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
그 와중에 명나라는 공격군으로만 100만 대군을 구성하여 한국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말이다.
지금의 한국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나 다를 게 없었다.
안 그래도 내부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명나라를 홀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현실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의 계속된 압박으로 언론들이 로열 그룹을 조금씩 공격하고 있었고 정부도 점점 난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열패밀리의 멤버들 역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들어온 지 1, 2년밖에 안 되는 신입들은 절반 이상이 이탈하는 중이었다.
일본인들은 로열패밀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넘어 아예 배신하고 있었고 말이다.
‘만약, 나로 인해 역사가 변했다면? 그래서 중국 주석이 죽지 않는다면, 로열 그룹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겉으로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악화되는 상황에 호영도 초조함을 느꼈다.
그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중국 주석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역사는 바뀌었고, 중국 주석이 3월에 죽을 것인지도 이제는 확실하지가 않았다.
만약 그가 기대했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중국 주석이 3월이 다 되도록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일 수 있었지만 호영은 어쩌면 대한 제국의 수장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로열 그룹이 반으로 분열되거나 로열패밀리가 그를 쫓아내려 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었고, 실제로는 로열 그룹 및 대한 제국의 영향력 감소와 호영의 위상이 줄어드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무튼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미래가 그를 맞이할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기다리자. 아직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호영이 초조해하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월 중순이 되었다.
정확한 날짜는 3월 18일이었는데, 이날 호영은 자신의 창을 들고 명나라의 군사들과 한참을 싸웠다.
그는 대한 제국의 황제였지만 지금은 황제로서의 위신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군을 공격하고 있는 명나라의 군사 수만 100만이 넘는 상황. 수비를 철저하게 준비하였다지만 남의 땅에서 수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청나라 역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호영이 이끄는 한국군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황제인 그가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오늘도 겨우 막았군.”
“황제 폐하가 안 계셨으면 진즉에 뚫렸을 겁니다.”
부하 무장의 말에 호영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지휘부로 돌아와 참모들에게 물었다.
“현실에서 새로 들어온 소식은 없나?”
“딱히 특별한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언론사들이 우리 그룹의 통제에 벗어나려는 것이나 재벌들이 따로 모임을 많이 가지기 시작한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중국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가?”
“예. 계속해서 우리 정부를 전 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소식 이외에는, 다른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군.”
호영은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모양이었다.
슬슬 버티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폐하, 어떤 소식을 기다리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충구가 불쑥 물었지만 호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내저었다.
중국 주석이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었다.
‘만약에 중국 주석이 죽지 않을 수도 있으니, 조금씩 대비를 해야겠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말이야.’
지금까지야 중국 주석이 죽게 될 날만을 기다려 왔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바꾼 미래가 중국 주석의 죽음까지 바꿨을 수도 있으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폐하!”
호영이 속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구상해 나갈 때, 갑자기 그를 부르는 사내가 있었다.
재현이란 이름을 가진 참모였다.
“무슨 일이냐?”
“주, 중국 주석이!”
“주석이 어쨌다는 거야?”
“죽었답니다!”
“뭐?”
중국 주석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 호영은 잠시 온몸이 굳은 채 멍한 얼굴을 하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던 것이다.
“폐하! 들으셨습니까! 중국의 주석이 죽었답니다!”
“와! 난리도 아니네. 지금 뉴스에서 중국 주석의 이야기만 나오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 이것은 기회입니다!”
호영이 멍하니 굳어 있을 때 참모들부터 무장들까지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그들도 중국 주석이 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줄 아는 것이다.
“모두 진정해라.”
수하들의 소란에 호영도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일단 수하들을 진정시키고는 차분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황제와 다를 게 없는 권력을 소유한 주석이 죽었으니 이제 곧 중국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혼란은 명나라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될 터.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본국에서 추가로 병력을 파병시키는 것이다.”
명나라가 곧 있으면 혼란에 빠질 게 분명하다지만 고작해야 20만의 병력으로는 제대로 반격할 수가 없었다.
혼란에 빠져도 명나라는 여전히 강국이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후방에서 일어난 반란들은 이미 진압이 끝난 상태였다.
애초에 원정군이 고작 20만에 불과했으니 반란을 막을 여력은 충분하였던 것이다.
물론 일본이나 북조선 자치령이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였지만 주석이 죽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좋았다.
일본이나 북조선 자치령이나 중국 정부의 간섭이 없다면 대한 제국의 통제에서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 설마,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겁니까? 짱개 놈들이 당황하고 있을 텐데, 기회를 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영은 피식 웃었다.
누가 전쟁광 아니랄까 봐, 기회가 생기기 무섭게 반격을 부르짖는 김성근이었다.
“물론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은 아니다.”
“흐흐흐! 역시 그렇군요.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짓던 김성근이 곧바로 물었다.
“언제 공격하실 계획입니까? 참고로 소장은 반격에 나설 준비가 이미 끝나 있습니다!”
그런 김성근에게 호영이 짤막하게 말했다.
“오늘 야간에 반격한다.”
“······!”
잠시 후, 김성근의 입가가 양옆으로 쭉 찢어졌다.
야간 기습을 하겠다는 호영의 말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짓는 김성근이었다.
* * *
김성근만 반격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호영도 애타는 심정으로 반격의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만약 중국 주석이 열흘 안에 죽지 않았다면 그는 무작정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중국과 명나라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중국 주석의 죽음이 전해지자, 호영은 더 이상 웅크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 역전을 준비하기 위해 추진력을 모으려는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첫날의 반격은 야간 기습이었다.
중국 주석의 죽음으로 명나라군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었을 때, 호영이 3만의 정예를 이끌고 명나라 군영을 공격하였다.
만약에 주간이었다면, 그리고 중국 주석의 죽음으로 인한 혼란이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정예 군단이 동원되었다 해도 3만에 불과한 병력으로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호영이 기습한 명나라 군영에는 무려 30만이 넘는 대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명나라군의 혼란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명나라군은 최고 사령관부터 말단 군관들까지 유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도 중국 정부 또는 공산당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들로 말이다.
본래라면 야간 공격을 받는 순간, 현실에 연락하여 통제를 받았을 거다.
중국 정부 역시 로열 그룹처럼 현실에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황제와 다를 게 없는 권력의 소유자가 죽자, 중국 정부가 설치해 놓은 컨트롤 타워는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순간에 센추리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여력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명나라 군영이 혼란에 빠지니, 고작 3만의 군대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하지만 호영의 공격은 그게 시작이었다.
첫날에 야간 습격으로 명나라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힌 호영은 그 뒤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였다.
별동대를 구성하여 후방의 명나라군을 타격하기도 하고, 심지어 호영과 준기가 직접 적의 사령관을 암살하기도 하였다.
이 역시 명나라군의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전쟁의 흐름은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청나라군이 내부 정리를 끝내고 명나라와의 전쟁에 집중되고 난 이후에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되었다.
“모조리 죽여라.”
수성에만 집중하던 한국군과 청나라군은 어느덧 명나라의 성을 함락하기 시작했다.
아직 본국의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열 개의 성을 함락시킨 상황.
그리고 오늘도 또 하나의 성을 함락시켰다.
난창이란 이름을 가진, 거대 도시였다.
“이곳의 백성 수가 10만이 넘는데 모조리 죽입니까?”
“죽여라.”
“언론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비록 센추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나, 학살자라며 떠들어 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언제 언론의 눈치를 봤지?”
“······.”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모조리 죽여라.”
“······알겠습니다.”
호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10만이 넘는 난창의 백성들을 죽이라 명령했다.
현대였다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학살을 지시한 것이다.
‘중국을 지배하려면 칭기즈칸처럼 잔인해야 한다.’
전쟁 초기, 한창 남진을 거듭하던 때 한국군과 청나라군은 난창 성을 함락하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수비군이라고 해 봐야 고작 1, 2만에 불과하였던 난창 성. 기세가 오른 동맹군이니 어렵지 않게 난창 성을 함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창 성의 백성들은 중화주의로 무장하여 결사 항전을 하였고 결국 동맹군의 시도는 완전히 무산되었다.
명나라의 지원군을 보고 동맹군은 수천의 피해를 뒤로 한 채 군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그때, 난창 성이 함락되었다면 명나라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었을 때 수비하는 것이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당연히 동맹군의 피해도 적었을 것이고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호영으로선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물론 복수하겠다는 이유로 학살을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복수보다는 ‘공포’를 보여 주기 위한 일이었다.
뼛속까지 중화주의로 무장되어 있는 중국의 한족.
이들을 원활하게 지배하기 위해선 한족들에게 현실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었다.
호영에게 그리고 한국에게 저항하면 ‘죽음’이라는 현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여 호영은 학살을 지시하였다.
학살만큼 공포를 심어 주기에 적절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