 힘을 합치겠지만 명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는 토사구팽 할 수밖에…….’

백면서생의 얼굴을 한 채 속으로는 무서운 생각을 품는 유생이었지만 유영복의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놈들이 명나라를 세우기 전에 내가 먼저 초나라를 세워 중화의 적통이 될 것이다.’

이렇게 유영복과 유생은 동상이몽을 하면서도 반청의 기치에는 동조하였다.

두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도 바로 반청을 위해서였다.

“남궁 세가를 비롯하여 풍삼사, 왕이문 등이 이번 거사에 동조하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말했던 화경급의 무인은?”

“황 공을 불렀습니다.”

“호오. 황개가 왔다고?”

그들이 준비한 거사는 다름 아닌, 청나라 황제를 시해하는 것이다.

즉, 청나라 황제를 암살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거사였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청나라 황제를 암살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정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수준급의 무인이 꼭 필요하였다.

다행히도 정보 같은 경우는 유저 출신의 환관들이 있어 어떻게든 얻어 내는 게 가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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