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14화 (314/345)

# 314

통치를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호영은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는 일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기껏해 봐야 남작이란 작위가 최고였던 호영이다.

야전 사령관으로서 나름 활약했던 적도 있었지만, 나라를 경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회귀 이후에 왕으로서 또는 황제로서 나라를 경영해 왔지만,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소박했다.

1억은커녕 수천만의 인구를 다스린 경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데 지금은 1억을 넘어 무려 3억이란 인구를 다스리는 거대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스스로 범인이라 생각하는 호영으로선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곳의 민심도 북경과 비교하면 어떤 것 같나?”

호영은 살짝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사실, 북경의 경우는 지금까지 올라오던 보고가 워낙 좋아 호영도 아주 조금은 기대하고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다른 곳의 경우는 아무래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지도자이건 간에, 2년 만에 강북 전체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북경 인근은 민심이 대단히 안정적입니다. 아마 북경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아래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 그래?”

북경과 비슷하다면 무척이나 후한 평가였다.

지금 북경은 한반도나 만주에 있는 도시들과 거의 엇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제국의 통치에 순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악을 일삼던 만주족이 사라지고 산적질을 하던 오크 족까지 완벽하게 말살시켰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북경 근처에 거주하는 한족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끼면 느꼈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강북의 한족들이 만주족의 통치에 불만을 내비친 것은 단지 만주족이 이민족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는데, 만주족은 기본적으로 야만적인 습성이 강했다.

사냥한답시고 민가에 피해를 준다거나 약탈혼을 하여 강제로 여자를 취하는 둥, 오랑캐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지배계급이 된 한국인들은 달랐다.

만주족보다 훨씬 문명화되었기에 야만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법규를 준수하기도 하였다.

“한데 북경 근처의 한족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 이외에 거주하는 한족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저항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저항까지는 아닙니다. 단지 불만을 드러내는 곳이 일부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이, 이미 보고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한족들은 불만을 표출할 힘이 없습니다.”

원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민심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하였다.

대한 제국의 지배에 100% 순응하는 것은 아니어도, 우려할 단계는 아니란 뜻이었다.

“청나라처럼 당할 일은 없다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청나라야 지배계급인 만주족의 인구가 기껏해 봐야 1,300만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지 않았습니까? 몽골족까지 합치면 간신히 2천만이 될 것이고 말입니다. 하나 대한 제국의 인구는 무려 1억이나 됩니다. 청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강북에 있는 한국인의 수는 고작해야 1천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대신, 몽골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한족들 중에서 한국인으로 전환될 인구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 봉건제의 실시로 통치해야 될 인구가 분산되었습니다.”

호영은 원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2년 동안 강북의 통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던가?

그의 노력을 생각하면 강북의 민심이 안정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100년 뒤까지는 문제없겠군.’

북경의 민심은 안정적인 것을 넘어 한국에 호의적이었고 지방의 민심도 대단히 안정적이었다.

물론 봉건제를 실시한 영지의 경우 치안이 어지럽거나 민심이 흉흉한 곳도 분명 있었지만 그거야 제후들이 감당해야 될 문제였다.

“이제 돌아가자. 봐야 할 것은 다 본 것 같다.”

마치 6.25 때 그러했듯, 야외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한족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호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북경의 민심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6회 차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 * *

오랜만에 7인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망년회를 개최한 것이다.

“아드님은 건강하십니까?”

술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충구가 불쑥 호영에게 물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다행입니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남의 자식이 건강하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충구를 보며 호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오버라니요!”

갑자기 충구가 호들갑을 떨었다.

“센추리도 중요하지만 센추리보다 중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기반은 전부 로열 그룹에 있습니다. 당연히 로열 그룹의 후계자가 건강한지, 잘 자라고 있는지는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로열 그룹의 황태자가 탄생하여 그룹의 안정과 내실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드님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은 상당합니다.”

충구의 호들갑에 허영만이 동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황태자’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말이다.

‘누가 보면 내가 현실에서도 황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겠군.’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 역시도 충구와 허영만의 말이 허튼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열 그룹은 주주가 분명 존재하지만 지분 90% 이상이 호영의 것이라, 어떻게 보면 개인 기업과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개인 기업에서 사장 또는 회장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로열 그룹 같은 대기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호영이 갑자기 죽거나 의식을 잃는다면?

조금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국 전체가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말이다.

그렇기에 후계자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하였다.

호영에게 자식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그가 부재할 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내 아들은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호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후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하였어.”

“예. 센추리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중국 내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 않습니까?”

“내년이 돼도 안 끝날 것 같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저로서는 중국이 이대로 분열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충구의 말에 7인회 전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인 중국의 내전.

중국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불행이겠지만 적어도 한국인들만큼은 중국의 내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중국은 한국과 전쟁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국민들 대부분이 중국의 내전을 ‘꼴좋다.’라는 식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인들의 피해가 TV나 신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중국을 동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근데 중국의 일 때문에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장성들이 나를 자주 찾아오더군. 대통령이나 미국에서도 중국에 관련된 문제로 계속 귀찮게 굴기도 했고 말이야.”

호영은 어디까지나 게임 유저에 현실에서는 대기업 회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다.

특히 중국과의 충돌 이후로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늘렸는데, 돈의 위력으로 장성들이 이제는 대통령이 아닌 호영의 눈치를 보다 살필 정도가 되었다.

군대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무튼 호영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지게 되니, 이제는 외교 문제까지 호영에게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경계해야 될 대통령조차도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을 정도였다.

“요즘엔 난민 문제나 중국 군인들의 귀순 문제까지 회장님과 상담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래. 구호 식품에 관한 일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까지 나와 상의하려 들더군. 내가 무슨 비선 실세도 아니고 말이야.”

“뭐, 사실 따지고 보면 비선 실세 이상이지 않습니까? 정재계에서는 회장님이 중국의 내전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을 하고 다닐 정도인데 말입니다.”

충구의 말처럼 중국 내전을 기점으로 호영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정도가 되었다.

이제 정재계를 넘어 군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름이 크게 알려졌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거 때문에 미국의 간섭이 도를 넘어선다는 게 문제지.”

호영은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내일 제프 리처드라는 미국인과 약속이 잡혀 있었다.

당연히 호영에게 있어 좋은 만남은 아닐 것이다.

중국 정부와의 일로 뜻을 함께한 이후로 미국인을 만날 때마다 그는 항상 손해를 보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미국이라······. 확실히 그들의 영향력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센추리에서 북미에 진출하면 어느 정도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센추리에 어느 정도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센추리의 초강대국인 대한 제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현실에서도 미국의 간섭을 이겨 낼 만한 힘을 가져야 합니다.”

“어떻게요?”

“가장 간단한 것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겠죠.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확장한다면 미국도 우리를 조금은 배려해 주지 않겠습니까?”

로열 그룹은 거의 내수 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해외에 있는 사업장의 규모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로열 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수출이 월등하게 낮은 편에 속하였다.

워낙에 로열 그룹의 규모가 큰 편이었으니 말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쪽에 우리의 인맥이 있지 않습니까? 뭐, 센추리에서 비롯된 인맥이긴 하지만.”

“동남아는 요즘 소란스러운데 괜찮을까요?”

“소란스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않습니까? 오히려 우리가 자리를 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싶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동남아로 진출할 여건은 충분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화교 자본이 힘을 잃은 때는 없었으니 말이야.”

인도네시아에서는 얼마 전에 폭동까지 일어났는데, 화교 자본을 몰아내기 위한 폭동이었다.

그리고 주변 국가에서도 폭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마침내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화교 자본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화교 자본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중국이 내전에 휩싸이자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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